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48화 >
* * *
4월이 되면서 메츠는 본격적인 원정길에 올랐다.
첫 원정상대는 워싱턴 내셔널스였다.
[뉴욕 메츠! 7회초에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맥스 슈어저 선수에게 꽁꽁 묶여 이렇다할 점수를 내지 못했습니다]
맥스 슈어저.
2010년대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에서 모두 사이영상을 획득했으며 2019년에는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그의 나이도 어느덧 40세.
구속과 체력이 떨어지면서 22시즌과 23시즌 모두 10승을 채우지 못했다.
결국 맥스 슈어저는 본인의 커리어를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오늘 슈어저의 투구는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는 듯한 피칭이었습니다. 다양한 구종으로 메츠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어요.]
[워싱턴의 팬들이 일제히 일어나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7회초.
맥스 슈어저는 101번째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런 슈어저에게 워싱턴의 팬들이 박수를 보내며 존경을 표했다.
[기회를 잡았네.]
[ㅇㅇ]
[여기서 점수를 팍 내줘야지.]
신우도 이제는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경험을 쌓으면서 투수가 교체되는 타이밍이 흐름이 바뀌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란 걸 알게 된 것이다.
‘알론소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네요.’
[ㅇㅈ.]
[완벽한 타이밍.]
[알론소가 슈퍼스타라면 여기서 뭔가 보여주겠지.]
뉴욕의 북극곰.
알론소는 신우와 더불어 메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알론소는 자신이 왜 메츠의 슈퍼스타인지 증명을 했다.
딱-!
[때렸습니다!!]
8구까지 가는 긴 승부.
풀카운트 상황에서도 알론소는 풀스윙으로 타구를 날려보냈다.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간 공은 그대로 담장 밖으로 사라졌다.
[넘어갔습니다!! 피트 알론소 바뀐 투수와 긴 승부 끝에 솔로홈런을 작렬시킵니다!!]
[필리스와의 3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역시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알론소입니다!!]
스코어 1 대 0.
신우는 베이스를 도는 알론소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누!”
“예, 준비할게요.”
때마침 자신을 부르는 글렌코치에게 대답을 하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 * *
메츠의 불펜운용은 23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8회 셋업맨인 레이먼드가 마운드에 오르고 이후 9회에 클로저인 신우가 경기를 끝냈다.
신우는 불펜피칭을 끝내고 경기장을 바라봤다.
뻐억-!
“스트라이크!!”
레이먼드는 초구부터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원래부터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으나, 신우와 경쟁을 하면서부터는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특히 신우가 승부를 피하지 않는 피칭을 해나가자 본인 역시 상대를 짓누르는 듯한 스타일로 바꿨다.
덕분에 레이먼드의 피칭은 길어지지 않았다.
퍼엉-!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레이먼드 선수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레이먼드를 바라보는 신우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시누! 경기를 끝낼 준비해.”
“알겠습니다.”
9회초.
메츠는 점수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9회말.
불펜의 문이 열리고 신우가 마운드로 향했다.
* * *
[정신우 선수, 오랜만에 등판을 하게 되네요.]
[그렇습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1차전에서의 등판이후 3경기만에 세이브 상황에 등판하게 됐습니다.]
[그 사이 조던 힉스 선수가 4세이브를 올리면서 내셔널리그 세이브부문 단독 1위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예. 세이브 포인트라는 거 자체가 마무리투수가 상황을 만들 수 없기에 선수의 역량을 체크하는데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신우 선수의 실력이라면 세이브 상황만 자주 나와주면 충분히 리그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오랜만에 잡은 세이브 기회이니만큼, 여기서 멋지게 경기를 마무리하고 공동 1위에 올라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우가 마운드에서 준비를 끝냈다.
사인을 교환한 그가 와인드업을 했다.
[정신우 선수 초구 뿌립니다.]
쐐애애액-!
딱!
“파울!”
[초구 하이 패스트볼을 커트해냅니다.]
[커트라기 보다는 밀렸다고 봐야겠죠. 하이패스트볼을 예상한 거 같지만 힘에서 밀리며 타구가 3루쪽 관중석에 떨어졌다고 봐야 됩니다.]
[그렇군요. 정신우 선수의 초구는 99마일의 구속이 찍혔습니다. 확실히 23시즌보다 구속이 상승했습니다.]
[벌크업을 성공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맞습니다. 2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후웅!
빠각-!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배트 부러집니다! 타구는 다시 투수에게 돌아갑니다. 안정적으로 잡아 1루로! 아웃입니다. 2개의 공으로 원아웃을 잡아냅니다.]
[오랜만의 등판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구위와 무브먼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말 올 시즌 정신우 선수가 어떤 성적을 남길지 기대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두 번째 타자 타석에 들어섭니다.]
신우는 남은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시즌 4세이브를 기록했다.
* * *
[메이저리그 페넌트 레이스 초반, 뉴욕 메츠의 돌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각 팀들이 10경기를 치른 현재, 뉴욕 메츠는 9승 1패를 기록하며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서부지구의 LA다저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공동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메츠의 초반돌풍의 원동력으로 돌아온 북극곰 피트 알론소와 클로저 정신우 선수의 활약을 꼽았습니다.
(중략)
피트 알론소만큼이나 정신우 선수의 활약 역시 돋보이고 있다.
정신우 선수는 개막 이후 10경기에서 5번의 SVO(세이브기회) 상황에서 등판, 모두 세이브에 성공하며 5개의 세이브 포인트를 획득했다.
이는 카디널스의 조던 힉스와 공동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또한 정신우 선수는 작년 시즌부터 현재까지 14번의 세이브상황에서 단 한 번의 블론세이브를 범하지 않고 모두 세이브를 기록했다.]
충격적인 루키시즌만큼이나 신우의 두 번째 시즌 역시 언터처블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신우의 이런 활약에 환호를 보냈다.
[우리나라 선수가 메쟈를 씹어먹는구나.]
[정신우는 진짜다.]
[올 시즌 어떤 성적을 올릴지 벌써부터 기대되네.]
하지만 환호를 보내는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신우에게는 안티팬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은 온갖 데이터를 가지고 와 신우의 활약에 비관적인 의견을 냈다.
[아놔, 국뽕들. 벌써 주모 찾고 있네.]
[지금이야 시즌 초반이니까, 힘이 남아돌아서 이런 호투를 이어나가는 거지. 올스타 브레이크만 가까워와도 정신우는 체력 떨어져서 스탯이 떨어질 수밖에 없음.]
[ㄴ 야잘알이시네. 하여간 국뽕들 믈브를 너무 우습게 생각하다니까.]
[ㄴㄴ 맞말. 작년에도 9월부터 10월까지 고작 2개월밖에 뛰지 않았던 루키가 페넌트 레이스 풀시즌을 이런 성적으로 마감한다? 믈브에 대해서 조금만 관심 있어도 그런 소리 안나온다.]
살인적인 메이저리그의 일정.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루키들이 초반에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다 후반에 무너져 내리는 패턴을 수도없이 봐왔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그들의 주장도 틀리진 않았다.
문제는 신우의 곁에 있는 특급 트레이너들의 존재를 모를 뿐이었다.
* * *
뻐어억-!
“스트라이크!! 아웃!!”
[경기종료!! 타자 꼼짝도 하지 못하고 스탠딩 삼진을 당합니다! 시즌 6번째 세이브를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
신우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개막전 이후 정신우 선수는 본인이 등판한 6경기에서 단 한 번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이라 가능한 수치이긴 합니다만, 분명한 것은 정신우 선수가 작년 9월 빅리그 콜업 이후 단 한 번도 실점하지 않았다는 거죠.]
[작년 기록을 포함하게 된다면 현재까지 정신우 선수는 17이닝 무실점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오늘까지 15번의 세이브상황에서 모두 세이브를 성공시키며 15연속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죠.]
[정말 대단한 기록입니다.]
신우의 활약에 채팅창은 연일 뜨거워졌다.
[국뽕이라 하던 애들 어디감?]
[ㄴ ㅂㅅ아. 아직 시즌 초반이란 걸 생각해라.]
[ㄴㄴ 어차피 시즌중반가면 다 무너지게 되어 있다니까.]
아직까지 채팅창은 투기장이 되어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 * *
4월 14일
VS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정신우 선수, 브레이브스의 중심타선을 상대로 투아웃을 깔끔하게 잡아냈습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와인드업과 함께 신우가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딱-!
[타구 높게 떴습니다!! 우익수 거의 제 자리에서 타구 잡아냅니다! 경기 끝! 시즌 7번째 세이브를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내셔널리그 세이브 단독 1위에 오릅니다!]
신우는 다시 세이브 1위에 단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4월 15일
VS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2차전
[패색이 짙던 브레이브스가 8회에만 3점을 추가하며 2점차까지 따라붙습니다!]
[점수차가 제법 났기 때문에 레이먼드 선수가 아닌 카스티요 선수를 마운드에 올렸는데,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최악이네요.]
[스코어 7 대 5에 주자 1, 2루의 상황. 결국 마이크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카스티요 선수는 책임주자 2명을 두고 마운드를 내려가게 됐습니다. 분명 빠른 공을 가지고 있는 카스티요 선수인데 오늘 경기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영점이 잡히지 않으면서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새삼 정신우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게 됩니다. 팀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정신우 선수가 8회에 마운드에 오릅니다!]
[전일 등판을 했지만 투구수는 14개밖에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연투를 하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연습투구를 끝낸 정신우 선수, 포수와 사인을 교환합니다.]
토마스와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언제나 주자를 확인해라.]
[주자는 달리기 전에 분명 특정한 움직임을 보이기 마련임.]
[그걸 잡아내는게 투수가 해야 될 일이지.]
조언이 빠르게 올라갔다.
그리고 신우의 눈동자도 빠르게 주자들을 체크했다.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
[주자들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타자에게만 신경쓰셈.]
동시에 신우가 스트라이드와 함께 공을 뿌렸다.
타자의 배트가 돌아갔다.
그 순간 공이 횡으로 움직이며 배트의 히팅포인트를 벗어났다.
딱-!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이 마운드를 향해 날아갔다.
1루 방향으로 몸이 기울였던 신우도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확인했다.
그 순간 타구의 속도가 줄어들며 공의 이동방향이 눈에 그려졌다.
‘몸을 회전해서...’
신우는 기울어진 몸을 그대로 회전해 왼손을 뻗었다.
그러면서 타구의 이동방향에 따라 글러브를 이동시켰다.
퍽-!
묵직한 소리와 함께 글러브에 공이 잡히는 감촉이 느껴졌다.
[2루로!!]
다급히 올라가는 채팅에 신우가 글러브에서 공을 빼내 그대로 2루로 뿌렸다.
쐐애액-!
퍽!
“아웃!!”
공이 빠질 거라 예상했던 2루 주자의 귀루가 늦으며 그대로 두 개의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단 1개의 공으로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내는 정신우 선수!! 대단한 호수비를 보여줍니다!]
[아-! 이건 정말 대단한 수비가 나왔습니다. 마치 클레이튼 커쇼가 전성기에 보여주었던 수비를 연상케 하네요.]
투구수 1개로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신우는 9회 역시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정신우 선수 시즌 8번째 세이브를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