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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05화 (105/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05화 >

* * *

전지훈련은 이틀 뒤부터 시작됐다.

아무래도 갑작스럽게 프로그램을 전달하면서 그쪽에서도 준비가 필요한 듯 했다.

[체력회복에는 오히려 좋은 일이지.]

매튜슨의 말도 있고 했기에 신우는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반면 박광수는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자기만의 훈련을 하고 있었다.

“후우...”

객실로 들어오는 박광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주방에서 우유와 바나나를 꺼내 입으로 가져가던 신우가 그를 보며 말했다.

“벌써 왔어?”

“예. 대충 다 끝냈습니다. 그런데 선배님은 정말 운동 안하셔도 됩니까?”

“휴식도 훈련의 일부야.”

“그렇군요.”

박광수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수롭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신우가 어떤 훈련을 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트레이너들에게 물어볼까?’

트레이너들이 그렇게 놀라는 건 처음이었다.

몇 년이나 됐지만 그들은 언제나 프로페셔널했다.

그런데 그런 반응이라니?

“밥 안 먹냐?”

“아, 먹어야죠.”

신우의 말에 의문을 떨쳐내고 전화를 들었다.

룸서비스를 시키는 박광수의 모습에 신우는 바나나를 물며 소파에 앉았다.

창밖을 바라보자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절경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건.

“하...”

한숨밖에 없었다.

[웬 한숨이냐?]

[맞아. 이렇게 좋은 풍경을 눈앞에 뒀으면 감탄사가 나와야지.]

‘솔직히 선배님들 같으면 그 스케줄을 보고 풍경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전혀 안들어오지.]

[ㅇㅈ]

자신들이 짠 스케줄이다.

그럼에도 저렇게 대답이 나올 줄이야.

“하아...”

다시 한숨이 나왔다.

“왜 그렇게 한숨이세요?”

그때 옆으로 온 박광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신우는 애써 대답을 피했다.

어차피 알게 될 것이다.

‘내일이면 이곳이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라는 걸 알게 되겠지.’

[명언일세.]

스판의 말에 왜인지 울컥하는 신우였다.

* * *

다음 날 새벽 4시.

모든 이들이 잠든 시간이었다.

박광수 역시 누워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달빛을 받으며 누워있는 그의 몸위로 검은그림자가 드리웠다.

“헤이! 광수!”

“어? 으아악! 누...누구...!”

“헤이! 나야! 도널드!”

“도...도널드?”

깜짝 놀란 박광수가 눈을 껌벅이며 앞에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곧 그의 얼굴이 보였다.

정말 도널드였다.

“무슨 일이야? 지금 몇신데 내 방에 있어?”

“새벽 4시 30분이야.”

“뭐? 4시 30분? 이 시간에 왜 깨우는 거야?”

“훈련을 시작해야지.”

“훈련이라니?”

“시누한테 듣지 못했어? 이미 그는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

“뭐? 언제부터?”

“우리가 도착한 게 4시야. 그런데 그는 준비가 다 끝나 있었어.”

경악할 노릇이다.

4시에 준비가 끝났다면 이전에 준비를 했다는 거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걸까?

“5시까지 나오지 않으면 먼저 출발한대.”

“으음...알았어.”

첫 날부터 놓칠 순 없다.

박광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흐억...흐엑...!”

박광수는 널브러져 있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그나마 그가 살아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건, 기괴한 숨소리였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호흡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의 고통을 짐작케 해주었다.

“광수, 괜찮아?”

도널드가 다가와 그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박광수는 대답도 할 기력이 없어 보였다.

“뭐야? 벌써 뻗은 거야?”

그때 신우가 다가와 박광수의 상태를 살폈다.

“평소에 훈련이 부족해서 그런 거야.”

박광수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이 정도 훈련이면 누구든지 뻗을 거다.

‘그런데 저 인간은 왜 안 뻗냐?’

입이 열리지 않으니 눈동자만 굴러 신우를 바라봤다.

신우는 여전히 멀쩡했다.

잠깐 휴식을 하더니 다시 트레드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달렸다.

속도는 10.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했다.

그렇게 10분이 지났다.

“후우...”

숨을 어느 정도 고른 박광수는 앉아서 신우를 관찰했다.

트레드밀을 끝낸 신우는 바벨컬을 시작했다.

빠르게 20개씩 10세트를 진행하는데 멈춤이 없었다.

‘사람 맞아?’

사람이라면 지친다.

자신도 그렇고 주위에서 본 모든 이들이 그랬다.

KBO에서 톱클래스라 불리는 선수들과도 훈련을 했었다.

때로는 전 메이저리거를 초청해서 도움을 받았다.

그렇기에 고강도 훈련에 익숙했다.

‘이건 상식을 넘어섰잖아.’

상식을 넘어선 훈련.

박광수는 고민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할지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날이니까, 이렇게 빡센 건가? 그래,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어. 아직 힘이 남아도니까 말이지.’

자신의 상식에서 판단을 내리는 박광수였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 * *

일주일.

박광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띠띠띠띠띠띠-!!

시계가 요란하게 울리며 그의 잠을 방해했다.

끄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손 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전신은 움직이지 않는데 정신만은 멀쩡한 상태.

‘젠장...이거 완전 오버워크잖아?’

오버워크.

선수라면 가장 두려워해야 될 부분이다.

구단의 선배들도 항상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선수가 가장 주의해야 될 건 오버워크야. 과도한 훈련은 바로 나타나게 되어 있어. 우리는 몸이 재산이니까, 충분히 쉬어주고 관리를 해야 해.)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듣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 선배는 메이저리그 탑클래스의 타자였다.

한해에 홈런 40개를 때리는 선배였기에 들을 수밖에 없었다.

‘루스나 도널드는 도대체 이 훈련을 왜 말리지 않는 거지?’

두 사람은 훈련을 관망만 했다.

그들의 역할은 훈련프로그램을 짜고 선수를 케어하는 것이다.

당연히 오버워크는 말려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상한 일이었다.

“어이! 안 내려오냐?!”

그때 거실에서 신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라 이야기를 하려다가 이내 포기했다.

‘딱 5분만 더 쉬자!’

잠깐은 기다려줄 거다.

박광수는 그런 생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후.

띠리리-!

“어?”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박광수는 의아함에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거의 기다시피 방을 나선 그의 눈에 휑한 거실이 보였다.

“뭐야?”

설마 싶어서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간 거야?”

신우가 먼저 떠난 것이다.

5분은커녕 1분도 기다려주지 않은 그의 냉정함에 할말을 잃었다.

* * *

신우는 수영을 하며 새벽연습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 같은 패턴이었다.

항상 같은 시간에 나와 같은 거리를 같은 강도로 수영했다.

‘정말 대단해.’

도널드는 감탄했다.

일주일간 신우는 단 한 번도 프로그램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마치 정밀기계와 같았다.

새벽, 오전, 오후 그리고 저녁의 마무리운동까지.

하루의 전부를 운동에만 전념했다.

‘각 분야의 엘리트운동선수의 경우 저렇게 운동을 한다고 듣긴 했지만...’

도널드는 트레이너로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렇기에 엘리트운동선수들의 트레이너들과 약간씩은 친분이 있었다.

그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NBA의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그의 훈련량은 같은 NBA 스타들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코비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새벽운동으로 트랙에서 인터벌 트레이닝을 한다.

100야드를 질주하고 200~400야드를 조깅을 하며 신체의 감각을 깨운다.

5시 30분부터는 본격적인 기술훈련에 들어간다.

자신이 정한 5개의 스팟에서 각 200개를 던진다.

카운트는 골인이 된 것만 포함된다.

코비는 한 인터뷰에서 1500개 정도를 던지면 목표량을 채운다고 말했었다.

뒤이어 각 스팟에서 페이드어웨이로 다시 100개를 던진 뒤, 기상훈련이 마무리된다.

농구는 팀스포츠이기에 이후 팀훈련이 진행된다.

이게 끝나면 본격적인 개인훈련을 한다.

그는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다른 훈련을 진행한다.

일명 666프로젝트인데, 하루 6시간 중 2시간 러닝, 2시간 농구, 1시간은 복싱과 줄넘기. 마지막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마무리한다.

이후 코비는 1:1 연습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연습에 미친놈.

그게 코비 브라이언트를 평가하는 동료와 트레이너들의 증언이었다.

‘펠프스, 메이웨더 역시 엄청난 훈령량을 통해 자신을 매일 단련시켜왔다. 그렇기에 그들은 업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어.’

모든 분야의 선수들이 그러했다.

정상에 오른 선수들은 그 성과를 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단지 그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시누가 그런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어.’

불과 일주일이지만 그것을 알기에 충분했다.

‘광수는 오늘 나오지 못하나보군.’

도널드는 어디까지나 광수에게 고용된 트레이너였다.

그에게 신경이 더 가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루스가 데리러 갔으니 곧 오겠지.’

도널드나 루스.

두 사람이 이 훈련을 반대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했다.

오버워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휴식에 필요한 시간이 분명히 있었다.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부상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근지구력과 심폐지구력을 동시에 상승시키는 훈련이다보니 미치도록 힘들 뿐이지.’

지구력을 집중적으로 늘려주는 훈련은 야구선수들이 많이들 했다.

이는 근육을 찢고 다시 붙이는 펌핑훈련이 아니었기에 부상의 위험이 낮은편에 속했다.

하지만 강도를 비교하면 오히려 서킷트레이닝이 더 위였다.

그 이유는 훈련시간에 있었다.

펌핑이 목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은 무거운 무게를 들어 짧은 시간에 근육에 과부하를 준다.

반면 서킷트레이닝은 적당한 부하를 주면서 긴 시간동안 체력을 소비시킨다.

한계치에 도달한 지구력을 계속해서 늘려가는 것이기에 당연히 서킷트레이닝쪽지 더 힘들었다.

‘유도 올림픽리스트들과 비슷한 훈련법이지.’

도널드가 감탄을 하는 사이.

신우는 훈련에 집중하며 새벽훈련을 마무리했다.

“후우...후우...!”

투둑-! 후두둑-!

신우가 트레드밀에서 내려와 고개를 숙인 채 숨을 몰아쉬었다.

제자리에 서있자 엄청난 양의 땀이 떨어지며 순식간에 그의 발밑을 흠뻑 적셨다.

마치 신우의 발밑에만 집중호우가 내린 듯한 모습이었다.

“물입니다.”

“후우...후우...!”

신우는 눈빛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물을 조금씩 마셨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끼익-!

피트니스센터의 문이 열리고 박광수가 들어왔다.

그의 곁에는 루스가 함께였다.

둘의 표정이 모두 좋지 않은 걸 봐서는 한바탕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배님. 어떻게 혼자 가실 수 있습니까?”

“뭐가?”

박광수가 신우에게 다가와 따지듯 물었다.

하지만 숨을 고른 신우는 오히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잠깐 뭐 엄청 늦은 것도 아니고. 잠깐만 기다려주실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스케줄은 정해져 있다. 내가 너를 기다리면 그 시간만큼 스케줄이 미뤄지는 거야. 그렇게 되면 루틴이 무너지게 돼.”

“아니, 고작 5분 10분이잖아요.”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신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운동을 막 끝낸 상태다.

신경질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신우의 짜증을 처음 듣는 것이기에 박광수는 움찔했다.

“그...그게 아니라 이왕 같이 훈련하는 거...조금 더 같이 협력해...”

“너 놀러왔냐?”

“예?”

“여기에 훈련하러 온 거 아니야? 그런데 무슨 협력이야? 뭘 같이 해? 착각하는 거 같은데, 이건 기초훈련이야. 체력을 충분하게 만들어두는 시기에 스케줄을 늦추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신우의 모습에 박광수는 할 말을 잃었다.

“너를 위해서 내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고.”

신우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자리를 옮겼다.

“네가 오늘 새벽훈련을 놓친 사이, 다른 선수들은 훈련을 하고 있어. 그 차이가 커지면 결국 넌 뒤처지게 된다.”

그 말을 끝으로 신우는 샤워룸으로 들어갔다.

박광수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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