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29화 (129/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29화 >

* * *

VS 시카고컵스.

이전 경기에서 6이닝만을 던지고 내려왔던 신우는 홈에서 맞이한 시카고컵스를 상대로 압도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7회가 되었지만, 신우의 구위는 강력했다.

[시즌 9번째 등판에서도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지난 경기에서 6이닝만을 소화하는 모습에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만, 오늘 경기를 보니 걱정은 기우였나 봅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6구 삼진입니다! 7회에도 98마일의 빠른공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정신우 선수! 오늘 경기 11탈삼진을 기록합니다!]

[정신우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이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타자 입장에선 분명 보더라인 밖에 꽂히는 공이었습니다. 그런데 홈플레이트 앞에서 공이 휘어서 보더라인에 꽂히니 타자 입장에선 기가막힐 노릇인거죠.]

“우-! 우-! 우-! 우-!!”

압도적인 피칭에 씨티필드의 관중들의 목소리는 높아져만 갔다.

* * *

4월에 이어 5월이 지났다.

전반기 3개월 중 2개월이 지나가면서 구단들의 순위권이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젠장...”

메츠의 단장인 베켓은 순위표를 보고는 머리를 긁었다.

뉴욕메츠는 동부지구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팀을 이끄는 단장이라면 기뻐할 일이었다.

하지만 베켓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되냐?”

베켓이 고개를 돌려 오른팔 에이든을 바라봤다.

에이든은 가장 기본적인 대답을 했다.

“일단 트레이드를 준비해야 될 거 같습니다.”

“그건 알고 있지. 문제는 내줄 선수가 거의 없다는 거야.”

“으음...”

에이든도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23시즌부터 메츠는 본격적인 리빌딩 작업에 착수했다.

리빌딩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자연스런 세대교체.

메츠는 이 작업에서 실패했다.

22시즌 디그롬과 신더가드를 품은 채,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월드시리즈에는 나가지 못했고 두 선수는 팀을 떠났다.

특히 전성기를 구가하던 신더가드를 잡지 못한 게 컸다.

이후 메츠는 전면 리빌딩에 들어갔다.

주축선수를 팔고 마이너에서 유망주를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신우가 올라왔다.

‘문제는 이 부분이지.’

신우의 로스터 합류는 메츠에게 큰 이득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진흙에서 퍼올린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합류로 팀 전체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밥먹듯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망할...”

포스트시즌 진출하면 팬들은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를 원한다.

문제는 팀의 리빌딩전략이다.

전면 리빌딩을 결정하면서 베켓을 영입한 이유는 그가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단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팀의 상황이 자꾸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니 골치가 아팠다.

“그런데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요?”

“응?”

“현재 선수들의 스탯을 확인해보면 사실 가장 좋은 때입니다. 또 한 번 사이영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신우 정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에이든이 태블릿PC로 자료를 보여주었다.

“리올의 활약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레이먼드 역시 마찬가지고요. 타선에서는 알론소와 토마스 역시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고요.”

선수들의 세부스탯은 환상적이었다.

만약 이대로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면 매우 좋은 결과를 내면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팀의 마이너 라인업이지.”

“음...”

“피어슨이 너무 뒤도 보지 않고 달려나갔어.”

피어슨은 22시즌의 단장이었다.

디그롬의 전성기와 신더가드의 마지막 트레이드 기한을 넘기면서 월드시리즈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유망주들을 내주면서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결과는 실패.

자연스레 메츠의 팜은 비었고 결과는 얻지 못하면서 팀은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후임인 베켓에게는 최악의 결과인 셈이다.

“그건 맞습니다만, 단장님께서 결정을 내리셔야 될 사안이라고 보입니다.”

“후우...머리아프군.”

에이든의 직언에 베켓이 관자놀이를 눌렀다.

“일단 6월까지만 지켜보자고. 그 뒤에 결정을 하면 되겠지.”

결국 그는 또 한 번 결정을 미루었다.

팀을 재건하는데 재능이 있는 단장.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거외에는 능력이 부족하단 소리였다.

에이든은 자신의 상사를 보며 평소와 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었다.

* * *

[5월의 메이저리그를 돌아보도록 하죠. 가장 먼저 볼 선수는 당연히 이 선수겠죠?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입니다.]

“어머, 선예야. 저기 신우 나온다.”

“정말이네?”

“우리 친구 아들 나오네!”

식당에서 밥을 먹던 한선예는 친구들의 말에 TV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신우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5월 5번의 등판을 한 정신우 선수는 5전 4승 무패를 기록하면서 시즌 9승을 달성했습니다. 현재 페이스라면 시즌 두자릿수 승수는 가볍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습니다. 정말 빠른 페이스입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도 다승 1위에 오르면서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을 향해 순조롭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1위를 하고 있으면 대단한 거 아니야?”

“하긴, 요즘 남편이 뉴스보면 신우가 매일 나오더라고.”

“우리 아들이 그러는데, 메이저리그에서 신우처럼 이렇게 활약한 선수는 없다면서?”

친구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한선예는 그런 친구들을 보며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이럴 때 괜히 나서면 주책으로 보이겠지.’

사회생활을 오래하면서 알게 됐다.

남들이 칭찬을 해줄 때 괜히 나서면 욕만 먹는다는 걸 말이다.

그렇기에 한선예는 조용히 친구들의 칭찬을 들었다.

‘우리 신우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구나.’

친구들은 야구를 모른다.

친구들만 야구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비슷한 연배의 여자들은 야구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들이 알고 있다는 건 그만큼 신우가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하긴, 요즘 뉴스에 더 많이 나오는 거 같아.’

굳이 신우의 기사를 찾지 않아도 소식이 들려왔다.

스포츠뉴스는 물론이거니와 모닝와이드 같은 곳에서도 신우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저녁뉴스에서 나올 때는 깜짝 놀랐었다.

‘잘 하고 있으니 엄마 마음이 한결 놓인다.’

TV에 나온 신우를 보며 한선예의 미소가 짙어졌다.

[시즌 10승을 노리는 정신우 선수의 다음 등판은 올 시즌 첫 서브웨이 시리즈인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 * *

서브웨이 시리즈.

뉴욕에 존재하는 양키스와 메츠라는 두 구단이 맞붙는 이 라이벌전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생겼다.

[정신우 VS 게릿 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두 투수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미쳤다!!

-와...이건 본방사수각이네.

-메이저리그 대표 K머신들이 붙었네.

ㄴ K머신? 국뽕임?

ㄴㄴ ㅂㅅ아 탈삼진을 K라고 한다.

-미국 탈삼진머신 VS 한국 탈삼진머신이냐?

ㄴ 누가 이길까?

ㄴㄴ 닥후!

ㄴㄴㄴ 올 시즌에는 게릿콜이 미침.

ㄴㄴㄴㄴ ㅇㅈ 내셔널리그보다 아동부 씹어먹고 있는데, 쨉이 안됨.

-솔까 이건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

ㄴ 토쟁이들 레알 토하겠누.

-뭐가 됐건 이날 경기는 지릴 수밖에 없는 경기다.

ㄴ 제군들 기저귀를 준비하라-!

게릿콜.

19시즌이 끝나고 FA가 된 그는 양키스와 9년 3억 24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했다.

20시즌 적응기를 지나 21시즌부터 다시 본인의 진가를 드러낸 그는 사이영상 수상과 함께 양키스의 에이스가 됐다.

올 시즌에는 사이영 시즌보다 더 빠른 승수를 거두면서 두 번째 사이영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두 선수의 대결이라...’

소식을 접한 보라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재밌는 대결이 되겠어.”

2019시즌이 끝난 뒤.

보라스는 게릿콜의 에이전트로서 역대 최고 투수계약을 이끌어낸 장본인이었다.

이후로도 게릿콜과 꾸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즉, 이번 대결은 보라스 사단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뉴욕에 갈 일이 생겼군.”

이런 좋은 세일즈찬스를 그가 놓칠리 없었다.

* * *

인터리그가 생긴 초기만큼은 아니지만 서브웨이 시리즈는 여전히 뉴욕 시민들에게 핫한 이벤트였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신우와 콜의 맞대결이 있었다.

“오늘 경기는 메츠가 이길 수밖에 없지 않나?”

“요즘 시누가 잘 던지긴 하지.”

양키스타디움으로 입장하는 메츠 팬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팀이 이길 것이라 예상했다.

그 이유는 신우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다승 전체 1위, 탈삼진 전체 1위 등.

각종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신우를 상대할 수 있는 투수가 있을 리 없었다.

하물며 그게 콜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양키스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콜이 내셔널리그에 있었다면 1위는 바뀌었을 거야.”

“맞는 말이지. 지명타자제도가 없었다면 콜이 1위를 하고 있었을 거야.”

콜이 이길 것이라 이야기하는 이유는 역시 지명타자제도의 유무였다.

역사적인 세부지표를 본다면 아메리칸리그보다는 내셔널리그에서 투수들의 지표가 더 나빴다.

하지만 팬들에게 그런 부분들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의 팀이 이길 것이다라는 게 중요했다.

양팀의 팬들은 입장전부터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린 채, 경기를 기다렸다.

오늘 경기 선발을 앞두고 기대가 되는 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휘유...콜과 맞대결이라니.’

[쫄림?]

[콜이 잘 던지긴 하지. 쫄려도 ㅇ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겁을 먹거나 긴장되는 건 아니었다.

단지 게릿 콜이란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신우에게는 남달랐기 때문이다.

‘제가 게릿콜을 알기 시작한 게 2019년도였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신우는 야구부에서 열심히 공을 던지고 있었다.

‘나름 강속구로 인정받았기에 주위에서 콜을 보고 공부를 하라고 했었거든요.’

[하긴. 당시라면 콜이 최고의 강속구 투수였지.]

[잘 던지긴 함.]

레전드플레이어들도 콜을 인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160km에 근접하는 공을 던지며 탈삼진을 밥 먹듯이 잡아내는 선수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자주 영상을 봤었는데, 그런 선수와 맞상대를 한다는 게 신기한 기분입니다.’

[선망의 대상과 상대한다는 건가?]

‘그 정도는 아니고요.’

신기한 경험이었다.

예전에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남자와 상대한다는 건 묘한 느낌을 주었다.

[한 가지만 명심해라.]

그때 매튜슨이 말했다.

[네가 상대하는 건 투수가 아니다.]

정답이다.

[네가 상대해야 되는 건 양키스의 타자들이다.]

언제든지 잊어선 안된다.

자신이 상대해야 되는 진정한 상대를 말이다.

‘예.’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글러브를 들었다.

* * *

[안녕하십니까? 전국의 야구팬 여러분! 양키스타디움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오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관중들이 찾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리그의 시작이고 서브웨이 시리즈의 스타트니까요.]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진정한 볼거리는 따로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선발투수들간의 맞대결이죠.]

[에이스 대 에이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 수상자와 내셔널리그 사이영 수상자의 맞대결! 정말 대단한 매치업이 성사됐습니다.

바로 양키스의 에이스 게릿 콜과 메츠의 에이스 정신우 선수의 맞대결이 오늘 펼쳐집니다.]

[아-! 정말 꿈에만 그리던 드림매치입니다. 양대리그를 대표하는 탈삼진 머신들이 오늘 어떤 경기를 펼칠지 기대가 됩니다.]

중계진들 역시 흥분한 티가 목소리에서 났다.

그만큼 오늘 경기는 일반 야구팬은 물론이거니와 관계자들 역시 흥분되게 만드는 매치업이었다.

그 증거로 기자들 역시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게릿콜이 좀 유리하지 않겠어? 경험이 더 많고 메츠의 타선이 약한편이잖아.”

“그렇긴 하지. 나도 콜에게 한표를 주겠어.”

“하지만 세부적인 스탯을 보면 올 시즌 콜보다는 시누가 조금 더 높잖아?”

“볼넷도 시누쪽이 더 적고 탈삼진 역시 근소하게 시누가 높아. WHIP나 피홈런 역시 시누쪽이 더 낮고 말이야.”

“그렇긴 하지만 결국 팀이 이겨야 투수도 이기는 거잖아?”

“그런점에서 봤을 때 양키스의 타선이나 불펜이 더 막강하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장태호는 그 토론에 굳이 끼어들지 않았다.

한국인인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답은 너무 뻔했으니까 말이다.

그때 한 기자가 말했다.

“어쨌건 두 선수의 대결은 짧은시간에 끝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한다.”

누군가의 말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중계화면으로 향했다.

마운드 위에는 게릿콜이 먼저 올라와 있었다.

[게릿콜을 상대로 배터박스에는 모슬리 선수가 들어섭니다.]

[초구가 중요합니다. 그동안 게릿콜은 1회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그날의 피칭이 결정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즉, 초반을 공략해서 점수를 내야 된다는 소리군요.]

[맞습니다. 두 투수를 상대로 큰 점수를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1점차 승부가 될 겁니다.]

1점차 승부.

적절한 해설이었고 예상이었다.

그때 모든 이들의 준비가 끝남을 확인한 구심이 손을 들었다.

“플레이볼!!”

[구심이 경기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게릿콜 선수, 피처플레이트를 밟고 투구에 들어갑니다. 과연 초구에 어떤 공을 던질지...!]

게릿콜이 와인드업과 함께 초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로질러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뻐억!!

“스트라이크!!”

구심이 일말의 망설임 없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거의 동시에 중계화면에 초구의 스피드가 찍혔다.

[초구...99마일의 빠른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게릿콜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우는 알 수 있었다.

[컨디션이 최고네.]

[ㅗㅜㅑ. 공이 마치 뱀처럼 꽂혀버리누.]

레전드플레이어들조차 감탄하게 만드는 초구.

그 공을 본 신우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여전히 강하네요.’

강한 상대와 싸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