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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13화 (113/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13화 >

* * *

신우의 모습은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데뷔 때부터 함께 했던 토마스는 다르게 생각했다.

‘평소와 다르다.’

어디가 다르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럴 때의 시누는 다르다.’

더그아웃을 떠나기 전.

토마스는 마이크와 잠깐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환점을 돌았어. 조심해야 돼.]

경험이 많은 토마스이기에 말뜻을 바로 이해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더그아웃을 떠났던 그였다.

‘마이크, 미안합니다.’

토마스가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계단에 한쪽 다리를 올리고 자신을 보고 있던 마이크와 눈이 마주쳤다.

이내 고개를 돌린 토마스가 신우를 향해 사인을 냈다.

‘조심하라고 했지만...’

벤치의 당부가 있었지만, 토마스는 자신의 감을 더 믿었다.

그리고 신우의 능력을 신뢰했다.

‘몸쪽, 패스트볼.’

토마스의 선택은 정면승부였다.

* * *

[역시 저 녀석은 눈치가 빠르다니까.]

[ㅇㅈ]

[저 쉑 타격만 포텐터지면 명전간다.]

[문제는 나이가 넘 많음.]

[어쨌건 올 시즌에 시누 도움 많이 받을 듯.]

레전드플레이어들은 토마스를 칭찬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나 신호를 주고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토마스는 신우의 변화를 눈치챘다.

[그나저나 이쉑, 또 영역 들어갔네.]

[그러게. 첫 경기라 못 들어갈 거라 생각했는데.]

[레알 너네 무슨 훈련을 시킨 거냐?]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진영은 둘로 나뉘어져 있었다.

신우의 비시즌을 함께한 훈련진영과 그러지 못한 비훈련진영이다.

비훈련진영의 레전드플레이어들은 신우의 훈련을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지금 신우의 변화가 낯설었다.

반면 훈련을 같이한 레전드플레이어들은 그런 이들을 비웃으며 이 순간을 즐겼다.

[지켜보면 알게 됨.]

[거 더럽게 치사하네.]

[꼬우면 너희들도 비시즌에 좀 오지 그랬냐?]

유치한 싸움이 시작된 채팅창.

하지만 신우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의 정신은 이미 자신만의 영역에 빠져있었다.

‘포심...!’

신우는 토마스가 원하는 코스를 향해 초구를 뿌렸다.

포심 패스트볼.

하지만 우타자의 몸쪽을 파고드는 싱커성의 패스트볼이었다.

쐐애애애액-!!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낮게 하지만 존의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실투다!’

타자는 그것을 보고 낮게 스윙을 가져갔다.

장타는 무리지만 단타로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한 코스였다.

하지만 배트와 공의 궤적이 일치하려는 순간.

공이 뱀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뻑!!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정신우 선수!]

[이번에도 뱀과 같은 움직임에 타자가 완벽하게 속았어요.]

공을 포구한 토마스는 알 수 있었다.

작년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퍼포먼스.

그것을 지금 다시 펼쳐보이고 있었다.

‘고민할 필요가 없지.’

사인을 보내는데 토마스의 망설임이 사라졌다.

‘패스트볼, 높은 곳으로.’

사인을 내면.

“흡-!!”

쐐애애애액-!!

신우가 공을 뿌렸다.

그리고 그 공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토마스의 미트를 향해 쇄도했다.

딱-!!

[2구 타격!! 하지만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중견수 거의 제 자리에서 위치를 잡습니다!!]

퍽!

“아웃!!”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99마일! 오늘 경기 최고구속을 갱신하면서 5회 첫 아웃카운트를 훌륭하게 잡아냅니다!]

[구속도 좋았지만, 오늘 경기 처음으로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타자를 완벽하게 속였어요. 토마스의 리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신우 선수와 토마스 배터리의 호흡은 예전부터 찰떡궁합이었죠?]

[그렇습니다. 22시즌부터 메츠의 안방마님이 된 토마스 선수, 초기에는 공격력에 포커싱이 맞춰졌고 투수리드는 조금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23시즌부터 투수리드와 프레이밍이 크게 좋아지면서 안정적으로 안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정말 든든할 거 같습니다!!]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신우는 로진을 손에 묻혔다.

‘반환점을 돌 때 조심해야 된다.’

영역에 들어가 있음에도 신우는 잊지 않고 있었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조언을 말이다.

‘타자일순이 된 순간이 경기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이다.’

마무리시절.

레전드플레이어들에게 들었던 조언은 그를 강하게 해주었다.

‘조심해야 되는 순간이라면...’

신우가 다시 마운드에 섰다.

사인을 교환한 그는 홈플레이트를 밟고 와인드업을 했다.

‘전력으로 위험을 돌파한다.’

그리고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도 초구 스트라이크! 그리고 구속은...!!]

구심의 콜이 끝난 직후, 중계화면의 스코어보드에 구속이 표시됐다.

[102MPH]

[102마일!! 오늘 경기 첫 100마일을 넘어서는 광속구를 보여줍니다!!]

[아-! 정말 대단합니다. 정신우 선수, 클로저시절 최고구속에서 1마일 부족한 102마일이라는 광속구를 던지면서 그동안 쏟아지던 구속저하에 대한 우려를 지워버렸어요!!]

[그렇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정신우 선수에게 바라던 모습입니다!! 광속구 투수의 귀환입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들은 흥분하고 있었다.

한국인이 던질 수 없는 구속이라 생각했던 100마일 이상의 광속구.

그 구속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보여준 정신우.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한국의 네티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크으으으으으!! 오졌다!

-50구 이상 던지고 102마일 실화냐?

-구속 떨어져서 경쟁력 사라졌다고 하신 분들?

ㄴ 다들 이불 뒤집어쓰고 이불킥 하는중.

ㄴㄴ 레알 얼굴 못 듣고 다닐 각 ㅋㅋㅋ

ㄴㄴㄴ 기뻐하는 거 이름. 선발이 갑자기 구속 끌어올리는 건 무리하고 있다는 거임.

-야알못 신빠쉑들. 국뽕 오지게 들이키고 정신줄 났네.

ㄴ 이게 레알이지. 원래 103마일 던지던 놈이니까, 맘 먹고 꽂으면 100마일은 넘길 수 있겠지. 문제는 그걸 연속해서 던질 수 있냐는 거임.

-신까쉑들. 손에 모터 달고 오지게 정신승리하네.

ㄴ 입에 거품 물었음.

ㄴㄴ 님 팩폭 자제요 ㅋㅋㅋㅋ

넷상에서 벌어지는 한판승부.

그 사이 신우는 마운드 위에서 타자들과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100마일의 패스트볼이 뱀처럼 타자의 몸쪽으로 휘어 들어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스탠딩 삼진을 당합니다!!]

[세 개의 공이 모두 100마일 이상으로 들어갔어요. 정신우 선수, 정말 대단한 피칭을 보여줍니다!]

연달아 꽂히는 100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에 타자는 허무하게 삼진을 당했다.

“젠장!!”

“눈은 가출했냐?! 어디에 배트를 휘두르는 거야?!!”

“제대로 하지 못하냐?!”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타자에게 필리건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다시 한 번 삼구삼진! 써클체인지업에 타자의 배트가 헛돕니다!!]

연속 두 타자 삼구삼진.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신우를 카메라가 따라가며 클로즈업했다.

[반환점을 돈 정신우 선수!! 이제 퀄리티스타트까지 단 1이닝이 남았습니다!]

캐스터는 일부러 그것게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알고 있었다.

-와...5이닝 무실점 실화냐?

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님.

-캐스터 일부러 말 피하는 거 보소 ㅋㅋ

-5이닝 무실점 0피안타 0볼넷 8K.

ㄴ 사람이냐?

ㄴㄴ 미쳤네.

ㄴㄴㄴ 5이닝 퍼펙트 실화냐?

퍼펙트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말이다.

* * *

퍼펙트게임.

투수가 한 경기에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24번밖에 나오지 않은 불멸의 기록.

가장 최근 기록은 2023년 게릿 콜이 달성했으며 이후에는 누구도 기록하지 못했다.

퍼펙트게임은 완전무결한 기록이라 할 수 있었다.

하위호환이라 할 수 있는 노히트노런은 1루 베이스에 주자가 나가도 된다.

사사구 혹은 수비의 에러로 판정이 나면 기록은 유지가 된다.

즉, 안타만 맞지 않으면 노히트노런의 달성이 가능했다.

하지만 퍼펙트게임은 달랐다.

어떠한 경우에도 1루 베이스에 타자가 나가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노히트노런보다 더욱 어려운 기록이었다.

그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신우의 소식은 곧 한국에 빠르게 퍼졌다.

[정신우 5이닝 퍼펙트게임 진행중.]

[정신우 퍼펙트게임!!]

[첫 선발 퍼펙트게임이다!!]

SNS에도 빠르게 그의 소식이 퍼져나갔다.

일반인부터 시작해 연예인이나 수십만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들까지 관련 소식을 올리면서 엄청난 속도로 소식이 퍼져나갔다.

그러는 사이 신우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보더라인에 걸치는 체인지업!! 타자 스탠딩 삼진!!]

“꺼져라아아아!!”

“야 이 개새끼야!! 내가 너희들 헛스윙하는 거 보려고 티켓 산 줄 알아!?”

3타자 연속 삼진.

뻐어억-!!

“스트라이크!! 아웃!”

[이번에는 100마일의 빠른 공이 타자 몸쪽에 꽂힙니다!! 배트 나오다가 멈췄지만 구심의 손은 올라갔습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스트라이크입니까?!”

“불만이 있으면 정식으로 항의해. 볼판정 들어가?”

마이너리그에 정착됐던 로봇심판은 올해부터 메이저리그에도 도입됐다.

정확히는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시스템.

이 시스템이 모든 볼에 판정을 내리는 건 아니었다.

타자가 정식으로 항의를 하면 심판이 로봇심판의 판정을 보고 정정할 때만 이용했다.

비디오판독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셈이었다.

구심의 말에 타자는 곧장 판독을 요구했다.

[스트라이크 콜이 내려졌지만, 타자가 볼 판독을 요구했습니다. 앞서 양키스와 보스턴의 개막전에서도 로봇심판의 볼 판독이 이루어졌고 결국 타자의 항의가 받아지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판독도 거의 바로 나오기 때문에 큰 기다림은 필요없을 듯 합니다.]

그때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스트라이크! 아웃!”

[판독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시 삼진 선언!! 불만을 토로했던 필리스의 레이건 선수! 허탈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갑니다!]

[이로써 정신우 선수는 첫 선발 경기에서 10K를 달성하게 되네요.]

약간의 소동.

하지만 그것이 신우의 집중력을 깨지는 못했다.

퍽-!

후웅!!

“스윙! 아웃!”

[세 번째 타자도 5구만에 삼진으로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이로써 5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냅니다!! 그리고 동시에 6이닝 무실점 피칭! 퀄리티스타트를 확보합니다!]

[메이저리그 첫 선발에 퀄리티스타트, 거기에 11K를 달성하며 본인 커리어 최다탈삼진 기록을 갱신합니다!]

기록의 향연.

하지만 캐스터는 가장 중요한 현재진행형의 기록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일종의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투수가 퍼펙트나 노히트노런을 기록중일 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

투수가 기록을 의식하는 순간 집중력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단해...정말 엄청난 선수야!!’

기자석의 장태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설마 데뷔경기에서 이런 엄청난 성적을 올릴 줄이야.

그것도 퍼펙트로 말이다.

“칙쇼...!”

그때 곤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노트북을 바라보는 곤조의 볼살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몸을 뒤로 빼서 모니터를 보자 일본의 야구사이트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장태호는 자신이 아는 일본내 커뮤니티사이트를 쳐서 야구채널에 접속했다.

그러자 엄청난 숫자의 의견들이 오가고 있었다.

-정신우 지금 퍼펙트인데?

-이게 말이 돼?

-곤조기자가 쓴 기사에서는 탈삼진능력이 떨어졌다면서?

ㄴ 곤조는 원래 무늬만 야구기자다.

ㄴㄴ 걔는 쓰레기야. 야구에 대해서 1도 몰라.

-조센징이 대일본제국보다 먼저 퍼펙트를 기록한다고? 이건 치욕이다!!

ㄴ 지랄한다 ㅋㅋㅋ 일본 투수들중에 정신우 발톱의 떼만큼 하는 애가 있냐?

ㄴㄴ 너 조센징이지?

ㄴㄴㄴ ㅇㅇ 한국인이다. 쪽바리새끼들아!

ㄴㄴㄴㄴ 조센징이 왜 일본 커뮤니티 와서 지랄이냐? 마늘냄새 난다! 꺼져라!!

ㄴㄴㄴㄴㄴ 너희는 마늘 안 먹냐? 빙신쉑들!

커뮤니티 사이트는 난리가 났다.

곤조기자를 대놓고 디스하는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한국 네티즌들까지 건너가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놀라운 건 한국네티즌들의 화력이 장난 아니었다는 것이다.

‘어디에 좌표라도 찍혔나 본데?’

그러지 않고서는 이 정도의 화력이 나올리 없었다.

“이럴 순 없어...이건 말이 안 돼...! 일본선수보다 한국인이 퍼펙트를 한다고?”

그때 일본어로 중얼거리는 곤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태호는 일본어 회화도 가능했기에 그가 분노하는 걸 여과없이 알 수 있었다.

‘분노하면 어쩔 거야?’

그가 할 수 있는 건 전혀 없었다.

지켜보는 걸 제외하곤 말이다.

‘하나 더 할 수 있겠네.’

“야야, 쟤 왜 저러냐?”

그때 동료기자가 장태호에게 물었다.

“곤조? 곤죽이 되도록 일본 네티즌에게 얻어맞고 있거든.”

장태호의 말에 동료기자가 벌레보듯 그를 바라봤다.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아재였다.

“흠흠!!”

무안한 듯 헛기침을 한 장태호는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남은 건 3이닝...’

단 9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면 신우는 또 한 번 역사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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