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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64화 (64/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64화 >

* * *

신우는 어머니를 호텔로 모셔다드렸다.

“그럼 전 먼저 가 있을게요.”

“벌써? 같이 가지.”

“오신지 얼마 안 되셨잖아요. 좀 쉬다가 오세요.”

“으응. 알았다.”

서운해하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신우가 호텔을 나섰다.

바쁜 아들을 보며 아쉬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제이슨이 그녀에게 말했다.

“사실 정신우 선수가 오늘 마중을 나오기 어려웠어요.”

“예?”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오늘 아침부터 무척 바쁘거든요. 사인회도 있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기도 해야 되고요.”

“올스타전은 내일 아닌가요?”

“네. 그런데 오늘부터 행사가 시작돼요. 거기다가 원래는 어제 열렸어야 될 올스타퓨처스게임이 오늘로 연기됐거든요. 덕분에 더 정신없어졌죠.”

“아...”

본래 올스타전의 일정은 올스타퓨처스게임이 8일에 열리고 9일에는 홈런더비가 열린다.

그리고 10일에는 대망의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펼쳐진다.

하지만 올 시즌 올스타전이 열리게 된 양키스타디움의 홈팀인 양키스의 일정이 밀리면서 올스타퓨처스게임이 하루 연기됐다.

즉, 9일에 올스타퓨처스게임과 홈런더비를 모두 치르게 되었다는 소리다.

자연스레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정신우 선수는 어머니를 마중나가는 걸 꼭 하고 싶다고 하셔서 조금 무리를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급하게 움직이는 것에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 년만에 만난 아들의 모습에 이성적인 생각보다는 좀 더 아들과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덕분에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나도 참 주책이지.’

성인이 된 이상 신우에게는 신우만의 삶이 있다.

그것을 잊어버리면 주책맞은 엄마가 된다는 걸 깜박했다.

“그럼 좀 쉬다가 움직이시겠어요?”

“네, 고마워요.”

한선예는 진심을 담아 제이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덕분에 오해를 풀 수 있었으니 말이다.

* * *

양키스타디움은 축제가 한창이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활기가 돌고 있었다.

신우는 차를 주차하고 양키스타디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자를 확인하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커미셔너가 찾습니다.)

문자를 본 신우의 눈이 커졌다.

[커미셔너?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를 이야기하는 거야?]

[커미셔너라면 걔밖에 없겠지.]

[그런데 커미셔너가 널 왜 찾아?]

레전드 플레이어들이 의아한 듯 연달아 물었다.

문제는.

‘저도 모르겠는데요.’

신우 역시 모른다는 것이다.

[뭐 사고 친 거 있냐?]

[그러게. 커미셔너면 문제를 조율하는 놈이잖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으면 굳이 찾을 필요가 없을 텐데?]

‘아니, 제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선배님들 더 잘 알지 않습니까? 매일 호텔, 구장, 호텔, 구장만 반복하는 놈인데. 잘못을 저지를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건 그렇네.]

[하드워커지. ㅋㅋㅋ]

“에혀...”

하드워커.

지금 신우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메이저리거를 비롯해 KBO와 NBP등.

프로야구선수들은 시즌도중 개인의 시간이 무척이나 적었다.

야구는 경기시간도 긴데다가 특히 메이저리그는 이동시간도 무척이나 길다.

그러다 보니 훈련과 경기를 하다보면 하루가 그대로 삭제되는 일이 빈번했다.

‘이번 시즌 마무리되면 꼭 한국에 가야지.’

신우는 휴식을 다짐하며 걸음을 옮겼다.

* * *

에이든과 만나 곧장 이동했다.

“커미셔너가 저를 왜 찾는 거죠?”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별 다른 언급이 없었으니까요. 지금 베켓 단장과 함께 있습니다.”

“단장님이랑요?”

“예.”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어차피 곧 만나면 알게 될 일이니 에이든을 괴롭힐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양키스의 사무실들 중 한곳이었다.

똑똑-!

“에이든입니다. 신우 정이 도착했습니다.”

“들어오게.”

베켓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든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신우가 따라 들어오자 문을 닫았다.

“반갑네, 신우 정.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군.”

중년의 사내가 신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롭 맨프레드라네.”

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

2015년부터 커미셔너를 맡은 그의 가장 업적은 역시 메이저리그 경기의 스피드업에 있었다.

그가 부임하던 2015년 당시 미국에서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하향세를 타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10대와 20대의 젊은 층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래를 생각했을 때, 젊은층의 이탈은 최악이었다.

미래의 팬이 사라진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롭 맨프레드는 경기시간을 단축시키는 정책과 함께 타고투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세리머니와 함께 불문율로 금지되어 있던 배트플립을 수면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스타플레이어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하향세를 타던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과거의 인기를 되찾진 못했지만 눈에 띄게 수치가 좋아지고 있었다.

“메츠의 신우 정입니다.”

[이놈이 롭 맨프레드군.]

레전드 플레이어들 역시 그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앉지.”

“예.”

신우가 자리에 앉자 롭이 이야기를 꺼냈다.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배트플립은 정말 환상적이었어. 내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보내더군.”

“감사합니다.”

“다른 선수들도 자네처럼 화려한 배트플립을 자주 보여주면 팬들이 더 좋아할 텐데 말이야. 아쉽단 말이지.”

롭 맨프레드는 야구선수가 아니다.

철저한 비즈니스맨이었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리그를 흥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배트플립은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그래서 말이네만. 이번 올스타전에서 특별이벤트에 참여해볼 생각은 없나?”

“특별이벤트요?”

“그래. 지금 자네에게 쏟아지는 관심도는 매우 높아.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셈이지. 이럴 때 특별한 이벤트에 참여하면 분명 팬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거야.”

롭 맨프레드가 자신을 보자고 했던 이유가 이것인 듯 했다.

“특별이벤트가 뭔지...”

똑똑-!

그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왔나 보군. 들어오게.”

롭 맨프레드의 허락과 함께 문이 열리고 장신의 한 남자가 들어왔다.

동양인의 남자를 본 신우의 눈이 커졌다.

그 역시 신우를 발견하고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롭에게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입니다, 롭.”

“그래. 오타니, 자네도 오래만이야.”

오타니 쇼헤이.

LA에인절스의 슈퍼스타이자 일본의 국민영웅인 그의 등장은 신우에게 예상밖의 일이었다.

메이저리그에 투타겸업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단숨에 스타로 등장한 그는 여러차례 위기를 넘기다 결국 투타겸업에 성공했다.

2022시즌부터 본격적인 선발과 타자를 겸업하며 10승 30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23시즌 역시 14승 33홈런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갱신해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현재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이 양반 재밌는 짓을 하려고 하네.]

[레알 사업가자너.]

레전드플레이어들은 이미 눈치를 챈 듯 했다.

롭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말이다.

“자, 주인공들이 모두 모였군.”

롭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오타니, 그리고 시누.”

그의 부름에 두 선수가 롭을 바라봤다.

“자네 둘이 홈런더비를 해볼 생각은 없나?”

예상밖의 제안에 신우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오타니는 어느 정도 예상한 듯한 얼굴이었다.

“갑작스럽겠지만 자네 둘은 투타겸업이 가능한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 무엇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핫한 선수들이고 말이야.”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올스타전은 오랜 역사를 가진 이벤트대회였다.

그만큼 관례라는 게 존재했다.

그런 대회에서 새로운 이벤트를 이렇게 급작스럽게 연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파격적인 정책을 자주 펼치는 인물이긴 하지만...’

롭 맨프레드는 그동안 관례를 파괴하면서 메이저리그의 흥행을 주도해왔다.

워낙 파격적인 정책들이다보니 많은 잡음들이 있었다.

특히 메이저리그의 전통을 이야기하는 팬들이나 관계자들과 충돌을 빚어왔다.

하지만 위기의 메이저리그를 구하기 위한 것이란 명분이 있었기에 롭은 매번 정책들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책들이 성공하면서 이제 롭의 입김은 더욱 강해졌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파격적인 이벤트를 개최할 힘도 얻게 되었다.

“어떤가?”

롭이 웃으며 대답을 재촉했다.

신우는 고민하고 있을 때.

오타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이유가 뭔지 물어도 되겠나?”

“이번 홈런더비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와 같습니다. 루틴이 흐트러집니다.”

“하지만 자네 둘이 붙으면 팬들이 재밌어할 이벤트가 만들어질 텐데.”

“알고 있습니다만 갑작스런 이벤트에 참가하게 될 경우 루틴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는 며칠 전에 말씀해주시면 그때 고려해보겠습니다.”

오타니는 단호하게 말했다.

롭이 아쉽다는 듯 소파에 몸을 기댔다.

“이거 참, 두 사람이 당연히 승낙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쉽군.”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타니가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럼 저도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뒤이어 신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있어야 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니 굳이 계속 있을 필요가 없었다.

“시누.”

“예?”

“자네는 앞으로도 계속 클로저를 맡을 생각인가?”

신우의 시선이 롭에게 향했다.

무슨 말이냐는 의미로 바라보는 눈빛에 롭이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클로저도 괴물 같은 활약을 이어가면 분명 인기가 높지. 과거 마리아노 리베라나 트레버 호프만 같이 말이야. 하지만 과연 그들이 랜디 존슨이나 마르티네즈 같은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을까?”

다소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그가 언급한 네 명의 투수들은 모두 위대한 선수들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엄청난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롭의 시선은 그러한 발자취에 머물고 있지 않았다.

그가 보고 있는 건 오직 하나.

리그의 흥행에 미치는 요소였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클로저보다는 선발투수들의 파급력이 더 높은 게 사실이었다.

“리그의 흥행을 주도하는 건 클로저가 아니라 선발이야. 그런데 자네 같이 젊고 능력이 있는 선수가 클로저로만 있다는 건 내 입장에서는 아쉽거든.”

그의 말에서 틀린 건 없었다.

신우는 그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복잡한 건 모릅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하! 그러게.”

신우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 뒤를 에이든이 따랐다.

다시 둘만 남게 되자 롭이 베켓에게 말했다.

“재밌는 친구로군.”

“예. 그런데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아쉽겠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시누라는 저 친구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최고조일 때,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면 흥행에 도움이 될 텐데 말이야.”

롭이 신우가 나간 문을 주시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면 다음에 또 추진해보도록 하지. 그때도 많은 도움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롭은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둘의 대결을 말이다.

* * *

한선예는 제이슨과 함께 양키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와...사람 정말 많네요.”

“내일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겁니다.”

“그래요?”

작년에도 경기장에 왔을 때 놀랐었다.

많은 사람들의 앞에서 아들이 경기를 하는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마치 축제와 같았다.

사람들인 너나 할 것없이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것이 신기했다.

“저기 신우씨가 사인을 해주고 있네요.”

그때 제이슨이 한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거기에는 간이부스가 있었는데, 신우는 그중에 하나에 앉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아들에게 사인을 받기 위한 팬들의 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서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인기 많죠?”

제이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니 아들이 정말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했구나.’

아들이 얼마나 노력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런 아들이 고맙고 뿌듯한 한선예였다.

그렇게 올스타전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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