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31화 (131/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31화 >

* * *

간혹 이런 경기가 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오늘 경기 10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게릿 콜!! 6회까지 단 1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는 엄청난 모습을 보여줍니다!!]

도무지 점수가 나지 않을 듯한 경기.

빠각!!

[4구를 강타! 하지만 배트 부러졌습니다!! 타구는 2루수에게, 안정적으로 잡아 1루로 송구합니다!]

퍽!

“아웃!”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며 정신우 선수 역시 이번 이닝에서 두 개의 탈삼진을 더 수확하며 11탈삼진을 기록합니다!]

게릿콜이 메츠의 타선을 막으면 신우가 마운드에 올라와 양키스의 타선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6회가 끝날 때까지 두 팀은 제대로 된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두 투수 합쳐 안타가 고작 2개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한 현재까지 경기시간이 1시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두 투수가 얼마나 공격적인 피칭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메이저리그 한 경기의 평균시간은 2시간에서 3시간가량 걸린다.

경기가 길어지면 4시간까지도 걸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6회가 끝난 시점에서 1시간이 지났다는 건 대단히 빠른 속도였다.

[과연 이 두 투수의 승부가 어떻게 끝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제대로 된 에이스들의 대결.

타자들 입장에선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젠장...저런 공을 어떻게 때리냐?’

‘구위가 정말 미쳤어’

‘후우...무슨 뱀이 움직이는 거 같잖아?’

메이저리거 타자들.

한 명, 한 명이 엄청난 실력을 보유한 선수들이었다.

그런 타자들마저 질리게 만들 정도였다.

‘관중들이 조용해졌어.’

베켓은 관중석을 바라봤다.

그만큼 박빙의 대결이란 소리였다.

“어떤가?”

익숙한 목소리에 베켓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보라스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보라스.”

“콜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지. 그런 콜과 박빙의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신우의 능력을 이제 알겠나?”

“물론 알고 있지. 그는 우리 팀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니까.”

“아니.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좋은 투수 중 한 명이야.”

보라스가 미소를 지으며 베켓의 옆에 섰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르는 콜을 보며 말했다.

“이제 고작 2년차 풀타임시즌에 콜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 정말 대단하지 않나?”

“대단하지.”

“그런 선수를 자네가 놓친다면 윌폰이 좋아하겠어.”

보라스가 말한 윌폰은 메츠의 구단주 프레드 윌폰을 일컫는 것이었다.

평소 구단주는 팀의 운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슈퍼스타들과 연관된 일에는 그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워낙 큰 금액의 돈이 오가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을 언급했다는 건 자신을 압박하기 위함을 알기에 베켓의 얼굴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보라스는 그런 베켓에게서 몸을 돌렸다.

“너무 열내지 말고 잘 생각해보라고. 자네가 미적거리는 사이 내 고객의 몸값은 비싸지고 있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보라스가 걸음을 옮겼다.

그런 보라스의 곁으로 데니가 다가와 같이 걸었다.

“표정을 보니 궁금한 게 있나 보군.”

“예. 시누의 연장계약을 급하게 할 이유가 있나요?”

“급한 건 없네.”

“예? 그럼...”

“그저 알려주는 거지.”

걸음을 옮기는 보라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들이 가지고 온 제안이 얼마나 터무니 없었는지 말이야.”

“으음...”

“그리고 사람이란 간사한 법이야. 자꾸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착각하는 법이지. 본인이 방아쇠를 쥐고 있다는 착각 말이야.”

“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보라스의 목적은 계약이 아니다.

단지 베켓에게 알려준 것이다.

‘방아쇠는 이쪽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비록 규정은 베켓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서비스타임이 끝나기 전에 신우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규정을 이용해 협상을 지연시킨다면 시누의 성적은 올라갈 뿐이지.’

슈퍼 2조항.

신우가 거기에 해당하는 이상, 시간은 구단의 편이 아니었다.

‘메츠는 4번의 연봉조정을 감당할 수 없다.’

메츠의 한계치를 잘 알고 있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이었다.

* * *

파이어볼러들의 투수전은 관중에게 최고의 볼거리였다.

하지만 감독들의 머리는 아파질 뿐이었다.

‘젠장...’

‘타이밍을 잡기 어렵군.’

메츠의 감독 마이크.

양키스의 감독 조셉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투수의 교체 타이밍이다.

‘신우의 투구수는 74구. 길면 2이닝, 짧으면 다음 이닝이 마지막이다.’

그건 게릿콜 역시 마찬가지였다.

‘76구를 던졌다. 이번 이닝부터 힘이 떨어질 거야.’

투수의 구위는 90구를 전후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계투구수를 100구 전후로 본다.

평소라면 여기에 맞춰 투수운용을 한다.

문제는 오늘 두 투수의 컨디션이다.

‘지금까지 1안타밖에 맞지 않았다.’

‘최고의 컨디션이야.’

이런 상황에서 투수를 함부로 교체할 수 없다.

경기의 흐름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감독 입장에선 가장 머리가 아플 상황이었다.

결국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준비였다.

[양키스의 불펜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당연한 수순입니다. 이번 이닝이 끝나면 콜의 투구수는 한계치에 도달합니다. 언제든지 위기가 찾아올 수 있으니 미리 방비를 하는 것이죠.]

[그렇군요. 과연 이 박빙의 상황이 어떻게 깨질지 궁금하네요.]

[확실한 건 타자들이 무언가 해줘야 된다는 겁니다.]

[결국 점수를 내는 건 타자일 테니 말이죠.]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런 해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건 두 팀의 타선이 그 당연한 걸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터박스로 베이크 선수가 들어섭니다.]

[베이크는 오늘 경기에서 아직 출루가 없습니다. 게릿콜의 빠른공에 대처를 못하고 있습니다.]

양키스의 배터리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그렇기에 초구부터 빠른공으로 카운트를 잡아갔다.

[7회에도 여전히 빠르누.]

[그나마 저 구속에 타이밍을 맞추는 건 상위타선 애들이지.]

[회전수가 다르니까, 어쩔 수 없지.]

[구속, 제구, 회전수까지 갖추고 있으니 제대로 때리기 어려움.]

레전드플레이어들의 평가 역시 후했다.

저들이 이렇게까지 칭찬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좋은 투수란 소리였다.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되죠?’

[가장 좋은 방법은 목표에 제한을 두는 거야.]

‘제한이요?’

[이런 상황에서 타자가 여러 구종을 노린다고 생각해봐. 생각이 많아져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제한을 둔다라...”

신우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뱉었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을 만나고 생긴 버릇이었다.

“제한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젝슨이 물었다.

‘응? 얘가 한국어를 어떻게 알아들었지?’

[뭔솔임?]

‘예?’

[너 영어로 말했음.]

[자기가 무슨 언어로 내뱉었는지도 모르누.]

[이런이런! 이 몸이 이제 혼잣말을 영어로 내뱉을 정도로 영어가 익.숙.해.져 버렸군.]

[...그게 도대체 뭐냐?]

레전드플레이어들이 딜을 박는 사이.

젝슨이 다시 물었다.

“뭘 제한을 둬?”

“아아...별거 아니야. 그냥 투수가 던질 구종에 제한을 둔다는 거야.”

“구종에 제한을 둬?”

“응. 상대 공이 좋으니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만 노리는 거지.”

“아...그러고보니 코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지. 하지만 그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콜의 슬라이더나 파워커브의 위력이 어떤지 너도 잘 알잖아?”

“알고 있지. 하지만 그것들을 다 노린다고 때릴 수 있을까?”

“으음...”

“오히려 다른 공들을 생각하다가 타이밍이 느려지는 거지.”

젝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해를 한 건가?’

[거기까지는 네가 생각할 필요가 없지.]

[ㅇㅇ 받아들이는 건 결국 선수들 몫임.]

[코치들이 한 번 이야기를 해주고 끝내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메이저리그 코치들은 굳이 선수를 붙잡고 있지 않았다.

같은 프로로 보기 때문이다.

프로란 결국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 말뜻을 떠올리며 신우는 말없이 경기를 지켜봤다.

“젝슨! 다음 차례야!”

“예! 설명 고마워.”

젝슨이 감사를 전하고 장비를 챙겨 대기타석으로 갔다.

[칠 거 같음?]

[ㄴㄴ 못 침.]

[나는 칠 수 있다고 봄.]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었다.

[넌 어떨 거라고 봄?]

스판의 질문에 신우는 말없이 대기타석에 서있는 젝슨을 바라봤다.

‘때릴 거 같습니다.’

[그래?]

‘예.’

[이유는?]

신우는 말없이 경기장을 바라봤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느낌이 그러했다.

그리고.

딱-!!

“와아아아아!!”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라운드에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신우의 느낌이 맞았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탄이었다.

* * *

[젝슨의 행운의 안타 이후, 메츠의 타선이 힘을 받기 시작합니다.]

행운의 안타로 보였다.

유격수와 좌익수 그리고 중견수가 모이는 지점.

일명 텍사스 안타가 터지면서 출루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때리지 못했다면 행운의 안타도 나오지 않았을 거다.’

[맞는 말이지.]

[공을 때려야 죽이 되건 밥이 되건 결과가 나오는 법이지.]

무엇보다 투수의 리듬을 깨기에 충분했다.

[지금처럼 던지진 못할 거다.]

[잘 던지다가 나오는 뜬금안타 하나에 리듬이 무너지는 법이지.]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뻐어억-!

“볼!! 베이스 온 볼!”

[볼넷입니다! 제구가 흔들리는 콜! 투아웃을 잡았지만 젝슨에게 행운의 안타를 허용하며 굳건했던 성벽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지금 생긴 구멍을 공략해야 됩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콜을 무너트릴 수 없을 겁니다.]

[공략을 위해 메츠의 북극곰이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주자 만루의 찬스! 하지만 2사이기에 알론소가 스스로 해결을 해야 합니다!]

2사 만루의 찬스이자 위기.

그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것은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상황.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와 타자의 대결.

이 승부가 어떻게 끝날지는 알 수 없었다.

[뭐가 됐건 슬슬 준비해라.]

‘예.’

매튜슨의 말에 신우는 일어나서 가볍게 어깨를 풀었다.

공격이 길어지면서 어깨와 몸이 식었다.

최대한 웜업을 해주고 올라가야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그때였다.

딱-!!

“와아아아아!!”

“쳤다!!”

“히트다! 히트!!”

관중들은 물론이거니와 더그아웃이 일제히 흥분했다.

신우의 시선도 그라운드로 향했다.

베이스를 맹렬하게 돌아가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 * *

7회말.

[정신우 선수가 3 대 0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릅니다!]

신우는 마운드에 올라 가볍게 연습투구를 이어나갔다.

[7회초 공격이 길어지면서 벤치에 오래 앉아 있었는데, 그게 영향이 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해설위원의 걱정은 적절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신우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몸이 좀 식었냐?]

[회전이 영 아니다?]

[어깨에 기름칠이 덜 됐냐? 제대로 안 돌리네?]

[너도 콜처럼 제대로 얻어 터져야 정신차리지?

문제는 그것을 걱정할 시간이 없단 것이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의 폭격에 가까운 잔소리에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솔직히 20분이 넘게 공격이 이어졌는데, 팔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게 당연하죠.’

[그게 뭔 상관임?]

[나 때는 18시간 쉬다가 다시 던져도 멀쩡했음.]

‘예?’

[전날에 등판하고 자고 일어나니까 또 던지라고 하더라. 그래서 던졌지 뭐.]

신우는 생각했다.

저때 야구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이다.

실제 데드볼시기로 불리는 1920년대 이전에는 연투가 흔한 일이었다.

물론 연일 던지는 일은 잘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건 우는 소리 했다간 한 소리 듣겠네.’

신우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은 복잡하게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네가 팀을 이끌어가야 했던 순간을 떠올려라.]

[작년 마지막 경기를 떠올리면 되겠네.]

작년의 마지막 경기.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

팔조차 올라가지 않을 정도로 지쳤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니 던져지긴 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와인드업과 함께 킥킹을 한 신우가 몸을 비틀었다.

‘지금은 힘이 넘치지!!’

[가즈아-!!]

[어차피 쓸 곳도 없는 힘!! 지금 다 쏟아내자!!]

[엌ㅋㅋ 님, 팩폭 자제 좀...]

퍽!

“볼!!”

하...분명 차단기능이 있었던 거 같은데.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가장 먼저 시즌 10승에 도착했습니다.

뉴욕 양키스와의 서브웨이 시리즈에서 등판한 정신우 선수는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투수이자 양키스의 에이스인 게릿 콜선수와의 맞대결에서 8이닝 무실점 3피안타 1볼넷 105구를 던지면서 6.2이닝을 던진 게릿콜 선수에게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정신우 선수의 활약으로 메츠는 서브웨이 시리즈에서 우세를 점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코어 3 대 0.

신우의 활약덕분에 메츠가 승리를 챙겼다.

-크으-! 이 맛에 신우 경기 본다!

ㄴ 오늘도 지리더라.

ㄴㄴ 이제 진짜 마음 푹 놓고 봄.

-게릿콜도 아깝더라. 젝슨 바가지성 안타 아니었으면 8회까지는 무난했을 텐데.

ㄴ 그 한끗이 언제나 승패를 좌우하지.

ㄴㄴ 뭐가 됐건 신우의 완승임.

ㄴㄴㄴ 이제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는 신우지.

-이 정도면 시누도 알동부 가도 되는 거 아님?

ㄴ 이제 2년차라 아직 먼 이야기.

ㄴㄴ 트레이드도 있으니까.

ㄴㄴㄴ 메츠에서 놔줄지 모르겠다.

-이대로만 가면 신우가 2년 연속 사이영 확정 아니냐?

ㄴ 류진현 케이스가 있으니까, 아직 모름.

ㄴㄴ 레알 투수는 한순간이라서 모르긴 하지.

ㄴㄴㄴ 일단 메츠 타선이 워낙 병신이라서.

ㄴㄴㄴㄴ 그런데도 기적의 1위.

수많은 의견이 댓글로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1위는 오랜만에 돌아온 그가 차지했다.

[데블스가즈아 : 현생살다 왔다. 올스타전 직관갈 파티원 구함(1/X)]

ㄴ 진짜 직관 가심?

ㄴㄴ 이 형 저번에도 직관 다녀왔잖아.

ㄴㄴㄴ 와...진짜 가려고 현생살다 왔구나.

ㄴㄴㄴㄴ 나도 참여!!

직관 레이드를 기획하는 데블스가즈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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