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37화 (37/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37화 >

* * *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메츠는 정신우가 무너지면 끝난다.’

최후의 보루.

루키시즌의 신인에게 주어진 임무치고는 가혹했다.

하지만 신우는 견고했다.

뻑-!

“스트라이크! 배터아웃!”

[삼구삼진입니다! 정신우 선수, 하이패스트볼로 첫 번째 타자를 돌려세웁니다!]

[며칠 쉬어서 그런 가요? 공의 구위가 훨씬 좋아보입니다.]

첫 번째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운 신우는 이후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초구부터 체인지업을 뿌렸다.

딱-!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다.

내야땅볼을 2루수가 포구해 곧장 유격수에게 토스.

퍽!

“아웃!”

그리고 1루로 송구.

퍽-!

“아웃!!”

[더블플레이입니다! 위기의 6회! 정신우 선수, 단 4개의 공으로 위기를 벗어납니다!!]

6회의 위기를 가볍게 넘긴 신우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평소라면 여기서 그의 임무는 끝난다.

하지만 지금은 6회다.

경기가 끝난 게 아니란 소리다.

신우는 당연하다는 듯 수건으로 땀을 닦은 뒤,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오랜만이네요.’

[뭐가?]

‘던지고 난 뒤에 더그아웃에 들어와서 경기를 지켜보는 거요.’

[하긴, 그동안에는 마무리만 했었으니.]

콜업 이후 몇 경기를 마무리가 아닌 중간계투로 나갔다.

하지만 그때도 1이닝 피칭을 철저하게 지켜왔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팀이 이길 때까지.’

던질 거다.

* * *

[정신우 선수가 7회에도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이제부터는 사실상 정신우 선수에게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그렇습니다. 정신우 선수가 7회에도 무실점으로 넘길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신우가 초구를 뿌렸다.

딱-!

[초구 때렸습니다!]

“파울!!”

[1루쪽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입니다! 초구부터 타자가 공격적으로 나오네요.]

[사실 지금 동점인 상황이지만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는 브루어스가 잡고 있거든요. 타자들의 부담이 덜한 상태입니다.]

[즉, 져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스윙을 한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투수인 정신우 선수가 언터처블 수준의 성적을 내고 있긴 하지만 루키입니다. 타자들 입장에선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거죠.]

9월 환상적인 시즌을 보낸 신우.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그런 성적을 꾸준히 올려야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현재 이곳에 있는 빅리거들은 좋은 성적을 꾸준히 올린 이들이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신우를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겁먹지도 않았다.

딱-!

“와아아-!”

[2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타구는 길게 뻗지 않습니다! 외야수 자리를 잡아서 포구합니다! 원아웃!]

타자들의 생각이 어떠하든 신우는 자신의 공을 뿌렸다.

빨리 때려주면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었다.

[9회가 아니라도 투수가 해야 될 일은 하나다.]

[아웃을 잡는 것.]

[ㅇㅈ.]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투수가 해야 될 일은 동일하지.]

[너의 공을 던지면 된다.]

쏟아지는 조언들.

신우는 그 조언을 등에 업고 공을 뿌렸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두 번째 타자는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이야-! 정말 멋진 체인지업이었습니다.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어요!]

7회에도 신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체인지업을 던질 때 중요한 건 팔의 각도임. 언제나 포심과 같은 릴리스에서 공을 던져야 돼.]

[팔의 스윙이 느려도 안 됨. 언제나 같은 각도에서 나오고 스윙의 속도 역시 일정해야지만 타자의 눈을 속일 수 있다.]

[너의 체인지업은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에 실투로 이어지면 배팅볼이나 다를바가 없어.]

경기가 잘 풀리면 선수는 방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우는 방심할 틈이 없었다.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훈수와 조언들이 쉴 새도 없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언제나 마음을 다잡고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딱-!

[타구 높게 뜹니다!! 중견수 앞으로 달려나오며 잡아냅니다! 쓰리아웃! 7회 역시 10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감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7회 역시 삼자범퇴 이닝으로 마감한 정신우.

그와 하이파이브를 한 마이크는 곧장 명단의 이름에서 무언가를 체크했다.

‘2이닝에 14구. 이대로라면 50구를 넘기지 않을 수 있다.’

팜디렉터인 피터가 이야기해준 신우의 데드라인은 50구.

그 이상을 던지게 될 경우 제구력이 급격하게 흔들린다.

그것을 알기에 마이크는 신우의 투구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점수를 내야 된다.’

3차전의 흐름은 아직 팽팽했다.

이 흐름을 잡아놓는 건 루키 정신우였다.

만약 신우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점수를 내지 못한다면?

이후의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모든 선수들이 알고 있었다.

* * *

[8회초, 메츠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하위타순부터 시작되는 게 조금 아쉽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닝에서 정신우 선수가 타선에 들어서는 걸 볼 수 있겠군요.]

[예. 2이닝을 던졌지만 정신우 선수의 투구수는 아직 14구에 불과합니다. 8회말에도 올라올 수 있을 정도의 투구수이기 때문에 타석에서도 들어설 겁니다.]

[정신우 선수의 메이저리그 첫 타석은 충격적이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그랜드슬램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죠.]

[당시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기에 오늘 타석에서도 무언가 일을 터트려주길 기대합니다.]

하위타순부터 시작된 메츠의 공격.

타자들은 매우 끈질겼다.

딱-!

“파울!!”

[7구 역시 파울이 됩니다! 메츠의 마크 선수, 끈질긴 승부를 이어갑니다.]

[어떻게든 출루를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고 있습니다.]

마크 비엔토스.

99년생인 그는 현재 메츠의 3루수를 맡고 있었다.

올 시즌 17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가능성을 보여준 그였지만 포스트시즌에선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선구안이 떨어져 삼진을 많이 당했다.

오늘도 1개의 삼진을 당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 타석은 평소와 달랐다.

퍽!

“볼!!”

[떨어지는 변화구에 꿈쩍도 하지 않는 마크 비엔토스!]

[이건 예상밖이네요. 본래 마크 비엔토스 선수는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여왔거든요. 앞서 당한 삼진 역시 원바운드 커브에 배트가 헛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좋은 커브에도 참아내는 끈기를 보여주네요.]

마크 비엔토스는 숨을 몰아쉬었다.

‘반드시 출루하겠어.’

마크 비엔토스는 신우와 동갑이었다.

그렇기에 동갑인 신우가 마운드에서 활약하는 모습에서 자극을 받았다.

같은 나이인 그가 할 수 있다면 자신도 할 수 있다.

[8구 던졌습니다!]

매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공.

마크는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딱-!

[때렸습니다!!]

손에 감각이 있었다.

최소한 안타다.

마크 비엔토스는 전력을 다해 1루로 내달렸다.

그 순간.

퍽!

[아-! 유격수 점핑캐치!!]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간 타구를 유격수가 점프해서 낚아챘다.

“와아아아아-!!”

엄청난 호수비에 관중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젠장!!”

안타를 도둑맞은 마크 비엔토스가 욕설을 뱉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분명 제대로 맞은 타구인데 아깝습니다. 엄청난 호수비에 그대로 안타를 도둑맞은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메이저리그입니다. 메이저리그이기에 저런 수비가 나올 수 있었던 거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

그리고 그 메이저리그에서 챔피언을 가리는 경기에서의 선수들이 보여주는 집중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 * *

8회초.

투아웃이 된 상황.

주자 없는 상태에서 신우가 타석에 섰다.

[메이저리그 통산 10할의 타자! 정신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단 한 번밖에 타석에 선 적이 없는 신우.

하지만 그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대단했다.

그 한 번의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홈런 한 방이면 단숨에 앞서 나가게 된다.]

[캬하-! 드라마틱하고요.]

[또 홈런 치면 대애애애박~]

레전드 플레이어들 역시 호들갑을 떨었다.

그때 베이브루스의 채팅이 올라왔다.

[이전과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마라.]

‘예?’

[너 저번에 투수의 그립이 보였지?]

‘예.’

[응? 뭔 소리임?]

[그립이 보였다고?]

[초능력이라도 가지고 있음?]

레전드 플레이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마운드와 홈플레이트까지는 18.44m다.

일반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은 공의 그립은커녕 사람도 작게 보이는 거리였다.

그런데 지름 7.23cm의 야구공을 잡은 손의 그립을 봤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간혹 집중력이 높으면 공의 그립이 보일 때도 있다.]

[나도 그런 적 있음.]

타이콥과 베이브루스의 채팅이 연달아 올라왔다.

[헐...]

[실화임?]

[우리가 무슨 공을 던질지 보였다고?]

[매번은 아니고 가끔 그랬다고.]

[난 자주.]

[아하, 그러세요? 그러고보니 나도 엄청 자주 보였던 거 같네. 열에 다섯 정도?]

[난 열에 일곱은 보였는데?]

[난 열에 여덟이다!]

유치한 싸움을 보며 고개를 저은 신우가 타석에 섰다.

‘이전과 다를 거라고?’

어떻게 다른다는 걸까?

신우는 타격자세에 들어갔다.

사인을 끝낸 투수가 투구동작에 들어갔다.

와인드업, 킥킹, 스트라이드로 이어지는 동작 후로 팔이 스윙을 시작했다.

신우는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투수의 어깨를 바라봤다.

궤적을 그리며 나온 팔이 릴리스포인트에 도달하는 순간.

‘어?’

그립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하는 사이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큰 궤적을 그리며 미트에 꽂혔다.

퍽!

“스트라이크!!”

[초구 커브로 카운트를 잡습니다.]

[투수인 정신우 선수를 상대로 초구부터 변화구라니, 이건 허를 찌르는 공격이네요.]

[아무래도 이전 디비전시리즈에서의 홈런 때문에 경계하는 걸까요?]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타석에서 물러난 신우가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그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왜 그립이 안 보였던 거죠?’

질문에 답은 베이브루스가 해주었다.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 집중력의 차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상황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고. 한 가지 확실한 건 타자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거야.]

‘음...’

언제나 그립이 보인다면 궤적을 보고 때려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타자 마음대로 할 수 없다니.

‘신경을 꺼야겠군요.’

[올~]

[정답!]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처음부터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신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타석에 섰다.

[한 가지 조언을 해주지.]

타이콥이 말했다.

[투수가 무엇을 던질지, 포수가 어떤 볼배합을 할지 생각을 해봐.]

[네가 이런 상황에서 어떤 공을 던질지도 고민해보고.]

베이브루스의 조언까지.

신우는 생각했다.

‘만약 저라면...’

신우는 자신의 신분을 떠올렸다.

루키 투수.

홈런을 때리긴 했지만 타석은 단 한 번밖에 서지 않았다.

초구는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2구를 던질 차례.

포수의 리드보다는 투수의 마음으로 생각했다.

‘포심, 그리고.’

초구 커브를 던졌다는 건 충분히 조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투수가 가운데로 던지진 않을 거다.

“하앗!!”

투수가 공을 뿌렸다.

그 순간, 신우는 망설이지 않고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허리를 회전하며 있는 힘껏 상체를 회전시켰다.

‘최대한 보더라인에 걸치게...!!’

스윙의 궤적은 바깥쪽 낮은 코스로 향했다.

‘던질 겁니다!!’

후웅!!

그의 배트가 매섭게 회전했다.

그리고는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을 그대로 때려냈다.

따악-!

[2구 타격!! 잘 맞았습니다! 인이냐 아웃이냐!!]

타구는 1루 선상을 타고 날아갔다.

떨어지기 시작한 타구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향했다.

하지만 신우는 타구를 보지 않았다.

[파울이면 어차피 돌아가면 돼!!]

[달려라! 달려!!]

[뒤도 보지 말고 달려!!]

[저 코스라면 2루가 아닌 3루까지 노릴 수 있다!!]

미치도록 달리기 시작했다.

1루 베이스를 지나 2루로!

그때 타구가 떨어졌다.

우측 선심이 손을 들었다가 그라운드 안을 가리켰다.

[인입니다!! 장타코스!!]

[정신우 선수가 무난히 2루에 들어갈 것 같네요.]

[우익수 공 잡았습니다! 아아-!]

[정신우 선수 2루 베이스를 지나쳤어요! 오버런...아닙니다! 3루를 노리고 있어요!!]

2루를 지난 신우는 3루로 내달렸다.

처음부터 2루에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1루 선상 외야에 떨어졌단 소리는 우익수가 잡기에 가장 먼곳이란 소리였다.

에러 없이 유일하게 타자가 3루를 노릴 수 있는 코스였다.

그것을 알려준 것은 타이콥이었다.

그렇기에 신우는 처음부터 3루를 노렸다.

타격의 신이 3루를 노릴 수 있다는데, 멈출 이유는 없었다.

[공 중계됩니다!!]

캐스터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빼박아웃.]

[아웃이다.]

[너무 무리하네.]

[아나-! ㅂㅅ. 여기서 무슨 3루를 노리냐!!]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들.

투수가 주루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예상밖으로 신우는 빨랐다.

중계플레이가 이어졌지만 신우는 슬라이딩으로 안전하게 3루에 도달했다.

촤앗-!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정신우 선수!! 3루타를 기록합니다!!]

세이프 판정을 받은 신우가 번쩍 일어나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쥐었다.

“와아아아!!”

“나이스 플레이다!!”

“멋지다!!”

[메츠의 더그아웃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팀의 루키인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도 책임지고 거기다가 3루타까지 기록했으니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죠.]

[예상외로 정신우 선수의 발이 빠르네요.]

[저도 놀랐습니다. 체형 자체가 날렵해서 그런지 발이 무척이나 빠르네요.]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메츠가 좋은 기회를 잡았어요.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 됩니다.]

야구는 흐름의 게임이다.

흐름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잡지 못한다면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사실은 마이크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메츠의 마이크 감독, 여기서 승부수를 띄웁니다. 대타로 안드레스 실바 선수를 투입합니다!!]

[메츠가 이번 트레이드시장에서 영입한 선수죠. 35살의 베테랑 선수이기에 전성기에 비해 파워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가을야구에서의 데이터가 매우 좋은 선수입니다.]

[경험이 풍부하다는 말씀이시죠?]

[예. 마이크 감독은 그 경험에 기대를 하는 거 같습니다.]

타석에 선 안드레스 실바.

그가 3루를 힐끔 바라봤다.

‘애송이가.’

24살의 루키.

동양인이기에 더욱 어리게 보였다.

그런 녀석이 마운드와 타석에서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피가 끓게 만드는군.’

실바가 타격자세에 들어갔다.

‘이런 순간에 해내지 못한다면.’

그리고 투수를 노려봤다.

‘베테랑이라고 할 수 없지.’

투수가 흔들리는 게 눈에 보였다.

‘이럴 때는 길게 가져갈 필요가 없지.’

“흡!!”

투수가 초구를 뿌렸다.

그 순간.

실바의 배트가 매섭게 회전했다.

따악-!

[실바! 초구를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건...!!]

실바가 타구를 바라보다 배트를 놓고 천천히 1루로 달려갔다.

[넘어갔습니다!! 초구를 투런으로 장식하는 베테랑 안드레스 실바 선수입니다!! 스코어 5 대 3!! 메츠가 8회에 드디어 앞서 나갑니다!!]

신우는 홈플레이트를 밟고 실바를 기다렸다.

그리고 홈을 밟는 실바를 향해 주먹을 내밀었다.

“아주 멋진 홈런이에요!”

“흐흐, 걸어서 들어왔으니 8회도 던질 수 있겠지?”

“물론이죠!”

툭!

주먹을 부딪힌 두 사람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메츠의 더그아웃에서 축제가 열렸다.

처음으로 리드를 잡기 시작한 메츠였다.

* * *

8회말.

[스코어 5 대 3! 드디어 앞서기 시작한 메츠의 마운드에 정신우 선수가 등판합니다.]

[이번 이닝은 조심해야 됩니다. 정신우 선수는 전력질주를 했기 때문에 호흡이 거칠어졌을 겁니다. 평소와 다른 리듬일 테니, 그것을 주의해야 됩니다.]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숨을 내쉬었다.

“후우...”

해설위원의 말은 맞았다.

너무 빨리 달렸다.

덕분에 처음에는 호흡이 너무나 빨리 뛰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호흡은 어느덧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스포츠심장의 장점이지. 심폐지구력이 좋아졌다는 건 회복력 역시 빨라진다는 소리니까.]

‘정말이지...’

신우는 와인드업을 했다.

‘선배님들의 훈련에는 빈틈이 없네요!!’

그리고 공을 뿌렸다.

뻐억-!

“스트라이크!!”

[초구 95마일의 공이 몸쪽을 파고듭니다!!]

[평소와 다를바 없는 공을 뿌리네요. 정신우 선수 정말 예상할 수 없는 선수입니다.]

분명 평소와 다를 거라 생각했지만 신우는 평소와 같았다.

예상을 넘어서는 선수.

그런 이가 바로 정신우란 선수였다.

[당연하지!]

[우리가 괜히 명전에 올라간 게 아님.]

[저승에서도 매일 같이 야구만 생각했는데! 우리한테 빈틈이 있을 거라고 봄?]

[야덕들 아주 신났쥬?]

[넌 야덕 아님?]

[사돈남말 하시네!]

자기들끼리 투닥거리는 레전드플레이어들을 보며 신우가 미소를 지었다.

‘아 쫌! 싸우지들 좀 마요.’

[짜샤!]

[넌 공이나 던져!!]

‘예, 예.’

그들의 말에 신우가 다시 와인드업을 했다.

“차핫!!”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날아갔다.

* * *

[뉴욕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 등판해 6회말부터 9회말까지. 4이닝동안 무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지켜내며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단 한 개의 볼넷이나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피칭을 펼치며 모두 40개의 공을 던져 12명의 타자를 돌려세웠습니다.

한편 정신우 선수는 8회초 투아웃 상황에서 3루타를 기록, 이후 안드레스 실바 선수의 투런홈런에 홈을 밟으며 팀의 결승득점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뉴욕메츠는 정신우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시리즈 스코어를 2 대 1로 만들었습니다.]

3차전은 메츠의 승리로 끝났다.

신우의 퍼펙트피칭에 한국언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의 투구장면은 모든 기사의 메인을 차지했다.

야구커뮤니티는 물론이거니와 일반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신우의 기사가 올라오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그 결과 실시간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신우의 인지도가 대폭 상승하게 되었다.

[정신우 대체 뭐냐?]

[투구에다가 타격까지...]

[이런 선수가 어디서 나타남?]

[와...지렸다, 진짜.]

[내년 시즌부터 이도류 하는 거 아님?]

[아니, 40구를 던지면서도 90마일 이상 뿌리면 그냥 선발을 하지. 왜 마무리를 하는 거냐?]

[뭐가 됐건 정신우 덕분에 요새 메쟈 볼 맛이 난다.]

[ㅇㅈ]

수많은 사람들이 신우의 활약에 놀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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