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68화 (68/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68화 >

* * *

각 지구의 선두권 팀들이 본격적으로 트레이드에 나섰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밀워키 브루어스가 트레이드에 합의했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자신들의 유망주 탑텐 중 한 명이라 평가받는 페르난데스 선수를 포함한 총 4명의 유망주를 내주고 브루어스의 마무리투수 페레즈 테일러와 유망주 2명을 받는 4 대 3 트레이드에 성공하며 뒷문을 강화하는데 성공,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영입에 들어갔습니다.

한편 페레즈 테일러는 내셔널리그 세이브부문 3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같은 부문 1위는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입니다.]

데드라인이 다가오자 빅딜들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레드삭스였다.

그들은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약점으로 지적받던 마무리투수의 영입에 성공했다.

다른 팀들 역시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스트시즌에 도전할 팀들은 각자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반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팀들은 주축선수들을 팔며 유망주들를 영입했다.

구단들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선수들은 팀의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신우 역시 마찬가지로 전력을 다해 피칭을 이어갔다.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며 이틀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이로써 김병현 선수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최다 세이브 기록과 타이기록을 세우게 되었네요.]

시즌 36세이브를 거둔 신우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뒤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토마스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 * *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주춤했던 메츠의 기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선발진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었지만 타선이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했다.

따악-!

[이건 큽니다!! 우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북극곰의 시즌 33번째 홈런포가 작렬합니다!!]

피트 알론소가 본격적으로 몰아치기를 시작했다.

선발이 점수를 내주더라도 타선에서 다시 따라붙으니 경기가 팽팽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9회까지 어떻게든 1점이라도 이기고 있다면 메츠의 팬들은 팀이 이길 거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9회초 메츠가 7 대 6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 선수가 경기를 끝내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카메라가 마운드를 비추었다.

거기에는 정신우가 로진을 손에 묻히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메츠의 팬들이 일제히 그에게 환호성을 보냈다.

몇몇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우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최근 2경기에서 연속해서 세이브를 수확한 정신우 선수, 오늘 경기에서도 등판하면서 3경기 연속 등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3경기 연속 등판.

1이닝을 전담한다고는 하나 마무리투수에게는 분명 과부하가 걸릴 수 있었다.

[최근 정신우 선수의 등판횟수가 잦아지고 있는데요. 일부 팬분들은 이러한 잦은 등판이 혹사가 아니냐면서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예전이라면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예전이라면요?]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정신우 선수는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피칭을 해왔습니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100마일에 육박할 정도로 빠른 공을 던져왔죠.]

퍽-!

“스트라이크!!”

[초구 92마일의 커터가 보더라인에 걸칩니다. 원스트라이크. 확실히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구속이 98마일에 이르렀죠.]

[예. 커터 역시 평균구속이 94마일에 이를 정도로 힘으로 타자를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정신우 선수는 피칭스타일을 바꾸고 있습니다.]

[피칭스타일을 바꾸었다고요?]

딱-!

“파울!!”

[2구 파울입니다. 투스트라이크!]

[정확히는 써드피치로 사용하던 써클체인지업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이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본인의 로케이션에 써클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낸 신우는 세 번째 공을 던지기 위해 와인드업을 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은 곧 화려한 무브먼트와 함께 우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후웅-!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으로 첫 타자를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써클체인지업으로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냅니다!]

[저 써클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힘을 사용한 피칭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된 것입니다.]

[즉, 연투를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체력적인 부분은 보완이 되었다는 거군요?]

[정확합니다. 한단계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구종을 이렇게 빨리 수준을 올릴 수 있는 걸까요?]

[구종이란 건 어디까지나 손의 감각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 감각을 깨닫기만 하면 하루 아침에라도 좋아질 수 있는 문제죠.]

[즉, 꾸준히 노력을 해야 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정신우 선수의 주위환경 역시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확실히 메이저리그니만큼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겠군요.]

[그렇습니다.]

중계진의 생각과 달리.

[에헤이, 그렇게 던지는 게 아니라니까?]

‘예?’

[체인지업은 속도를 줄여야 돼. 하지만 변화도 일으켜야 되니까, 마지막 순간에 파앗 하고 손가락에 힘을 줘야 돼. 특히 중지로 실밥을 제대로 채주지 않으면 안 된다니까?]

‘제대로 챘잖아요?’

[너는 촤앗-! 하고 채는 느낌인데, 그것보다는 촤아아아앗-! 하는 느낌으로 채줘야 돼.]

‘...그게 뭔 차인데요?’

[하아...이래도 이해를 못 한다고?]

[둔재라니까.]

[쯧쯧.]

[스판이 불쌍하다.]

‘아니! 체력단련이나 근력운동 같은 건 체계적이면서 왜 구종을 던질 때는 이렇게 느낌적인 훈련법인데요?!’

[그거야 체력단련은 꾸준히 연구가 됐잖아?]

[하지만 우리가 던지던 구종들은 연구가 안 됐는데?]

[이건 손가락 감각임.]

“하아...”

틀린 말이 아니기에 반박할 수 없었던 신우였다.

‘그래도 이 갭은...!’

촤앗-!

이 답답함을 와인드업과 함께.

‘너무한 거 아니냐고오오!!’

쐐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공에 담아 던지는 신우였다.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시즌 37세이브를 달성하며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다세이브 기록을 22년 만에 경신하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최근 3경기 연속 등판을 한 정신우 선수는 모든 경기에서 세이브를 달성하며 여전히 세이브 성공률 100퍼센트를 자랑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 * *

경기가 끝난 신우는 샤워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했다.

(경기 잘 봤음! - 이진철 코치님)

이진철 코치는 자신이 등판한 날이면 언제나 문자를 보내왔다.

한국은 월요일로 경기가 쉬는 날이니 라이브로 보신 듯 했다.

신우는 답장을 보낸 뒤, 다음 문자들을 확인했다.

‘모르는 이름들이 여전히 많네.’

유명해지고 난 뒤부터 온갖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나마 지인이면 괜찮았다.

고등학교 야구부 부원들이나 동창들은 이름이라도 기억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인의 지인들부터 시작해서 이름도 알지 못하는 팔촌관계의 사촌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물론 그동안 왕래가 없던 사람들이었다.

[이번에 또 누구냐?]

[아버지쪽 팔촌의 사돈에 육촌조카라고?]

[어쩌라는 거여?]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말에 동의하며 메시지를 스팸처리했다.

‘응?’

(안녕하세요, 저는 DS에이전시의 이하연 실장이라고 합니다. 저희 DS에이전시는...)

[하루에 한곳씩은 문자를 보내네.]

[그러게.]

[너 빨리 계약해야겠다 ㅋㅋ]

‘그러게요. 이것도 빨리 결정해야 되는데.’

[너 이러다 올해도 한국 돌아가면 별 다른 계약 못 찍음.]

[ㅇㅇ 최소한 3-4개월 전에는 협의해서 일정이랑 맞춰야 하니까.]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하게 되면 귀국은 빨라도 10월이다.

그때 들어가서 계약을 조율하고 일정을 잡는다는 건 너무 촉박하다.

한국에 오래 있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미리 일정의 조율이 필요하다.

‘날 잡아서 에이전시들에 연락을 해봐야겠어요.’

[그래.]

[어차피 네가 갑이니까, 강하게 나가버려!]

‘예.’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조언을 들으며 신우는 집으로 향했다.

* * *

7월의 마지막 주.

뉴욕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덥다.”

신우가 미국에 와서 첫 여름을 보냈던 곳은 시라큐스였다.

캐나다와 근접했던 시라큐스의 여름은 무척이나 선선하고 야외활동을 하기 딱 좋았다.

덕분에 야구를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뉴욕의 여름은 전혀 달랐다.

“헥...헥...”

옆에서 레이먼드가 혀를 내밀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아직 오후 훈련만 했는데도 이랬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체력소모가 심해지고 있었다.

‘완전 한국이랑 똑같네.’

뉴욕의 여름은 한국과 비슷했다.

낮에는 최고 30도를 넘는 온도를 보여주었다.

그나마 장마가 없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그래도 한국보단 덜 덥지 않음?]

[저승에 온 한국인이 대구라는 곳은 여름에 대프리카라고 불린다던데.]

‘그 동네는 그렇긴 하죠.’

신우도 여름에 대구에 몇 번 간 적이 있었기에 바로 동의했다.

[어쨌건 여름에는 체력관리를 잘 해야 됨.]

[먹는 것도 잘 먹어야 되고.]

‘예.’

이런 여름에서의 시즌은 처음이다.

그렇기에 신우에게는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었다.

당연하게도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조언에 의지해야 했다.

다행인 점은 그들이 한국의 기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승에는 단순히 한 인종만 가는 게 아닌 듯 했다.

전 세계의 인종이 모여서 또 다른 사회를 이룬다.

그곳이 저승이었고 그들은 자연스레 다른 문화도 받아들이고 있었다.

덕분에 과거에만 생각이 얽매여 있지 않았다.

[물 많이 마셔라.]

[탈수오면 답없음.]

훈련 간간이 이어지는 그들의 훈수에 신우는 경기를 준비했다.

잊을만하면 체력보충과 수분보충을 이야기해주니 마음 편하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에이전시는 연락해봤음?]

경기가 한창 진행이 되고 있을 때.

스판이 물었다.

불펜에 설치된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신우가 대답했다.

‘아직요. 일단 명단은 뽑아두긴 했는데, 사실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연락을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있나?]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계약이잖아요. 한 번 사인하면 당분간 함께 해야 되는 거고.’

[굳이 그럴 필요없음.]

‘예?’

[말했잖아. 네가 갑이라고. 에이전시 입장에서는 너라는 대어를 낚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을 거라니까?]

‘그렇다고 해도 계약조건을 제 마음대로 바꿀 순...’

[있어.]

단호한 스판의 말에 신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신우는 그동안 계약이라곤 구단과 맺은 선수계약밖에 없었다.

미국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메츠와 맺은 계약,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맺은 에이전시계약 두 가지가 전부였다.

메츠야 처음에는 마이너리그 계약이었고 두 번째는 메이저리그 계약이었으니 기본적인 조건이 모두 같았다.

보라스 코퍼레이션 역시 에이전트 수수료를 일괄적으로 받는 곳이니 당연히 협상할 부분이 없었다.

그렇기에 계약을 하면서 협상이 어디까지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못 믿겠으면 오늘 경기 끝나고 전화해봐.]

[그게 좋겠네.]

[경기 끝나면 한국은 어차피 업무시작했을 테니까, 전화해서 나 누구누구요 하면서 계약조건 협상 콜? 해보면 되겠네.]

‘으음...’

확신이 서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그렇듯 첫 경험은 어렵다.

하지만 신우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였다면 이런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겠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오늘 경기 끝나면 전화해볼게요. 그런데 어떤 걸 협상해야 되는 거예요?’

[일단 계약기간.]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면 처리하는 일만 계약하면 되겠네.]

[ㅇㅈ. 만약 일을 어중간하게 하면 바로 다른 에이전시 찾는 게 좋고.]

[두 번째는 수수료 비율.]

[무조건 네가 많이 받아야 된다.]

[마지막으로 최종계약을 네가 결정한다는 것.]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레전드플레이어들.

마음 한구석에는 과연 저 많은 것들을 들어줄 곳이 있을까? 라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일단 하기로 한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을 듣고 손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딱-!

“아아-!”

그때였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관중석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갔네.]

[넘어갔다.]

[우리 신우 등판기회도 넘어갔네.]

모니터를 보자 고개를 숙인 레이먼드와 그라운드를 도는 타자와 주자들이 보였다.

쓰리런 홈런.

역전이었다.

‘레이먼드가 피홈런이라니...’

[쟤도 슬슬 체력이 떨어지는 거지.]

[작년에 너 콜업될 때에도 비슷하게 체력이 떨어지지 않았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확실히 8월에는 성적이 떨어졌다고 했었어요.’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럭저럭 활약했으니 여름에 쥐약이 타입인가 보네.]

어쨌건 오늘 등판기회는 사라졌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신우는 글러브에 들어가있는 공을 바라봤다.

‘또 개점휴업이네.’

3경기 연속 등판.

그 이후 3경기 연속으로 등판할 기회가 없었다.

이러한 들쭉날쭉한 등판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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