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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49화 (49/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49화 >

* * *

파죽지세.

신우의 4월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였다.

[자, 지금까지 양대리그에서 이달의 투수 수상이 유력한 선수들을 알아봤습니다. 다음으로는 이달의 구원 투수의 유력후보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매달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야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달의 선수.

선발투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달의 투수.

구원투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달의 구원투수.

마지막으로 신인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달의 신인이 있었다.

양대리그에서 각각 한 명씩, 총 8명을 선정한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커비 예이츠가 후보에 올랐군요.]

커비 예이츠.

2019년 32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재능이 만개, 같은해 60경기에서 60.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19, WHIP 0.89를 기록.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이후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다 2022년 뉴욕 양키스와 FA계약을 맺고 아메리칸리그로 이적했다.

올 시즌 역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으며 4월에만 8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이달의 구원투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내셔널리그의 후보를 보도록 하죠.]

화면이 바뀌고 메츠의 유니폼을 입은 동양인 투수가 등장했다.

[뉴욕 메츠의 클로저 정신우 선수입니다. 작년 9월 메이저리그 콜업과 함께 말 그대로 괴물 같은 활약을 선보였습니다.]

사회자가 신우의 활약에 대해 설명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신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흐흐흐흐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웃는 그의 모습에 채팅창에 갈고리들이 난무했다.

[?]

[뭐임?]

[어디서 변태의 웃음소리가 들렸는데?]

[치한인 듯?]

[정줄 났냐?]

채팅을 본 신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놔. 이달의 선수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좋아서 좀 웃을 수도 있죠.”

[좋은 건 ㅇㅈ.]

[그래도 너처럼은 안 웃음.]

“오버들 하십니다. 제 웃음이...”

[매튜슨님이 1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응?”

처음 보는 창이 떴다.

뒤이어 창에 뜬 글씨가 사라지더니 톱니바퀴가 회전했다.

그리고 곧 영상이 나타났다.

영상속에는 자신이 TV를 보고 앉아 있었다.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흐흐흐흐흐.]

이제 알겠다.

[ㅇㅈ?]

“예...”

자신이 얼마나 변태처럼 웃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였다.

“아니, 근데 이건 뭐에요? 후원? 노잣돈?”

[사람이 죽어서 땅에 묻거나 화장을 할 때, 돈을 쥐어주는데. 그걸 저승에 와서 쓸 수 있는 거다.]

“...선배님들 서양인 아니었습니까?”

[응.]

“그런 분들이 무슨 노잣돈을...!”

[어허-! 저승에 동서양의 구분이 무엇이 중요하리.]

[꼬우면 저승와서 확인하시던가.]

“가불기(가드불능기술)는 너무 한 거 아닙니까? 그나저나 이 노잣돈은 어디에 쓰는 겁니까?”

[저승 와서 밥 먹는데 쓰지.]

“...쓸데가 없네요.”

[죽으면 쓸 곳이 많아짐.]

가불기를 연달아 날리는 칼 허벨의 말에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신우를 보며 채팅창은 웃음으로 도배가 됐다.

지잉-!

그때 신우의 전화가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신우는 곧장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시누-! 존이야.]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존 베켓, 메츠의 단장이었다.

그런데 이 양반이 이 시간에 웬일이지?

[바쁠 테니, 바로 본론을 말할게.]

“예.”

[내일 구장에 나오면 사무실에 잠깐 오겠어?]

“내일이요?”

[응,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

“알겠습니다.”

그 뒤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단장이 왜 만나자고 하는 거지?’

존 베켓이 직접 만남을 요청해오는 건 올 시즌 처음이었다.

또한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선배님들, 베켓이 무슨 생각일까요?”

[글쎄다.]

[현 시점에서 단장이 만나자고 할 이유가 없는데?]

[전력을 크게 바꿀 시기도 아니니까.]

현재 메츠의 전력은 안정화 되어 있었다.

모든 퍼즐이 정확히 맞아가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퍼즐의 위치를 바꿀 필요는 없었다.

[내일 가보면 알겠지.]

칼 허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의 말대로 내일 가면 알게 될 테니 말이다.

* * *

다음 날.

존 베켓은 자신의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곧 오겠군.’

시간을 확인한 존은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봤다.

이제 곧 신우가 올 시간이었다.

‘꼭 잡아둬야 된다.’

정신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수.

작년의 성적만 하더라도 경이로웠다.

하지만 그 성적이 올해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 성적이 4월이 끝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0W 0L 0.00ERA 12G 12SV 12SVO

(0승 0패 0평균자책점 12게임 12세이브 12세이브기회)

12.2IP 1H 0BB 18SO

(12.2이닝 1피안타 0볼넷 18탈삼진)

베켓은 손에 들린 성적을 확인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게 1년차 신인이 한 달만에 올린 성적이라니.’

최고구속 103마일.

평균구속 98마일의 빠른 공을 던지는 신우의 가치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

메츠 입장에서는 이러한 신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똑똑-!

“들어와요.”

허락이 떨어지자 사무실의 문이 열리고 신우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어서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소파에 앉았다.

잡담이 몇 번 오간 뒤, 존 베켓이 서서히 분위기를 잡아갔다.

“시누, 내가 얼마 전에 구단주를 만나고 왔어.”

메츠는 프레드 윌폰이란 사업가가 전체지분의 52퍼센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즉, 메츠의 운영에는 그의 입김이 강하게 적용된다는 것이었다.

“자네와 연장계약을 진행하라고 하더군.”

연장계약이란 말에 신우가 베켓을 바라봤다.

[여윽시-!]

[정확하쥬?]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전일.

베켓과의 통화를 끝내고 신우는 레전드 플레이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연장계약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결론에 도달한 신우는 한 가지 준비를 해두었다.

“우리는 자네에게...”

“잠시만요.”

“음?”

“그...계약 관련된 업무는 모두 사무실에 맡겼거든요.”

“아...그러고보니 보라스와 계약을 했던가?”

“예. 그러니 보라스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렇군. 하지만 자네가 당사자니 알아야지 않겠어? 보라스와는 내가 통화를 해보도록...”

“사실 보라스가 오늘 뉴욕에 볼 일이 있어서 지금 10분 거리에 있거든요. 단장님을 뵙고 이후에는 보라스와 만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

“예. 계약 이야기를 하실거면 보라스에게 연락해서 이쪽으로 오도록 하겠습니다.”

신우가 준비한 건 바로 보라스를 호출한 것이다.

보라스라는 거물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건 최근 신우의 성적 덕분이었다.

이 압도적인 성적 앞에서는 보라스라 하더라도 움직여야 했다.

“크흐흠...그렇군. 그럼 전화를 해주겠나?”

“예.”

결국 베켓이 두 손을 들었다.

신우가 전화를 걸고 잠시 뒤.

보라스가 부하직원들과 함께 굳은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왔다.

“존.”

“보라스.”

두 사람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마주쳤다.

‘오우...뜨겁다.’

뭔가 두 사람 사이에 사연이 있어보였다.

“그럼 저는 훈련 때문에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예. 미팅이 끝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잘 부탁드릴게요.”

신우가 보라스와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을 나섰다.

딸칵-!

문이 닫히자 문너머에서 보라스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휘유...처음부터 강하게 나가네.”

[보라스는 연장계약을 스너프계약이라고 표현했던 녀석이니까.]

[나는 그냥 윈윈이라고 보는데.]

[계약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르지.]

[ㅇㅈ 10년 이렇게 해버리면 답없음.]

신우의 나이는 25살이다.

지금부터 서비스타임을 채워나가면 30살 시즌이 끝나고 FA를 신청할 수 있었다.

연봉조정신청은 27살 시즌까지 풀로 뛰어야 가능했다.

기간도 오래 걸리고 변수도 많았다.

서비스타임을 채우지 못하면 뒤로 밀리게 된다.

신우의 나이를 생각하면 계약규모에서 치명적일 수 있었다.

‘흠, 그럼 그냥 연장계약을 맺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나쁘진 않지. 문제는 메츠에서 어떤 제안을 하느냐가 문제지.]

[구단에서 연장계약을 하려는 이유는 결국 연봉조정이 부담되서거든.]

[이것도 세이버매트릭스 때문이지.]

[ㅇㅈ]

‘세이버매트릭스요?’

[ㅇㅇ 세이버매트릭스가 유행하면서 구단은 물론이거니와 에이전트들도 그 데이터를 중심으로 선수의 가치를 산정했거든.]

[예전에는 구단들이 관련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데이터가 양측에 다 오픈이 된 거지.]

[그러다보니 예전처럼 일방적인 싸움이 되지 않지.]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구단이 그래도 좀 앞섰는데. 심지어 2017-18시즌은 선수가 연속으로 이겼으니 구단들 입장에서도 머리가 아파졌지.]

연장계약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17시즌이 끝난 오프시즌부터였다.

‘복잡하네요.’

[복잡할 필요가 있나?]

[그냥 보라스한테 맡겨.]

[맞어. 이런 일 하라고 수수료 나눠주는 거잖슴.]

[ㅇㅇ]

[보라스가 알아서 하겠지.]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말에 신우가 곰곰이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응.]

[경기에나 신경써라.]

‘예압.’

그들의 말이 맞았다.

이제 다시 경기에 집중해야 될 때였다.

* * *

메츠는 홈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맞았다.

“으흠.”

불펜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는 신우가 팔짱을 끼고 상황을 주시했다.

‘영 불리하네.’

중반을 지나고 있는 시점.

경기는 2 대 0으로 파드리스가 리드하고 있었다.

2점차야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지만 문제는 경기의 흐름이었다.

‘흐름이 계속 끊기고 있어.’

[이열-!]

[건방지네~]

[네가 흐름을 알아?!]

‘이제 저도 좀 알 수 있거든요.’

[어쭈?]

‘선배님들이랑 같이 다닌지 2년이 넘었는데, 대충은 알아야죠.’

[흠.]

[우리 시누 멍충이 아니었누?]

‘거 너무하시네.’

멍충이란 말에 발끈하는 신우였다.

채팅창에 올라가는 [ㅋㅋㅋ]의 향연을 보며 고개를 저은 그는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그때 워렌 스판이 채팅을 쳤다.

[너라면 어떻게 던질래?]

스판의 말에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에는 파드리스의 강타자 헌터 렌프로가 비춰지고 있었다.

우타석에 선 그의 모습은 투수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굳이 정면승부를 할 필요는 없죠.’

하지만 신우의 눈에 헌터 렌프로는 아직 미완의 타자였다.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헌터 렌프로.

그러나 그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정확성이다.

현재 그는 4월에만 10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두자릿수 홈런에 진입했다.

하지만 타율은 2할 8푼 7리로 초반임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모 아니면 도식으로 휘두르니, 굳이 좋은 공을 던져줄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올~]

[정답!]

[캬하-! 우리 시누 이제 제법 잘 아누.]

‘음하핫! 이게 다 저의 천재적인...’

[ㅈㄹ노]

[하여간 조금만 칭찬해주면 바로 어깨에 뽕 오질나게 들어가쥬?]

[넌 아직 멀었어, 임마.]

연속으로 쏟아지는 악평들에 입술이 툭 튀어나온 신우였다.

“시누!”

그때 글렌이 신우를 불렀다.

“혹시 모르니까 몸 좀 풀고 있도록 해.”

“예~”

썩 내키지는 않았다.

오늘은 나갈 기회가 없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코치의 말을 무시할 순 없었다.

신우는 가볍게 몸을 풀며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딱-!

“아-!”

“젠장!”

경쾌한 소리와 함께 불펜에 붙어 있는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라운드에서 무슨 일이 펼쳐지고 있는지 말이다.

고개를 돌려 그라운드를 바라보자 베이스를 가볍게 돌고 있는 헌터가 보였다.

“쩝. 시누, 그만 하자.”

“네.”

방금 홈런으로 점수는 5점차까지 벌어졌다.

현 상황에서는 시누가 등판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막판에 점수를 따라붙을 수도 있으니까, 너무 긴장은 풀지 말도록 해.”

글렌이 만에 하나를 생각했지만.

‘오늘은 이대로 끝나겠네.’

최종스코어 6 대 1.

토마스의 솔로홈런으로 추격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신우는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한 채, 경기는 끝났다.

* * *

샤워를 끝낸 신우가 짐을 챙겨 클럽하우스를 나섰다.

지잉-!

그때 신우의 전화기가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신우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미스터 정, 보라스입니다.]

상대는 보라스였다.

[할 이야기가 있는데,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

“예. 괜찮습니다.”

[그럼 구단전용 주차장에서 뵙도록 하죠.]

“예.”

전화를 끊은 신우가 주차장으로 향했다.

여러 대의 고급 자동차들 중,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불이 들어와있는 게 보였다.

딸칵-!

캐딜락의 문이 열리고 보라스가 차에서 내렸다.

“타시죠.”

“예.”

보라스의 말에 신우는 차에 올라탔다.

캐딜락 내부는 개조가 되었는지 두 사람이 앉기에 충분히 넓고 고급스러웠다.

“식사라도 하시겠습니까?”

“그럴까요?”

“제가 잘 아는 레스토랑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시죠.”

“예.”

보라스가 운전기사를 바라보자 곧 차가 출발했다.

도로에 접어들자 보라스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운전석과의 공간에 유리창이 올라가면서 두 공간이 분리됐다.

유리창이 완전히 올라가자 보라스가 서류봉투를 신우에게 건넸다.

“메츠가 제시한 계약내용이 담긴 서류입니다.”

봉투를 받아든 신우가 안에서 종이를 꺼내 내용을 확인했다.

여러 장의 서류가 있었지만 핵심내용은 첫 페이지에 모두 정리되어 있었다.

“계약기간 6년, 총액 5000만 달러의 계약이 핵심내용입니다.”

매년 830만달러의 계약이다.

“그리고 7년, 8년에 클럽옵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각 연봉 1200만 달러, 1300만달러짜리 계약이죠.”

클럽옵션이 모두 실행되면 총액 7500만달러짜리 계약이 된다.

“에헤...”

계약규모만 놓고보면 엄청난 수준이었다.

루키시즌에 신우의 포지션이 클로저라는 걸 감안하면 말이다.

하지만.

“거절할게요.”

신우는 단칼에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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