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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32화 (132/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32화 >

* * *

6월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올 시즌 올스타전 선발은 당연히 정신우 선수 아니겠습니까?]

[거의 확정적이죠.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니까요.]

[2019시즌 류진현 선수가 대한민국 투수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선발투수가 된 이후, 6년만의 일이군요.]

별들의 집합소인 메이저리그.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곳에서도 유독 빛나는 별들이 있다.

그 별들이 모이는 이벤트전이 바로 올스타전이었다.

신우는 2024시즌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면서 생애 첫 올스타전에 참가했다.

그리고 선발로 전환한 올해 역시 올스타전 진출이 확정적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단 하나.

바로 신우가 올스타전 선발이 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올스타전 선발이라...’

호텔에 누워 유튜브를 보던 신우가 상상에 잠겼다.

작년에 참가했던 올스타전.

그곳에서 선발이 된다는 건 그만큼 뛰어난 활약과 인기를 가진 투수라는 소리였다.

[하...우리때는 왜 올스타전이 없었냐?]

[우리 때 없던 게 올스타전 뿐이냐? 요즘 애들 연봉 받는 거 봐. 장난 아니지.]

올스타전이 처음 열린 것은 1933년 7월이다.

매튜슨이나 월터의 은퇴 이후다보니 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복지는 또 얼마나 좋냐? 하루 던졌다고 다음날 푹 쉬는 투수가 있다는 게 말이 됨?]

“선배님들은 제가 쉬는 게 그리 불만이십니까?”

[어쭈? 이제는 대든다?]

“그게 아니라요. 언제는 휴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내가 말했음? 다른 놈들이 말했지.]

[ㅇㅈ. 얘는 근성론자라서 휴식 같은 거 모름.]

[던지면 던질수록 어깨가 강해진다고 말하는 놈임.]

레전드플레이어라고 하나의 이론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근성론을 이야기하는 투수도 있었다.

신우는 과학적인 부분에 더 관심이 가고 신뢰를 했기에 매튜슨의 이야기에 집중을 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올스타전 선발이면 탑 오브 탑 아니냐?]

[탑 오브 탑은 아님.]

[ㅇㅇ 우리랑 붙으면 아직 얘 상대 안됨.]

타이콥과 베이브루스를 필두로 한 타자들이 부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스판이 나섰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쥬? 너희들 얘랑 붙으면 답도 없쥬?]

[뭔 개솔임?]

[솔까 얘가 지금 던지는 퍼포먼스로 너희들이랑 붙으면 상대가 되겠냐? 너희들 전성기때 퍼포먼스라 해도 얘한테는 안됨.]

스판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신우의 현 스탯은 메이저리그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꾸준하게 성적을 올린 케이스가 아니기에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를 놓고 봤을 때 레전드 타자들이 신우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다고 보긴 힘들었다.

[아놔-! 그래서 우리가 이쉑한테 진다고?]

[그럼 아님?]

[너 자꾸 도발한다? 지금 너네가 키웠다고 딜 박는 거냐?]

[노노. 나는 그냥 현실을 이야기하는 거임.]

신우는 생각했다.

‘스판선배 어그로 쩌네...’

스판이 게임을 했다면 잘했을 거 같다.

상대의 맨탈부수기를 말이다.

[그럼 너희들은?]

[응?]

[너희들이 전성기 때 던지던 폼으로 이 녀석 이길 수나 있냐? 게릿콜이란 놈처럼 까이기나 하겠지.]

[얌마! 우리는 우리가 직접 이 녀석을 훈련시켰거든? 즉, 우리의 훈련이 있었기 때문에 이 녀석이 있을 수 있었던 거다. 이 말이지!]

공격을 가볍게 회피하는 스판의 모습에 탄성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러니까, 네 말은 너희들이 훈련시켰으니까 신우의 성적은 너희들이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뭐,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럼 우리가 훈련시켜서 얘가 성적을 내면 그건 우리가 이룬 거나 마찬가지겠네?]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엌ㅋㅋ 말 잘했누.]

[이건 킹정이지.]

[투수쉑들 분명 이야기 했다?]

[뭘 할지 모르겠는데.]

그때 매튜슨이 채팅을 쳤다.

언제나 중재를 해주던 그가 이번에도 다른 플레이어들을 만류해줄 거란 기대에 신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즌 끝나고 굴려라.]

“예?”

[시즌 중에 굴리면 오히려 폼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거기에 태클을 거시는 겁니까?”

[괜찮아. 쟤들이 도와주면 네가 공을 던지는데도 도움이 될 테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라 훈련이 늘어날 거 같아서 걱정인데요?

하지만 신우는 그 말을 뱉지 못했다.

이미 채팅창은 축제의 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쉑 피지컬은 나쁘지 않으니까, 근력부터 키우자.]

[근력도 좋지만 체력부터 조지는 게 어떰?]

[좋은 생각이네. 아주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로 만들자고.]

...지금보다 체력이 더 좋아지려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의문과 함께 등골이 오싹해지는 신우였다.

* * *

휴식 3일차.

신우는 구장에 출근해 일찌감치 훈련에 들어갔다.

루틴에 맞춘 훈련을 진행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몇몇 선수들이 하나 둘 트레이닝센터로 들어왔다.

“오늘도 일찍 왔네.”

“컨디션은 어때?”

동료들과 인사를 하며 훈련에 집중했다.

[팔꿈치 내려간다. 언제나 말하지만, 근육에 집중하란 말이야. 제대로 된 자극이 가야지 제대로 된 운동이 되는 거야.]

[호흡에도 신경을 써. 네가 하려는 건 근육을 키우는 게 아니라 회복을 시켜주는 거야.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산소가 근육까지 공급이 되지 않아.]

신우가 한눈을 팔거나 제대로 된 훈련에서 어긋나려는 순간.

어김없이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덕분에 신우는 언제나처럼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덜컹-!!

“후우...”

한숨을 내쉬며 덤벨을 내려놓은 신우의 눈에 옆에 앉아있는 젝슨이 보였다.

“젝슨, 언제 왔어?”

“한참 전에 왔는데. 네가 너무 집중해서 하고 있으니까, 말도 걸지 못했다.”

“그랬냐? 이제 시작하려고?”

“어, 슬슬 시작해야지.”

그러면서 젝슨이 러닝머신의 전원을 올렸다.

[뭔 구경났냐?]

[너도 시작해야지. 언제까지 쉬려고 그러냐?]

‘아, 옙.’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에 신우도 러닝머신의 전원을 올렸다.

두 선수는 하나의 러닝머신을 가운데에 두고 각자의 스타일에 맞춰 머신 위를 달렸다.

[속도 올려라.]

‘옙!’

삐빅-!

신우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훅! 훅!!”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게 아니었다.

심폐에 부담을 줄 정도로 빠르게 달리면서 심박수를 강제로 높이고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래도 쉬웠는데...’

선발전환을 앞두고 신우는 심폐지구력의 상승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무리투수를 준비할 때의 강도를 5라고 했을 때, 선발전환을 앞두고는 8-9까지 강도를 높였다.

미치도록 힘들었다.

심장이 이렇게도 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폐가 부푸는 걸 보고는 자신이 개구리가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혹독한 훈련으로 얻은 건 회복력이었다.

[심폐지구력을 늘린다고 해서 체력이 무한이 되는 건 아니다. 단지 다른 이들보다 더 빠르게 회복이 가능하다. 다른 투수라면 4일 휴식 5일 등판의 루틴을 지켜야 되지만 넌 아니다.]

‘그럼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 거죠?’

[너도 대충은 느끼고 있을 텐데?]

‘3일이 끝나면 어느 정도 공을 던질 수 있게 되죠.’

[정답이다. 그런데 속도가 좀 여유있는가 보다? 속도를 2 올려라.]

‘예? 아니...!’

[어서!]

매튜슨의 채팅에 신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속도를 높였다.

삐빅-!!

속도가 높아졌다.

발이 빨라지면서 더 이상 생각이란 걸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매튜슨의 조언은 끝나지 않았다.

[심폐지구력을 늘리는 건 결국 얼마나 심장과 폐에 압력을 주는가다. 네가 여유를 부릴수록 심장과 폐는 천천히 뛰면서 심박수는 떨어진다. 그만큼 압력이 가해지지 않는단 소리지.]

“훅! 훅!!”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훈련은 무용지물이 된다. 물론 시즌중이니 심박수를 높이는 훈련을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더욱 커지니까 말이지.]

“헉! 헉!!”

[하지만 현상유지를 할 수 있을 정도로는 훈련을 해야 된다. 한 가지 주의해야될 건, 시즌이 진행될수록 강도를 제대로 조절해줘야 된다는 거다.]

삐비비비빅!!

그때 목표했던 거리를 모두 뛰었다는 알림이 울렸다.

속도는 점점 줄어들었고 신우의 발은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바로 내려와선 안 돼. 숨을 크게 내쉬면서 호흡과 근육을 풀어주고 내려와라.]

대답할 힘도 없었다.

아니, 생각할 힘도 없었다.

그저 매튜슨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10분가량을 더 머신 위를 걷다가 내려왔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대자로 뻗었다.

“괜찮아?”

그런 신우에게 젝슨이 스포츠음료를 내밀었다.

“쌔...”

“아아, 됐어. 어차피 저기에 있던 거 가지고 온 건데 뭐.”

인사할 힘도 없는 자신에게 손사래를 치는 젝슨 덕분에 힘을 아낀 신우는 음료를 입으로 가져갔다.

음료를 마시며 한숨을 돌린 신우가 상체를 일으켰다.

“후우...”

숨을 크게 몰아쉬며 지친 신체 구석구석에 산소를 보내주었다.

심폐지구력이 좋아진 덕분에 빠르게 호흡을 고를 수 있었다.

“무슨 운동을 그리 빡세게 해?”

“아아...트레이너들이 좀 독해서 말이지.”

“개인트레이너를 쓰는 거야?”

“어? 어어. 아는 분들이 좀 도와주고 있어.”

[공짜지.]

[생각해보니 열받네. 우리 같은 고오오오오급 자원을 공짜로 부려먹어도 됨?]

‘선배님들도 제 방송에 후원 거의 안하시잖아요.’

[엌ㅋㅋ 맞말하누.]

[아니, 그거랑 이거랑 같나?]

티격대는 사이.

젝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쩐지, 운동하는 게 뭔가 체계가 잡혀 있는 거 같더라. 그럼 나도 마저 운동하러 간다.”

젝슨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메이저리그 구단에도 트레이너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선수가 요구를 하면 언제든지 프로그램을 짜준다.

그런데 부럽다는 듯이 말을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매튜슨이 말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게 어렵거든.]

‘그래요?’

[너의 경우만 봐도 그렇잖아. 언제 우리가 너한테 시즌도중에 새로운 훈련을 하라고 하던?]

‘음...구종을 요구하긴...’

[그건 다른 종류의 것이지. 트레이닝은 말 그대로 베이스를 잡아주는 거다. 구종과 스윙은 스킬인 셈이고. 스킬은 언제든지 가르쳐줄 수 있어. 문제는 베이스지.]

[이해가 안 되는 눈치네?]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베이스와 스킬.

뭔가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베이스는 게임의 캐릭터임. 지금까지 법사로 키워왔는데, 갑자기 힘과 체력을 찍어서 탱커로 만들어버린 거지. 그럼 어떻게 되겠음?]

‘어...잡캐가 되겠죠?’

[운동선수의 몸도 비슷함. 비시즌에 지능과 마력에 몰빵을 해둬서 키워뒀는데, 시즌도중에 갑자기 힘을 찍기 시작하는 거임. 그럼 점점 캐릭터가 잡캐가 되면서 주위의 다른 캐릭터들이 앞서가는 거지.]

스판의 설명을 들으니 대략적으로 이해가 됐다.

그때 매튜슨이 말했다.

[그거 적절한 설명이냐?]

[그래도 이해는 되잖아?]

스판의 반문을 들으며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이 원래 하던 것이 있는데, 그걸 갑자기 바꾸면 엉망이 된다는 거죠?’

[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네.]

[내가 개떡같이 설명했다는 거임?]

[그럼 그게 아니냐?]

사이영의 시비에 스판과 투기장이 열렸다.

매튜슨은 그런 둘을 무시하고 신우에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돈이 충분한 선수들은 자신의 팀을 꾸리는 편이지. 구단에 도움을 받지 않고 말이야. 하지만 그러한 팀을 꾸리기 위해선 수십만달러를 투자해야 된다.]

‘마이너리거는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이네요.’

[보너스 베이비가 아니라면 어려운 일이지.]

보너스 베이비.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하는 드래프트 상위권의 선수들을 의미한다.

이들이 받는 계약금은 수십만달러에서 백만달러를 훌쩍 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이들은 팀단위는 아니어도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즉,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앞서나갈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러고보니 트리플A에 있을 때도 보너스베이비들은 조금 아니꼽게 보는 시선들이 있었지.’

거액의 계약금을 받은 선수와 아닌 선수.

구단입장에선 투자한 돈이 있기 때문에 보너스베이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밖에 없었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되니 말이다.

자연스레 격차가 있는 선수들 사이에는 틈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너도 돈이 어느 정도 쌓이면 일단 집부터 구해라. 언제까지 호텔생활을 할 순 없는 거니까.]

‘예.’

[그 뒤에는 너만의 팀을 꾸리는 거다.]

‘팀이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선배님들이 옆에서 잘 도와주시는데...’

[우리가 도와주는 건 어디까지나 조언이다. 말로 하는 조언에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당장 네가 기구운동을 하다가 위험에 빠졌을 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음...’

그렇게 들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금까지는 딱히 그 필요성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듯 했다.

“흡!!”

그때 젝슨이 데드리프트를 하는 게 보였다.

바벨을 들어올리는 그의 모습을 본 신우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어?”

젝슨이 바벨을 내려놓고 신우를 돌아봤다.

그 순간 신우는 깨달았다.

자신이 또 영어로 말을 뱉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쉑, 이제 자기가 훈수두누.]

월터 존슨의 채팅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신우였다.

‘젠장...훈수도 전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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