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101화 >
시상이 모두 끝난 뒤.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미국 역시 큰 논쟁이 일어났다.
-시누가 MVP수상 못한 건 현 MVP 수상이 너무 타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증거임.
ㄴ ㅇㅈ.
ㄴㄴ 진짜 타자에게 어드밴티지 너무 주는 거 같음.
ㄴㄴㄴ 거기다 클로저라서 손해 많이 본 듯.
-클로저건 타자 어드밴티지건 솔직히 이번에는 기자들이 너무했다.
ㄴ 기자들은 세이버매트릭스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몰라.
ㄴㄴ 인기투표나 다름없음.
-어떻게 ERA 0인 선수가 MVP를 못 받냐?
ㄴ 이번 기회에 시스템을 바꿔야 됨.
-클래식스탯을 제외하고 세이버매트릭스를 제대로 도입해서 뽑아야 됨.
-시누가 골드글러브를 받지 못한 것도 이해가 안 된다.
ㄴ 아 이건 좀 너무하더라.
ㄴㄴ 아무리 선발에게 유리하다지만...
-필딩바이블어워드나 골글에서 중요한 건 결국 누적스탯임. 그러니 선발이 더 유리하지. MVP도 마무리투수는 짧은 경기만을 뛰니까 시누보다는 하퍼가 더 유리한 거고.
ㄴ 이거 맞다.
ㄴㄴ 2위를 한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ㄴㄴㄴ 아니, 그래도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는데, 이걸 안 준다고?
논란이 일어났지만 이미 수상은 끝났다.
되돌릴 방법은 전무했다.
사실 신우는 MVP수상을 못한 것에 큰 아쉬움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거기에 신경을 쓸 정신이 없었다.
‘집계라고...?’
MVP수상자가 발생한 순간 뜬 알림창.
하지만 이후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게 뭐에요?’
[간단히 말하면 플랫폼 보상시스템.]
[방송을 통해 특정업적을 이루면 보상을 주는 거임. 그런데 이거 죽은놈들 한정인데. 너한테도 보상을 주네.]
‘죽은 사람들 한정이라고요?’
[응. 너가 어디에서 방송한다고 생각함?]
‘그야...’
그동안 잊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방송하는 곳은.
[저승튜브야.]
[그러니까, 모든 시스템이 죽은 자들에게 맞춰져 있지.]
[으흐흐흐-! 우리는 귀신이라구.]
‘전혀 안 무섭거든요.’
괜히 자신을 놀리는 스판의 채팅에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하나의 창이 떴다.
【집계가 완료되었습니다.】
신우는 침을 꼴깍 삼켰다.
과연 어떤 보상일까?
【저승튜브에서 방송중이신 정신우님은 사자(死者)가 아니기에 내부논의가 오래 걸렸습니다.
내부논의결과 패널티와 함께 1회성으로 정신우님에게 보상을 주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보상안은 두 가지입니다.
1) 확정보상.
(저승튜브에서 제안하는 보상 중 하나를 선택)
2) 룰렛보상.
(일반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상들 중 하나를 랜덤으로 수령)
준비되면 보상수령버튼을 눌러주세요.】
신우의 눈앞에 창이 하나 떴다.
거기에는 보상수령 이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
반짝이는 것이 저걸 누르면 선택창이 뜰 것 같았다.
[나름 머리 좀 굴렸네.]
[그러게.]
[그래도 방송하는 거에 대해서 별말 없는 걸 보면 앞으로도 허락은 할 생각인가 보네.]
[이제와서 접게 하는 게 더 웃기지.]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에 일단은 안도했다.
분위기를 보니 살아있는 사람이 저승튜브를 하는 건 불법으로 보였다.
만약 저들이 연결을 끊는다면 신우에게는 방법이 없었다.
[방법은 있지.]
‘있어요?’
[응. 죽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음.]
‘...아직 연애도 못했거든요.’
[모쏠임?]
‘모쏠은...’
[모쏠이네.]
[엌ㅋㅋ 쪽팔림.]
‘아니거든요...’
최후의 부정을 하고 다시 보상에 집중했다.
‘어떤 게 좋을까요?’
[글쎄. 일단 확정보상이 뭔지를 알아야겠지만...]
매튜슨의 말이 옳았다.
신우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수령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그러자 두 개의 창으로 갈라지면서 확정과 랜덤이란 창이 떴다.
확정에 손을 가져가자 경고창이 떴다.
【경고 : 한 번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 문구를 보자 함부로 원래대로 돌릴 수 없었다.
[이러면 랜덤이랑 별 차이가 없네.]
[ㅇㅇ 그런 듯.]
[치사하게 나오는데.]
[뭐, 치사한 건 아니지. 치사하게 나올 거였으면 그냥 방송을 막는 게 나았을 테니까.]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차이인 듯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여기선 자신이 선택해야 된다는 것이다.
‘결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는 남게 되어 있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조언을 얻고 선택을 했는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후회할 거다.’
자신이 선택하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래도 후회할 거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가 남는다면 내가 결정을 하겠어.’
결단을 내린 신우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한 가지를 택했다.
【랜덤보상을 택하셨습니다.】
【경고 : 선택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예】 【아니요】
다시 손을 뻗어 예를 눌렀다.
【행운을 빕니다.】
메시지가 눈앞에 떴다.
뒤이어 메시지가 사라지고 룰렛이 허공에 나타났다.
룰렛은 8등분이 되어 있었고 각 면에는 물음표가 표시되어 있었다.
휘리릭-!
룰렛이 빠르게 회전을 시작했다.
신우는 떨리는 마음으로 룰렛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대박 나와라!!]
[이왕 나오는 김에 제대로 된 거 나와라!]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그때 회전이 서서히 줄어들었고 이내 룰렛이 완전히 멈추었다.
화살표가 멈춘 곳에는 붉은색 물음표가 있었다.
뒤이어 물음표가 새겨진 판이 돌아가며 뒤에 있던 보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로부터 배운다.】
【보유한 노잣돈을 소모해 시청자 중 한 명의 과거를 경험할 수 있다.】
【필요 노잣돈 : 100,000노잣돈.】
신우는 순간 고민했다.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말이다.
그때 매튜슨이 말했다.
[좋은거다.]
‘좋은 거예요?’
[그래. 야구에서 결국 중요한 건 경험이다. 그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 너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될 거다.]
[ㅇㅈ. 우리들의 과거라면 플레이 또한 경험할 수 있을 거고, 네가 알지 못했던 것을 배울 수 있을 거야.]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서 매우 좋은 스킬이 되겠지.]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을 듣고보니 확실히 그랬다.
트리플플레이를 잡아낼 때도 그랬다.
레전드플레이어들 덕분에 한 번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 재현해내기 편했다.
만약 그들의 경험을 한 번씩 살 수 있다면?
같은 상황이 왔을 때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그나저나 10만 노잣돈이라니.]
[엄청 비싸네.]
[너 지금 도네 받은 거 얼마 있냐?]
‘어...’
신우는 자신의 노잣돈을 확인했다.
[잔고 : 7000노잣돈]
‘7천원이요.’
적막이 이어졌다.
그리고.
[워렌스판님이 1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에휴...]
짧은 채팅과 함께 후원이 들어왔다.
* * *
올해의 신인-사이영상.
신우가 올린 기록에 한국은 열광했다.
자연스레 그를 찾는 곳도 많아졌다.
“아, 정신우 선수요. 죄송하지만 광고는 더 이상 받고 있지 않습니다. 예, 죄송합니다.”
김태성은 전화를 끊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휘유...거절하는 것도 일이네.”
“이번에도 정신우 선수 관련 문의에요?”
동료의 질문에 김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화장품 브랜드야.”
“우와...! 운동선수가 화장품 브랜드요?”
“나름 깔끔하게 생긴 외모잖아. 무엇보다 얼굴이 하얗고.”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히야...정말 장난 아닌데요? 우리쪽은 요즘 아주 파리만 날리고 있는데.”
파트가 다르기에 동료는 부러운 푸념을 털어놓았다.
과거부터 스포츠스타는 특A급 선수가 아니고서는 계약이 힘겨웠다.
그렇기에 계약을 골라서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정신우는 달랐다.
이미 그는 스포츠스타를 넘어서 웬만한 S급 연예인들의 광고료를 뛰어넘었다.
특히 사이영상-올해의 신인이 확정되면서 신우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한사이클 계약이 아니라 장기계약을 원하는 곳도 있었다.
‘장기계약 한 두 개쯤은 잡아두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현재는 장기계약을 픽스만 해둔 상태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정 선수의 의사부터 확인해야지.’
D.E에이전시는 정신우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모든 일을 처리할 때도 신우의 의사를 존중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신우의 가치였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거야. 굳이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 필요는 없다.’
위에서도 비슷한 명령이 내려왔기에 크게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난 좀 다녀올게.”
“예, 다녀오십쇼.”
동료의 배웅을 뒤로 하고 김태성이 사무실을 나섰다.
* * *
김태성이 도착한 곳은 신라호텔이었다.
‘이런곳에는 일이 아니라 쉬러 와야 되는 건데.’
깔끔하고 고급진 호텔의 외견을 보며 김태성은 아쉬움을 삼켰다.
미리 김이나와 연락을 했기에 김태성은 피트니스센터로 향했다.
“김 실장님.”
“왔어요?”
두 사람은 같은 실장이었지만 김이나가 선배였다.
그렇기에 김태성이 예의를 차리며 그녀의 옆에 섰다.
“정신우 선수는요?”
“저쪽에.”
김이나가 한쪽을 가리켰다.
러닝머신이 있는 곳이었는데, 신우가 그 위에서 달리고 있었다.
속도는 꽤 빨랐다.
시속 10km는 되어 보이는 속도였다.
“얼마나 됐어요?”
“1시간.”
“으흠.”
그리 놀랄 건 없었다.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훈련은 달리기에서 시작해 달리기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러닝에 중점을 두어 훈련에 임했다.
그 이유는 러닝이 가진 이점때문이었다.
신체능력 전반의 상승, 거기에 심폐지구력까지 오르기에 이만한 훈련법이 없었다.
‘확실히 메이저리거라서 그런가, 훈련에 열정적이네.’
대부분 프로야구선수들은 12월부터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더 늦게 들어가는 선수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신우는 그보다 빠르게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풀시즌을 치른 선수가 말이다.
“언제쯤 끝나요?”
“11시.”
김태성이 시간을 확인했다.
“몇 시부터 시작하셨는데요?”
“9시부터.”
“으흠, 그리 오래하진 않네요?”
“오전훈련은 짧게 하시더라고.”
“예? 오전훈련이요?”
“응. 기상훈련, 오전훈련, 오후훈련 그리고 저녁훈련으로 나눠서 각각 사이클에 맞춰서 훈련하시던데?”
“매일...이요?”
“스케줄이 있는 날은 제외하고.”
신우의 스케줄은 일주일에 3개가 최대였다.
간혹 시상식이 있을 때는 팬사인회나 광고촬영을 제외시켰다.
선수의 컨디션에 영향이 가지 않게 말이다.
그럼 일주일에 최소 4일은 하루를 네 번으로 나누어 훈련을 한다는 것이었다.
“혹시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데요?”
“여기.”
김이나가 태블릿을 건넸다.
전원을 켜고 내용을 확인한 김태성의 눈이 커졌다.
“이걸 하루에 한다고요?”
“응. 12월까지는 그 스케줄로 가신다 하더라고.”
“허...”
기상훈련만 해도 놀라울 지경이었다.
새벽 4시에 기상해서 한시간동안 수영을 한다.
중간중간 인터벌을 넣어 하는 수영은 체력소모가 대단히 컸다.
그걸 한시간동안 한다는 건 대단한 것이었다.
5시 이후부터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한다.
한국에서는 여성을 위한 운동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상 두 운동은 남성에게도 매우 좋은 운동이었다.
요가는 애초에 남성 수행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리고 필라테스는 코어근육을 파워하우스라 지칭하여 단련하는 걸 중심으로 했다.
파워하우스는 신체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전반적인 근육을 뜻하며 이곳을 단련하면 밸런스가 좋아진다.
또한 두 운동은 유연성에 탁월한 효과를 주었다.
실제 엘리트운동선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훈련이었다.
‘수영 역시 유연성을 기를 수 있는 훈련이지. 즉, 심폐지구력과 유연성에 중심을 둔 훈련이라 할 수 있어.’
오전과 오후에는 근력트레이닝을 넣어 훈련을 했다.
적힌 바로는 개인적으로 트레이너를 고용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가벼운 운동으로 일과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스케줄이었다.
‘전문적인 트레이너가 짠 듯한 스케줄이야. 구단에서 알려준 건가?’
그게 아니라면 고용한 트레이너가 스케줄을 짜주었을 것이다.
그렇기 않고서는 이러한 스케줄이 나올 수 없었다.
‘뭐가 됐건 대단하네. 설마 이 정도의 훈련을 매일 하고 있었다니.’
정신우의 성적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김태성이 놀라고 있는 사이.
신우는 러닝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 라스트다.]
“헉...헉...”
신우는 매튜슨의 신호와 함께 버튼을 눌렀다.
삐빅-!
그것을 누름과 동시에 미리 저장해두었던 속도로 전환됐다.
그리고 러닝머신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훅! 훅!!”
[호흡에 집중! 호흡이 무너지면 훈련의 의미가 없어!]
‘예!’
[잊지마라. 지금부터 하는 훈련은 너의 선발을 위한 준비단계야. 바닥부터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너는 선발이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다시 불펜에서 팀이 지는 걸 무력하게 지켜봐야 돼. 그러고 싶진 않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달려!!]
‘예!!’
2025시즌.
신우의 시선은 이미 그곳으로 향해 있었다.
미치도록 달리는 그의 이마로 땀방울이 비오듯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