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47화 >
[뉴욕 메츠가 마이애미 말린스를 1 대 0으로 누르고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돌아온 북극곰, 피트 알론소가 8회말 대타로 타석에 서서 솔로홈런을 기록하며 자신의 컴백을 알렸습니다.
9회초에는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정신우 선수가 등판해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시범경기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정신우 선수지만 개막전에서 평균구속 97.5마일 최고구속 103마일의 광속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오타니 쇼헤이가 보유하고 있는 동양인 최고구속인 101.1마일(베이스볼 서번트 기준)을 넘어서는 기록으로 남게 됐습니다.
한편 네티즌들은 정신우 선수가 공언했던 100마일을 정말 넘겼다며 놀라워하면서도 과연 올 시즌 정신우 선수가 어떤 성적을 올릴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경기종료 이후.
스포츠뉴스의 해외야구 1페이지에 신우의 기사가 도배됐다.
특히 경기 종료 이후 신우가 현지언론과 한 인터뷰가 큰 화제가 됐다.
[캬하-! 우리 신우 100마일 약속을 개막전에 지키쥬?]
[100마일 못 던진다고 했던 야잘알님들 어디 가심?]
[상남자네.]
[올해는 월시 우승 가나?]
[한국인이 100마일 이상을 던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수많은 이들이 신우가 내놓은 결과에 경악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특히 이날 103마일을 기록한 것은 야구팬만이 아니라 일반대중들에게도 큰 화제가 됐다.
[실시간검색어]
[1위 정신우]
[2위 103마일]
하루종일 그의 이름이 실시간검색어에 오른 것이 그 증거였다.
실제 수많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신우의 이름과 활약상이 조명받았다.
거기에 유튜브를 통해 수없이 많은 컨텐츠가 재생산되면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는 시범경기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뜸해졌던 매니지먼트 회사, 광고업계 그리고 TV 등.
각종 미디어가 다시 한 번 움직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정신우를 반드시 잡아!!”
“지금 모든 대기업이 정신우를 원하고 있어! 그런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그럼 당장 뉴욕으로 날아가!!”
언제까지고 신우가 귀국하기를 기다릴 수 없었다.
* * *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배트 헛돕니다!! 삼구삼진!! 세 명의 타자를 상대로 단 13개의 공만 던지며 경기를 끝내는 정신우 선수!! 시즌 두 번째 세이브를 기록합니다!!]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개막 3연전.
신우는 2번의 세이브기회를 모두 살려내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뉴욕 메츠 역시 돌아온 북극곰, 알론소의 활약으로 개막시리즈를 스윕으로 가져가며 산뜻한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3전 전승.
개막 첫 시리즈를 완벽하게 잡아낸 메츠.
마이크는 경기결과를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다.’
단순히 3승을 해서 기쁜 것이 아니었다.
경기를 이기는 과정.
그것이 완벽했기에 마이크는 더 없이 기뻤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우리의 약점은 타선이었다. 그때 만약 알론소가 중심을 지켜주고 있었다면...’
많은 전문가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알론소가 이탈하지만 않았다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건 메츠였을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알론소는 복귀와 함께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았다는 걸 알려주듯 엄청난 활약을 이어갔다.
개막 3경기를 모두 선발로 출전해 2홈런 포함 7안타 8타점을 쓸어 담았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어.’
알론소가 타선에 서면서 무게감이 달라졌다.
로사리오-알론소-토마스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은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게 됐다.
FA를 통해서 준척급 선수를 보강한 것 역시 메츠의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주었다.
‘시누도 한단계 발전을 했고.’
가장 놀라운 건 신우의 발전이었다.
루키시즌에서 보여준 활약만 하더라도 엄청난 것이었다.
올 시즌도 그 정도만 해주면 바랄 게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신우는 제자리에 멈춰있지 않았다.
다른 구단들의 견제를 예상하고 스스로 발전을 택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의 루틴이었다.
‘고작 2년차에 자신만의 루틴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었어. 무엇보다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는 게 놀라워.’
조바심은 선수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신우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시범경기를 치르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정말 엄청난 선수야.’
마이크 본인도 선수일 때가 있었고 지도자로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선수들을 봐왔다.
하지만 신우처럼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 같이 메이저리그에서 대스타로 성장했다.
‘알론소와 시누. 이 두 사람이 있을 때야말로 우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마이크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이 월드시리즈 우승에 최적기라는 걸 말이다.
‘놓치지 않는다.’
이런 순간을 놓치게 되면 언제 또 기회가 찾아올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했다.
마이크는 그 사실을 되새기며 일정을 다시 확인했다.
* * *
개막 3연전에서 보여주었던 신우의 퍼포먼스는 분명 대단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VS 필라델피아 필리스)
“우-! 우-! 우-! 우-!”
씨티필드가 떠내려가라 외치는 팬들의 챈트와 함께 신우가 마운드에 섰다.
“와아아아아아!!”
그 순간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엄청난 응원에 필리스 선수단의 얼굴이 굳어졌다.
“젠장, 아무리 어웨이라지만 너무 심하네.”
“저 녀석 작년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잖아?”
홈팬들의 응원은 상대팀의 기세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반대로 신우는 기가 살았다.
[쟤들 쫄았다.]
[쫄만 하지. 페넌트 레이스에서 이 정도의 응원은 흔치 않으니까.]
[우리 시누 성공했누!]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말대로 페넌트 레이스에서 이 정도 응원은 드문 일이었다.
[깔끔하게 가즈아!]
‘예.’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로진을 손에 묻혔다.
그리고 사인을 교환한 뒤, 투구자세에 들어갔다.
[스코어 4 대 3에서 마운드에 오른 정신우 선수, 오늘 경기에서 세이브에 성공하면 내셔널리그 단독 1위에 오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현재 세이브 2개를 기록중인 정신우 선수와 동률인 마무리투수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조던 힉스, 그리고 밀워키 브루어스의 조시 헤이더 선수가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들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특히 조던 힉스 선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로서 작년 평균구속이 101마일이 찍힐 정도로 엄청난 광속구를 던지는 투수입니다.]
[정신우 선수, 초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딱-!
“파울!!”
[초구 파울입니다. 커터가 날카롭게 휘면서 임팩트 순간 히팅포인트를 벗어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타자라 하더라도 정신우 선수의 커터를 처음부터 쳐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신우는 다시 로진을 손에 묻히고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그리고 토마스와 사인을 교환했다.
고개를 젓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타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커터가 생각보다 더 늦게 휘었어.’
커터에 대한 대응은 해두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휘는 바람에 포심 패스트볼이라 판단을 내리고 배트를 돌렸다.
덕분에 히팅포인트를 완벽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이번에는 뭘 던질 거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신우가 던질 수 있는 공은 총 세 가지.
하지만 하나하나가 상대하는 게 까다로웠다.
특히 포심의 구속이 오르면서 더욱 공을 골라내는 게 어려워졌다.
‘일단 포심에 타이밍을 맞추고 가자.’
만약 체인지업이나 커터에 타이밍을 맞추면 포심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타자 입장에서는 가장 빠른 포심에 먼저 타이밍을 맞춰야 했다.
하지만 신우는 그런 타자의 마음을 잘 읽어내고 있었다.
‘벌써부터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신우의 시야는 무척 넓었다.
고작 2년차였지만 그에게 타자와의 수싸움을 가르친 사람은 바로.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뻔히 보이지.]
메이저리그 최고의 두뇌파 투수, 워렌 스판이었으니 말이다.
“흡-!”
[정신우 선수 2구 던집니다!]
공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
타자가 시동을 걸며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공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젠장...!’
후웅-!
결국 배트는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직후 공이 미트에 꽂혔다.
퍽!
“스트라이크! 투!!”
[투스트라이크입니다!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어내는 정신우 선수!]
[타자 입장에서는 정말 죽을 노릇일 겁니다. 초구는 93마일의 커터였는데 2구는 그보다 10마일이나 느린 80마일의 써클체인지업이 날아오니 타이밍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특히 정신우 선수의 포심 구속이 증가한 것 역시 타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그렇군요.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낸 정신우 선수, 과연 3구는 어떤 공을 택할지 궁금합니다.]
신우가 다시 허리를 숙이고 토마스와 사인을 교환했다.
‘다시 한 번 커터?’
‘노노.’
‘체인지업?’
토마스는 연달아 유인구를 요구했다.
하지만 신우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우리 토마스 겁이 많네~]
[덩치는 산만한 쉑히가. 겁만 많아가지고.]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굳이 왜 피해가?]
[상대 머리 복잡할 때 팍! 결정구를 꽂아버려야지!]
연달아 올라가는 채팅을 보며 신우가 손가락을 어깨에 걸쳤다.
그것을 본 토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우 선수, 직접 사인을 냈군요. 과연 이번에는 어떤 공을 던질지! 3구 던집니다!!]
와인드업과 함께 신우가 3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맹렬한 회전과 함께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타자가 다급히 배트를 돌렸다.
‘하이...’
뻐억-!!
후웅!!
‘패스트볼...!’
“스윙!! 아웃!”
냉정하게 올라가는 구심의 손에 타자가 허탈한 표정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
[삼구삼진!! 100마일의 하이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택한 정신우 선수! 가볍게 원아웃을 올립니다!]
[아주 좋은 볼배합이었습니다. 1구에서 몸쪽을 파고드는 커터, 2구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써클체인지업. 그리고 결정구로 100마일의 하이패스트볼을 던져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습니다.]
[정말 기가막힌 볼배합이네요!]
[맞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단순히 공을 빠르게만 던지는 투수가 아닙니다. 바로 이런 환상적인 조합을 만들 수 있는 공들을 던질 수 있는 선수죠!!]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린 정신우 선수! 두 번째 타자를 여유롭게 기다립니다!]
* * *
[뉴욕 메츠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제압하고 시즌 4승을 수확했습니다.
스코어 4 대 3의 터프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정신우 선수는 세 타자를 상대로 11개의 공을 던지며 시즌 3번째 세이브를 달성, 세이브 부문 리그 단독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그럼에도 개인타이틀을 차지했다는 소식은 국내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정신우 올 시즌 사고치겠네.]
[팀이 4경기밖에 안치렀는데, 벌써 3세이브? 실화냐?]
[올해 잘하면 메이저리그 최고 세이브 기록 달성하는 거 아님?]
[엌ㅋㅋ 그건 좀...]
[너무 이르지 않음?]
[ㅋㅋㅋㅋ 님, 김칫국 너무 일찍 드링킹 하는 듯.]
메이저리그 한시즌 최다세이브 기록은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가 LA에인절스 소속이었던 2008년에 세운 62세이브였다.
이 기록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최다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시즌 극초반에 이 기록을 언급하니 당연히 웃음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야알못이 꼭 설레발을 쳐요.]
[동감.]
[한시즌 평균 SVO가 55번인데, 어떻게 62세이브를 하냐?]
[뭐? 야알못? 너 어디 사냐?]
곧 채팅창은 투기장으로 변해 그들만의 전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