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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02화 (102/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02화 >

* * *

신우는 자신의 통장을 확인했다.

‘이게 다 얼마냐?’

최근 광고촬영을 비롯해 인터뷰, 행사참여 등.

다양한 외부활동을 하면서 엄청난 금액의 부수입이 생기고 있었다.

덕분에 통장잔고는 처음보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내 연봉보다 많네.’

광고료로 받는 돈이 메이저리그 연봉보다 높은 기현상.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그럼 돌려주든가.]

‘헤헤, 그럴 순 없죠.’

[정답이다. 사람의 가치는 자신이 결정하기보단 남이 결정한다. 기업에서 너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다, 판단을 내리고 준 돈이니 부담스러워할 이유는 없지.]

[어디에 쓸거임?]

“음...”

신우는 고민에 잠겼다.

돈이 생기면 해보고 싶은 건 많았다.

집도 사고 고급 스포츠카도 사고 싶었다.

비싼 호텔에도 머물러 힐링을 즐기고 훈련에 돈을 투자하는 것도 꿈이었다.

[대부분 하고 있네.]

“그러게요.”

집은 샀고 호텔은 미국에서 매일 머물고 있었다.

5성급 호텔에도 머물렀고 퍼스트클래스는 시즌중에는 매일 타고 다녔다.

최근에는 트레이너를 고용해 체계적인 훈련도 진행중이었다.

한 마디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걸 이미 누리고 있었다.

“으음...”

갑자기 고민이 됐다.

이 돈으로 뭘 할 건지 말이다.

[해보고 싶은 게 없는 거냐?]

‘당장 떠오르는 건 하나네요.’

[그럼 그거부터 하면 되겠네.]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신우는 온전히 휴식에 시간을 투자했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이 훈련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휴식이었기 때문이다.

[너의 훈련강도는 결코 약한편이 아니다. 그만큼 휴식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몸이 망가지지.]

매튜슨이 해준 말을 떠올리며 신우는 휴식에 집중했다.

평소에는 마사지를 받으면서 피로가 쌓인 근육들을 풀어주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어머어머, 이게 다 뭐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어머니가 놀란 토끼처럼 커진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신우 대신 김이나가 그녀의 곁에 붙어 의문에 답해주었다.

“여기는 백화점 VIP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인기상품들을 모아둔 곳인데, 여기 없는 물건은 카탈로그를 보고 고를 수도 있어요.”

“이런 곳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고급스런 정장을 입은 한 여성이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안내를 도와드릴 이혜정이라고 합니다.”

“아...네, 안녕하세요.”

“오늘 이렇게 한국을 빛내신 정신우 선수와 어머님을 모실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곳은 VIP들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극히 일부의 손님들만을 모시는 공간입니다. 즉, 정신우 선수와 같은 특별한 분들만 들어오실 수 있는 곳이죠.”

“아...”

“오늘은 정신우 선수와 어머님만 이용이 가능하니, 천천히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이쪽으로 가실까요?”

이혜정은 능숙하게 어머니를 리드해서 안내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신우 역시 그제야 주위를 둘러봤다.

“이런 곳이 정말 있군요.”

“이제 제법 많은 분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들어올 수는 없는 공간이죠.”

“제약이 있나 보죠?”

“예. 원래라면 제법 많은 돈을 사용해야 들어올 수 있습니다. 간혹 정신우 선수처럼 유명한 스포츠선수나 연예인들 그리고 정치인들과 사업가분들은 명성만으로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D.E에이전시 덕분에 처음으로 효자노릇을 해보네요.”

신우는 알고 있었다.

D.E에이전시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여길 들어오지 못했을 거라는 걸 말이다.

신우의 감사인사에 김태성은 웃으며 대화의 화제를 바꾸었다.

“어머님이 무척 좋아하시네요.”

“그동안 이런곳에 와볼 기회가 전혀 없으셨으니까요.”

“그렇습니까?”

신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그럭저럭 생활이 괜찮았던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는 홀로 가정을 꾸리면서 동시에 신우가 야구를 계속 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었다.

[대단하시군.]

‘예.’

[우리가 살아있을 때는 타고난 능력이 우선이었는데, 지금은 능력이 있어도 돈이 없으면 할 수 없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야.]

[시대가 변한 거지.]

레전드플레이어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살고 있던 시대와 전혀 다른 세계가 되었다는 걸 말이다.

야구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다.

장비는 물론이거니와 회비 역시 막대한 비용이 든다.

전지훈련을 포함해 감독의 월급을 학부모가 내는 곳들도 있었다.

거기에 개인레슨까지 받아야 했으니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만 백만원이 훌쩍 넘었다.

어머니는 자신을 희생하며 신우를 뒷바라지했다.

그 사실을 모를리 없는 신우로서는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었다.

본격적으로 돈을 벌고 그것을 쓰려고 할 때 떠오른 건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희생한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상해드리고 싶다.

그래서 모시고 온 것이다.

“오늘은 다른 스케줄도 없으니 천천히 둘러보시죠. 참고로 명품시계도 제법 있습니다.”

“그럴까요?”

김태성의 말에 신우가 웃으며 답했다.

‘날 위한 선물 하나쯤은 괜찮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지.]

[돈을 벌었으면 써야지.]

[플렉스 가즈아-!]

돈을 벌었으면 써야 된다.

스판의 말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 * *

훈련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 신우는 인터뷰를 줄였다.

매일 같이 새로운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전부 거절했다.

덕분에 외부활동을 줄이고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제는 알고 있겠지만 선발과 마무리의 차이는 장거리를 달리느냐 아니면 단거리를 달리느냐와 같다.]

매튜슨의 설명이 시작됐다.

[마무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써야 된다. 높은 출력을 가지고 있지만 연비가 많이 드는 슈퍼카와 같지.]

적절한 비유였다.

슈퍼카는 제로백에 도달하는 시간이 3초대다.

2초대에 도달하는 차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슈퍼카들은 순식간에 기름이 바닥난다.

차를 타고 속도를 높이면 오일게이지가 줄어드는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마무리투수는 바로 이런 원리와 같았다.

[하지만 선발투수가 이렇게 던지면 망한다. 선발투수의 기본요건은 이닝이터다. 긴 이닝을 던져줘야 되지.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90구에서 110구까지를 던져줘야 된다.]

“훅! 훅!”

“더 빠르게! 빨리!”

신우가 러닝머신에 올라 10의 속도로 달렸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트레이너가 독려하며 신우의 사기를 끌어올려주었다.

문제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지만 말이다.

[사실 마무리가 선발로 전환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힘을 분배하는 방법이지. 대부분 불펜으로 던지던 투수가 선발로 전환을 할 때, 체력을 분배하기 위해 구속을 떨어트린다.

즉, 전력투구를 하지 않는단 소리지.]

삐빅-!!

“자, 다음!!”

부저음과 함께 트레이너가 신호를 주었다.

신우는 곧장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뒤에 놓인 바벨을 집었다.

바벨은 그리 많은 개수가 아니었다.

평소 들던 무게를 생각하면 무척 가벼운 무게였다.

그때 신우가 자세를 낮춰 봉을 잡았다.

그대로 들어 빠르게 바벨컬을 반복해나갔다.

“하나! 둘!”

자세보다는 횟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빠르게 자극을 주었다.

기본적으로 바벨컬은 이두근을 비롯해 팔뚝의 앞쪽 근육을 전반적으로 단련시켜준다.

일반적으로 근육을 키우는 게 목적이기에 근육의 자극에 집중한다.

하지만 신우의 목적은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니었다.

[근육은 크게 지근과 속근으로 나뉜다. 지근은 지속성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 근육이다. 마라토너들이 여기에 속하는 근육을 가지고 있지.

속근은 반대다. 지속성은 짧지만 강한 파워를 낸다. 보디빌더, 역도선수, 파워리프터가 여기에 속하지.]

[일반적으로 두 근육은 유전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게 됨. 즉,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다는 거임.]

[우리쪽에 등록된 논문을 보더라도 지근과 속근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속근에서 지근으로의 변화는 조금 가능한 거 같지만, 그리 눈에 띄는 비율은 아니지.]

설명을 듣고 있을 때.

천상의 소리가 들려왔다.

“자! 1분 휴식!”

“헉...헉...!”

대자로 뻗어버린 신우는 물을 조금씩 마시며 체력을 회복했다.

‘그럼...지금 이 훈련은 왜 하고 있는 건가요?’

[지근과 속근의 체인지는 불가능하지만 속근의 종류를 바꿀 수는 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속근을 일반적으로 Type2라고 부른다. 그리고 Type2에서 세분화를 한 번 더 시키는데, Type2a와 Type2x다.]

‘무슨 판타지소설 같네요.’

[농담이 아니야.]

‘무슨 차이가 있는 건데요?’

“자! 30초!”

다시 지옥의 소리가 들리기 전.

신우는 궁금한 걸 물었다.

[Type2a는 속근이지만 지구력이 조금 더 높다. 즉, 지근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속근이라 할 수 있지. 반면 Type2x는 속근중에서도 속근의 성질을 띤다.]

‘음...즉, 강한 파워를 내면서도 지구력을 가지려면 Type2a의 속근을 가져야 된다는 건가요?’

[정답이다.]

“휴식 끝! 바로 시작하죠!”

신우는 힘겹게 일어나며 다시 훈련에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매튜슨의 설명이 이어졌다.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Type2x에서 Type2a로 전환하는 건 가능했다. 즉, 지금 네가 하고 있는 훈련은 이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훅! 훅!”

이번에는 10kg짜리 바벨원판을 목뒤에 두고 윗몸일으키기를 빠르게 해나갔다.

그것도 그냥 누운 것이 아니라 대각선을 누운 상태로 말이다.

물론 다리가 머리보다 위에 있었다.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복부는 끊어질 것 같았고 머리는 핑 돌았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독려 덕분에 멈출 수 없었다.

[여기서 포기하는 순간, 너는 말만 많은 허세남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널 보고 있다.]

[루키시즌에서 성공했다고 네 인생이 바뀌지 않아!]

[어머니를 생각해라. 널 위해 인생을 받친 분이다.]

“자! 라스트 하나!”

“끄아아악!!”

어디서 힘이 났는지 더 이상 움직이던 않던 복근이 움직이며 그의 상체가 올라갔다.

“굿! 바로 다음으로 갑시다!”

전신이 땀에 젖은걸로 모자라 양말까지 축축해져 있었지만 훈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오버워크.

자신의 신체능력을 넘어서는 육체활동을 반복하다 신체가 오히려 손상되는 걸 의미한다.

운동선수들은 흔히 고강도 운동을 하면서 발생했다.

오버워크로 인한 부작용은 많았다.

작게는 피로가 있었고 크게는 부상도 올 수 있었다.

몸이 재산인 프로선수에게 부상이 찾아온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오버워크에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

[오버워크는 걱정할 거 없다.]

훈련이 끝난 뒤.

신우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때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갔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훈련의 강도는 매우 높지만 작년에 너의 육체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요.’

[응?]

‘걱정 같은 건 이미 작년에 다 버렸습니다.’

끼릭-!

샤워를 끝낸 신우가 밖으로 나갔다.

머리를 말리며 그들과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선배님들이 하는 말이면 맞겠죠. 그게 제 생각입니다.’

신우는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렇기에 이런 훈련을 불평불만없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지.]

매튜슨의 짧은 채팅이 올라갔다.

그 채팅에서 묘하게 뿌듯해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간 신우를 트레이너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 끝나셨습니까?”

“예. 그런데 퇴근 안하셨어요?”

“격한 운동뒤에 가장 부상을 입기 쉬운 곳이 바로 욕실입니다.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쓰러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은 배려였지만 고마웠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가요?”

피트니스 센터를 나가면서 그가 물었다.

“지금 정신우 선수가 하는 서킷트레이닝은 유도 올림픽리스트들이 하는 것과 비슷한 강도입니다. 일반인들이 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죠.”

처음 아는 사실이었다.

“혹시 프로그램을 짜주시는 분이 계신 겁니까?”

“예. 트레이너분들이 계십니다.”

“분들이요?”

“미국에서 신세를 지고 있거든요.”

“아...프로그램을 보면 매우 수준높은 트레이너분들이겠군요.”

“베스트 오브 베스트죠. 그럼 전 올라갈게요. 내일 뵙겠습니다.”

“옙! 고생하셨습니다!”

트레이너와 헤어진 신우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응?”

(부재중전화 : 이진철 코치님)

상대는 이진철 코치였다.

오랜만에 온 연락에 신우는 반갑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통화음이 끝나고 곧 그가 전화를 받았다.

“코치님, 훈련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아, 그랬어?]

“예,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죄송은 무슨, 다름이 아니라 널 꼭 만나고 싶어하시는 분이 계셔가지고. 혹시 시간 좀 되니?]

“예, 시간은 됩니다. 그런데 절 만나고 싶어하시는 분이라면...?”

[이동진 감독님이야.]

이동진 감독.

현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의 이름이 나오자 신우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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