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30화 (130/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30화 >

* * *

딱-!!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알론소가 떠오른 타구를 보며 배트를 신경질적으로 던졌다.

퍽!

[우익수 앞으로 걸어나오며 가볍게 공을 잡습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우익수 플라이로 마무리한 게릿콜 선수, 1회 삼자범퇴이닝으로 마무리합니다.]

카메라가 마운드를 내려가는 게릿콜을 포커싱했다.

[1회에만 2개의 탈삼진을 솎아낸 게릿콜 선수!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투수임을 보여주는 투구였습니다!]

[최고구속 99마일의 빠른공으로 윽박지르니 타자 입장에선 제대로 된 타이밍에 스윙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게릿콜이 내려간 마운드에 신우가 올라왔다.

흙을 고르고 연습투구에 들어간 그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제는 양키스의 강타선을 막기 위해 메츠의 에이스 정신우 선수가 등판합니다.]

화면이 바뀌며 신우의 성적이 나타났다.

[올 시즌 10경기에 나서 그중에 9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정신우 선수는 75이닝 18피안타 3실점 7볼넷 124탈삼진을 잡아내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정말 경이로운 성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예상한 우려를 시즌 전반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아무래도 마무리투수로서 짧은 이닝을 소화한 것에 대한 우려거 컸었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미 작년 마무리투수로 소화한 이닝을 넘어섰고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 이상 그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우는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우려를 벗어던졌다.

아직 그의 활약을 인정하지 못하는 소수가 있긴 했지만 큰 의미가 없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다.

신우가 메이저리그의 톱클래스 선수임을 말이다.

“플레이볼!!”

[1회말, 선두타자 터빈부터 양키스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토마스는 터빈을 바라보며 정보를 떠올렸다.

‘터빈의 올 시즌 출루율은 매우 높다. 반대로 타율이 낮아.’

세이버매트릭스의 발달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 타율보다 더 중요한 지표가 된 출루율.

덕분에 터빈과 같은 출루율의 스탯이 높은 타자가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반대로 타율은 클래식스탯이라 불리며 예전보다 높은 신뢰를 주지 못했다.

그런점에서 봤을 때 선두타자 터빈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였다.

‘올 시즌 터빈이 지켜본 공은 모두 422구. 타석당 평균 4.68개의 공을 지켜봤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한손에 들 정도로 높은 수치야.’

자신의 사무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에이든의 머리에 터빈이 기록한 수치들이 떠올랐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TV에서 구심의 콜이 들려왔다.

신우의 초구는 98마일의 구속이 찍혔다.

게릿콜의 초구보다 1마일이 떨어지긴 했지만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었다.

‘선두타자가 공을 오래 본다는 건 장점이다. 하지만 그는 선두타자가 아닌 상황에서도 공을 오래 보려는 성향을 지닌다.’

공을 오래 본다는 건 장단이 있다.

장점은 신중하게 보면서 자신이 원하는 공을 때려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원하는 공이 아니라면 그냥 보내는 경우가 있다는 소리였다.

이런 공들을 커트해낼 수 있다면 다행이다.

투구수를 늘리고 던질 공들을 차단하면서 자신의 존으로 유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터빈은 그런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

퍽-!

[볼!!]

2구는 볼이 들어갔다.

써클체인지업을 가운데에서 바깥쪽 낮은 코스로 떨어트렸지만 배트가 따라오지 않았다.

토마스의 리드를 확인한 에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토마스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터빈의 상태를 체크했어.’

토마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신중함이다.

자료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한 번 더 상황을 체크하면서 투수를 리드한다.

그리고 확인이 끝나면.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맹렬하게 공격을 퍼붓는다.

[정신우 선수의 3구!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칩니다!]

[존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커터에 타자가 스윙을 하지 못했습니다. 직전에 던진 써클체인지업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효과가 커졌어요.]

[더욱 효과가 커졌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써클체인지업의 수평적 무브먼트는 우타자의 몸쪽으로 흘러나가는 공입니다. 동시에 떨어지죠. 거기에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눈에 더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렇군요.]

[헌데 바로 다음 공이 90마일 중반의 빠른공, 거기에 존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커터성 무브먼트다? 타자의 눈에는 그 공이 어떻게 보일까요?]

[일단 훨씬 더 빠르게 보이겠군요.]

[정답입니다. 거기다 정신우 선수의 커터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화하기에 그 무브먼트를 일찍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급작스런 움직임을 따라올 수 없었다는 말이군요?]

[맞습니다.]

2구를 던진 신우가 다시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그리고 상체를 숙이고 토마스와 사인을 교환했다.

[4구 준비합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공을 던질지, 기대됩니다.]

[아마 좀 조심스럽게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두타자를 내보내면 골치아파지니 그럴 수 있겠군요.]

대부분 신우가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 예상했다.

‘빠르게 끝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와이?]

‘타자가 신중해요. 에이든이 준 자료에서도 그렇지만 직접 상대해보니 더욱 그렇네요.’

[확실히 그런 느낌이네.]

[칠 마음이 거의 없음.]

[그래도 눈은 계속 따라가던데?]

[눈은 따라가니까, 여기서는 그걸 이용해야지.]

스판의 말에 신우의 머리가 번뜩였다.

그때 토마스의 사인이 나왔다.

[오호, 똑똑한데?]

[과감하고.]

[재밌네.]

레전드플레이어들이 감탄할 정도의 리드였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내 마음을 알고 있는 거 같네.’

[좋은 파트너누.]

‘격하게 공감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허리를 폈다.

타자가 타격자세를 취한 것을 확인한 신우가 킥킹을 했다.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뒤이어 킥킹한 다리를 내디디며 스트라이드와 함께 몸을 회전시켰다.

[4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갔다.

코스는 몸쪽 높은 곳.

터빈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후웅-!!

터빈은 그 공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공간에 들어온 공을 놓친다면 이번 승부에서 말리게 된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힘껏 배트를 돌렸다.

간결하고 정확한 스윙이 먹이를 노린 매처럼 날아드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변했다.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좌타자의 가장 먼 곳으로 향했다.

“크으...!!”

터빈이 엉덩이를 빼며 팔을 쭉 내밀었지만 무리였다.

후웅-!!

퍽!

“스윙! 아웃!!”

배트는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고 공은 토마스의 미트에 들어갔다.

[초구 헛스윙 삼진!! 써클체인지업이 기가막히게 들어가면서 헛스윙을 유도해냅니다!]

[아-! 정말 좋은 써클체인지업이었어요. 타자의 가장 먼곳으로 빠지면서 완벽하게 헛스윙을 만들어냈습니다.]

[높은 곳으로 들어가기에 하이 패스트볼을 예상했는데, 허를 찌르는 써클체인지업으로 상대를 잡아냅니다.]

[정신우 선수하면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들 떠올리지만, 사실 저 써클체인지업도 메이저리그 톱클래스의 구종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터빈은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인상을 구겼다.

‘완벽히 당했다.’

신우에게는 변화구가 많지 않았다.

변화구라 할 수 있는 공들은 패스트볼 계열이었다.

또 하나, 그 공들 모두 수평적 변화가 심한 공들이다.

간단히 말해 떨어지는 변화구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나마 써클체인지업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공이었다.

‘그래서 같은 로케이션으로 던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어.’

신우는 초구에 패스트볼을 던졌다.

이후 2구에는 써클체인지업을 던져 배트를 유인했다.

3구에 다시 패스트볼을 던져 카운트를 잡았다.

그렇게 투볼 원스트라이크를 만든 신우가 던질 공은 많지 않았다.

여기에서 터빈은 패스트볼을 예상했다.

예상은 맞았다.

심지어 코스마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몸쪽 높은곳으로 들어왔다.

그런 공을 놓칠 수 없었다.

‘거기에서 당했다.’

스트라이크존의 가운데를 지나 바깥쪽 낮은 곳에 꽂히는 공을 때릴 수 있을리 없었다.

정반대의 위치였으니 말이다.

결국 메츠의 배터리에게 완벽하게 당한 셈이었다.

‘젠장...’

스타트를 제대로 끊지 못한 터빈은 생각했다.

‘오늘 경기가 쉽지 않겠어.’

그리고 그 예상은 1회가 끝나기 전에 현실이 되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5구 삼진!! 애런 저지 엉덩이를 빼면서 피했지만, 공은 다시 존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아-! 정말 좋은 무브먼트의 패스트볼이 들어갔어요!!]

첫 타자 헛스윙 삼진.

두 번째 타자 중견수 뜬공.

그리고 마지막 타자를 5구 삼진으로 잡아낸 신우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정신우 선수 역시 탈삼진 2개를 잡아내며 삼자범퇴이닝을 만들어내며 양키스의 타선을 꽁꽁 묶어버렸습니다!!]

[두 투수 모두 명성에 걸맞는 피칭을 보여주네요.]

[완벽 그 자체의 피칭을 선사한 두 투수의 경기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 * *

에이스 대 에이스의 대결.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문구로 메츠와 양키스의 서브웨이 시리즈를 홍보했다.

그리고 그건 현실이 되었다.

후웅!!

뻐어억!!

“스윙!! 아웃!!”

[헛스윙 삼진!! 2회 마지막 타자를 또 한 번 삼진으로 잡아내며 2회에도 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게릿 콜 투수입니다!]

게릿콜이 한이닝을 삼자범퇴로 마감하면.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오늘 경기 첫 100마일의 광속구가 전광판에 찍힙니다!! 몸쪽을 파고드는 커터에 타자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신우 역시 삼자범퇴를 만들어내며 이닝을 마감했다.

예상대로 두 팀의 대결은 투수들간의 대결이 되었다.

-와...투수들 지렸다.

ㄴ 패스트볼 구속이 95마일 밑으로 안 찍힘 ㄷㄷ

ㄴㄴ 거기에 제구되는 공들밖에 없음.

ㄴㄴㄴ 레알 빠지는 게 없네.

-게릿콜은 그렇다쳐도 정신우는 뭐냐? 이렇게 잘 던졌음?

ㄴ 사이영 수상자인데 당연하지.

ㄴㄴ 오늘따라 유독 더 쩐다.

-양팀 타자들이 못 치는 거임?

ㄴ 메츠는 팀타율이 좀 떨어지긴 한데...

ㄴㄴ 양키스는 알동 1-2위 다투는 팀임.

ㄴㄴㄴ 그럼 정신우가 더 쩌는 건가?

ㄴㄴㄴㄴ 그냥 두 투수 모두 쩌는 거임.

국내 야구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인 게릿콜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신우의 모습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뻐어억-!!

부웅!!

“스윙!! 아웃!”

[스티브 제임스 선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이너리그에서 콜업이 됐던 젝슨 선수, 허무하게 삼진을 당합니다.]

[3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나 볼넷을 허용하지 않은 게릿콜 선수, 자신이 왜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투수인지 증명하고 있습니다.]

3이닝 퍼펙트.

도무지 안타를 허용할 것 같지 않은 포스의 게릿콜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마운드에는 신우가 올랐다.

[재밌네.]

[크-! 간만에 보는 수준높은 투수전!!]

[나도 던지고 싶드아아아아-!!]

레전드플레이어들 역시 흥분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오늘 경기에서 두 투수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역시 대단해.’

신우 역시 게릿콜의 투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2019시즌에는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지르기만 했다면 지금은 로케이션을 통해 타자를 요리했다.

20-80기준 80점 만점을 받는 구종인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두 구종을 주로 던졌던 2019시즌에도 경이로운 성적을 올렸다.

특히 326탈삼진은 아직까지도 그의 커리어하이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교시절 던졌던 커브를 다시 가다듬어 2021시즌 사이영상을 타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포심, 슬라이더, 파워커브 세 개의 구종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피칭을 이어가고 있었다.

[감탄하고 있을 때임?]

[타자에게 집중해라.]

레전드플레이어들은 감탄하고 있는 신우에게 일갈을 날렸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인을 교환하고 피처플레이트를 밟은 신우가 와인드업의 뒤를 이어 킥킹에 들어갔다.

‘상대가 대단한만큼...!’

스트라이드와 함께 발을 내딛고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로질렀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3회 첫 타자를 상대로 100마일의 광속구를 꽂아넣는 정신우 선수!! 아직 투수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기는 이제 막 전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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