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57화 (57/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57화 >

* * *

전반기 종료까지 11경기.

각 주요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활발히 오갈 때였다.

[전반기 종료를 앞둔 메이저리그, 어떻게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한 마디로 표현하면 루키들을 보는 맛이 있는 전반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말씀해주신대로 이번 2024시즌 메이저리그는 대형루키들의 등장으로 리그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죠.]

[맞습니다. 일단 내셔널리그에는 케이버트 루이스 선수가 있습니다. 전반기 종료를 앞둔 현재까지 27개의 홈런, 55개의 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스타브레이크까지 11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다저스구단 전반기 최다홈런인 30홈런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아마 기존 기록을 2019년 코디 벨린저 선수가 가지고 있었죠?]

[맞습니다. 세부적인 지표를 보더라도 케이버트 루이스 선수는 2019년 코디 벨린저 선수의 기록을 따라가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셔널리그에 케이버트 루이스가 있다면 아메리칸리그에는 베리 터커가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얼마 전, 정신우 선수와 대결이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죠.]

영상이 바뀌고 베리 터커와 신우의 대결이 나왔다.

배트가 부러지는 장면은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MLB.COM에 올라올 정도로 화제가 됐었다.

이후 루이스에 대한 자세한 기록들이 나오고 각 리그의 선발루키들을 소개하고 성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루키가 있죠?]

[그렇습니다. 선발투수가 아님에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가 있죠. 바로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입니다.]

[정신우 선수의 지금까지 성적을 보도록 하죠.]

화면이 바뀌고 신우의 사진과 함께 전반기 성적이 나왔다.

1W 0L 0.00ERA 30G 29SV 29SVO

(1승 0패 0.00평균자책점 30게임 29세이브 29세이브기회)

31IP 10H 0BB 38SO WHIP 0.32

(31이닝 10피안타 0볼넷 38탈삼진 0.32WHIP)

압도적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성적이 올라왔다.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평균자책점이 제로라는 게 가장 눈에 띕니다.]

[그렇습니다. 정신우 선수가 1이닝을 전담하는 클로저이기 때문에 이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만, 전반기내내 이런 기록을 남겼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해설위원의 말대로 신우의 평균자책점 제로는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현재 시즌 전반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평균자책점 제로인 선수는 신우가 유일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역사로 봤을 때 31이닝 연속무실점 투수는 드물지 않았다.

당장 신우의 기록이 메이저리그 최장이닝 무실점기록 탑텐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신우의 평균자책점 제로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도 의외로 많았다.

[무엇보다 정신우 선수의 세부성적을 보면 평균자책점 제로만이 아니라 모든 성적이 뛰어나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세이브가 가장 눈에 띄네요.]

[맞습니다. 현재까지 29세이브를 올렸으며 세이브 성공률 100퍼센트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WHIP는 0.32로 현재 메이저리그 마무리투수 중 가장 낮은 수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9이닝당 탈삼진 역시 11개로 선발 마무리를 통틀어서도 톱클래스 수준을 유지하고 있죠.]

[세부적인 스탯을 보더라도 매우 높은 수치로군요.]

[맞습니다. 현재 속도로 세이브를 수확해나가면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세이브인 62세이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들으니 올해 루키들이 정말 풍년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 말씀드린 루키선수들을 제외하고도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많다는 게 현재 메이저리그의 상황이니까요.]

[과연 어떤 선수가 올해 신인상을 타낼지 기대가 됩니다.]

* * *

내셔널스와의 2차전.

선발투수가 5회에서 내려간 메츠는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딱-!

[느린 땅볼! 유격수 대시하며 공을 낚아챕니다! 그리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 1루로!!]

퍽!

“아웃!!”

[아웃입니다! 멋진 러닝스로우로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메츠의 유격수, 토드 크로포드!]

[작년 부상을 입은 대니얼 선수지만 재활이 잘 됐는지, 부상의 여파는 보이지 않는군요.]

오늘 6회에 등판한 선수는 대니얼 피셔였다.

작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부상을 입었던 그는 이틀 전에 콜업이 됐다.

트리플A에서 재활경기를 치렀지만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성공적인 피칭을 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다행이네.’

불펜에서 대니얼의 복귀를 바라보던 신우가 미소를 지었다.

친분이 두터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동료의 복귀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신우의 시선이 불펜으로 향했다.

현재 몸을 풀고 있는 선수는 그렉 버드, 그리고 레이먼드였다.

7회 그렉이 나가고 이후 레이먼드가 나가면 1 대 0의 스코어가 지켜질 가능성이 높았다.

‘오늘도 세이브를 올리면 30세이브.’

30세이브는 개인기록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렇기에 신우 역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글쎄.]

[그리 쉬울 거 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의문은 곧 풀렸다.

7회초.

딱-!

[아-! 연속안타입니다!]

그렉 버드가 아웃카운트를 올리지 못한 채, 연속안타를 허용했다.

무사에 1, 2루의 상황.

위기에 처했지만 마이크는 투수교체를 하지 않았다.

레이먼드가 준비된 상황이었지만 그렉을 믿고 있는 듯 했다.

[그건 아닌 듯.]

‘믿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다.]

‘예?’

[올스타전 이후에는 트레이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테니까.]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시장은 그 규모가 다른 리그와 차원이 다르다.

프랜차이즈 스타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 트레이드 대상에 해당된다.

연봉의 유무와 상관없이 팀의 정책에 따라 에이스급 선수들의 트레이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그렇기에 팬들에게는 하나의 즐거움이 되고 있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은 현지시각으로 7월 31일까지다.

대부분 대형트레이드는 이 데드라인을 앞두고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마지막 순간까지 팀의 성적을 보고 앞으로 남은 시즌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구단 내부에서는 이전부터 선수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매물로 내놓을 선수를 결정한다.

‘그렉 버드는 팀의 주축선수잖아요?’

[그렇지.]

[문제는 이제 필요없다는 거지.]

[대안이 많아졌음. 너도 있고 여차하면 레이먼드도 마무리로 사용할 수 있고 말이야.]

‘와...KBO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네요.’

[거기가 이상한 거임.]

[선수의 풀이 적으니까, 폐쇄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 하지만 여기는 1년마다 주전급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서 튀어나오니까, 굳이 활용도가 낮은 선수를 내버려둘 필요가 없는 거지.]

[무엇보다 다음 시즌을 생각하고 탱킹쪽으로 방향을 결정하면 주전 선수를 대부분 내다파는 일도 있지.]

‘탱킹이요?’

[다음 시즌 드래프트에서 높은 픽을 잡기 위해서 경기를 패배하는 거.]

‘와...그런 것도 있어요?’

[당연하지.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가 곧 상품이야. 떡잎부터 좋은 상품을 손에 넣으려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해야지.]

‘그럼 저도 팔 수 있는 거예요?’

[당장은 놉!]

‘왜요?’

[몸값이 싸니까. 최저연봉을 받는 선수들중에 너만큼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선수는 없음.]

[앞으로 2년은 더 최저연봉으로 데리고 있을 수 있는데, 괜히 일찍 팔 이유는 없지.]

[무엇보다 현재 메츠는 포스트시즌을 노리고 있는 팀이니까. 이 전제가 무너지지 않는 이상 너를 팔 이유는 없는 거임.]

‘아..,’

메이저리그 선수지만 신우의 경력은 매우 짧았다.

아직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조언은 무척이나 귀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딱-!

“아...”

“이건 들어가겠네.”

불펜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렉 버드가 또 다시 안타를 허용하면서 주자가 홈에 들어갔다.

1 대 0의 스코어가 동점이 됐다.

[내가 쉽지 않을 거라고 했제?]

저 말이 맞는데...

왜 이렇게 약 오른지 모르겠다.

* * *

다음 날.

신우가 클럽하우스에 출근하자 기다렸다는 듯 토마스가 다가왔다.

“시누-!”

“응?”

“홈런볼 남은 거 있어?”

“홈런볼?”

“그걸 먹으면 또 한 방 날릴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뭐? 그런걸로 홈런을 칠 수 있을 거 같아?”

“밑져야 본전 아니겠어? 왜? 없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황당했다.

설마 저런 이유로 과자를 찾을 줄이야 말이다.

뭐, 이유가 어찌됐건 찾는데 안 줄 이유는 없었다.

“여기.”

“땡큐! 내가 다음에 보답할게.”

해맑게 웃으며 멀어지는 토마스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그럴 수도 있지.]

[원래 징크스라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에서 생기거든.]

‘에이 설마요. 홈런볼 먹는다고 홈런치면 KBO 타자들은 수백개씩 때렸게요?’

[그거야 모를 일이라니까.]

[나 때는 위스키 한 잔 해야 잘 던져진다고 술 마시고 던졌던 놈도 있음.]

[그런 건 흔하지 않음?]

‘아니, 등판할 때 누가 술 마셔요? 대체 언젠데요?’

[11년도. 물론 1911년도라는 거 알제?]

‘...’

할 말이 없어진 신우였다.

* * *

그리고 더 할 말이 없어졌다.

“와아아아아-!!”

그라운드를 돌면서 손을 번쩍 드는 토마스를 보고 말이다.

‘이게 말이 돼?’

[내가 홈런 칠 수도 있다고 했제?]

‘우연이겠죠.’

[그래. 우연이 반복되면 징크스가 되는 거야.]

[정답 ㅋㅋ]

[그래도 쟤는 그나마 좋은 징크스라서 다행이네.]

“하아...”

도대체 이게 말이 되나 싶기도 했다.

[뭐, 어쨌건 좋은 거 아님?]

‘예?’

[쟤가 홈런친 덕분에 너한테도 기회가 오겠네.]

“시누!!”

때마침 글렌이 신우를 불렀다.

“슬슬 몸 풀도록 해.”

“알겠습니다.”

스코어 3 대 2.

메츠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 * *

[9회초,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섭니다.]

[토마스 선수의 솔로홈런 덕분에 기회를 잡은 정신우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깔끔하게 30세이브를 기록하고 원정경기를 갔으면 좋겠네요.]

[맞습니다. 연습투구를 끝낸 정신우 선수, 8번 타자 조 번즈 선수부터 상대하겠습니다.]

[하위타순이지만 조 번즈 선수는 오늘 3번의 출루를 기록하며 컨디션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상대하는 게 좋아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초구 뿌립니다!]

쐐애애액!

후웅!

퍽!

“스트라이크!”

[초구 헛스윙입니다. 평소의 로케이션과 달리 써클체인지업을 초구로 택했네요.]

[그렇습니다. 100마일의 빠른공을 생각했던 조 번즈 선수의 배트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습니다.]

[영리한 투구라고 할 수 있겠네요. 2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딱!

“파울!!”

[1루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입니다.]

[94마일의 커터였습니다. 파울은 됐지만 조 번즈 선수가 노렸던 타구였는지, 타이밍은 맞았습니다. 다만 구위에 눌리면서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이 나온 거죠.]

[커터를 노리고 있다는 거군요.]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조심스럽게 상대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3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뻐어어억!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 99마일의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해냅니다! 예상밖으로 빠르게 결정구를 던졌네요.]

[그렇습니다. 이 하이 패스트볼은 타자 입장에선 매우 까다로운 공입니다. 분명 타자가 판단하기에는 존으로 들어오는 공인데, 회전수가 높다 보니 공이 덜 떨어지면서 결국에는 타자의 배트 위를 지나가게 되거든요.]

[그래서 헛스윙이 나올 확률이 높은 거군요.]

[그렇습니다.]

[기분 좋게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삼구삼진으로 잡아낸 정신우 선수, 두 번째 타자를 상대합니다. 여기서 내셔널스는 대타를 투입합니다.]

[투수 타석이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으로 보이네요.]

[대타로 알버레스 선수가 들어섭니다. 세부 스탯은 떨어지지만 한방을 가진 선수입니다. 올 시즌 대타로만 5개의 홈런을 때려냈네요.]

[분명 파워가 뛰어난 선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선수입니다. 한가운데로 몰리는 공만 조심하면 됩니다.]

[그렇습니다. 초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보더라인에 걸치는 96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타자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쐐애애액!

딱!

“파울!”

[떨어지는 써클체인지업에 배트 나옵니다! 하지만 타구는 3루쪽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완벽하게 타이밍을 뺏었어요.]

쐐애애액-!

후웅!

퍽!

“스트라이크! 아웃!”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커터에 배트 헛돕니다! 삼구삼진! 두 타자 연속으로 삼구삼진을 잡아냅니다!]

[이번에 던진 3개의 공 중 초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볼이었거든요? 그럼에도 타자는 볼에만 모두 배트를 내밀었습니다. 타자의 성향을 잘 파악한 영리한 투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입니다! 1번 타자 닉 시슬러를 상대합니다.]

쐐애애애액-!

빠각!

[초구에 시슬러 배트 돌았습니다! 하지만 배트 부러지며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1루수 파울지역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퍽!

“아웃!”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역대 19번째로 전반기 30세이브를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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