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90화 >
* * *
경기종료 후.
신우는 호텔로 돌아왔다.
“후우...”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켰다.
그리고는 기사를 확인했다.
“흐흐...”
벌써 네이버 스포츠란에 도배가 된 기사들을 보자 웃음부터 나왔다.
[지 기사 보면서 또 실실 쪼개제?]
[이제 좀 익숙해질 때 되지 않았냐?]
“어떻게 익숙해집니까?”
신우가 몸을 일으켰다.
“보면 볼수록 재밌고 즐거우면서 짜릿합니다.”
[변태쉑.]
“흐흐.”
기묘한 웃음으로 가볍게 채팅을 무시한 신우는 다시 뉴스에 집중했다.
그때 하나의 기사가 보였다.
「결국 연기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메이저리그사무국이 주관하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였다.
2006년을 시작으로 벌써 20여년의 역사를 가진 대회가 되었다.
통상적으로 지금까지는 연초에 경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주관하는 메이저리그사무국이 공식발표를 통해 2025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시즌 전이 아닌 월드시리즈 이후인 11월 초에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메이저리그선수협회의 요청으로 선수협은 시즌 전에 경기가 열리면 페넌트레이스에 영향이 간다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한편 경기가 시즌 후로 연기되면서 한국대표팀은 대표팀 구성에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KBO 관계자는 면밀히 검토를 하고 곧 공식발표를 하겠다 이야기했다.」
뉴스를 본 신우가 댓글을 확인했다.
- 결국 연기네.
ㄴ 차라리 연기되는 게 나을 듯.
ㄴㄴ ㅇㅇ 꼭 WBC 끝나면 애들 정규시즌에서 죽쓰더라.
- 그럼 명단도 나중에 발표하는 건가?
ㄴ 지금까지 2차 발표나지 않은 거 보면 그런 듯.
ㄴㄴ 내부적으로는 이미 확정이 됐었나 보네.
- 이번 대회는 기대가 좀 됨. 신우도 있고.
ㄴ 그런데 신우가 참가한대?
ㄴㄴ 기자들 왜 저건 안 물어보냐?
ㄴㄴㄴ ㅇㅈ 기레기쉑들 직무유기임.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신우는 생각에 잠겼다.
‘대표팀이라...’
[연락온 적 있었음?]
‘전에 코치님이 연락와서 잠깐 이야기가 나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코치라면 이진철 코치?]
‘예. 코치님도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하시더라고요.’
[그럼 KBO쪽에서는 아직 연락온 게 없다는 거네?]
[기사보니 이미 그쪽에서도 알고 있었던 거 같네. 그럼 굳이 연락할 필요는 없지. 한국 들어가면 만나서 이야기해도 될 테니.]
[하긴 그것도 그렇네.]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을 보며 신우는 다시 기사를 봤다.
‘내가 대표팀이라고?’
확정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성적이라면 뽑혀도 이상할 게 없었다.
“흐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상상하자 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느낌이 뭔지 모른다.
그럼에도 국가대표를 해보고 싶은 이유는 한국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사람이 뽑히기 때문이다.
[꼭 그런 건 아니지 않음?]
[한국 보니까, 대표팀 구성할 때 말 많더만.]
[실력보다 인맥-! 지연-! 학연빨!!]
“으...부정은 못하겠네요.”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에 고개를 떨구는 신우였다.
한국에서 저런 문화들이 있다는 걸 알기에 별다른 반발 없이 다른 기사를 확인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멀어지는 메츠」
그때 하나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동부지구 우승경쟁을 하는 메츠와 필리스.
두 팀의 승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9월이 시작되고 절반이 지났다.
그 기간 필리스는 12승 3패를 기록.
엄청난 페이스로 승수를 챙겨가고 있었다.
반면 메츠는 같은 기간 9승 6패를 기록하며 게임차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제 지구우승은 물 건너갔지.]
[필리스가 너무 강했어.]
[무엇보다 필리스는 선수들이 충분했지. 주전들이 쉬는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었으니까.]
시즌 막판.
두 팀의 차이는 로스터에 있었다.
필리스는 시즌 중반부터 준주전급 선수들을 충분히 활용했다.
즉,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안배를 했다는 소리다.
그러한 차이는 시즌 후반에 드러나고 있었다.
체력이 크게 떨어진 메츠는 타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반면.
필리스는 여전히 막강타선을 자랑하고 있었다.
수비와 마운드에서도 차이를 보이며 양 팀의 차이는 점점 벌어졌다.
[이제 믿을 건 와일드카드밖에 없네.]
“예.”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 전체에서 승률이 가장 높은 2팀이 진출하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메츠가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와일드카드 티켓을 손에 넣는 것밖에 없었다.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지 나간다.’
개인적인 기록도 달려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나갈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영역에 들어가면 이길 수 있다.’
영역은 신우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최근에는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으면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특히 그곳에 들어가면 공을 자유자재로 뿌릴 수 있었다.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고수준의 공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다면 투수의 자신감은 매우 높아진다.
그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역을 너무 믿지마라.]
“예?”
그때 매튜슨이 말했다.
[영역이란 건 어디까지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신우가 말하는 영역.
그것은 집중력이 고도로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시각화되는 현상이었다.
몇 번 설명을 해주었던 것이기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믿지 말라니?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너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거기다 마무리투수라는 특수한 보직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안배도 충분히 할 수 있었지.]
[반대로 생각하면 체력이 떨어졌을 때 문제가 생긴다는 거야.]
‘문제요?’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영역에 들어갈 수 없다.]
매튜슨의 채팅을 본 신우는 마른침을 삼켰다.
* * *
메츠가 다시 홈으로 돌아왔다.
잔여경기는 이제 15경기.
[메츠가 시티필드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맞이해서 경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7회 현재 스코어 3 대 1인 상황에서 대니얼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지구우승의 가능성이 희박해진 메츠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노려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경기를 이겨야 합니다.]
[현재 와일드카드 결정전 가능성이 있는 팀은 총 4팀이죠?]
[그렇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그리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뉴욕 메츠입니다.]
[세인트루이스와 피츠버그 그리고 애리조나는 현재 승률이 0.525, 0.517, 0.533으로 애리조나 가장 앞서 있습니다. 그리고 메츠는 현재 승률 0.530으로 2위에 랭크되어 있고요.]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승률이기에 모든 경기에서 혈투를 벌여야 합니다.]
결정전에 나갈 수 있는 팀은 단 2팀이다.
4팀 중 단 두 개의 팀만 올라간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매 경기 혈투를 벌이며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야 했다.
“후우...!”
뻐억-!!
불펜에서 몸을 푸는 신우의 공이 묵직하게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크으...! 엄청난데?”
포수가 감탄하며 엄지를 내밀었다.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다.
장갑까지 끼고 미트를 꼈는데도 불구하고 손바닥에 충격이 장난아니었다.
평소보다 기합이 느껴졌다.
“시누!!”
그때 불펜코치인 글렌이 신우에게 신호를 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불펜의 문을 열었다.
“시누!! 이기고 와!”
“집에 가자!”
동료들의 응원을 받으며 신우가 마운드로 향했다.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시즌 57세이브를 달성하며 커리어, 구단, 리그 최다세이브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이로써 정신우 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 최다세이브 기록까지 단 5개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한편 메츠는...」
(데블스가즈아 : 최다세이브 가즈아-!!!)
(추천 : 4511 비추천 : 132)
* * *
잔여 12경기.
[8회초, 레이먼드 선수가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이후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2루의 위기에 빠집니다.]
[급작스레 제구가 흔들리면서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타자들이 잘 공략했습니다.]
[더 이상은 무리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시즌 중반이라면 모를까 현재 시점에서 레이먼드 선수를 믿고 끌고가는 건 어려워보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마이크 감독도 여유롭게 기다리진 않는군요. 마운드를 방문한 그가 레이먼드 선수에게서 공을 건네받습니다. 그리고 불펜에선...역시 이 선수밖에 없죠.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마운드에 도착한 신우에게 마이크가 공을 건넸다.
“네가 경기를 끝내야 된다.”
“알겠습니다.”
스코어 5 대 4.
단 1점도 줘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안타 하나라도 허용한다면 역전까지 가능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신우를 일찍 올렸다.
[정신우 선수의 임무는 명확해보입니다.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이닝을 종료하는 거겠죠?]
[그건 1차 목표에 불과합니다. 마이크 감독이 정신우 선수를 올렸다는 건 더 이상 다른 투수를 올리지 않겠단 소리입니다.]
[즉, 정신우 선수가 경기를 끝내야 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과연 임무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연습투구를 지켜본 마이크감독이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홀로 남은 신우가 로진을 손에 묻혔다.
“후우...”
그리고 숨을 들이마시며 정신을 집중했다.
오늘의 임무는 잘 알고 있었다.
그걸 해내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집중력이었다.
나아가 영역으로 발을 들여야 했다.
“후우...”
다시 호흡을 뱉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시야에 어둠으로 물든 풍경이 들어왔다.
그것을 확인한 신우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얘 어제도 이거 쓰지 않음?]
[ㅇㅇ]
[이거 영 불안하다야.]
[그러게. 3일 밖에 안 쉬고 바로 등판인데.]
[그래도 내일은 좀 쉬겠지. 이동일이니까.]
[마무리인데 이걸로 퍼지진 않을 듯.]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의견이 갈리는 사이.
신우가 초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초구 타자의 몸쪽을 강하게 파고드는 98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구심의 손이 망설임없이 올라갑니다!]
[아주 좋은 공이 들어갔어요. 오늘도 컨디션이 좋아보이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신우는 쉬지 않고 2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딱!!
“파울!”
[2구 1루쪽 관중성에 떨어지는 파울입니다.]
[구속이 92마일이 찍힌 걸 보면 커터인 걸로 보입니다.]
화면이 바뀌며 슬로우화면으로 타격순간의 전후가 나왔다.
[마지막 순간에 휘는 걸 보면 커터가 맞군요.]
[본인의 전매특허로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공을 돌려받은 신우는 로진을 손에 묻히고 다시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그리고는 상체를 숙이고 사인을 교환했다.
‘슬라이더.’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상체를 세웠다.
그리고 세트포지션에서 주자들을 체크했다.
‘영역에서 주자는 이런 식으로 보이는구나.’
그동안 영역에 접어들어 주자가 있는 상황을 맞이하지 못했다.
즉, 오늘이 첫 경험이었다.
그렇기에 1루와 2루에 있는 주자들의 기척이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그들의 근육이, 무게중심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주자들이 정말 달리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그저 도발을 하는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됐다.
‘달리지 않는다면 타자에게만 집중하면 되지!
촤앗-!
신우가 스트라이드를 하며 홈플레이트를 향해 발을 뻗었다.
그리고 모든 힘을 집중시켜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그라운드볼!! 2루수 잡아 유격수에게 토스!!]
퍽-!
“아웃!!”
[유격수 베이스를 밟으며 1루에!!]
쐐애액-!
퍽!!
“아웃!!”
[4-6-3 더블플레이가 만들어집니다!! 1사 1, 2루의 상황에서 등판한 정신우 선수! 공 3개로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올리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우-! 우-! 우-! 우-!!”
[씨티필드에 정신우 선수의 챈트가 쏟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