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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08화 (108/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08화 >

* * *

신우는 하와이 국제공항에 나와 있었다.

배웅을 위해서였다.

“먼저 떠나서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캠프가 먼저 열리는데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덕분에 남은 훈련도 여기에서 할 수 있게 됐으니 오히려 내가 고맙지.”

“뭐, 그 정도는 당연한거죠. 애초에 예약을 선배님 스케줄에 맞춰서 잡았는 걸요.”

박광수는 자신이 떠난 뒤에도 시설을 신우가 이용할 수 있게끔 해두었다.

애초부터 그렇게 잡아두었다는 사실이 더 고마웠다.

“그냥 형이라고 불러라. 우리가 무슨 나이 차가 많이 난다고.”

“흐흐, 그럴까요?”

호칭도 편하게 맞춘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곧 방송을 통해 탑승시간이 되었음을 알려왔다.

“이제 가봐야겠네요.”

“그래. 시즌 끝나고 한국에서 보자.”

“아니죠, 형.”

“응?”

“시즌 끝나고 국대에서 만나죠.”

박광수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자신감 넘치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말에 신우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대표팀에서 보자.”

“옙! 곧 기사로 제 뉴스를 볼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좋지. 그러기 위해서는 잊지마라. 남들이...”

“남들이 쉬고 있을 때, 하는 놈이 위로 올라간다.”

“정답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진지한 어조로 대답하는 박광수의 모습에 신우의 미소가 짙어졌다.

자신이 훈련을 할 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들어가라.”

“예! 자주 연락드릴게요!”

“그래.”

게이트로 들어가는 박광수의 모습을 바라보던 신우가 몸을 돌렸다.

[이제 혼자 남았누.]

‘괜찮습니다. 제가 해야 될 건 분명하니까요.’

[이제 보름 남았나?]

‘예.’

KBO의 스프링캠프와 달리 메이저리그의 스프링 트레이닝은 2월 중순에 시작된다.

앞으로 보름.

그 기간안에 신우는 해결해야 될 숙제가 있었다.

‘그 안에 무빙패스트볼을 제 것으로 만들겠습니다.’

[가즈아-!]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응원을 받으며 신우는 공항을 떠났다.

* * *

메이저리그 스프링트레이닝.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메츠의 캠프는 플로리다에 차려졌다.

메츠 숙소의 입구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기자들도 엄청 왔고.”

장태호 기자는 주위를 보며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기자들도 엄청 왔네.”

“그것만이 아니야.”

장태호의 옆에 서있던 선배기자인 김민종이 한쪽을 가리켰다.

“팬들도 장난 아니더라.”

“첫날부터 저렇게 많은 팬이 몰리는 건 간만 아니에요?”

“그렇지. 거기다가 저 사람들 입고 있는 유니폼을 봐.”

장태호는 팬들의 유니폼을 확인했다.

메츠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건 당연했다.

이곳이 메츠의 숙소였으니 말이다.

장태호가 그들의 유니폼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

많은 이들의 유니폼에 신우의 이름이 박혀 있었다.

그동안 한국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성을 써왔다.

하지만 신우는 조금 독특했다.

‘메츠에서 Woo라는 이름을 새겼지.’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박아넣은 것이다.

그의 챈트인 우-!를 알리기 위한 수단인 듯 했다.

어쨌건 팬들은 신우의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한국인들 역시 많이 보였다.

“야야, 저기 재밌는 사람 있다.”

“예?”

선배의 말에 장태호의 시선이 그의 손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분명 익숙한 유니폼이었는데, 자신의 본 게 맞는지 의문이었다.

“저거 그거죠?”

“설마 여기서 저걸 볼 줄은 몰랐다.”

“데블스 유니폼이라니...”

“거기다 저기 보면 정신우의 사인이랑 백넘버나 네임까지 모두 정신우의 거네. 주문제작했나 본데?”

신우는 데블스 1군에서 뛴 적이 없다.

당연하게도 굿즈를 제작해 판매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저 유니폼은 직접 주문제작한 물건일 가능성이 컸다.

그때 데블스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옆에 있던 백인남자를 바라봤다.

“헤이, 두유 노 시누?”

“예스!”

그 모습을 본 장태호는 순간 웃음이 터져나올 뻔 했다.

‘불과 1년만에 두유노클럽에 가입하다니.’

그때였다.

“왔다!”

“왔어!”

기자들과 팬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데블스 유니폼을 입은 팬도 바삐 움직였다.

그리고 장태호 역시 장비를 챙겨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향했다.

호텔의 앞으로 한 대의 차가 정차했다.

고급세단이었는데 운전석에서는 메츠의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내렸다.

뒤이어 뒷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내렸다.

“오오-!”

“이전보다 몸이 더 좋아졌는데?”

“팔뚝이랑 가슴이 더 커진 거 같지 않아?”

“와...작년에도 근육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는데, 한층 더 커졌네.”

기자들이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신우의 피지컬은 탈아시안이란 소리를 들었다.

키도 컸고 근육량도 많았다.

헌데 비시즌동안 몸을 더 키워온 것이다.

‘고작 2년 만에...’

특히 장태호의 충격은 더 컸다.

국내기자들 중 신우를 가장 오래 본 기자는 바로 장태호였다.

데블스와의 연습경기 때부터 봤으니 말이다.

그때도 피지컬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더 좋아졌다.

‘하지만 투수에게 근육은 독이 될 수도 있는데...’

물론 걱정도 있었다.

타자와 달리 투수에게 근육은 꼭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과도한 벌크업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선발투수에게는 단시간에 파워를 내는 근육보단 장시간에 걸쳐 고른 파워를 내는 근육이 필요했다.

‘단거리보다는 장거리에 가까운 근육을 만들어야 돼. 그러기 위해서는 슬림한 게 더 어울릴 텐데.’

당장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정신우 선수!! 이번 시즌 준비를 위해 어떤 훈련을 하셨나요?”

“이번에 박광수 선수와 함께 훈련하셨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박광수 선수의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특별한 훈련을 하셨습니까?”

먼저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던 박광수.

그는 한 마디로 캠프를 폭격하고 있었다.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는 현재 박광수는 팀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과 안타 그리고 가장 높은 OPS를 기록중이었다.

언론에서는 벌써 신인왕의 귀환이라며 보도를 내고 있었다.

그만큼 박광수의 활약은 대단히 반가운 것이었다.

“시누-!! 사인 좀 해줘요!!”

“시누!! 올 시즌에도 힘내요!”

“정-! 신-!! 우!!!”

팬들도 뒤엉켜 신우에게 사인을 요청해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팬들이 경계선을 넘지 않는단 것이었다.

기자들은 취재열기가 뜨거웠지만 메츠 직원과 경호원들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신우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사이, 직원들은 그의 짐을 옮겼다.

사인을 해준 신우에게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쏟아졌다.

“정신우 선수! 올 시즌 선발전환이 확실한 겁니까?”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박광수 선수가 인터뷰에서 정신우 선수 덕분에 예전의 감각을 찾았다고 했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가요?”

“글쎄요. 저는 그저 같이 훈련을 했을 뿐입니다. 워낙 재능있는 친구니 스스로 감을 찾은 거죠.”

그때 한 일본인기자가 녹음기를 내밀었다.

“아사히신문의 곤조입니다. 최근 일부에서 정신우 선수에 대한 도핑의혹이 불거지고 있는데, 이것과 관련해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아나...저게 무슨 개소리야?”

“이봐!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했잖아!”

주위의 한국인기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곤조기자는 당당했다.

“한국은 과거부터 도핑적발률이 높았습니다. 실제 KBO에서는 도핑을 한 선수가 MVP에 뽑히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기자들은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신우가 입을 열었다.

“곤조기자라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진행하는 도핑테스트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조사에서 제가 도핑에 적발된 적이 있나요?”

“그건...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의혹을...”

“기자님은 인터넷의 루머를 모두 믿고 거기에서 취재아이템을 얻으시나 보네요.”

“풉...!”

“킥!”

신우의 비꼼에 한국기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아니라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진행하는 과학적인 도핑테스트를 믿지 못하고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글을 더 신용하시는 건가요?”

“크흐흠...!!”

곤조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신우는 곤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

“개인훈련을 할 때 역시 저는 2번의 테스트를 받았습니다. 만약 제가 도핑을 했다면 거기에 따른 발표가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 루머에 속는 기자가 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뒤이어 신우가 곤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아시겠습니까?”

그 말에 곤조는 꼬리를 말 수밖에 없었다.

(스판님이 1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기레기 팩폭 맞고 꼬리 내렸자너~)

(매튜슨님이 3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굿!!)

연속으로 터지는 도네에 신우가 미소를 지었다.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캠프에 합류했습니다. 작년보다 더 커진 몸으로 모습을 드러낸 정신우 선수는 수많은 기자와 팬들의 환영을 받으며 호텔로 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요, 현재 일본인 기자와의 인터뷰가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직접 보시죠.]

뉴스의 화면이 전환됐다.

그리고 나온 것은 개인장비로 촬영한 듯한 영상이었다.

화질이 썩 나쁘지는 않았지만 흔들림이 조금 있었다.

화면의 초점은 신우와 일본인기자를 잡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누군가 촬영해서 방송국에 제보한 것이다.

신우가 본격적으로 반격을 하자 주위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방송은 그것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신우와 곤조의 얼굴이 동시에 클로즈업됐다.

[아시겠습니까?]

그 말과 함께 고개를 떨구는 곤조기자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큰 환호를 얻어냈다.

[이 동영상은 인터넷 SNS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동영상을 본 국내 네티즌은 ‘제대로 한 방 먹였다.’ ‘루머에 일침을 가하는 사이다!’ 라는 의견을 내며 정신우 선수가 잘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공중파로 나오는 뉴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중파의 힘이 많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TV만 보는 시청자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렇기에 이러한 뉴스보도는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크-! 정신우 멋지다!!

-난 정신우가 저렇게 말 잘하는지 처음 알았음.

-그나저나 정신우 몸 더 커진 거 같지 않음?

-ㅇㅇ 완전 모델핏이네.

-올 시즌 정신우 예상성적 무조건 20승 간다.

ㄴ 2년 연속 사이영상 가즈아-!

ㄴㄴ MVP도 가즈아!!

셀 수 없이 많은 댓글.

그리고 컨텐츠가 재생산되며 신우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

스프링트레이닝 합류 첫날부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신우였다.

그리고 광고를 촬영한 업체들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뉴스에도 우리 아들이 나오고 정말 출세했어~”

“신우엄마 정말 좋겠어!”

“당연히 좋지!”

한선예는 최근 친구들과 잦은 모임을 가졌다.

일을 다니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시간이 난 것도 있지만 주위에서 매번 만나자는 연락이 오기 때문이다.

‘이게 모두 다 신우 덕분이지.’

미소를 짓는 한선예의 어깨를 친구가 툭툭 쳤다.

“얘! 선예야!”

“응? 왜?”

“지금 TV에 나오는 거 신우지?”

“방금 뉴스에 나왔는데, 또 나와?”

그러면서 어머니의 시선이 TV로 향했다.

거기에는 정장을 입고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여배우와 포즈를 잡고 있는 신우가 있었다.

“어? 우리 아들이네?”

“이렇게 보니까 신우가 정말 잘생겼네!”

“그러게 말이야. 웬만한 남자배우보다 더 잘 생겼는데?”

“다리도 엄청 길어서 옷도 잘 어울린다, 얘!”

“신우 엄마! 나 아는 친구 딸이 교사를 하고 있는데, 한 번 자리 주선해줄까?”

“어머, 얘는! 교사가 뭐니? 신우정도 되면 아나운서나 배우를 만나야지!”

“얘가 아직 세상을 모르네. 요즘은 재벌 3세와 만나는 경우도 있대!”

“어머머! 그게 정말이야?”

아줌마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모습을 보며 한선예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언제 이런 곳에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던가?’

없었다.

예전에는 그냥 평범한 아줌마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우리 아들 덕분에 엄마 인생이 확 폈다!’

언제나 고마웠지만, 최근에는 더 고마운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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