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20화 (120/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20화 >

* * *

신우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때.

많은 전문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신우는 실점을 해야 된다.」

그 이유도 대동소이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점을 하지 않으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그들의 논리는 간단했다.

실점을 오랜 시간 하지 않으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우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아-!!”

구심의 콜에 이어 팬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다시 한 번 탈삼진!! 4월 마지막 등판 경기에서도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내려오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도 정말 훌륭한 피칭을 보여주었습니다.]

[말씀해주신 대로입니다. 7이닝동안 3피안타 1볼넷 10탈삼진을 기록하며 4월 5번의 등판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플러스 이상을 달성하게 됐습니다.]

신우의 4월 성적은 경이로웠다.

[첫 선발등판에서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정신우 선수는 두 번째 경기에서 8이닝 1실점 2피안타 14탈삼진, 세 번째 경기에서는 7이닝 0실점 1피안타 11탈삼진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경기에서는 또 한 번 8이닝을 던지며 0실점 4피안타 1볼넷 13탈삼진을 기록했었죠.]

[이렇게 들으니 정말 경이로움 그 자체로군요.]

[그렇습니다. 4월 등판성적이 무려 39이닝 9피안타 1볼넷 62탈삼진을 기록했고 5승을 거두면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습니다.

탈삼진부문에서도 전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탈삼진에 있어 재밌는 기록이 있는데요. 2000년대 이후 4월을 한정하면 정신우 선수의 62탈삼진은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전체 2위요? 그럼 1위는 누가 있죠?]

[2000년에 레전드 랜디 존슨이 기록한 64탈삼진이 1위에 올라있습니다. 그 뒤로는 01시즌 02시즌에 랜디 존슨 선수와 18시즌의 게릿 콜 선수가 61개를 기록하며 공동 2위에 랭크되어 있었습니다.]

[와...랜디 존슨 선수는 그럼 3년 연속 60개 이상의 탈삼진을 4월에만 거두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21세기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선수.

랜디 존슨.

2M의 장신으로 뿌리는 강속구와 슬라이더는 타자들이 배트가 헛돌게 만들었다.

그런 랜디 존슨을 소환한 신우의 활약에 세계는 경악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로 4월의 등판을 마무리한 정신우 선수는 00시즌 랜디 존슨이 세운 64탈삼진의 뒤를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썼던 신우의 연속이닝무실점기록.

그 기록이 깨짐으로 인해 신우의 멘탈에 금이 갈 거라 생각했던 수많은 전문가.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덕분에 인터넷중계의 실시간댓글은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신까들 조용하니 개꿀이네.

ㄴ 원래 중계방 개 더러웠는데, 오늘은 조용-!

ㄴㄴ 솔직히 이 정도 성적내는 선수를 깐다는 게 웃긴 거지.

ㄴㄴㄴ 이게 정답.

-신우 멘탈은 정말 대단하다.

ㄴ ㅇㅈ 첫 홈런 맞고 멘탈 갈릴만도 했는데. 이걸 견디네.

ㄴㄴ 신까들 그날 축제의 장이었지 ㅋㅋㅋ

ㄴㄴㄴ 10초 천하였지 ㅋ

-신우 이대로 꽃길만 가즈아-!

-올 시즌 신우 성적 20승 예상해본다.

ㄴ 25승 쌉가능.

ㄴㄴ 다른 건 모르겠고 2년 연속 사이영상 가능?

ㄴㄴㄴ ㅇㅇ 가능.

댓글만 보더라도 신우의 성적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 * *

보라스는 뉴욕을 찾았다.

“최근 자주 오는군.”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핫한 선수가 있으니까요.”

“하하! 그건 그래.”

함께 뉴욕에 온 데니의 말에 동의하며 보라스는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은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었다.

그만큼 지금 신우의 활약이 고무적이란 소리였다.

‘압도적이긴 하지.’

양대리그를 통틀어 4월 한 달간 신우보다 좋은 성적을 올린 투수는 없었다.

탈삼진, ERA, WHIP, WAR, 다승까지.

모든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물오른 기량을 뽐냈다.

‘이런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면 어떻게 될까?’

정신우는 130일 이상만 로스터에 등록되면 서비스타임 2년을 채우게 된다.

거기에 140일에서 150일가량을 등록하면 슈퍼2조항까지 충족된다.

즉, 상황에 따라 올 시즌이 끝나고 연봉조정신청이 가능해진다.

‘현재까지 연봉조정신청자격 1년차가 받은 연봉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은 2000퍼센트다.’

20배의 상승폭을 보여준 선수.

19시즌이 끝나고 연봉조정신청을 얻었던 코디 벨린저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19시즌까지 최저연봉에 가까운 60만 5000달러를 받았다.

같은 해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한 벨린저는 연봉조정신청을 통해 1150만달러 계약을 맺으며 20배 상승이란 기염을 토해냈다.

이는 지금까지도 1년차 선수가 얻은 최고상승률이었다.

‘만약 신우가 현재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면...기록은 깨질 거다.’

데니의 생각은 결코 혼잣만의 망상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에이전트들만이 아니라 단장들 역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초대를 한 거겠지.’

문이 열리고 곧 깔끔한 사무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장중에는 외형을 우선시하는 베켓의 취향이 잘 살아난 사무실이었다.

“왔나.”

“오랜만이군.”

오늘의 만남을 요청한 이는 바로 베켓 단장이었다.

악수를 나누고 앉은 보라스와 베켓.

두 사람 사이에서는 냉랭한 기류만이 흐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신우 때문이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그러지.”

“금액을 제시해주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네.”

보라스는 침묵을 지켰다.

그것이 답답한 듯 베켓이 다시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얼마를 원하는 건가?”

4월의 퍼펙트게임.

그 이후 베켓은 꾸준히 신우와 연장계약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신우의 에이전트가 악마 보라스라는 것이다.

구단측에서 조건을 제시해도 보라스는 별 다른 액션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신우는 환상적인 4월을 보냈다.

‘말하길 좋아하는 언론들은 구단을 때리기 시작했지.’

메이저리그의 트렌드가 되기 시작한 연장계약.

언론은 어째서 메츠가 신우와 연장계약을 추진하지 않는지 연일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말이다.

“1억달러.”

그때 보라스가 입을 열었다.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조건이 나왔다.

1억달러.

매우 큰 돈이다.

하지만 메츠는 충분히 지불할 능력이 있는 구단이었다.

그리고 신우는 그 돈을 받기에 충분한 가치를 가진 선수이고 말이다.

“6년에 1억달러라...”

베켓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조건을 듣고나니 이제는 마음의 안정을 찾은 듯 했다.

아예 길이 보이지 않던 협상에서 이제는 가이드라인이 보였기에 나올 수 있는 여유였다.

그때 보라스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뭔가 착각하는 거 같군.”

“그게 무슨 소리지?”

“6년이 아니라 4년이야. 또한 옵션이 아닌 전액 보장금액으로 줘야 된다네.”

“뭐...뭐라고?! 시누는 이제 서비스타임 2년차의 선수야! 그런 선수에게 연평균 2200만달러의 계약을 해달라는 건가?!”

“서비스타임 2년차. 그 말은 연봉조정신청을 총 4번 할 수 있다는 의미지.”

정상적인 경우 FA자격을 얻기 전까지 연봉조정신청은 3번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슈퍼2조항의 혜택을 받는 선수는 총 4번까지 가능하게 된다.

그 말에 베켓의 얼굴이 굳어졌다.

신우는 데뷔 이래 역사적인 시즌을 매년 보내고 있었다.

‘만약 이러한 활약이 이어진다면...’

확률은 적었다.

그 어떤 선수도 부상없이 이러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제로는 아니다.’

만에 하나.

신우가 이런 시즌을 이어가고 4번의 연봉조정을 받는다면 말도 안 되는 상승폭을 가지게 될 것이다.

“과연 내 클라이언트가 4번이나 연봉조정신청을 하면 그 상승폭을 메츠에서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보라스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내셔널리그 4월 이달의 투수로 선정되었습니다.

4월, 정신우 선수는 5번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으며 39이닝 9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62개의 탈삼진을 잡는동안 볼넷은 단 2개만을 내주며 그의 공격적인 성향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5월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등판할 예정입니다.」

4월의 환상적인 시즌.

그 결과는 이달의 투수 수상으로 돌아왔다.

선발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을 받은 신우는 비행기를 타고 LA로 향하고 있었다.

‘영 껄끄럽단 말이지.’

이달의 투수까지 수상한 신우.

그의 활약과 타자들의 고른 활약 덕분에 메츠는 현재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었다.

2위인 필라델피아와 게임차는 무려 6게임이 나고 있었다.

지금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면 디비전시리즈 직행도 가능한 수치였다.

외부에서 보면 완벽한 팀이었다.

하지만 내부로 보면 약간의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신우가 있었다.

[뭐가 껄끄럽다는 거임?]

‘리올이요. 선발로 전향한 이후로 저를 피하는 느낌이잖아요.’

[당연한 거 아님?]

[저 리올이란 애도 빛을 보기 시작한 게 최근인데. 느닷없이 네가 나타나서 1선발 자리를 위협하니 껄끄러운 거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불펜투수로서 활약을 할 당시, 레이먼드와 사이가 나빴던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메츠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든지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즉, 자신들의 자리에 불안감을 느끼는 선수가 많다는 소리다.

그로 인해 경쟁자에 대한 경계가 심했다.

‘후우...그래도 레이먼드와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저를 챙겨주던 사람인데.’

[뭔 소리냐?]

[답답한쉑 보소. 너 지금 야구하러 왔냐? 친구 사귀러 왔냐?]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일침에 신우는 뜨금했다.

[나 같으면 당장 다음 등판인 쿠어스필드에 대한 것부터 고민하겠다. 뭐 쓰잘떼기 없는 걸로 고민하냐?]

스판의 말은 정론이었다.

쿠어스 필드.

일명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는 해발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패스트볼의 위력이 감소한다.

또한 회전이 강하게 걸리는 공들의 위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신우의 주구종인 패스트볼이 먹통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언론에서 지금 말하는 거에 대해 틀린 부분은 없다.]

[지금 네가 던지는 주 구종들은 대부분 쿠어스 필드에서 위력이 반감된다.]

[거기에 대처할 방법을 생각해야 되는 순간에 소꿉놀이 생각하누.]

그들의 말에 정신이 번적 들었다.

최근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자신도 모르게 주위에 눈이 가기 시작한 듯 했다.

[지금 성적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언제나 긴장을 하는 게 좋다.]

그들의 말에 정신을 차린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리올을 지웠다.

당장 필요한 건 쿠어스 필드에 대한 정보다.

거기에 자신이 어떻게 그곳에서 던질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했다.

‘쿠어스 필드에서 가장 잘 통하는 구종은...’

신우는 에이든이 공유해준 파일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콜로라도 로키스의 타자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쿠어스필드에 대한 상세한 정보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역시 에이든은 대단해.’

[ㅇㅈ.]

[저 녀석의 정보수집능력과 분석력은 확실히 뛰어남.]

레전드플레이어들 역시 동감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선배님들.’

[응?]

[왜?]

‘이번에는 조언해주실 거 없으십니까? 선배님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듣고 싶은데요.’

투수들의 무덤에서 뛰었던 그들의 경험을 듣는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렇기에 그들의 훈수가 어느 때보다 간절한 신우였다.

하지만.

[너 몰랐냐?]

‘예?’

[쿠어스필드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건 1995년부터야.]

‘예??’

[당연히 우리는 써본 적이 없지.]

‘예?!!!’

믿었던 레전드플레이어들의 훈수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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