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97화 >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이전 62세이브로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선수와 함께 최다세이브 공동 1위에 랭크되어 있었던 정신우 선수는 금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세이브를 추가, 최다세이브 기록을 63개로 갱신했습니다.
이로써 정신우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최다세이브 기록자로 단독으로 올라가게 됐습니다.
메이저리그 투수기록부문 신기록달성자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최초이며 투타 전체로 넓히면 2004년 262안타를 때려낸 스즈키 이치로 선수와 함께 2명이 됩니다.
한편, 정신우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8회에 대타로 타석에 나와 3점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거기에 9회초 스스로 마운드에 올라 게임을 끝내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한 정신우 선수는 애리조나로 이동해 다이아몬드백스와 와일드카드전을 치를 예정입니다.」
경기종료 이후.
기다렸다는 듯 기사들이 떴다.
스포츠-해외야구란을 도배할 정도로 많은 양의 기사들이었지만 반응은 하나 같이 좋았다.
“크-! 오늘 조회수는 장난없네.”
“정말 정신우한테는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니까.”
신우의 활약은 기자들에게 선물과 같았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활약하면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건 기사의 뷰로 이어진다.
자연스레 광고가 더 붙으며 수익이 나는 구조가 됐다.
“최근에 한국선수의 활약이 없어서 관심도가 떨어졌었는데, 정말 다행이지.”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이번에는 한국에 들어오겠지?”
“작년에는 안 들어왔으니, 들어오겠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신우는 한 번도 귀국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인터뷰를 위해서는 미국에 가야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다수의 기자는 쉬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건 한국에 들어온다면 직접적인 인터뷰가 가능할 테니, 기대가 되는 게 당연했다.
기대를 하는 건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광고업계는 물론이거니와 그를 기다리는 팬들 역시 신우의 귀국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의 시즌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뉴욕 메츠, 다이아몬드백스와 애리조나에서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놓고 단판승부를 벌이다!!」
디비전 시리즈의 진출을 위한 단 하나의 경기.
그것을 위해 메츠는 애리조나로 향했다.
* * *
박빙의 대결 끝에 와일드카드에 올라온 메츠.
한국팬들 그리고 메츠팬들은 애리조나를 누르고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엄청난 임팩트를 남기며 마지막 티켓을 쥐었기에 팬들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딱-!!
“와아아아아-!!”
[아...이거 또 큽니다!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 오늘 경기 4번째 홈런을 터트리는 애리조나입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예상밖의 경기가 펼쳐졌다.
[오늘 경기에서 메츠는 벌써 7실점을 하고 있는 반면, 애리조나는 단 2실점만 허용하며 완벽하게 경기에서 끌려가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선발 게일러 선수가 1회를 넘기지 못하고 3실점을 한 게 컸습니다.]
오늘 선발은 게일러였다.
팀의 1선발인 리올은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100구를 넘게 던졌다.
당연하게도 등판할 수 없었다.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았다.
베켓 단장은 여러 고민 끝에 게일러를 선발로 낙점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팀내에서 가장 많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순식간에 3점을 헌납하더니 이후 다시 두 명의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했다.
1회에만 무려 35개의 공을 던지며 제구가 전혀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 투수를 부랴부랴 준비시켜 올렸지만,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등판한 탓에 추가실점을 했다.
이후 후속투수들이 겨우겨우 막아내고 있었으나 이미 경기의 추는 기울었다.
[오늘 경기는 매우 어려워보입니다.]
5회말.
애리조나가 또 다시 홈런을 때려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해설위원조차 일찌감치 경기를 포기하고 있는 상황.
그 모습을 불펜에서 지켜보는 신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오늘 경기에서 신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게일러가 초반에 무너지면서 그에게까지 기회가 오지 않았다.
거기에 경기의 흐름이 넘어가면서 그가 타석에 설 기회조차 없었다.
그렇게 신우는 불펜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만 보고 있어야 했다.
‘최악이네.’
벌써 몇 번이나 경험을 했다.
그리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팀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지켜만 봐야 된다는 사실이 싫다는 게 말이다.
[이런 순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다.]
[답은 하나밖에 없지.]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이 올라갔다.
하나의 답.
신우는 이미 그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예.’
짧은 대답을 남기며 신우는 팀의 패배를 불펜에서 지켜봐야 했다.
* * *
「정신우 선수의 소속팀인 뉴욕 메츠가 와일드카드게임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배했습니다.
(중략)
이로써 정신우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다세이브의 갱신과 함께 평균자책점 제로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겼지만, 포스트시즌 무대에선 마운드에 오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아쉽게 시즌을 완전히 마감하게 됐습니다.
한편 정신우 선수가 소속된 D.E에이전시 관계자는 정확한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올해는 국내에서 비시즌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해 국내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습니다.」
메츠의 가을야구 도전은 허무하게 끝났다.
신우는 등판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저 불펜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만 봐야 했다.
그 모습에 다양한 의견들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 63세이브에 평자 제로의 클로저가 있으면 뭐하냐? 경기를 이기질 못하는데.
ㄴ 레알 오늘 타격에 답이 없더라.
ㄴㄴ 그동안 피로가 쌓인 게 눈에 보이던데.
-어쨌건 정신우 사이영상 ㅇㅈ?
ㄴ ㅇㅈ.
ㄴㄴ 쌉가능.
ㄴㄴㄴ 못 받으면 레알 메이저리그 병신 인증이지.
- 오늘 경기 보니까 신우가 선발로 전환했으면 좋겠더라.
ㄴ ㄹㅇ.
ㄴㄴ 야알못쉑들, 보직전환이 쉬운 줄 아네.
ㄴㄴㄴ 신우라면 쌉가능할 듯.
ㄴㄴㄴㄴ 그러다가 털린 게 BK다.
- 올해는 신우 한국 들어오나보네.
ㄴ 날짜 빨리 정해지면 좋겠다.
ㄴㄴ 인천공항 가서 직관해야지.
수많은 의견들이 오가는 인터넷 세상이었다.
* * *
시즌종료.
마지막 경기에서 등판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신우의 시즌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뉴욕으로 돌아온 그를 어머니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고생했어, 아들.”
“네.”
가볍게 어머니와 포옹을 하며 시즌을 마무리한 신우는 호텔을 비울 준비를 했다.
그런 그에게 예상치 못했던 손님이 찾아왔다.
“오랜만입니다. 시누.”
“미스터 보라스.”
손님은 바로 스캇보라스였다.
페넌트레이스가 마무리된 지금 그는 가장 바쁠 시기였다.
그렇기에 LA에서 먼 뉴욕까지 찾아왔다는 건 다소 예상밖의 횡보였다.
“올해는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예. 작년에는 못 갔지만, 올해는 잠깐 다녀올 생각입니다.”
“잠깐입니까?”
“예. 일찌감치 돌아와서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죠.”
“후후, 역시 당신의 머릿속에는 야구밖에 들어있지 않은 거 같군요.”
“하하...참, 그렇지 않아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보라스가 고개를 들어 신우를 바라봤다.
신우는 속에 담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선발로 전환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신우의 질문에 보라스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까?”
“예. 신우, 당신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당신이 베이스볼이란 스포츠를 바꿀 게임체인저라고 생각합니다.”
보라스가 진중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클로저는 분명 매력적인 보직입니다. 하지만 경기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한정적인 상황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번 애리조나전처럼 단기전에서는 이것이 매우 크게 작용합니다.”
보라스는 신우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신우, 당신은 클로저로서도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겁니다. 하지만 선발이 된다면 페드로 마르티네즈, 랜디 존슨과 같은 대투수를 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심지어 저 먼 역사에 기록된 사이영이나 밥 펠러와 같은 투수들을 넘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쉑, 왜 우리 이름은 빼먹냐?]
[아-! 삔또 상하네.]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이 이어졌지만 신우는 무시한 채, 보라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당신에게는 재능이 있습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걸 하시면 됩니다. 구단의 반대는 제가 잠재우겠습니다.”
보라스는 선수가 듣고 싶은 말을 마지막에 하며 신뢰감을 주었다.
그 말을 들은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 *
일주일 뒤.
신우는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뒷좌석에 앉은 신우는 옆에 앉은 어머니가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채팅을 치는 모습을 보고는 물었다.
“무슨 채팅을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응? 아아...이번에 한국 들어간다고 하니까, 다들 만나자고 난리네. 베이커리 학원도 그렇고 여고 동창회도 그렇고 말이야.”
“헤에, 저보다 더 바쁘신 거 아니에요?”
“얘는! 나보단 네가 더 바쁘지. 그렇지 않아요? 김 실장님?”
어머니의 질문에 조수석에 앉아 있던 김이나 실장이 고개를 돌려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어머니. 그리고 편하게 부르세요.”
“호호, 조금 더 친해지면 그렇게 할게요.”
“네. 참, 그리고 공항에 나가있는 직원이 그러는데. 기자들이 좀 많이 나와 있다고 하네요.”
“그래요?”
“네. 그러니까, 어머니는 저와 함께 이동을 하고 신우씨는 잠깐 기자들과 인터뷰를 해야 될 거 같은데, 괜찮으세요?”
“네. 상관없습니다.”
신우의 오케이사인에 김이나는 빠르게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신우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마만에 한국이냐.’
[2년만 아님?]
[작년에는 마이너리그에서 보냈고 올해는 메이저리그에서 보냈으니, 크-! 1년만에 대박났누.]
[기대되지?]
‘예.’
오랜만의 귀국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신우였다.
* * *
공항에서 짧은 인터뷰를 끝낸 신우는 어머니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럼 저는 비즈니스쪽에 있을게요.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네.”
뒤로 걸어가는 김이나를 보며 어머니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만 좋은 좌석을 타서 어쩌니?”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비즈니스석도 충분히 좋을 거예요.”
D.E에이전시에서는 두 사람을 위해 퍼스트클래스 티켓을 선물해주었다.
덕분에 편하게 앉아 한국으로 향할 수 있었다.
12시간이 넘는 긴 비행을 이코노미를 타고 이동한다는 건 사실 무척 고된 일이었다.
처음 미국으로 건너올 때 그것을 경험했던 신우이기에 어머니를 그곳에 모시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티켓을 선물해준 D.E에이전시에 고마운 마음이 컸다.
덕분에 편한 비행으로 두 사람은 한국으로 향할 수 있었다.
“후우...”
기내식을 두 번이나 먹은 신우는 모니터에 뜬 남은시간을 확인했다.
‘세 시간 뒤에 도착이네.’
한국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 곧 한국에 도착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때 채팅창에 하나의 채팅이 올라갔다.
[그래서 결정은 했냐?]
‘예?’
[보직에 대해서 말이야.]
매튜슨의 질문에 신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 고민중입니다.’
[마음은 거의 먹은 거 같더만.]
스판이 물었다.
‘사실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운 건 맞는데...불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클로저로서 성과를 얻었다.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성과였다.
이렇게 올린 성과를 버리고 새로운 보직에 도전하는 셈이다.
불안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불안한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일찌감치 정하는 게 좋을 거다.]
[선발과 마무리의 훈련법은 다르니까.]
선발과 마무리.
두 보직의 차이점은 마라톤선수와 단거리달리기 선수의 차이와 같았다.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은 마라톤과 같았다.
반면 짧은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마무리는 짧은 시간에 힘을 폭발시키는 단거리선수와 비슷했다.
[어떤 선택을 내리건 후회만 남기지 말도록 해라.]
‘예.’
매튜슨의 조언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인천공항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신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와...정말 사람 많네.”
“무슨 아이돌이 귀국하는 것 같은데?”
기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많은 팬들이 모였다.
그만큼 신우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다는 소리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인 선수로 최초의 기록을 수립한 신우다.
그것도 루키시즌에 말이다.
미국에서도 매우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데 한국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일본쪽 기자들도 왔네.”
“쟤네들이 여기 왜 왔대?”
“일본에서도 정신우에 대한 관심이 뜨겁잖아. 그래서 직접 온 거겠지.”
“이상한 소리나 지껄이지 말았으면 좋겠네.”
“그러게 말이야.”
한국기자들은 한쪽에 모여 있는 일본기자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게이트가 열리며 신우의 모습이 보였다.
“신우다!!”
“정신우 선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공적인 루키시즌을 보낸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기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신우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사인 좀 해주세요!!”
“정신우 선수 팬이에요!!”
뒤이어 팬들도 그에게 달려들었다.
일찌감치 경찰들과 D.E에이전시에서 채용한 경호원들이 그를 보호하고 있었기에 큰 불상사는 없었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공항에선 미리 인터뷰장소를 만들어두었다.
신우는 경호를 받으며 그곳에 도착해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신우 선수! 63세이브 달성을 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일단, 예상치 못한 기록을 올려서 저 역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신우는 질문에 정석적인 대답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듣고 있던 레전드플레이어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이쉑 또 시작됐네.]
[아나-! 인터뷰는 좀 강렬해야 제맛이지.]
[야야-! 무슨 모범생 발표하냐?]
레전드플레이어들은 신우의 인터뷰스타일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정석적이고 모범생다운 대답만 하기 때문이다.
“신인상과 사이영상 수상이 확정적이란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그런 신우의 모습을 그냥 지켜볼 레전드플레이어들이 아니었다.
[워렌 스판님이 1000 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당연히 제가 타야죠!!]
도네이션으로 허를 찌르는 공격이 펼쳐졌다.
하지만 한 번 당했었던 신우는 그것에 낚이지 않으며 대답을 이어나갔다.
“받게 된다면 매우 기쁠 거 같습니다.”
[아놔...]
[능구렁이쉑.]
[한 번 당했다고 이걸 안낚이네.]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기자들 역시 정석적인 인터뷰에 약간씩 실망하는 분위기였다.
그때 사이영이 말했다.
[너 전에 무빙패스트볼 던지고 싶다 했지?]
‘예?’
[왜, 그 카디널스전에서 거의 무의식에 가깝게 공 던졌던 거 말이야.]
사이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마치 뱀처럼 좌우로 휘어서 들어가던 패스트볼.
나중에 영상에서 보고 깜짝 놀랐었다.
자신이 저런 공을 던졌는지 말이다.
그때 레전드플레이어들은 그 공을 무빙패스트볼이라 이야기했다.
다시 던지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서 아쉬웠던 공이다.
[우리 재밌게 해주면 그 공 가르쳐줄게.]
[올-! 좋다.]
[콜?]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에 신우가 고심에 들어갔다.
그때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혹시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나 기록이 있으십니까?”
그 질문을 들은 신우는 마른침을 삼켰다.
‘약속...지키셔야 됩니다.’
[콜!]
대답을 들은 신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게 뭐죠?”
“선발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덤덤하게 뱉은 그의 말에 장내가 일순간 적막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날 모든 언론사의 타이틀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정신우, 선발에 도전하겠다 공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