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53화 >
* * *
메이저리그에는 독특한 제도가 하나 있다.
바로 인터리그다.
긴 역사를 가진 미국 프로야구답게 그들의 관계는 무척이나 복잡하다.
[내셔널리그의 루저들 따위는 바로 발라버려! 으하하!]
오랜만에 접속한 베이브루스의 채팅이 올라갔다.
그게 도화선이 됐다.
[감독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던 아메리칸의 베이비가 헛소리를 지껄이는군.]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건 최초의 5인 이후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피트 알렉산더였다.
그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데뷔해 첫 시즌부터 다승왕을 차지했고 이후에도 매년 20-30승을 책임지는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후 시카고 컵스로 팔렸고 1차 세계대전에 참전, 오른팔에 부상을 입고 청력을 잃는 등.
많은 부상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온 이후에도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하고 다시금 에이스의 활약을 이어갔지만 라이브볼 시대로 넘어가면서 그의 구위는 점점 약해졌다.
하지만 그는 카디널스로 트레이드 된 1926년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웠다.
월드시리즈에서 무려 20.1이닝 17탈삼진을 기록하며 양키스를 누르고 카디널스를 우승시켰다.
그런 그의 채팅에 루스가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술주정뱅이가 뭐라는 거냐?]
[그 술주정뱅이한테 도루를 시도하다가 주루사를 당해 월드시리즈에서 패배한 놈이 잘도 지껄이는군.]
[이 새끼가...!]
인연이 깊은 두 사람의 언쟁이 계속됐다.
거기다 다른 사람들도 언쟁에 끼어들면서 점점 채팅창이 개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신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양대리그가 예전에는 사이가 좋지 않다고는 들었지만...’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는 본래 독립된 리그였다.
즉, 경쟁단체였단 소리다.
또한 MLB의 시초가 되는 리그가 내셔널리그였기에 그들 스스로도 자부심은 대단했다.
실제 아메리칸리그와 통합챔피언을 가리는 월드시리즈를 치르기로 했을 때는 내셔널리그의 반대가 대단히 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이야 그런 개념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저들에게는 실제로 살아오던 삶이기에 10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앙숙관계가 이어지고 있었다.
‘인터리그는 처음이네.’
작년 9월 데뷔했던 신우다.
그렇기에 인터리그를 치러본 적이 없었다.
일종의 교류전인 인터리그는 내셔널리그 팀과 아메리칸리그의 팀들끼리 경기를 치른다.
[알고 있겠지만 인터리그는 메이저리그의 빅이벤트 중 하나다.]
어지러운 채팅창에서 매튜슨의 채팅이 보였다.
그의 말대로였다.
인터리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중요한 이벤트였다.
애초 이러한 교류전이 도입된 것 자체가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지역라이벌전과 같은 다양한 이벤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실제 인터리그는 팬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덕분에 방송국 역시 인터리그 경기는 전국구로 내보내게 됐다.
당연히 선수들의 지명도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선수들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가자.]
‘예!’
[아메리칸 양아치 새끼들을 죽여버려!!]
내셔널리그 출신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채팅이 험악해지고 있었다.
* * *
뉴욕 메츠의 인터리그 첫 상대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애스트로스는 본래 내셔널리그 소속이었다가 아메리칸리그로 옮긴 독특한 이력을 가진 팀이었다.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매년 지구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전력을 가진 팀인 애스트로스와의 대결은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딱-!
“와아!!!”
애스트로스의 홈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가 들썩였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베이스를 도는 애스트로스 타자의 모습에 신우는 입맛을 다셨다.
‘3회에 벌써 5 대 0.’
그럼에도 아웃카운트는 하나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아직 경기 초반이라는 게 다행이었지만 이대로라면 자신의 등판기회는 찾아오지 않게 된다.
“쟤네들 무슨 타격을 저렇게 잘하냐?”
그때 불펜투수인 카스티요가 다가와 말했다.
“오늘 컨디션이 좋은가 보네.”
“이러다가 우리들이 나갈 일이 없겠어.”
“아직 초반이잖아. 조금 더 지켜봐야지.”
카스티요는 불펜에서 승리조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가 지고 있을 때는 나갈 일이 줄어든다.
신우와 비슷한 처지인 것이다.
“와아아아아!!!!”
그때였다.
“MVP!! MVP!! MVP!!”
미닛 메이드파크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안타가 나와서?
홈런이 나와서?
아니었다.
현재는 볼데드 상황으로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그들의 MVP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슈퍼루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올해에는 메이저리그에 슈퍼루키들이 정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내셔널리그에는 우리의 정신우 선수, 다저스의 케이버트 루이스가 있다면 아메리칸리그에는 단연 이 선수가 가장 돋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올 시즌 벌써 2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팀내 1위이자 아메리칸리그 전체 3위에 올라있습니다. 베리 터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올 시즌은 유독 메이저리그에 슈퍼루키들이 많이 등장한 해였다.
특히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에 2명씩 분포되어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아메리칸리그에는 두 명의 슈퍼루키가 모두 타자에서 등장을 했는데, 두 사람 모두 홈런왕 레이스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 한 명인 베리 터커는 정확성과 파워 모두를 겸비한 타자로 알려져 있었다.
‘앞선 타석에서도 좋은 타구를 날렸었지.’
베리 터커는 첫 타석에서 3루타를 기록했었다.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타구가 파울라인 밖으로 흘러나가며 잡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다.
하지만 3루까지 가기 위해서는 보통의 주력으로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무사히 3루에 도착했다는 건 주력도 뛰어나다는 소리였다.
[타격을 잘 봐둬라. 네가 상대할 때도 꽤 골치아픈 녀석이 될 수 있으니까.]
[손목 힘이 좋아서 짧은 스윙에도 홈런이 나올 수 있어.]
[저런 녀석을 상대할 때 가운데로 조금만 몰리면 넘어간다고 봐야 돼.]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그들 역시 경계를 하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 정도로 베리 터커의 타격은 수준급이란 소리였다.
신우 역시 콥과 루스에게 잠깐이나마 타격을 배운 적이 있기 때문에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몸 전체를 사용하는 스윙을 하죠?’
[정답.]
[그런 스윙을 하면서도 히팅존이 넓고 선구안이 좋으니까, 웬만한 유인구에는 아예 속지 않더라.]
몸 전체를 사용하는 스윙.
그것은 신우가 사용했던 방식과 흡사하다.
그렇기에 그것이 가진 파괴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딱-!
그때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신우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거기에는 베이스를 서서히 도는 베리 터커가 비춰지고 있었다.
“아이고, 넘어갔네.”
탄식을 터트리는 카스티요의 말대로였다.
타구는 그대로 담장 밖으로 사라졌다.
“쩝, 오늘은 정말 등판하기 어렵겠네.”
카스티요의 푸념은 현실이 됐다.
이날 메츠는 9 대 0이란 스코어로 대패하고 말았다.
더 충격적인 건 베리 터커가 기록한 사이클링 히트였다.
[대단한 놈이네.]
레전드 플레이어의 채팅대로.
‘대단한 놈이야.’
신우도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 * *
다음 날.
원정팀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메츠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대패도 하나의 이유지만 더 큰 충격은 사이클링 히트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루키에게 말이다.
사이클링 히트는 타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록 중 하나였다.
안타와 2루타, 3루타.
마지막으로 홈런까지 기록하는 대기록의 재물이 되었는데 분위기가 좋을리 없었다.
“신우씨.”
옷을 갈아입던 신우에게 대니얼이 다가왔다.
그리고 잠깐 밖으로 나가자는 수신호를 보냈다.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그의 뒤를 따랐다.
“무슨 일이에요?”
“아, 좋은 소식이 있는데.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영 무거워서요.”
“좋은 소식이요?”
“그 5월에 있었던 자책점이요.”
신우는 5월에 평균자책점이 올랐다.
5월 27일에 벌어진 일이었다.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고 두 번째 타자에게 행운의 안타를 맞았던 신우.
문제는 세 번째 타자에게서 벌어졌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좌익수가 놓치면서 타구가 펜스까지 굴러갔다.
덕분에 1루에 있던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게 실책이 아닌 신우의 자책점으로 잡히면서 무실점이 깨지고 만 것이다.
이는 많은 논란이 있었고 메츠 구단에서는 메이저리그사무국에 기록정정을 요청했다.
“오늘 사무국에서 정정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정말요?”
“예. 정식으로 공문이 왔고 구단에서 언론에 배포를 한 상태입니다. 곧 기사도 나올 거예요.”
“오...”
예상치 못했던 기쁜 소식이었다.
기록정정요청은 성공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처리가 된 것이다.
“좋은 소식 고마워요.”
“아닙니다. 참, 그리고 마이크가 잠깐 보자고 하네요.”
“알겠습니다.”
대니얼과 헤어진 신우는 마이크의 사무실로 향했다.
[올~다시 평자 제로가 됐네?]
[기분 좋겠음?]
‘당연히 좋죠.’
신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팀의 대패로 다운됐던 기분이 업됐다.
똑똑-!
“감독님.”
“어, 들어와. 응? 그런데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
“사실은...”
신우는 평균자책점 조정이 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소식을 들었군. 이거 내가 알려줄 생각이었는데, 조금 아쉬운데? 어쨌건 다시 ERA가 0이 된 걸 축하해.”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아, 오늘 경기에서 조금 일찍 나갈 수도 있을 거야.”
마이크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한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일 메츠는 불펜투수의 소모가 심했다.
일찍부터 선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물론 후반에 내보낼 생각이긴 한데...위기가 되면 자네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언제든지 나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힘찬 신우의 대답에 마이크가 미소를 지었다.
선수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준다는 건 감독으로서도 무척이나 편한 일이었다.
“고맙네.”
“그럼 가서 연습 좀 하겠습니다.”
“그래. 이따 보자고.”
“예!”
신우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평소보다 힘찬 대답을 들은 마이크가 고개를 저었다.
“기록이 정정되서 기분이 좋아졌나 보군.”
당연한 일이었다.
기록은 선수의 가치를 의미한다.
그 기록이 더 좋아졌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자...오늘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 좀 해보자.”
마이크는 다시 자신의 업무에 집중했다.
* * *
메츠와 에스트로스의 2차전은 박빙으로 펼쳐졌다.
에스트로스는 경기 초반부터 전일의 기세를 이어가면서 매섭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오늘 메츠는 평소와 달랐다.
집중력 있는 플레이로 호수비가 연달아 나오며 투수를 도와주었다.
퍽!!
[잡았습니다!! 길로메 선수 외야로 달려나가면서 뒤를 돈 상태로 포구하며 아웃카운트를 올립니다!!]
[와...정말 대단한 플레이입니다. 2루수가 외야로 달려나가면서 공을 잡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플레이거든요? 타구의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길로메 선수가 그걸 해냈어요!]
[중견수가 깊은 곳에서 수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안타가 될 것이라 봤는데요. 길로메 선수의 호수비로 이닝이 마무리됩니다!]
수비들의 호수비는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어깨가 가벼워진 투수는 4회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뻐억!!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첫 번째 삼진을 기록하는 톰슨 선수!]
[95마일의 빠른 공에 타자가 꼼짝도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보더라인을 걸치는 제구력이 인상적이네요.]
3선발 톰슨이 힘을 내면서 경기는 7회까지 0 대 0의 균형을 이루었다.
‘여기까진 잘 끌고 왔는데.’
신우는 불펜의 한켠에 붙어 있는 애스트로스의 라인업을 확인했다.
‘8번부터 시작하네.’
하위타순부터 시작된다.
내셔널리그라면 아웃카운트를 거저 얹고 시작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는 아메리칸리그였다.
지명타자제도가 있다는 점이 내셔널리그와 달랐다.
즉, 9번에는 투수가 아니라 전문타자가 들어선다는 점이었다.
‘이번 이닝이 분기점이 될 수도 있겠어.’
8회초.
메츠의 공격은 삼자범퇴로 마감됐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레이먼드가 아닌 그렉버드가 올라갔다.
그렉버드의 본래 보직은 마무리투수였다.
하지만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신우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셋업맨은 레이먼드가 차지했다.
그렇기에 복귀 이후에 승리조에 속해 불펜의 한 자리를 맡고 있었다.
“날 내보내지 않고 저 양반을 먼저 내보내다니.”
그때 레이먼드가 다가와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했던 레이먼드다.
하지만 그런 악감정은 작년까지만이었다.
지금은 팀메이트로서 잘 지내고 있었다.
레이먼드의 불만에 신우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스코어가 0 대 0이니까. 경기가 어떻게 풀릴지 모르니 셋업맨을 아끼고 싶은 거지.”
“0 대 0이니까, 더욱 날 내보내야지. 뒤를 보고 투수를 운용하면 지는 것밖에 더 돼?”
“단기전이라면 네 이야기가 맞지만, 아직 레이스 도중이잖아.”
“젠장.”
레이머드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신우는 감독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감독의 판단도 틀린 건 아니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너는 언제든지 나갈 준비를 하면 된다.]
‘이미 끝냈죠.’
출격준비를 끝낸 신우였다.
* * *
딱-!!
“와아아아!!”
[쳤습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2루 주자, 3루에서 멈춥니다!! 실점을 하진 않았지만 주자 만루가 됩니다!]
[실점이 되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메츠입니다.]
[그렉 버드 선수는 복귀 이후 최악의 피칭을 하고 맙니다.]
[확실히 부상 이전과 비교하면 구위가 많이 떨어진 모습입니다.]
[결국 마이크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오는군요. 이번 이닝 두 번째 방문입니다.]
[즉, 교체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메츠의 불펜에서는...]
카메라가 불펜의 입구를 비추었다.
[팀의 마무리 정신우 선수가 나옵니다!!]
[당연한 선택입니다. 무사에 주자 만루, 이런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등판을 시키는 게 당연한 거죠.]
[그렇습니다. 오늘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공식발표를 했는데, 5월 27일에 발생했던 실점상황을 좌익수 에러로 기록을 정정하면서 정신우 선수의 평균자책점은 다시 제로가 됐습니다.]
[사실 그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평범한 외야플라이를 놓쳐서 담장까지 굴러가면서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거든요? 그걸 투수의 실점으로 인정하는 게 이상한 일입니다.]
[예. 정신우 선수 역시 이 소식을 들었을 텐데요. 좋은 소식을 들은 만큼 오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오늘 경기는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방송되고 있거든요? 올스타전 후보에 오른 정신우 선수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알릴 아주 좋은 기회예요.]
신우의 연습투구이 끝나자 마이크가 다가왔다.
“어려운 일이라는 건 알지만...”
“한 점도 주지 않겠습니다.”
신우의 대답에 마이크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만 믿겠어.”
“예!”
마이크가 마운드에서 내려가자 신우는 로진을 손에 묻혔다.
[저 양반은 너 없으면 어떻게 야구했을까?]
[ㅋㅋㅋㅋ ㅇㅈ]
[야야, 어제 사이클링히트 한 애다.]
[올~처음부터 강력한데.]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대로 타석에는 베리 터커가 서있었다.
“MVP!! MVP!! MVP!!”
경기장이 들썩이며 응원이 쏟아졌다.
일방적인 응원에 마운드가 흔들릴 지경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우가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시누 쫄았누?]
‘그런 걸로 보이십니까?’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숨을 골랐다.
‘오히려 흥분됩니다.’
[이런 상황에?]
[엌ㅋ 변태였누?]
‘천만에요. 이렇게 열기가 뜨거운 경기장이 조용해지는 순간을 떠올리면서 흥분한 겁니다.’
[올~]
[자신감 쩌는데?]
[잘 알고 있겠지만 자신감과 허세는 다르다.]
‘물론이죠.’
[허세는 현실로 바꾸지 못하지만 자신감은 현실로 바꿀 수 있다.]
매튜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신우가 킥킹을 했다.
주자만루.
홈스틸이 나오지 않는 이상 주자들이 뛸 리가 없다.
그렇기에 와인드업과 함께 다리를 내디뎠다.
‘저는 허세충이...’
하체부터 시작된 회전이 골반을 지나 상체로 이어졌다.
그리고 모든 힘이 손끝으로 집중됐다.
‘아닙니다!!’
“차핫!!”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미트를 파고들었다.
그 순간 베리 터커의 배트가 돌았다.
후웅-!
뻐억!!
“스트라이크!”
배트가 헛돌았다.
터커는 미트에 꽂힌 공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방금전에 던진 공의 구속이 찍혀 있었다.
[PITCH SPEED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