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44화 (44/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44화 >

* * *

신우가 BSTI에 입소한지 일주일.

“로이.”

“예.”

“정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지?”

“쉬고 있습니다.”

“쉰다?”

“예. 가벼운 운동을 제외하고는 밥을 먹고 쉬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올해 데뷔를 했는데도 몸관리를 잘하는군.”

휴식은 무척 중요하다.

특히 오프시즌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선수의 몸은 망가질 수 있었다.

신인들은 이걸 잘 모르고 오프시즌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고 훈련을 하다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메드슨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미스터 정이 벌크업을 준비하는 거 같다고요.”

“벌크업?”

“예. 체계적으로 음식을 먹고 있다고 합니다.”

“오호. 누가 도움을 준 건가?”

“아뇨.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한다고?”

“예. 첫날에 자신의 신체데이터를 측정해서 받아가더니 그 뒤부터 체계적인 음식섭취와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보라스가 턱을 쓰다듬었다.

“이거 참, 재밌는 친구로군. 뭔가 특별한 움직임이 있으면 보고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정신우.

하늘에서 뚝 떨어진 특급투수.

그는 훈련에서도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 * *

BSTI에 입소한지 열흘이 되는 날.

신우는 평소처럼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지방과 탄수화물 그리고 단백질이 밸런스 있게 섞인 식단이었다.

맛도 나쁘지 않았다.

먹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는 음식들이었다.

문제는 양이었다.

평소 먹던 것의 2배에 달하다보니 먹는 것이 곤욕이었다.

다행히 열흘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벌크업을 하면서 꼭 이렇게 많이 먹어야 돼요?’

[응. 벌크업이란 건 말 그대로 근육을 키우는 걸 말한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정답. 하지만 단순히 웨이트만 해서 근육이 커지지는 않는다. 영양섭취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돼.]

[근육 1kg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에너진 약 7000에서 8000칼로리다. 그러니 제대로 먹지 않으면 근육이 늘어나기 어렵지.]

‘그렇게 많이 소모되요?’

[그래. 그러니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휴식만 해야 되요? 요즘 살이 찌는 게 느껴지는데.’

[오늘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갈 거다.]

‘오, 무슨 운동부터 하는데요?’

[당연히 웨이트지.]

[하체부터 조지자.]

[등부터 조지는 게 좋지 않음?]

‘하체랑 등을 하는 거예요?’

[그래. 하체와 등의 근육은 전체근육의 70퍼센트에 달한다. 그만큼 많은 근육들이 분포되어 있지. 그곳을 키운다면 너는 지금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특히 등근육을 키우게 되면 구속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부하를 등근육이 흡수해주기 때문에 어깨나 팔의 부상위험이 낮아짐.]

‘아...’

자세한 설명을 듣자 이해가 됐다.

왼손으로 던질 때는 딱히 전신을 사용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하체를 이용하려고는 했지만 등근육까지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레전드플레이어들을 만난 뒤, 투구폼을 교정받으면서 몸 전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구속이 증가했었다.

이번에도 그들은 구속이 증가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이러니 믿음이 가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님.]

‘예?’

[그래서 님 3대 몇 침?]

믿음이...

[3대 500 이하 언더아머 금지인 거 알지?]

옅어졌다.

* * *

2024년 새해가 밝은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2월이 되면서부터 야구업계 관계자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스프링 트레이닝의 시즌이 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팀단위의 훈련을 하는 스프링 트레이닝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할 수 있었고 기량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자리였다. 또한 팀워크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 트레이닝을 실시하는 곳을 스프링캠프라 하는데, 메이저리그는 크게 두곳이 있었다.

한곳은 애리조나였고 다른 한곳은 플로리다였다.

뉴욕 메츠는 플로리다에 캠프를 차리고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메츠의 캠프에는 한국인 기자들이 집결해 있었다.

그중에는 베이스볼 투나잇의 장태호 기자도 있었다.

“태호야, 언제 왔냐?”

“어제 도착했습니다. 선배님은요?”

장태호는 선배기자인 김민종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이틀 전에 도착했어. 와서 메츠 구단 좀 인터뷰하고 그러고 있었지.”

“그렇군요.”

“히야...이렇게 보니까, 한국의 웬만한 언론은 다 모였네. 그렇지 않냐?”

“예. 이 정도로 기자들이 모이는 건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메이저쪽에 한국인 선수가 없었으니까. 거기다가 이 녀석 같은 괴물은 처음이잖냐.”

괴물.

적절한 표현이었다.

“MLB쪽에서 유망주랭킹 나온 거 봤냐?”

“나왔습니까?”

“응. 한 시간 전에 떴더라.”

장태호가 스마트폰을 꺼내 기사를 확인했다.

MLB.COM을 비롯해 미국의 여러 언론들은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되기 전, 각 팀의 유망주를 모아 순위를 발표한다.

유망주의 기준은 메이저리그 신인선수의 자격을 가진 선수였다.

“와...1위에 랭크됐네요.”

장태호는 랭킹을 확인하고 혀를 내둘렀다.

예상은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경이로웠다.

한국인 선수가 유망주 랭킹 1위에 오른 것은 최초였기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당연한 일이지. 작년 9월에 콜업이 된 이후로 평자가 제로야. 그런 선수를 1위로 뽑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어?”

“하긴...”

장태호도 동의했다.

그리고 코멘트를 읽어내려갔다.

[신우 정의 첫 시즌은 경이로웠다. 9월 콜업 이후 10월 포스트시즌까지 ERA 제로를 기록하며 야구팬과 관계자들을 모두 경악하게 만들었다.]

칭찬이 이어졌다.

구종에 대한 평가 역시 대단히 좋았다.

대부분 유망주 랭킹에서 사용되는 수치는 20-80스케일을 사용한다.

80점은 시대를 대표할 정도로 탁월함이 있는 걸 의미한다.

70점은 플러스플러스 등급이라고도 불리는데 최고수준의 점수라고 할 수 있었다.

60점은 플러스등급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A급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50점은 평균, 45점은 평균이하 40점 이하부터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어려운 마이너리그급 선수를 의미했다.

투수는 던질 수 있는 구종과 컨트롤에 점수를 매기고 그것을 합치는 방식을 사용했다.

장태호는 신우의 20-80 스케일을 확인했다.

[패스트볼 70/체인지업 45/컨트롤60]

[신우 정의 패스트볼은 포심과 커터로 분류할 수 있다. 마리아노 리베라를 연상케 하는 커터의 무브먼트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의 RPM을 자랑하는 포심 패스트볼은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평균구속은 95마일이며 최고구속은 98마일까지 기록했다. 구속을 조금 더 올린다면 메이저리그 정상급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가는 대단히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기자의 사설이 담겨 있었다.

[메이저리그 두 번째 시즌을 어떻게 보낼지 궁금하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오프시즌동안 그를 연구했을 것이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연구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첫 시즌에서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친 이들이 두 번째 시즌에서 성적이 떨어지는 일은 흔했다.

그 이유는 바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분석에 있었다.

오프시즌동안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각 팀의 주요선수에 대한 분석을 철저하게 진행한다.

또한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선수들은 자만심에 빠져 두 번째 시즌의 준비를 소홀히 하는 일도 많았다.

그런 상태에서 자신의 무기들이 하나 둘 공략을 당하면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게 된다.

그로 인해 부진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2년차 징크스, 소포모어 징크스라 부르게 됐다.

“어?”

그때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왔나보다.”

김민종의 말에 장태호는 스마트폰을 집어넣으며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 기자들이 몰리는 게 보였다.

장태호도 기자들이 몰리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거기에는 기자들에 둘러싸인 한 남자가 서있었다.

‘헐...뭐야?’

그 남자를 본 장태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정신우 맞아?’

정신우의 피지컬은 한국인치고 좋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 혹은 그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고작 몇 개월만에 정신우의 몸은 커져 있었다.

키가 큰 것은 아닌 것 같았는데 몸이 전반적으로 굵어졌다.

특히 허벅지가 두꺼워지고 등이 넓어졌다.

가슴근육 역시 이전보다 커진 것을 볼 수 있었다.

‘4개월동안 도대체 무슨 훈련을 한 거지?’

한국에도 들어오지 않고 보낸 정신우의 4개월.

그것이 궁금해진 장태호였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정신우는 오프시즌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이 기대되는 장태호였다.

* * *

신우의 변화에 놀란 건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메츠 수뇌진 역시 신우의 변화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시누의 몸이 무척 커졌더군.”

“예. 아무래도 풀시즌을 대비해서 몸을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보라스와 계약을 맺었다더니. 훈련 하나는 제대로 시켰군.”

존 베켓은 신우의 변화가 보라스 덕분에 일어난 것이라 생각했다.

당연했다.

이제 고작 2년차가 되는 신인이 혼자서 저런 준비를 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번 시즌, 시누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해. 그러니 트레이닝 기간동안 철저하게 관리를 하도록.”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다들 고생하자고.”

“예.”

스프링 트레이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 *

스프링 트레이닝 초기에는 큰 이벤트가 없었다.

기초적인 훈련을 하며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단계이기 때문에 지루한 감이 있었다.

14일 투수조의 소집일이 되면서 첫 번째 이벤트가 열렸다.

바로 불펜피칭이었다.

“첫 피칭이니까, 가볍게 던지자고.”

“예.”

신우의 불펜피칭에는 구단 수뇌진들이 모두 모였다.

주위에서 연습을 하던 선수들 역시 그의 투구를 지켜보기 위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흐...얼마만에 던지는 공이냐.’

신우는 마운드의 흙을 고른 뒤, 공을 만졌다.

오랜만에 던지는 공이었다.

거기에 구경꾼들도 있으니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스스로도 궁금했다.

과연 지금 상태에서 전력으로 공을 뿌리면 구속이 얼마나 나올까?

‘던져볼...’

[?]

[실화임?]

[진짜냐?]

[???]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채팅창에서 갈고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제 2월인데 전력으로 공을 뿌린다?]

[아주 부상당하고 싶어서 난리지?]

[고작 공 하나라고 생각하지마라. 그 공 하나 때문에 그동안 애써 준비해온 밸런스가 깨질 수도 있으니까.]

[네가 여기서 전력투구를 하면 4개월동안 노력해온 루틴이 깨지는 거다. 그러고 싶으면 던져도 된다.]

“크흠...”

신우는 헛기침을 하며 로진을 손에 묻혔다.

그리고는 가볍게 공을 던졌다.

퍽-!

“나이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구속은?”

“90마일이 나왔습니다.”

“좋군.”

에이든의 대답에 베켓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구속 대비 90퍼센트에 달하는 구속이 나오고 있었다.

구위도 나쁘지 않았다.

첫 불펜피칭임을 감안하면 좋은 페이스였다.

‘하지만 몸을 키운 것에 비하면 뭔가 아쉬운데.’

에이든은 조금 의아했다.

신우는 분명 몸을 키우는데 성공했다.

특히 하체와 등을 집중적으로 키운 것으로 보아 구속의 증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였다.

‘근육을 늘린다고 해서 꼭 구속이 늘어나는 건 아니야. 투구폼에 큰 변화가 없다면 구속이 늘어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

근육의 증량은 파워와 스테미너에 큰 영향을 끼친다.

반면 스피드가 떨어지게 된다.

투구를 할 때 이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과도한 증량은 투수에게 독이 될 수도 있었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

이제 막 스타트를 했을 뿐이다.

굳이 벌써부터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여차하면 트레이닝 후반에 내가 알려줘도 되는 일이고.’

23시즌.

에이든은 신우의 투구를 면밀하게 관찰했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신우의 투구폼에서는 개선될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개선하면 구속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에이든은 아직 그걸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충분히 신우의 몸이 풀린 뒤에 알려줄 생각이었다.

퍽-!

“굿!!”

신우의 첫 번째 불펜피칭이 이어졌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