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46화 (46/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46화(무료연재 끝) >

* * *

2월이 되면서 스프링캠프에 일반관중들이 찾았다.

플로리다 역시 많은 관중들이 찾으며 평소보다 더 활기를 띄고 있었다.

메츠의 캠프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누-!!”

“토마스!!”

훈련장으로 향하는 길에 수많은 팬들이 모여 있었다.

선수들은 그들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사인을 해주고 사진을 찍으며 팬서비스를 했다.

“시누!! 여기에 사인 해줘요!”

“시누!! 사진 좀 부탁할게요!”

메츠 팬들에게 신우의 인기는 매우 높았다.

신우의 인기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드라마였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프로데뷔에 실패한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와서 성공하는 스토리.

이러한 스토리를 가진 선수를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신우는 작년 9월부터 완벽한 시즌을 보냈다.

그렇기에 팬들은 그의 24시즌을 더욱 기대하고 있었다.

“시범경기도 파이팅이에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KBO와 달리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메이저리그는 스프링캠프가 있는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서 시범경기를 치른다.

2월 말부터 시작되는 이 시범경기는 캠프가 있는 지역의 특산물을 따서 캑터스(선인장)리그와 그레이프프루트(노란색자몽)리그라 부르고 있었다.

플로리다에 캠프를 차린 메츠는 GL(그레이프프루트리그)에 참가를 하며 실전감각을 끌어올린다.

“예!”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신우는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벌써 시범경기 기간이군.]

[우리 때는 이런 건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캬하-! 요즘 애들 편하게 야구한다니까.]

과거를 회상하는 저들의 채팅을 보며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 * *

메츠의 첫 시범경기 상대는 양키스였다.

[메츠와 양키스, 두 팀은 뉴욕시티를 연고지로 둔 팀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예, 그렇습니다. 23시즌 양키스가 월드시리즈 진출을 먼저 확정지으며 뉴욕더비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었죠.]

[기억납니다.]

[당시 메츠가 탈락하면서 아쉽게도 뉴욕더비가 열리지는 않았지만 당시 뉴욕은 정말 축제분위기였습니다.]

[그렇군요. 23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양키스는 올해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 아닙니까?]

[맞습니다. 사실 양키스는 매 시즌, 우승후보로 꼽힐 정도로 막강한 팀입니다. 실제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보유한 팀이기도 하죠.]

[메츠 입장에선 반드시 넘어야 될 산이겠군요.]

경기는 어느덧 7회를 달리고 있었다.

스코어는 6 대 4로 양키스가 앞서고 있었다.

딱-!

[토마스 선수 초구 타격! 하지만 타구 높게 뜹니다! 우익수 안정적으로 잡아내며 쓰리아웃 됩니다.]

7회가 끝나자 불펜코치가 신우를 바라봤다.

“시누! 나가자.”

“예.”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등판.

페넌트레이스라면 이상한 일이었지만 시범경기이기에 납득이 가는 일이었다.

“시누-!!”

“우-! 우-! 우-!”

신우가 불펜의 문을 열고 그라운드를 가로지르자 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마운드에 도착한 신우는 가볍게 공을 뿌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양키스의 감독 카를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잘 만든 거 같군. 확실히 구위가 좋아.”

“딜리버리와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해서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실이겠지. 그러니 내셔널리그를 주름잡을 수 있었겠지.”

작년 9월에 데뷔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루키.

하지만 챔피언십 시리즈가 끝나고 그는 모든 야구팬이 주목하는 선수가 됐다.

미스터 제로.

언론에서 그에게 붙인 별명이다.

ERA 제로라는 성적을 올리며 단 1점도 주지 않으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그 결과 모든 구단들이 그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분석하고 대비했다.

그건 양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한테는 통하지 않아.”

“맞습니다.”

카를로스의 말에 투수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8회초, 정신우 선수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릅니다.]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굳이 마무리상황에서 올릴 이유가 없습니다.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고 컨디션을 점검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상황에서 등판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정신우 선수가 상대할 첫 타자는 애런 저지입니다. 이 선수, 정말 대단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2017년 신인 최다홈런을 갱신하며 그해 ROY를 수상했습니다. 이후로도 정상급 활약을 보여주었고 작년 양키스의 우승에 큰몫을 차지했습니다.]

[그런 선수를 상대로 정신우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많은 이들이 신우의 활약에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다른 팀들이 신우를 분석했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그 주장은.

딱-!

[애런 저지! 초구를 강타!!!]

시범경기 첫 투구에서 현실이 됐다.

[우측 담장을 넘어갑니다!! 정신우 선수 메이저리그 첫 실점을 기록합니다!!]

[시범경기이고 정식기록에는 남지 않기 때문에 아직 첫 실점이라고 말하기는 이릅니다만, 이건 놀랍네요. 작년 9월부터 이어져온 무실점 행진이 시범경기 첫 투구에서 깨지다니 말이죠.]

예상하지 못한 홈런에 메츠 팬들의 환호성이 뚝 끊겼다.

[헐...]

[뭐임?]

[신우 홈런 맞음?]

중계방송을 보는 한국팬들 역시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충격을 받은 것만은 아니었다.

[ㅋㅋㅋㅋㅋ 이럴 줄 알았음.]

[작년에 잘했다고 올해도 잘하는 건 아니지.]

[정신우는 거품이라고 했제?]

[정거품 드디어 터졌냐?]

[한국도 들어오지 않고 훈련했지만 메쟈에선 안 통하죠?]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첫 시즌.

하지만 그러한 성적을 올리고도 신우에게는 안티팬이 존재했다.

한국에도 들어오지 않고 인터뷰도 자주 하지 않는 신우다.

그럼에도 안티팬이 있는 건 단순한 원리였다.

잘 나갔기 때문이다.

그저 다른 사람을 시기하고 헐뜯는 것에 재미를 붙인 사람들이 인터넷에는 많았다.

신우 역시 그러한 이들의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때 베이스를 도는 애런 저지를 바라보는 신우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은 이날, 기사의 메인을 차지하게 되었다.

아래와 같은 제목과 함께 말이다.

[미스터 제로가 깨지다!]

* * *

신우의 첫 실점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각종 리뷰어들은 물론이거니와 언론에서도 신우의 실점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미스터 제로, 신우정이 던진 초구는 91마일의 컷패스트볼이었습니다. RPM은 2422이 나오면서 작년 그가 기록한 2632에 미치진 못하지만 메이저리그 평균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익스텐션 역시 6.6피트가 나오면서 큰 신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릴리스 포인트가 좋은 자리에서 형성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 그의 기록과 비슷한 수치죠.]

[공의 변화 역시 홈플레이트 10피트 앞에서 일어났고 딜리버리나 릴리스 포인트 역시 23시즌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ESPN에서 진행하는 베이스볼 사이언스란 프로그램에서 신우에 대한 분석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신우가 첫 홈런을 허용했던 공과 작년의 데이터를 비교분석해서 나온 결과는 하나였다.

[즉, 신우정은 작년과 같은 공을 던졌다는 겁니다. 아직 시범경기이니 수치가 조금씩 떨어지긴 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단 소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키스의 판사는 그에게 심판을 내렸습니다. 이는 신우정에 대한 분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걸 의미합니다.]

[실제로 신우정은 이후 실점을 하진 않았지만 2개의 피안타를 더 허용했습니다. 분명 작년과는 다른 모습이죠.]

[물론 시범경기라는 걸 잊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만약 신우정이 작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소포모어 징크스에 잡아먹히는 또 한 명의 선수를 볼 수도 있습니다.]

고작 한 경기.

하지만 작년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던 신우이기에 팬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관심이 높다는 건 관련된 내용을 다루면 시청률이나 조회수가 보장이 된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신우와 관련된 기사가 나오자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신우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었다.

국내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연일 신우에 대한 기사와 미국에 올라온 기사를 퍼다나르며 그와 관련된 내용을 기사로 올리는데 열을 올렸다.

* * *

3G 3IP 7H 0BB 2SO.

(3게임 3이닝 7피안타 0사사구 2탈삼진.)

“흠...”

에이든은 데이터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수치만 보면 마이너리거의 성적으로 보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이 성적은 신우가 기록한 것이다.

‘전반적인 수치가 떨어지긴 했지만...’

딸칵-!

에이든이 엔터키를 눌렀다.

그러자 화면이 전환되며 신우가 3게임동안 던진 공들에 대한 모든 데이터가 나왔다.

“투구수 55개, 그중에 패스트볼이 12구. 커터가 30구 마지막으로 체인지업이 13구.”

구종의 배분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23시즌과도 큰 차이는 없었다.

각 구종들의 RPM, 구속, 무브먼트 등.

모든 데이터를 보더라도 23시즌에 비해 수치가 조금 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없었다.

“수치가 떨어진 건 아직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매 경기마다 수치가 오르고 있어. 이것만 놓고 보면 분명 컨디션은 정상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몇몇 언론에서 신우의 몸상태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그의 벌크업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에이든은 다르게 생각했다.

만약 벌크업이 문제였다면 팔의 스윙속도나 익스텐션에 문제가 생겼을 거다.

등의 근육이 커지면서 그러한 부분들에 영향이 갈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크게 떨어진 부분은 없어. 즉,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소리지.”

에이든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역시 분석이 된 건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현실이 된 거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오프시즌동안 신우에 대한 분석을 끝냈다.

그리고 그걸 스프링트레이닝동안 액티브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덕분에 그들은 신우의 공을 쉽게 공략할 수 있었다.

“공략포인트는 하이 패스트볼.”

신우의 하이 패스트볼은 커터와 함께 강력한 무기였다.

다른 투수들보다 RPM이 높아 공이 덜 떨어지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작년에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그 공에 헛스윙을 하며 재미를 봤다.

하지만 올해 시범경기는 달랐다.

타자들은 철저하게 하이 패스트볼을 공략하고 있었다.

“세 번째 등판부터 하이 패스트볼을 아예 던지지 않고 있지만...”

신우 역시 하이 패스트볼이 공략당하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체인지업을 주로 사용했다.

그 결과 이번에는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공략하고 있었다.

“정석적이야.”

만약 자신이 적이었다면 같은 공략법을 세웠을 것이다.

하이 패스트볼이란 무기를 뺏으면서 체인지업의 활용도를 떨어트렸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우에게 남는 무기는 커터 하나밖에 없어진다.

“커터 하나만으로 살아남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신우를 공략하게 되는 셈이었다.

“다른 쪽으로 변화를 주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프시즌동안 벌크업에 성공한 신우를 보고 그가 새로운 시즌을 대비해서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수치 역시 작년과 비슷했다.

즉, 변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흠...”

에이든은 나름대로의 대안을 찾았다.

신우가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변화를 주어야 했다.

그 변화란 여러 가지가 있다.

에이든은 그중에 하나로 새로운 구종의 추가를 생각했다.

“슬러브나 커브를 추가한다면 좋은 무기가 되겠지.”

노트북에 동영상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그러자 신우가 시범경기에서 투구하는 동영상이 재생됐다.

3면으로 분할된 화면에서는 각 경기에서 신우가 보여준 투구들이 담겨 있었다.

“다른 구종들의 변화가 작으니 슬러브를 추가하면 그 효과는 더 커질...응?”

그때 에이든의 눈이 커졌다.

“잠깐...”

그의 시선이 신우의 투구에 고정되었다.

“투구폼이 미묘하게 변하는 건가?”

신우의 투구폼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특히 왼손의 움직임이 확실히 변했다.

원래 그는 왼손의 움직임이 꽤 자유로운 편이었다.

하지만 세 번째 경기부터 고정이 되었다.

정확히는 왼쪽 가슴에 벽을 세우고 힘의 이동을 막아주고 있었다.

“이건...”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에이든이 그에게 알려주려고 했던 부분이다.

“구속을 늘리고 있는 건가?”

이 동작을 추가함으로서 투수가 얻을 수 있는 건 구속의 상승이다.

“작년과 달리 왼손이 3루쪽으로 향한다.”

와인드업 포지션과 세트포지션에서 투수는 양손을 모으고 시작을 한다.

그러다 킥킹동작과 함께 왼손과 오른손이 분리가 된다.

이 과정에서 강속구 투수들의 경우 왼손이 3루 방향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치 물살을 가르듯 허공을 가르며 몸쪽으로 손을 당기게 되어 있었다.

당겨진 손은 벽이 되어 더 이상 상체가 움직이지 않게끔 고정을 해준다.

이렇게 되면 하체부터 시작된 에너지가 온전하게 어깨와 팔을 통해 손끝으로 전달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 왼손이 움직일 때 에너지가 더 축적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질 수 있게 된다.’

실제 투수들이 전력투구를 할 때는 왼손을 움직이는 동작이 평소보다 느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힘을 더 축적시키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반면 한국이나 일본의 투수들은 왼손을 3루가 아닌 직선으로 움직인다. 마치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말이지.’

에이든은 신우에게 조언을 해주기 위해 한국투수들의 케이스를 연구했다.

그리고 알아낸 것은 그들 중 많은 숫자가 팔의 움직임이 3루가 아닌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없어 구속의 증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 투수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컸다.

이러한 방법은 부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방법이었다.

문제는 이 방법이 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왼팔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97마일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었던 건 전신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왼손을 제대로 활용을 시작했다는 건...’

그의 구속이 늘어날 확률이 더 높다는 의미였다.

‘잠깐, 저 동작을 지금 추가하고 있다는 건...’

에이든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한 가지 가정을 내렸다.

‘지금 수치가 맥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소리잖아?’

시범경기 3게임에서 신우의 투구는 이미 작년과 비슷한 수치까지 올라왔다.

구속, RPM, 무브먼트 등.

모든 것들이 작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그래서 걱정을 했다.

작년과 같은 상태인데 타자들에게 공략을 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헌데 만에 하나.

아직 올라갈 곳이 더 남아 있다면?

구속이 더 오르고 RPM이 증가하고 무브먼트가 더 지저분해진다면?

‘이건...’

순간 등에 소름이 돋았다.

에이든은 화면속의 신우를 바라봤다.

‘내 예상을 벗어났다.’

자신의 예상을 가볍게 벗어나는 괴물이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 * *

개막전 D-2.

모든 시범경기가 마무리됐다.

그리고 스프링트레이닝 역시 끝났다.

개막전을 앞두고 메츠는 시티필드로 돌아갔다.

신우는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며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

[(칼럼)정신우의 부진을 어떻게 볼 것인가?]

스포츠뉴스를 확인하던 신우는 자신의 이름이 제목으로 쓰인 기사를 발견했다.

[부진한 정신우씨, 어쩔?]

[ㅋㅋㅋㅋ 하루에 하나씩은 뜨는구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저들의 반응처럼 새삼스런 일이 아니었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이러한 글들이 해외야구 탭에 메인으로 올라왔다.

신우는 기사를 눌러 내용을 확인했다.

[뉴욕 메츠의 정신우는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10경기에서 8과 2/3이닝을 던지면서 3실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2개, 피안타 13개를 허용하며 작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부진에 대해서는 현지에서도...]

이전에 봤던 기사의 재탕이었다.

미국에서도 자신의 부진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

대부분 결론은 하나였다.

분석당했다.

수치상으로는 작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최근에는 피칭데이터가 상승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시범경기 마지막 2경기에서는 단 1개의 피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자신이 부진하다고 말하는 중이었다.

[신경쓰이냐?]

‘별로요. 기사를 어떻게 쓰건 나름대로의 근거를 대고 있잖아요.’

매튜슨의 질문에 가볍게 대답을 한 신우는 화면을 내렸다.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하죠.’

수천개나 달린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베스트 댓글들이 하나 같이 악플에 가까운 것들이었다.

[정거품 페넌트 시작하면 배팅볼투수 되겠네.]

[작년 활약은 루키의 기적이었을 뿐임. 2년차부터 메쟈의 무서움을 보는 거지.]

[정거품 이제 끝남.]

[육성선수가 그렇지 뭐.]

[다시 데블스나 가라.]

[100마일은 개뿔 ㅋㅋ]

이유없는 비방들도 난무했다.

욕설이나 인신공격까지.

보고 있으면 속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래도 널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다.]

매튜슨의 말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나의 댓글을 확인했다.

[데블스가즈아 : 너무들 하시네요.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경기입니다. 시범경기의 기록이 페넌트레이스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없어요. 정신우 선수는 이미 1년차에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선수를...]

데블스가즈아라는 닉네임은 모든 기사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변호를 해주고 있었다.

그 밑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변호를 해주었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올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을 할 테다.

신우는 다시 다짐하며 뉴욕으로 향했다.

* * *

[뉴욕 메츠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시즌 첫 경기도 어느덧 8회말입니다.]

[개막전에 걸맞게끔 두 팀 모두 수준 높은 투수전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균형도 8회에 깨졌는데요.]

[맞습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피트 알론소가 8회말에 대타로 출전해 기록한 솔로홈런으로 드디어 메츠가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피트 알론소.

2017년 애런 저지의 신인 최다 홈런을 2년만에 53개로 갱신했다.

그해 내셔널리그 ROY를 차지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으며 이후에도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다운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2023시즌 올스타전 이후 부상을 입으며 전력에서 이탈, 24시즌부터 다시 합류했다.

그는 복귀전인 개막전에서 홈런을 기록하며 자신의 파워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딱-!

“아웃!!”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타구, 아웃카운트 올라갑니다. 스코어 1 대 0! 말린스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으로 이어집니다!]

8회 공격이 끝났다.

캐스터는 헤드셋을 벗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떨리네요.”

캐스터의 말에 해설위원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작년에는 이런 순간에 전혀 떨리지 않았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시범경기에서 성적이 별로였으니까요.”

“메이저리그 분석력이 무섭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고작 몇 개월만에 완벽하게 분석을 해내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인터넷 반응도 장난이 아니에요.”

캐스터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방송의 댓글이 갱신되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갱신되는 댓글에는 [메츠가 졌다], [정신우 망했네.], [첫 블론세이브 ㅊㅋ] 등등의 글들이 있었다.

물론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쩝, 너무들 하네.”

“그러게요. 이런 댓글보니 정신우 선수가 잘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시범경기 막판에는 잘했으니 기대를 해봐야지.”

“방송 들어갑니다.”

PD의 말에 두 사람이 헤드셋을 다시 착용했다.

곧 모니터에 마운드에 선 신우의 모습이 잡혔다.

[마운드에는 메츠의 클로저! 정신우 선수가 등판했습니다!!]

* * *

연습투구가 끝나고 신우는 마운드에 홀로 남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봤다.

개막전이니만큼 메츠 팬들로 씨티필드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선배님들.’

[응?]

[ㅇㅇ?]

‘이제 전력으로 가도 되겠죠?’

첫 오프시즌.

첫 스프링트레이닝.

모든 것이 낯설었다.

제대로 된 관리를 받으며 준비를 했다.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

어째서 공을 던지는데 힘을 아껴야 되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며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

[그동안 고생했다.]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갔다.

[전력으로 가라.]

그리고 허락이 떨어졌다.

‘예!’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그리고 상체를 숙이고 토마스와 사인을 교환했다.

‘포심, 바깥쪽.’

구종과 코스를 결정하고 자세를 바로했다.

“후우-!”

호흡을 크게 내쉬며 신우는 몸에 힘을 뺐다.

처음부터 몸에 힘을 주면 공을 강하게 던지기 어렵다.

딱 필요한 순간에만 힘을 주는 것.

그것이 빠르고 강한 공을 던지는데 필요한 요령이었다.

[피칭은 축적과 방출이다. 전신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축적시켜라.]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가는 순간.

촤앗-!

킥킹과 함께 골반과 어깨를 안쪽으로 틀었다.

마치 꽈배기처럼 회전이 된 상하체의 꼬임을 풀면서 오른손과 왼손을 분리했다.

뒤이어 견갑골을 조이며 오른손을 머리 뒤로 이동시켰다.

왼손은 45도 각도로 벌어지며 수영을 하듯 1루 방향으로 큰원을 그리며 이동했다.

동시에 무게중심을 뒤로 두고 발을 앞으로 뻗었다.

콰득!!

야구화의 징이 땅에 박히는 순간,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발이 단단하게 고정이 된 순간, 하체를 회전시켰다.

다리부터 골반으로 이어진 회전.

그 힘은 그대로 상체로 이어졌다.

[벽을 만들어라!]

골반의 회전과 함께 상체에도 회전에너지가 전달되는 순간.

왼팔을 몸쪽으로 당기며 벽을 만들었다.

상체가 회전하며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시켰다.

그때까지도 오른팔은 여전히 머리 뒤에 위치해 있었다.

‘젠장...!’

타자 입장에서는 오른손에 들린 공이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그가 어떤 공을 던질지 확인할 수 없었다.

코킹과 함께 모든 에너지를 손끝으로 모은 신우가 공을 뿌렸다.

“흐아아아앗!!”

릴리스포인트에서 기합을 터트린 신우는 손가락에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있는 힘껏 공을 때렸다.

쐐애애애액-!!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맹렬한 회전과 함께 날아갔다.

뻐어어어억!!

공이 굉음과 함께 미트에 꽂혔다.

툭-!

뒤이어 공이 바닥에 떨어졌다.

“보...볼!!”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단 하나.

[배...배...백...!!]

전광판에 찍힌 구속에 모여 있었다.

(103MPH)

[백삼마일!!]

(165.7km/h)

[165km가 찍혔습니다!!!]

엄청난 구속에 메츠 팬들이 열광했다.

“우-! 우-! 우-! 우-! 우-!!”

그리고 한국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화냐?!!]

[165km?!!]

[고장난 거 아니야?!]

[정거품이라고 한 색히들 어디 갔냐?]

[ㅅㅂ 이게 우리의 정신우다!!]

[비난하던 새끼들 죄다 아닥하죠?]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는 댓글들.

그리고.

[데블스가즈아 : 제에에에에엔장!! 믿고 있었다구우우우!!]

[추천수 : 3321 반대 : 132]

데블스가즈아의 추천수도 떡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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