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88화 (88/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88화 >

* * *

치이이익-!!

불판에 고기가 올라가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익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토마스의 눈이 빛났다.

“크으-! 냄새 정말 좋다.”

“난 코리안바베큐가 처음인데, 신기하네.”

“응? 스티브, 처음이야?”

“응. 한국음식은 과자나 좀 먹어봤지, 이렇게 전문적인 식당에 오는 건 처음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피오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경기가 끝난 뒤.

신우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토마스와 함께 구장을 나왔다.

그리고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때마침 차에 오르고 있던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 역시 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고 자연스럽게 합류해서 같이 이동하게 되었다.

“와우!”

“맛있는데?”

“그렇지? 나도 더블A에 있을 때 우연찮게 먹었는데. 정말 맛있더라고.”

놀라는 두 사람을 보며 토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세 사람을 보고 있으니 뭔가 뿌듯함이 느껴졌다.

‘타국에 오면 애국심이 강해진다더니.’

[ㅋㅋㅋ 막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올라감?]

[그런데 네 지갑은 얇아질 거 같다?]

스판의 말에 신우가 불판을 바라봤다.

분명 방금 고기를 올렸던 거 같은데 불판이 깨끗했다.

그리고 피오르와 스티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고기를 올리고 있었다.

‘...예전에 고기 사주던 선배가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ㅋㅋㅋ 운동하는 애들이 잘 먹긴 하지.]

[우리 때는 버는 거의 절반은 먹는 걸로만 쓴 듯.]

[오버하네 ㅋㅋ]

그만큼 운동선수들이 잘 먹는단 소리였다.

“시누, 안 먹어?”

“먹어야지.”

그리고 그건 신우라고 해서 다를 게 없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젓가락질을 시작하자 더 빠른 속도로 고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후아...”

“잘 먹었다.”

“끄윽! 여기 고기 잘 하네.”

한 시간 뒤.

신우와 동료들은 부른 배를 두들겼다.

상 위에는 반찬까지 모두 접시가 비어 있었다.

고기는 몇인분을 시켰는지 알 수 없었다.

빈 접시를 바로바로 치워줬으니 말이다.

“디저트입니다.”

식사가 끝나자 곧 디저트가 나왔다.

각자가 시킨 디저트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뉴욕에 이렇게 좋은 식당이 있는지 몰랐네.”

“대부분 본토에 가면 더 맛있던데. 한국에 가서 먹으면 이거보다 맛있나?”

“여기도 수준이 높은 편이야. 다만 한국에 가면 더 다양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지.”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봐야겠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신우는 뿌듯한 마음을 가졌다.

“그나저나 우리 팀은 이번에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으려나.”

자리에서 가장 어린 스티브가 지나가듯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일 이야기라니.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토마스도 같은 생각인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졌다.

“스티브는 포스트시즌이 처음이던가?”

“응, 작년이랑 재작년은 시즌 막판에 미끄러졌거든.”

스티브는 서비스타임 2년차 선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처음 콜업이 된 건 2021년이었다.

자잘한 부상으로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었다.

작년에도 시즌 막판에 부상을 입으면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렇기에 올해 포스트시즌에 거는 기대가 컸다.

문제는 메츠가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직은 변수가 많지. 필리스가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고, 좀처럼 순위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까.”

“저번에 역전했을 때 그대로 갔어야 하는데, 아까워.”

필리스는 시즌 막판에도 치고나가는 힘이 강했다.

메츠가 따라붙으면 그들은 달아났다.

쫓고 쫓기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었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어째 걔네들이랑은 매번 막판까지 싸우냐.”

스티브가 투덜거렸다.

작년에도 마지막 시리즈에서 역전을 일구어내며 디비전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언론에서는 작년과 같은 상황이 다시 연출될 수 있다고 말하는 중이었다.

2년 연속 동부지구의 순위는 안갯속을 헤매는 거 같았다.

“나 화장실 갔다 올게.”

그때 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룸을 나가는 그를 보던 피오르가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입을 열었다.

“그래도 우리는 8회까지만 이기면 되잖아.”

그의 말에 토마스가 피식 웃었다.

“네 말이 맞다. 녀석들은 9회까지 해야 되지만, 우리는 8회까지만 하면 되지.”

“저 녀석은 정말 괴물이라니까. 9월인데 평균자책점 제로가 말이 돼?”

“세이브 50개가 넘었는데, 성공률 100퍼센트는 또 어떻고.”

“거기다 루키지.”

루키라는 말에 피오르와 스티브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맞다. 루키였지.”

“젠장, 난 루키 때 얼타고 있다가 만세나 했는데.”

자신들의 흑역사를 떠올리며 두 사람의 모습에 토마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좀 더 빡세게 해야지.”

“맞지.”

“하긴, 8회까지만 이기면 되는데.”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8회까지만 앞서고 있으면 이길 수 있다는 걸.

만약 그게 되지 않았다면 타자인 자신들의 탓이 된다는 걸 말이다.

새삼스레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선 타자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딸칵-!

그때 문이 열리며 신우가 들어왔다.

“다들 왜 이렇게 조용해? 다 먹었으면 슬슬 가자.”

“그래.”

“그러자.”

그날.

식사는 그렇게 끝났다.

토마스와 스티브 그리고 피오르가 새로운 각오를 다졌지만 그걸 신우가 알리 없었다.

* * *

다음 날.

[메츠 타선이 경기 초반부터 폭격합니다!]

[오랜만에 메츠가 강력하게 상대를 밀어붙이고 있네요.]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신우가 경기상황을 지켜봤다.

‘다들 오늘 왜 저래?’

[고작 4회인데 벌써 7점 낸 거 실화냐?]

[거기다 어제 고기 먹은 애들은 날아다니는데?]

[고기에 약 탔냐?]

‘그럴리가요.’

약을 탔냐는 농담을 할 정도로 저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하위타선에서도 터져주니 메츠는 빠르게 점수를 적립해갔다.

딱-!!

“와아아아아!!”

그때 터지는 환호성.

신우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정말 오늘은 나갈 일이 없겠네요.’

[ㅋㅋㅋ 세이브 날아갔누.]

토마스가 터트린 쓰리런홈런에 스코어는 순식간에 10 대 2로 벌어졌다.

* * *

「정신우 선수가 소속된 뉴욕메츠가 내셔널스를 10 대 2로 누르며 위닝시리즈를 예약했습니다.

(중략)

한편 동부지구 1위인 필리스는 마이애미에게 덜미를 잡히며 메츠와 게임차가 0이 되면서 지구 공동 1위가 되면서 두 팀의 지구우승을 위한 싸움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메츠의 승리.

하지만 한국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간만에 메츠 타선 터진 듯.

ㄴ 이기긴 했는데, 아쉬움.

ㄴㄴ 신우가 나와야 보는 맛이 있는데.

ㄴㄴㄴ 하여간 이래서 국뽕들은.

ㄴㄴㄴㄴ 팀이 이기는 걸 좋아해야지, 특정선수 안 나왔다고 아쉬워하냐? ㅈㄴ 웃기네.

신우의 등판이 없자 댓글은 열띤 토론의 장이 되었다.

* * *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절대강자가 없는 이곳에서 다시 순위싸움이 시작됐다.

딱-!!

“와아아아아!!”

[브라이스 하퍼, 5구를 강타!! 그리고 이 타구는...담장을 넘어갑니다!! 시즌 54번째 홈런을 기록합니다!!]

1위 필리스는 하퍼가 앞장서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60홈런 레이스에 선두에 서며 MVP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는 하퍼.

그의 활약에 필라델피아는 환호를 내질렀다.

필리스가 이기면 뉴욕에서도 승전보가 들려왔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정신우 선수 시즌 53세이브를 달성합니다!!]

메츠의 클로저.

루키 정신우는 매 경기 역사에 이름을 남기며 메츠의 9회를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54홈런.

53세이브.

두 선수는 마치 경쟁을 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두 선수의 기록이 갱신될 때마다 팀의 승리가 적립되었다.

-역대급시즌이다.

ㄴ ㄹㅇ.

ㄴㄴ 같은 지구에서 이런 기록싸움이 일어난 게 언젠지 모르겠음.

-메츠가 올라간다 추천. 필리스가 올라간다 비추천.

추천 : 4322 비추천 : 2214

ㄴ 꼭 이런 글 올리는 놈들 있더라.

ㄴㄴ 찐따쉑.

한국에서도 두 선수, 그리고 두 팀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됐다.

메이저리그에 관심없던 사람들도 신우의 경기를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를 시청했다가 빠져드는 일도 늘어났다.

그만큼 두 팀의 대결은 야구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 * *

53세이브 달성 뒤, 열흘이 지났다.

‘55세이브.’

그동안 신우는 2개의 세이브를 더 적립했다.

‘잔여경기는 16경기.’

20경기가 넘던 경기는 어느덧 16경기만이 남게 됐다.

‘최다세이브까지 7개.’

잔여경기의 절반에 출전해 모든 경기에서 세이브를 올려야 된다.

어떻게 보면 매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이기면...’

신우가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토마스가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타자가 배터박스로 들어오고 있었다.

[정신우 선수!! 시즌 56세이브에 도전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릅니다!]

[내셔널리그 최다세이브 기록인 56세이브에 도전하는 정신우 선수를 보고 있으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2003년 에릭 가니에가 LA다저스 소속으로 올린 55세이브가 현재까지 내셔널리그 최다세이브란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신우는 이전 경기에서 55세이브를 달성하며 이 기록과 타이를 이루었다.

신우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후우...”

눈을 감은 신우가 깊게 호흡을 내뱉었다.

4일만의 등판.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힘이 남아도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체력이 넘친다는 건 그만큼 집중도 잘 된다는 것과 같은 소리였다.

신우가 눈을 떴을 때.

주위가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플레이볼!!”

[9회말 시작됐습니다!]

구심의 외침과 함께 신우의 56세이브 사냥이 시작됐다.

* * *

토마스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몸쪽, 커터.’

평소대로 커터의 사인이 나왔다.

하지만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첫 사인에 정신우 선수가 고개를 젓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글쎄요. 사인이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고 본인의 느낌과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기록이 걸려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가고 싶을 수도 있고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모두 아니었다.

평소라면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을 거다.

하지만 영역에 들어온 이상 커터로 갈 이유는 없었다.

그동안 호흡을 맞춰온 토마스 역시 어느 정도 눈치를 챈 듯 다시 사인을 냈다.

‘포심.’

신우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흡을 자주 맞추니 좋네.]

[사인이 길어지면 집중력도 깨져서 뭐같은 포수 만나면 답없지.]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과 별개로 신우는 투구준비에 들어갔다.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발을 차올린 신우는 있는 힘껏 초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후웅-!

초구부터 타자의 배트가 강하게 돌았다.

하지만 신우의 공은 그런 배트의 위를 지나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엉-!!

“스트라이크!”

뒤이어 전광판에 초구의 구속이 표시됐다.

[배트 헛돕니다! 초구 101마일의 빠른 공이 전광판에 찍혔습니다!]

[최근 5경기에서 100마일을 넘는 공이 없었는데, 정신우 선수의 컨디션이 매우 좋은 거 같습니다.]

[회전수는 무려 2688을 기록합니다.]

[오늘 정말 컨디션이 좋은 거 같습니다. 본인의 평균회전수도 훨씬 높은 수치가 나왔어요.]

단 1개의 공.

자신의 컨디션을 알리기에 충분한 공이었다.

‘젠장, 내 예상보다 공이 더 높게 들어와.’

다저스의 루드는 타석에서 물러나 장갑을 고쳐 착용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다들 대단하다고 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신우는 처음 상대하는 루드.

그렇기에 주위에서 이야기를 듣고 타석에 섰다.

하지만 이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피칭이었다.

‘일단 조금 더 높게 타점을 잡아야겠어.’

생각을 고친 루드가 다시 타석에 섰다.

단순한 생각이지만 적절한 해법이었다.

문제는 신우와 토마스 배터리가 그렇게 녹록한 상대가 아니란 점이었다.

후웅-!

퍽!

[2구 써클체인지업에 다시 헛스윙!!]

포심을 예상하면 체인지업이 들어오고.

쐐애애액-!!

뻐어엉!!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다시 포심이 몸쪽에 꽂히며 루드의 혼을 빼버렸다.

[삼구삼진!! 첫 타자를 가볍게 세 개의 공을 돌려세우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립니다!!]

[아-! 오늘 정말 컨디션이 좋은 정신우 선수입니다.]

[이때 다저스 벤치가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 선수가 벤치에서 나오네요!]

카메라가 다저스의 더그아웃을 비추었다.

[부상으로 오늘 경기 선발출전을 하지 않았던 코디 벨린저가 타선에 들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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