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28화 (128/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28화 >

[바로 쓸 거임?]

스판이 물었다.

“흠...”

고민되는 일이었다.

이게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은 컸다.

과거를 경험한다.

이 설명을 보면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시청자 중 한 명의 구종을 배운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소설 너무 많이 본 거 아님?]

‘아니에요?’

[세상에 그리 편한 게 어딨누.]

매튜슨의 일침에 신우는 뜨금했다.

그쪽으로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구종이란 건 원래 수천, 수만번을 던지면서 자신의 손에 물집이 잡히고 그래야...]

[얘 바로 커터 던졌는데?]

[아...]

[변형 커터도 바로 던졌잖아.]

[그...그렇네...]

[이쉑한테는 그런 말 적용안됨.]

[으음...]

[꼰대쉑 ㅋㅋㅋㅋ]

[누가 꼰대라는 거야?!!]

채팅창이 투기장으로 변하자 신우는 눈을 떼고 다시 문구를 확인했다.

‘과거로부터 배운다.’

거기에 의문이 들었다.

‘뭘 배우는 건데?’

알 수 없었다.

결국 신우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그냥 나중에 할래요.”

모르는 걸 굳이 할 이유가 없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좋은 선택임.]

[벽이 나타나면 멈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투기장이 멈추고 신우의 결정에 동조하는 채팅들이 올라왔다.

그러한 반응에 자신이 옳았다는 걸 깨달은 신우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먼저 시즌 7승에 도달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105구를 던지며 이닝이터로서의 모습을 과시한 정신우 선수는 7이닝 1실점 1볼넷 1피안타 12탈삼진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1실점 역시 팀 동료인 스티브 제임스의 실책성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점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선발전환 첫 시즌부터 엄청난 활약을 이어가는 정신우 선수가 이번 시즌 어떤 성적을 남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신우의 기사가 네이버를 포함해 각종 포털사이트에 도배가 됐다.

-7전 7승 실화냐?

ㄴ 승률 100퍼센트!!

ㄴㄴ 미쳤따리.

ㄴㄴㄴ 이러다가 전반기에만 15승 이상 찍는 거 아님?

ㄴㄴㄴㄴ 30승 가즈아-!!

-이닝이터 지렸다.

ㄴ 시누 경기 보다 보면 팬티를 몇 번 갈아입어야 되는지 모르겠음.

ㄴㄴ 아직도 기저귀를 안 찬 흑우가 있다고?

-오늘 스티브 제임스 에러 보다가 한숨 나오더라.

ㄴ 일단 에러는 아님.

ㄴㄴ 누가 보더라도 안타였음. 그걸 다이빙해서 잡으려 하는 게 에러지.

ㄴㄴㄴ 잡았으면 특급도우미라고 난리 쳤을거면서 ㅋ

ㄴㄴㄴㄴ 특급도우미는 ㄴㅁ!

ㄴㄴㄴㄴㄴ 꼭 부상당한 선수를 여기서 욕해야 됨?

-스티브 제임스 부상으로 전력이탈 확정!

ㄴ ㄹㅇ?

ㄴㄴ 오피셜임?

ㄴㄴㄴ ㅇㅇ 오피셜.(링크)

스티브 제임스가 부상자명단에 등재됐다.

아직 부상의 정도가 알려지진 않았지만 로스터가 빈약한 메츠 입장에서는 꽤 골치 아파진 것이다.

* * *

동료의 부상은 팀의 상승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딱!!

[토마스 선수 배트 던졌습니다-!! 타구는 담장을...넘어갑니다!! 쓰리런을 터트리는 토마스 선수! 최근 물오른 타격감을 선보입니다!!]

토마스의 타격이 제대로 불을 뿜었다.

팀의 4번을 맡고 있는 그의 타격이 살아나자 상대는 난감해졌다.

퍽-!

“볼!! 쓰리!”

[다시 유인구!! 하지만 알론소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7회 1사 2루의 찬스에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가는 알론소!]

[뒤에 타격감이 좋은 토마스가 있기에 여기서는 승부를 들어갈 겁니다.]

해설위원의 말은 곧 현실이 되었다.

따악-!!

몸쪽으로 붙는 패스트볼을 낚아챈 배트가 그대로 공을 담장밖으로 날려버렸다.

[넘어갔습니다!! 5회 터진 토마스의 쓰리런!! 그리고 7회에 터진 알론소의 투런홈런!! 오늘 메츠의 중심타선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토마스의 타격감이 좋아지자 알론소를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뒤에 토마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알론소 역시 자신과 승부를 할 것이라 예상하고 노림수를 제대로 발휘했습니다.]

완벽한 스윙으로 만들어낸 홈런.

카메라는 베이스를 돌고 들어온 알론소가 토마스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포커싱했다.

* * *

메츠 선수단은 클럽하우스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승리를 만끽했다.

“예-! 우-!!”

“으하하! 루이스 허리 제대로 돌리는데?”

“더 흔들어보라고!”

클럽하우스의 분위기가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해법은 간단하다.

[이기면 된다.]

[저거밖에 답이 없지.]

[아무리 개판 5분전인 팀이라도 일단 경기에서 이기면 그날만큼은 분위기가 좋아지는 법이야.]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대답에 신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팀의 승리를 통해 얻는 건 단순히 승수가 아니다.

선수들간의 케미스트리 역시 이런 곳에서 나오게 되는 법이었다.

“헤이-! 시누!!”

자리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신우에게 토마스가 다가왔다.

“몸이라도 안 좋은 거야?”

“그럴 리가.”

“그런데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승리를 즐겨야지!”

토마스의 손에 이끌려 신우도 곧 동료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데블스에 있을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그곳에서는 오직 생존만이 목표가 됐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야구를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그런 마음이 신우에게 여유를 주었다.

[잘 추네.]

[올~바운스 좀 튕기는데?]

[크-! 이제보니 춤도 재능충이었누?]

무엇보다 곁에 항상 조언을 해주는 존재들이 있다는 게 안정감을 주었다.

덕분에 신우는 미래에 대한 부담감이 아닌 현재를 즐길 수 있었다.

* * *

메츠에 나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스티브의 부상이 심각한가 보더라고.”

“그래?”

“떨어질 때, 오른쪽 어깨쪽이 다치면서 수술을 해야 된다던데.”

“그럼 올해 복귀가 힘들 수도 있겠는데?”

“아마 그렇겠지.”

부상을 입고 IL에 올랐던 스티브 제임스의 수술소식.

전력에서 이탈한 그의 소식에 동료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경기에서 입은 부상 때문에...’

뒤숭숭한 기분이었다.

다른 경기도 아닌 자신이 선발로 뛴 경기에서 나온 부상이다.

더욱 신경이 갈 수밖에 없었다.

[네 탓이 아니다.]

그런 신우에게 매튜슨이 말했다.

[선수들의 부상은 누구의 탓도 아니다. 각자의 몫인 셈이지.]

[맞말추.]

[스티브라는 놈도 네 탓을 하거나 하지 않을 거임. 그냥 내 탓이다하면서 재활 준비하고 있을 게 백퍼임.]

[무조건이지.]

레전드플레이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말을 보탰다.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혹여나 자신이 깊게 생각하다 슬럼프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기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즌 8번째 등판.

신우는 다저스와의 1차전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5회까지 피안타 한 개만을 허용한 정신우 선수, 6회말에 위기를 맞이합니다.]

[투수가 위기를 맞이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신우 선수가 맞이하니 뭔가 새롭게 다가오네요.]

[1사 2, 3루의 위기는 선발전환 이후 처음이니 새로울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베이스에 주자가 있는 게 신기한 투수는 난생 처음입니다.]

6회말.

오늘 경기 처음으로 위기를 맞이한 신우였다.

‘체인지업이 갑자기 빠지네요.’

[팔이 나오는 각도가 조금 내려갔어.]

[벌써 체력이 빠졌누.]

스판의 말에 신우가 가볍게 팔을 돌렸다.

‘아직 70구밖에 던지지 않았는데...’

[오늘 경기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그동안 피로가 꽤 쌓여있던 게 문제가 되는 거야.]

[선발전환 이후 한 경기를 제외하고 매 경기 100구 이상을 던진 게 말이 되누?]

[감독부터 갈아야 됨.]

[ㄴㄴ 이건 이놈이 문제임. 좀 지친 티를 내고 해야 감독도 바꿀 타이밍을 잡을 텐데. 그런 모습이 없으니 타이밍을 잡기 애매하지.]

‘어...그런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매튜슨을 비롯해 지도자 생활을 했었던 레전드플레이어들이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지도자는커녕 누군가를 가르쳐본 적이 없는 신우이기에 그런 제스처가 필요한지 꿈에도 몰랐다.

‘저는 그냥 열심히 던지면 될 줄 알았는데...’

[지도자들도 결국 사람이다. 네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지도자들은 신이나 초능력자가 아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선수들은 그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한국에서 지도자는 스승이란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란 존재는 다르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결국 그 선수는 도태되고 말 것이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해. 그래야 감독이나 코치들도 다음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신우는 로진을 묻히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시 마운드에 섰다.

우는 소리는 여기까지다.

‘일단 이 상황을 넘겨야겠네요.’

[그렇지.]

‘두 주자 모두 발이 빠르다.’

에이든이 건네주었던 정보에 의하면 주자들의 발은 매우 빨랐다.

무엇보다 주루플레이가 능숙하다.

‘타석에는...’

신우의 시선이 배터박스로 향했다.

8번 타순이었지만 대타가 들어서고 있었다.

‘한 방을 가지고 있다.’

덩치만 보더라도 파워를 가진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대타로 나온다는 건 약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후웅-!

배터박스에 들어서기 전.

멈춘 타자가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신우는 그런 타자의 스윙을 보며 타이콥이 했던 조언을 떠올렸다.

‘상대가 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약점이 보인다.’

[정답이다.]

그때 타이콥의 채팅이 올라갔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나누.]

[또 눈팅족이었음?]

다른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질문을 가볍게 씹어준 타이콥이말을 이어나갔다.

[배터박스에 들어서기 전, 타자는 무의식적으로 스윙을 한다. 그 스윙에는 많은 정보들이 들어 있지.]

‘많은 정보요?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무의식적으로 휘두르는 거기 때문에 가장 편한 자세로...그걸 내가 왜 말해줘?! 네가 알아서 해야지!!]

[ㅋㅋㅋㅋ 이미 다 말해놓고는.]

[제대로 낚였누.]

[강태공 정신우 선생. 타이콥을 낚다.]

타이콥이 당하는 거에 제대로 터진 레전드플레이어들이었다.

딱히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어쨌건 정보는 얻었다.

‘가장 편한 자세에서 나오는 스윙이라면...’

신우의 시선이 타자에게 고정됐다.

후웅-!!

다시 배트를 돌리는 모습에 신우의 눈이 빛났다.

‘퍼올리는 식이다.’

[과연~]

[그게 정답일까?!]

[정신우! 그의 선택은?!]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도발.

신우는 애써 무시하며 마이크와 사인을 교환했다.

‘주자들이 있지만 크게 신경쓰지마.’

마이크는 일단 신우에게 현 상황을 말해주었다.

신경쓰지마라는 사인이었지만 주위를 환기시켜주며 주자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효과도 있었다.

‘초구는 하이 패스트볼.’

생각이 일치하는 사인이 나왔다.

퍼올리는 스윙을 하는 타자의 경우 밑에서 공을 올려치다보니 자연스레 높은 코스에 약점을 가지게 된다.

[쳇!]

[토마스쉑 리드는 잘 하누.]

[제대로 고생 함 해봐야 되는데. 파트너가 제대로 돼서 안 되누.]

레전드플레이어들의 토마스 칭찬을 뒤로 하고.

신우가 주자들을 눈으로 견제하며 공을 뿌릴 준비를 했다.

“후우...”

호흡을 크게 가져간 신우는 전신에 산소를 보내며 힘을 끌어올렸다.

뒤이어 호흡을 멈춘 그가 슬라이드 스텝과 동시에 스트라이드를 내디디며 공을 뿌렸다.

“흐앗!!”

쐐애애애액-!

후웅!!

타자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신우와 토마스의 예상대로 퍼올리는 스윙은 공을 건들지 못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 헛돕니다!!]

[타자의 스윙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한 초구가 꽂혔습니다.]

[스윙 스타일이요?]

[퍼올리는 듯한 스윙을 가진 타자는 아무래도 높게 들어오는 공에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몸쪽 공은 큰거 한 방이 나올 수 있는 코스 아닙니까?]

[맞습니다. 웬만큼 패스트볼에 자신을 가지는 게 아니면 던지기 어려운 공이죠. 하지만 정신우 선수는 메이저리그 톱클래스 급의 패스트볼을 보유한 선수 아니겠습니까?]

[두려울 게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패스트볼만 주구장창 던지면 위험할 수 있겠죠.]

그때 신우가 세트포지션에서 공을 뿌렸다.

“흐앗!!”

쐐애애액-!!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직전의 공이 떠올랐기에 타자는 조금 높은 타점을 노리고 배트를 돌렸다.

그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바뀌었다.

하이 패스트볼이 아닌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휘어 나가면서 미세하게 떨어지는 궤적이었다.

투심의 궤적을 그리는 공에 타자가 놀라 스윙의 궤적을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딱!!

공이 먼저 배트에 맞았다.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 공은...!]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2루수 길로메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갔다.

“아웃!!”

[정면으로 날아오는 타구를 잡아낸 길로메! 바로 2루에 던집니다!]

퍽!

“아우웃!!”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초구에 하이 패스트볼을 보여주고 2구에는 테일링 무브먼트의 패스트볼을 보여주면서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습니다!

이건 배터리의 호흡이 이루어낸 승리라 할 수 있어요!]

마운드를 내려온 신우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런 신우에게 토마스가 다가왔다.

“나이스 피칭!”

“고맙다.”

툭!

토마스가 내민 미트에 글러브를 부딪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송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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