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54화 >
* * *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103!! 올 시즌 개막전에서 보여주었던 103마일의 광속구를 위기상황에 다시 꺼내드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이거 놀랍네요. 개막전 이후에도 100마일의 공은 간간이 던졌지만 103마일을 다시 던질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놀란 건 해설위원만이 아니었다.
- 또 103마일?
- 실화냐?
- 전광판 고장난 거 아님?
- 개막전에서 던졌던 거 오류라며?
- ㅅㅂ 우리나라 투수가 100마일 이상을 마음대로 던지네.
댓글 역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평소라면 이 정도에서 마무리 됐겠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미국에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다수 존재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레딧이었다.
레딧은 다양한 분야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트였다.
당연히 야구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트였다.
- 지금 메츠와 애스트로스의 경기 보고 있는 사람?
- 나. 그런데 지금 올라온 투수 누구야?
ㄴ 메츠의 루키 신우 정.
ㄴㄴ 루키라고?
ㄴㄴㄴ 응. 평균자책점이 제로인. 미친 괴물이야.
ㄴㄴㄴㄴ 뭐? 말도 안 돼! 벌써 6월인데 아직까지 ERA가 제로?
- K/BB 비율 이거 뭐야?
ㄴ 왜?
ㄴㄴ K/BB비율이 30이야.
ㄴㄴ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ㄴㄴㄴㄴ 26이닝을 던지면서 탈삼진이 30개인데 볼넷이 하나도 없어!
ㄴㄴㄴㄴㄴ 그게 말이 돼?
- 헐...진짜네.
ㄴ 이런 수치가 가능한 거야?
ㄴㄴ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98마일이잖아? 그런데 볼넷이 하나도 없어?
레딧에서도 신우의 기록이 이슈가 되면서 그의 이름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사이트 역시 신우의 기록과 유튜브에 올라온 하이라이트 영상을 가져오는 등.
다양한 이슈들을 낳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신우는 베리 터커를 향해 2구를 뿌리고 있었다.
“흐읍!!”
쐐애애액-!
[2구 던졌습니다!]
후웅!!
[기다렸다는 듯 배트 돌립니다!!]
딱!!
[아-! 때렸습니다!! 하지만 베리 터커 선수 아쉽다는 듯 타석에서 물러납니다. 그리고 타구는 우익선상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파울!]
[미세하게 타이밍이 빨랐습니다. 이번 공의 구속이 100마일이 찍힌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타이밍이 미세하게 빨랐다, 그 정도로 볼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하지만 정말 놀랍네요. 베리 터커 선수, 100마일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다니 말이죠.]
[사실 메이저리그의 평균구속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펜투수의 구속은 올 시즌 97.7마일을 기록할 정도로 구속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죠.]
[그렇습니까? 하지만 구속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나요?]
[그렇습니다만 사실 불펜투수 특히 마무리투수에게 구속은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구속이 빠르다는 건 헛스윙율이 높아지고 자연스레 탈삼진 비율도 높아집니다.]
[그렇군요.]
[탈삼진을 잡을 수 있다는 건 오로지 투수 본인의 능력만으로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즉, 수비에 따른 변수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물론 구속이 빠르다고 해서 전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제구가 되는 스피드여야지만 큰 무기가 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정신우 선수의 포심 패스트볼은 강력한 무기인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신우는 3구를 뿌렸다.
뻐어어억!
“볼!”
[하이 패스트볼에 타자 배트 돌지 않습니다! 아-! 이걸 참아내네요.]
다시 공을 받은 신우는 몸을 돌려 로진을 손에 묻혔다.
‘하이 패스트볼을 예상하고 배트를 돌리지 않았다.’
[정답.]
[대단한 놈이네.]
[투스트라이크에 몰린 상황에서도 냉정해.]
[ㄴㄴ 그냥 얘 로케이션이 단순해서 그럼.]
[그것도 ㅇㅈ]
‘단순해서 죄에에에송합니다.’
이를 간 신우가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어떤 걸로 갈 거냐?]
워렌이 물었다.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답은 여러 가지였다.
아니, 애초에 답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기 전까지는 어떠한 답도 나오지 않았다.
[네가 이 공을 던질 때.]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투구자세에 들어갔다.
[후회가 남을 거라면 던지지 마라.]
주자들을 확인한 신우는 글러브 안에서 공의 그립을 잡았다.
후회를 남기지 않을 공.
그 공을 던지기 위해 신우는 킥킹을 했다.
[정신우 선수 4구 던집니다!!]
차올린 발을 내디디며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차핫!!”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갔다.
‘패스트볼?’
공의 회전하는 모습을 본 베리 터커가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패스트볼이라면 충분히 봤다.
그리고 타이밍도 맞췄다.
‘이번에는...!’
촤앗-!
오른발을 고정시키며 허리를 회전시켰다.
후웅-!
‘날려주마!!’
존의 높은 곳을 파고드는 공의 궤적에 따라 배트가 돌았다.
두 궤적이 하나로 합쳐지려는 순간.
휘릭!
‘응?’
공의 궤적이 변했다.
‘커...!’
빠직-!
궤적이 변한 공이 베리 터커의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자연스레 배트의 얇은 부분에 공이 적중했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배트가 쪼개지는 게 보였다.
‘...터!’
빠지지직!
배트가 둘로 나뉘어 헤드 부위가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뻐어억!
텅!!
공이 미트에 꽂혔다.
[배...배트 부러졌습니다!! 공은 그대로 미트에!!]
“파울!! 아웃!!”
구심이 손을 들어 파울팁을 선언했다.
베리 터커는 부러진 자신의 배트를 바라봤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토마스에게 물었다.
“방금 던진 공, 커터였지?”
“응.”
“하...”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은 베리 터커가 고개를 저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부러진 배트와 잔해들을 치우느라 잠깐 경기가 스톱이 됐다.
[정말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정신우 선수의 공이 배트를 부수고 그대로 미트에 꽂히면서 파울팁 삼진이 나왔어요.]
[정신우 선수의 커터가 마지막 순간에 변하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던진 커터는 정말 묵직한 구위를 가진 공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보시죠.]
중계화면에서는 연달아 마지막 투구를 슬로우화면으로 내보냈다.
슬로우로 보니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산산조각이 나는 배트 파편들과 그것을 뚫고 들어가는 공까지.
그 장면을 보는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 지렸다...
- 팬티 좀 갈아입고 옴.
- 난 이미 기저귀 참.
- 이건 움짤 각이다.
- 아니, 배트가 저렇게 부서지기도 함?
- 그것보다 배트가 부서졌는데 그걸 뚫고 미트에 꽂혀?
- 구위가 얼마나 강한 거야?
- 베리 터커 예전에 한손으로 홈런 친 애 아님?
ㄴ 한손으로? 구라 ㄴ
ㄴㄴ ㄹㅇ임. 스윙은 양손으로 시작했는데, 임팩트 순간에 한손으로만 돌려서 장외홈런 만듬.
ㄴㄴㄴ 그게 가능하다고?
ㄴㄴㄴㄴ 링크
ㄴㄴㄴㄴㄴ 와...ㄹㅇ이네.
- 한손으로 홈런 치는 놈이나. 그런 놈의 배트를 뽀개버리는 놈이나...
ㄴ 메쟈에는 무슨 괴물만 모아났냐?
이러한 반응은 미국 역시 비슷했다.
하지만 신우의 충격적인 전국데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기 재개됩니다. 큰 산을 넘은 정신우 선수, 하지만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애스트로스의 중심타선은 무척이나 무섭습니다.]
애스트로스의 올 시즌 타선은 무척이나 무서웠다.
신예 베리 터커를 중심으로 상위타선이 모두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중이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마크 글레이버.
팀내 홈런 2위이자 아메리칸리그 전체 7위에 랭크된 애스트로스의 슈퍼스타였다.
[베리 터커라는 산을 넘자 더 커다란 산이 정신우 선수를 가로막습니다.]
[단순 홈런만 보면 분명 베리 터커 선수가 더 많습니다만, 전체적인 스텟을 비교하면 마크 글레이버 선수가 팀내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OPS의 수치가 1할이 더 높아요.
특히 주자 만루의 상황에서 올 시즌 모두 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크 글레이버는 베리 터커보다 머리 하나는 컸다.
아메리칸리그 최장신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닌 듯 했다.
[우리 시누 쟤 옆에 서면 애기 같겠네.]
[ㅇㅈ.]
[시누도 키 좀 커야 되는데.]
‘아놔...키 이야기는 좀 그렇습니다?’
[ㅋㅋㅋ 발끈하누.]
[괜히 애 성질 건들지마라.]
[예예~]
[그나저나 쟤가 때리면 그냥 넘어갈 거 같은데?]
‘그래서 제가 맞을 거 같으세요?’
[음~~~]
[놉.]
[어제라면 모를까 오늘은 무리.]
어제와 오늘.
단 하루의 차이지만 뭐가 다른 걸까?
[하필이면 집중력 만빵일 때.]
와인드업을 한 신우가 마크를 향해 초구를 뿌렸다.
[상대하게 되누.]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101마일이 찍힙니다! 헛스윙!]
[구속, 구위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무엇보다 코너웍이 잘 되는 게 아주 좋습니다.]
퍽!!
“스트라이크!! 투!!”
[이번에도 헛스윙입니다! 바깥쪽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써클체인지업에 완벽하게 타이밍이 뺏겼습니다!]
[이야...100마일의 공을 던지다가 83마일의 서클체인지업을 던지면 그 어떤 타자라도 타이밍을 잡기 어려울 겁니다.]
[3구 던집니다!]
쐐애애애액-!
후웅-!!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 하이 패스트볼로 타자의 배트를 끌어내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정신우 선수 본인의 로케이션대로 공을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공이 다시 한 번 103마일이 찍히며 써클체인지업을 본 타자의 눈을 완벽하게 속이며 마크 글레이버를 돌려세웁니다!]
[애스트로스의 슈퍼스타를 삼구삼진으로 잡은 정신우 선수! 무사 만루의 위기에 등판해서 2사까지 단 한점도 주지 않고 잡아냈습니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입니다. 마지막까지 정신을 집중해서 공을 던졌으면 좋겠습니다.]
신우는 로진을 손에 묻히며 주위를 둘러봤다.
‘조용해졌네요.’
[당연하지.]
[홈팀 최고의 타자 두 명을 허무하게 돌려세웠는데, 어떤 팬이라고 응원을 할 수 있겠냐?]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끝내라.]
[ㅇㅋ?]
‘옙.’
신우가 세 번째 타자를 맞이했다.
[8회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정신우 선수, 초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퍽!
“스트라이크!!”
[배트 헛돕니다! 84마일의 써클체인지업! 이전과 로케이션을 바꾸면서 타자의 허를 찌릅니다!]
쐐애애액!
딱!!
“파울!!”
[배트에 맞췄지만 1루쪽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투스트라이크!!]
[95마일의 커터로 타자의 히팅포인트를 벗어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파울밖에 나오지 않은 거예요.]
3구를 던지기 위해 신우는 토마스와 사인을 교환했다.
‘체인지업으로 유인하자.’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타자는 당황하고 있어. 굳이 유인구로 투구수를 늘릴 필요는 없지.’
투구수가 늘어난다는 건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는 소리다.
이럴 때는 깔끔하게.
[정신우 선수가 직접 사인을 냈습니다.]
[어떤 공을 던질지 궁금하네요.]
[토마스 선수가 미트를 내밀고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3구 던집니다!!]
쐐애애애액-!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우타자 기준 바깥쪽 낮은 코스를 빠르게 찔렀다.
뻐어어억!
타자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었다.
반응을 못한 건지 아니면 볼이라고 생각한 건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의미도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구심의 제스처였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스탠딩 삼진!! 공 3개로 또 다시 타자를 돌려세우는 정신우 선수!! 두 타자 연속 삼구삼진입니다!!]
무사만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내는 정신우였다.
* * *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 활약중인 정신우 선수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시합에서 8회 무사만루의 위기상황에 등판,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습니다.
9회초에는 피트 알론소와 토마스 에드윈의 연속 2루타가 터지며 스코어 1 대 0의 상황에서 9회말에도 등판하여 세 타자를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잡아내면서 시즌 첫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봤습니다.]
신우의 기사가 뜨자 반응이 평소보다 뜨거웠다.
- 오늘 경기 지리더라.
- 와...베리 터커 잡는 거 봤음?
ㄴ ㅇㅇ 움짤도 봤는데 와...레알 지리던데.
ㄴㄴ 무슨 영화 보는 줄 알았음.
ㄴㄴㄴ 그거 지금 유튜브에서 조회수 백만 넘었던데?
ㄴㄴㄴㄴ 오늘 올라간 거 아님? 그런데 벌써 백만? 쩌네.
- 외국에서도 반응 장난 아니던데.
ㄴ 이런 장면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음.
- 다른 것보다 난 정신우가 103마일을 또 던질 줄은 몰랐음.
ㄴ ㅇㅈ. 자칭 좆문가들 정신우가 103마일을 던진 건 요행이라고 했었는데, 걔네들 다 어디감?
ㄴㄴ 오늘 103마일 마음대로 뿌리더만.
ㄴㄴㄴ ㄹㅇ 우리나라 선수가 그 정도 구속을 던질 줄ㅇ느 꿈에도 몰랐음.
하나 같이 신우의 활약에 경악하는 댓글들이었다.
그리고.
- 데블스가즈아 : 아...진짜 닉네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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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노노, 님은 그대로 가야 됨.
ㄴㄴ ㅇㅇ 이미 아이덴티티임.
데블스가즈아는 오늘도 고통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