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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73화 (73/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73화 >

* * *

[스코어 2 대 1!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정신우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신우의 등판 소식은 광고가 나가는 동안 알려졌다.

자연스레 시청자의 숫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시청자의 관심은 곧 포털사이트의 검색어에 나타났다.

[1위 정신우]

[2위 메이저리그 최다세이브]

[3위 아시아인 메이저리그 최다세이브]

[4위 사사키 가즈히로]

1위부터 10위까지.

신우와 연관된 검색어가 순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야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정신우라면 야구 선수 아니야?”

“맞아. 뉴스 보니까, 지금 등판중인가 본데?”

“그런데 최다세이브는 뭐야?”

“나도 잘은 모르는데, 아시아인 최다기록인가 봐.”

세이브.

야구를 모른다면 어려운 규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아시아인 최다기록.

그 사실이 그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어디서 볼 수 있는 거야?”

“네이버에서 중계하나?”

“어, 하고 있다. 아직 시작은 안한 듯.”

그리고 흥미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인터넷중계에 접속했다.

누군가는 네이버로, 누군가는 카카오로, 누군가는 각종 인터넷방송으로.

자기만의 취향에 맞춰 플랫폼을 결정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대중의 시선이 메이저리그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 *

“중계사이트 접속자가 150만명을 넘었습니다.”

각종 포털사이트는 인터넷중계를 위해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한다.

하지만 그들은 중계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들이 원하는 건 트래픽과 광고시청률이었다.

즉, 중계를 많이 보면 볼수록 그들에게는 수익이란 소리였다.

“도쿄올림픽 때와 비슷한 수치잖아?”

“대단하군요.”

“최다기록이란 것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 아마 시간이 갈수록 계속 늘어나겠지. 서버는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다들 긴장하자고.”

모든 포털사이트들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이 접속한다는 건 언제든지 무슨 일이 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했다.

‘전국이 주목하는 경기는 오랜만이야.’

전국 수준이 아니다.

전 국민이 주목하고 있었다.

오늘의 경기를 말이다.

* * *

[9회초, 시작합니다.]

[중요한 순간이지만 평소처럼 공을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초구가 어떻게 들어가느냐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초구가 중요하다.

그 사실을 신우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타자도 알겠지.’

20여년간 깨지지 않았던 기록.

그것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신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이 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관문이다.]

[이 순간을 넘지 못하면 너의 한계는 여기로 결정된다.]

[스스로를 넘어야 돼.]

[상황에 잡아먹히지 마라.]

그들의 말을 떠올리며 신우는 사인을 교환했다.

‘초구 바깥쪽.’

코스를 정하고.

‘커터.’

구종을 결정했다.

타자가 알고 있다고 해서 변수를 쓸 필요는 없다.

정면대결이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뒤이어 양손을 모으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정신우 선수. 대기록에 도전할 제 1구를 던집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기록의 달성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는 1구.

지켜보는 이들의 심장이 더욱 쫄깃하게 만드는 이 1구를 신우는 과감히 뿌렸다.

쐐애애액-!

퍽!

“스트라이크!!”

바깥쪽으로 흘러나간 공이 보더라인을 살짝 벗어났다.

하지만 구심의 손은 올라갔다.

[토마스가 예리하네.]

[ㅇㅈ]

[구심의 존이 바깥쪽으로 넓은 걸 간파하고 초구부터 그쪽을 요구했네.]

[반면에 타자는 대타니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에 동의했다.

초구는 오직 토마스의 리드에 따랐다.

그 이유는 구심에게 있었다.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은 홈플레이트의 기준으로 형성된다.

하지만 모든 존이 똑같지는 않았다.

리그마다 다르고 구심마다 매 경기 존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것을 캐치해내는 것이 바로 포수가 해야 될 일이다.

투수는 매 이닝 바뀔 수 있지만 포수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9이닝을 책임진다.

그렇기에 구심의 존을 잘 알고 있어야 된다.

토마스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마지막에 이루어진 플레이밍도 괜찮았지.]

[저 정도면 구심의 손이 올라갈 수밖에 없지.]

[오늘 바깥쪽은 후한 편이니까, 우타자가 나오면 너한테 유리하겠네.]

신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2구를 뿌렸다.

딱-!

“파울!!”

[2구 파울이 됩니다. 일이구 연속해서 커터를 던지며 상대 타자를 강하게 압박을 해나가는군요.]

[본인의 무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또 그것을 신뢰하고 있기에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거겠죠.]

투스트라이크 노볼.

단 2구만에 상대를 몰아넣었다.

‘몸쪽, 체인지업.’

정석적인 볼배합.

여기에 신우도 고개를 젓지 않았다.

때로는 몰아붙이고 끝내야 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2구 연속 바깥쪽으로 빠지는 커터를 보여주었다.

커터는 모두 전력투구를 통해 93마일의 공들이었다.

상대의 눈을 어지럽힐 필요가 있었다.

‘커터의 궤적에 눈이 익숙해진 상황에서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써클체인지업이라면...’

와인드업을 한 신우가 3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존을 향해 공이 날아오자 타자의 배트가 시동을 걸었다.

‘걸렸어.’

배트의 스윙궤적을 본 신우는 확신했다.

녀석은 또 다시 커터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기대와 달리 공이 몸쪽을 파고들었다.

“크...!”

구속마저 줄어들면서 완벽하게 타이밍을 빼앗겼다.

이대로는 헛스윙이 되는 게 기정사실.

타자는 마지막 발악을 했다.

스탠스를 오픈하며 스윙의 궤적을 몸쪽으로 틀었다.

하지만 타이밍마저 늦출 수 없었다.

결국 스윙이 거의 끝나갈 무렵 배트의 끝에 공이 맞았다.

틱-!

[배트의 끝에 걸렸습니다! 3루수 대시를 하며 공을 잡습니다!]

평범한 그라운드볼.

타구속도가 느리긴 했지만 처리하기 까다로운 공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 3루수 저글!]

3루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팔을 올리는 순간.

손에서 공이 빠지면서 허공에 떠올랐다.

뒤늦게 떨어진 공을 잡아 1루로 던졌지만 타자가 이미 베이스를 밟은 뒤였다.

[세이프입니다! 3루수 에러로 아웃카운트가 올라가지 않고 타자가 살아서 나갑니다!]

[다소 느린 타구기는 했지만 이 정도 타구는 안정적으로 처리를 해줬어야 합니다. 타자인 마크 선수의 주력이 좋은 편도 아니었고 조금 여유롭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는데 말이죠.]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단순히 아웃카운트 하나가 사라진 게 아니었다.

경기의 흐름 자체가 어수선해졌다.

“미안하다.”

에러를 범한 3루수 로빈슨이 마운드에 다가와 사과를 했다.

“괜찮아. 신경쓰지마.”

신우는 그런 로빈슨을 오히려 다독이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에러는 경기의 일부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올 시즌을 치러왔다.

첫 타자를 에러로 내보내면서 분위기가 묘해지기는 했지만 이것에 신경쓰면 잡아먹히고 만다.

[야구는 묘한 마력이 있지.]

[기록이 걸리면 그 마력은 그라운드 전체를 휘어잡게 된다.]

[투수는 물론 그라운드의 수비들도 긴장을 하게 되지.]

[문제는 그 마력에 잡아먹히는 순간, 기록은 물 건너간다는 거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무시해라.]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수많은 경기를 치르고 관전해온 그들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무시하는 것.

이미 나온 에러는 주워담을 수 없다.

시간을 돌릴 수도 없었고 만약에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도 없다.

그렇기에 잊는 게 최고의 방법이었다.

문제는 홀로 남는 고독한 상황에선 그 방법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는 거다.

하지만 신우는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남들의 눈에는 혼자라고 보이는 상황이지만 혼자가 아니었기에 말이다.

[정신우 선수, 한시라도 빨리 이 에러를 잊어버리는 게 가장 좋을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이미 나온 에러를 계속 생각한다면 본인의 공을 던질 수 없게 됩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들의 염려와 달리 신우는 이미 에러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1루에 주자가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내 공에만 신경쓰자.’

토마스와 사인을 교환한 신우는 두 번째 타자를 향해 4번째 공을 뿌렸다.

1루에 대주자가 들어와서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신경을 껐다.

세트포지션에서 사이드스텝을 빠르게 밟으며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쐐애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96마일의 하이패스트볼에 배트 헛돕니다!]

[아주 좋은 공이었습니다. 에러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본인의 공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세트포지션에서 던졌기에 구속은 조금 떨어졌지만 회전수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것이 신우의 강점 중 하나였다.

회전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공의 낙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세트포지션에서도 와인드업포지션과 크게 다르지 않는 하이 패스트볼을 뿌릴 수 있었다.

또한 이번 공으로 상대에게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자신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이다.

‘체인지업으로 가자.’

토마스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신우는 빠르게 5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딱-!

“파울!!”

[3루수 로빈슨 선수가 공을 잡았지만 이미 라인 밖으로 흘러나간 뒤입니다.]

[아쉽네요. 조금만 더 안쪽에 떨어졌으면 더블플레이까지 노려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정신우 선수, 에러를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피칭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대기록이 눈앞에 있고 에러까지 나왔는데도, 본인의 피칭을 완벽하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는 않는 마무리투수.

이것보다 매력적인 모습은 없었다.

당연하게도 네티즌들은 그러한 신우에게 감탄을 터트렸다.

- 지리네.

- 에러고 나발이고 흔들리질 않네.

- 돌부처가 아니라 쇠부처인 듯.

- 이게 루키시즌 치르는 선수 맞냐고요.

ㄴ 아...얘 루키시즌이었음?

ㄴㄴ 실화냐?

루키시즌이라는 말에 놀라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대부분 루키들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신우에게는 전혀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산전수전공중전을 모두 치른 베테랑처럼 묵묵히 자신의 공을 던지고 있었다.

퍽-!

“볼!!”

[6구 볼입니다. 커터가 공 한 개 정도 존 밖으로 나갔네요.]

[이건 사실 타자가 반응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투스트라이크에서 이 정도 공은 사실상 커트를 해야 되거든요? 그럼에도 배트를 내밀지 않았다는 건 반응을 하지 못했다고 봐야 합니다.]

신우가 같은 생각이었다.

이번 공은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을 거라고 봤다.

커트를 위해 배트가 나오던, 아니면 구심의 손이 올라가던.

모든 확률이 열려 있는 공이었다.

하지만 두 가지 선택지가 아닌 세 번째 선택지의 손이 올라갔다.

‘잃은 것만 있는 건 아니지.’

이번 공으로 타자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투스트라이크에 몰린 상황.

타자는 존을 넓히고 비슷한 공은 모두 쳐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금 공에 어떤 모션이라도 보였어야 했다.

배트는 나오지 않더라도 시동이 걸렸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이 전혀 없었다.

[긴장했네.]

스판의 말에 신우도 동의했다.

1점차.

투수는 강한 압박감을 받는다.

반대로 말하면 그건 타자 역시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지금 이 상황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상대 타자는 아니었다.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

상대타자가 긴장하고 있다면 어렵게 갈 필요는 없다.

정면승부다.

신우가 사인을 냈다.

토마스는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7구 던집니다.]

사이드스텝과 함께 스트라이드를 한 신우가 7구를 뿌렸다.

코스는 좌타자 몸쪽.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

영점을 조준한 신우가 있는 힘껏 팔을 돌렸다.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정확히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타자의 배트도 회전을 시작했다.

커터를 생각하는 듯 스윙의 궤적이 공의 궤적보다 아래로 향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 2루수 정면으로 날아갑니다!]

더블플레이성 타구였다.

길로메가 앞으로 대시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 순간.

타구가 그라운드 위로 떨어졌다.

퍽-!

“어?!”

길로메의 당황한 외침과 함께 공이 그의 왼쪽으로 휘어졌다.

놀란 길로메가 급히 글러브를 뻗었다.

그게 실수였다.

퍽-!

글러브의 바깥쪽에 맞은 타구가 1루선상을 향해 날아갔다.

[아아-! 또 에러가 나옵니다!! 우익수 급하게 백업플레이를 했지만 이미 1루 주자는 3루까지 내달렸습니다!!]

두 개의 아웃카운트가 올라갔어야 될 상황.

하지만 결과는 무사 1, 3루가 되었다.

[리플레이가 나옵니다. 타구는 평범한 그라운드...아-!]

다시보기 영상에서 타구가 떨어지는 장면을 잡아냈다.

[타구가 정확히 잔디와 흙이 교차하는 곳의 위로 떨어지면서 불규칙바운드가 일어났군요.]

[사실 저 공간에 떨어지면 바운드가 불규칙적으로 일어나면서 공의 속도와 방향이 제멋대로 날아가게 됩니다. 길로메 선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죠.]

[분명 그렇습니다만 연달아 수비쪽에서 실책이 발생하면서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정신우 선수입니다.]

확률적으로 점수가 나기 가장 쉬운 상황.

그건 바로 무사 1, 3루의 상황이다.

설사 더블플레이가 나오더라도 이닝은 끝나지 않고 점수가 나게 된다.

또한 3루 주자는 상황에 따라 홈으로 파고들지 않아도 된다.

그런 움직임을 보여주며 오히려 다른 주자들을 살릴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진다.

여러 선택의 상황이 주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만루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현재 상황이 가장 최악입니다. 투수에게는 말이죠.]

투수에게 최악의 상황.

그것은 타자가 잘해서 안타를 허용해 위기를 맞이하는 게 아니다.

수비들의 실책으로 위기에 빠지는 것이 가장 최악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만약 정신우 선수가 여기서 점수를 내주게 된다면 시즌 첫 블론세이브와 함께 실점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됩니다.]

메이저리그 유일의 평균자책점 제로.

그 기록까지 깨질 수 있는 상황.

또한 아시아인 최다세이브 기록갱신까지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여러모로 최악이었다.

그때 중계카메라가 마운드 위의 신우를 잡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그리고 캐스터가 경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운드 위에서 정신우 선수! 웃고 있습니다!!]

카메라에 잡힌 신우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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