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36화 >
* * *
2차전이 시작됐다.
신우는 불펜에서 대기하며 경기의 진행을 살폈다.
[분위기가 초상집이군.]
[경기 전부터 이미 지고 가는 분위기인데.]
[최악이군.]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채팅을 보며 신우는 마음이 답답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요?’
[당장은 없지.]
[클로저는 경기를 끝내러 나가는 포지션임.]
[경기가 진행될 때 할 수 있는 건 없지.]
[타자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베이브루스의 채팅이 올라왔다.
그의 채팅이 올라오는 건 디비전시리즈 이후 처음이었다.
[홈런 한 방에 경기의 분위기 자체가 바뀌니까.]
[그건 ㅇㅈ]
[선발투수도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지만.]
[클로저는 그게 불가능함.]
클로저의 단점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온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된다.]
[지금 너처럼 마음이 흔들리면 막상 기회가 와도 잡지를 못함.]
‘예.’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조언을 들으며 신우는 숨을 내쉬었다.
너무 저쪽에 마음을 쓰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마운드에 올라갈 기회가 찾아오더라도 살릴 수 없을 것이다.
“후우...”
신우는 깊이 한숨을 내쉬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모든 힘을 방출하기 위해서 말이다.
* * *
[뉴욕 메츠 통한의 2연패]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른 뉴욕 메츠가 2차전에서도 밀워키 브루어스에게 5 대 1의 스코어로 패배하며 홈에서 두 경기를 모두 내주고 말았다.
뉴욕 메츠는 2선발인 에드워드 키튼 선수가 5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이후 올라온 투수들이 점수를 내주며 8회까지 5실점을 기록했다.
뉴욕 메츠는 시리즈스코어 2 대 0인 상황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의 밀러파크에서 3, 4차전을 치러야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만약 3차전과 4차전 모두 패배를 하게 될 경우 뉴욕 메츠의 포스트시즌은 끝난다.
한편, 뉴욕 메츠 소속의 정신우 선수는 세이브 상황이 찾아오지 않아 1, 2차전 모두 등판하지 않아 그를 기다린 국내팬들이 아쉬워했다.
과연 그가 챔피언십시리즈에 등판할 수 있을지 3차전에 국내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기사가 올라오자 빠르게 댓글들이 달렸다.
[메츠 너무 못하더라.]
ㄴ 원래 메츠는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 안 됐음.
ㄴㄴ 로스터가 너무 빈약함. 백업선수들도 거의 없고.
ㄴㄴㄴ 타격도 원체 약하잖음.
[신우 덕분에 올라간거나 마찬가지였지.]
ㄴ ㅇㅈ.
ㄴㄴ ㅇㅈ은 개뿔. 어차피 정신우는 클로저라 경기 이기는 상황 아니면 아무것도 못함.
ㄴㄴㄴ 솔까, 마무리는 경기를 이기고 있어야 쓸모가 있지. 이런 상황 이어지면 전력도 아니지 않음?
ㄴㄴㄴㄴ 야알못들이냐? 신우 WAR가 몇인데 이딴 소리를 지껄임?
ㄴㄴㄴㄴㄴ 네, 다음 쿰척쿰척 야덕.
[미래에서 왔다. 신우 챔피언십시리즈에 등판 못한다. 그리고 월시 우승은 밀워키다.]
ㄴ 네 다음 ㅂㅅ.
ㄴㄴ 로또 번호 좀.
많은 의견들이 오갔다.
그중에는 신우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사람을 무조건 찬양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잘 되는 사람을 보면 시기하고 질타를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인터넷은 그러한 욕망을 표출하기 좋은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극과 극의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신우를 응원하고 있었다.
[데블스가즈아 : 신우야 ㅠㅠ 너만 기다린다 ㅠㅠㅠ]
ㄴ 이분은 이제 데블스 기사에는 나타나지 않네.
ㄴㄴ 이름 바꿔야 된다니까.
ㄴㄴㄴ 아-! 나도 신우가 공 던지는 거 보고 싶다.
많은 의견들이 오가는 가운데.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의 날이 밝았다.
* * *
뉴욕 메츠 선수단의 버스에는 적막이 흘렀다.
‘2연패의 타격이 크군.’
감독인 마이크는 그러한 분위기를 경계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럴 때 클럽하우스의 리더가 강인한 카리스마로 독려를 하거나 분위기메이커가 분위기를 만들어가야했다.
문제는 메츠에 그럴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단 클럽하우스 리더는 리올이 맡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 역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거기다 1차전에서의 부진은 그를 주눅들게 만들었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는 3차전과 4차전에서 연달아 패배를 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이걸 해결할 방법이 마이크의 머리에서도 떠오르지 않는단 것이었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메츠는 선수층이 얇다.
특히 불펜은 언제나 메츠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다.
막강한 클로저를 보유하고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목이 험난하다.
그 중간다리마저 1차전과 2차전으로 인해 구멍이 생긴 상황.
마무리로 안전하게 끌고갈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로 메츠는 밀러파크에 도착했다.
* * *
마이크는 선수명단을 보며 아픈 머리를 붙잡았다.
“후우...답이 없군.”
얇은 선수층으로 어떻게든 경기에서 이겨야 했다.
정규시즌에서는 어떻게든 해왔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궁지에 몰리자 답이 보이지 않았다.
‘가장 문제는 역시 투수진이다.’
스태프 회의를 통해 나온 답은 원론적인 부분이었다.
선발투수의 호투.
만약 실패한다면 1차전 선발이었던 리올을 등판시키는 것이다.
리올은 1차전에서 짧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렇기에 휴식이 짧았어도 충분히 회복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리올이 또 다시 무너진다면...’
그때는 대안이 없었다.
이미 불펜은 과부하가 걸린 상태.
누구를 올리더라도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카드는 단 한 장이었다.
지금까지는 카드를 아껴왔지만 이제는 막다른 골목에 이른 상황.
더 이상 아낄 수 없었다.
똑똑-!
“정신우입니다. 잠깐 이야기 좀 가능할까요?”
마지막 카드의 주인공.
신우가 마이크를 찾아왔다.
“물론이지.”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았다.
마이크는 신우가 왜 찾아왔는지 궁금했다.
“오늘 경기에서 등판하고 싶습니다.”
“물론이지. 자네의 차례가 오면...”
“제 차례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음?”
“언제든지 등판할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마이크가 신우를 바라봤다.
“자네가 한 말의 뜻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예.”
설마 그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올 줄이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다른 루키들과 다르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건 예상을 벗어났다.
챔피언십시리즈다.
시리즈에서 팀이 대패하고 끌려가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 선뜻 나설 수 있는 루키가 있을까?
최소한 지금까지 봐온 선수중에는 없었다.
“자네의 뜻은 알겠어. 참고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자신의 뜻을 전달한 신우가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 * *
NLCS 3차전.
5회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스코어 3 대 3으로 경기는 박빙으로 이어졌다.
‘피터슨이 예상외로 잘 던지고 있다.’
데이비드 피터슨.
메츠의 3선발 투수다.
95년생으로 지저분한 싱커가 주무기인 그는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경기 자체를 넘겨주진 않았다.
무엇보다 타자들이 힘을 내면서 동점을 만든 게 주효했다.
덕분에 5회까지는 어느 정도 경기가 그려지고 있었다.
‘문제는 투수교체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넘어가는 그 타이밍.
이 타이밍이 아주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순식간에 경기를 내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모든 이들이 긴장한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펜에서 대기를 하는 그의 시선은 모니터에 향해 있었다.
‘피터슨 힘내.’
피터슨은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기에 신우가 팀에 합류했을 때도 가깝게 지냈던 선수다.
그런 피터슨이 호투를 하는 모습에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슬슬 한계로군.]
‘예?’
[공의 구위가 떨어지고 있어.]
[팔의 각도도 떨어졌고.]
[호흡도 거칠어져서 박자도 빨라졌다.]
[저런 케이스면 제구부터 흔들리겠네.]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불길한 예상.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딱-!]
6회.
첫 타자와의 승부에서 풀카운트 끝에 안타를 허용했다.
[최악이군.]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슬슬 교체를 준비해야 될 텐데.]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말에 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함?]
‘준비해야죠.’
[하긴 3차전도 내주면 답이 없겠지.]
[네가 나가면 흐름은 끊을 수 있을 테니까.]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말에 신우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그런 신우의 행동에 동료들이나 불펜코치는 의아해하지 않았다.
‘역시...’
‘오늘 경기에서까지 시누를 아낄 순 없겠지.’
‘오늘 지면 끝일 테니까.’
3차전까지 넘겨주면 시리즈 스코어는 3 대 0이 된다.
3 대 0에서 역스윕을 통해 챔피언을 차지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기에 3차전은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게 전문가, 야구팬 그리고 선수들이 생각하는 바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우를 등판시켜야 된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뻐억-!
신우가 본격적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카메라에 잡혀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 등.
메이저리그가 중계되는 국가로 송출이 됐다.
[메츠의 불펜에서 정신우 선수가 몸을 풀기 시작합니다.]
[오늘 경기를 내주면 힘들어지니까요. 정신우 선수를 아낄 수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정신우 선수가 얼마나 던질까요?]
[길어야 2이닝 아니겠습니까? 정신우 선수가 아무리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었다지만 루키입니다. 그런 그를 긴 이닝을 끌어가지 않을 겁니다.]
[딱-!]
[아-! 여기서 연속 안타가 나옵니다! 주자 1, 2루! 5회까지 호투를 했던 피터슨 투수, 하지만 6회에 위기를 맞이합니다!]
[무사라는 게 더 뼈아프네요.]
경기의 흐름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 넘어가는 흐름을 붙잡기 위해 메츠의 더그아웃이 움직였다.
[마이크 감독!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교체를 할 거 같군요.]
예상은 맞았다.
피터슨은 고개를 떨어트린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불펜의 문이 열리며 신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신우 선수가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등판합니다! 과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마운드에 오른 신우가 연습투구를 끝냈다.
“오랜만의 등판인데 어때?”
“평소와 같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
다른 선수가 이야기했다면 조금 의심을 했을 거다.
하지만 신우였기에 믿었다.
“자네를 믿겠어.”
“예.”
마이크는 그 말을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홀로 남은 신우에게 야유가 쏟아졌다.
“우우우우-!”
“애송아! 우리한테 점수를 주고 내려가!!”
“월드시리즈에는 우리가 갈 테니까, 빨리 점수나 줘!!”
브루어스 팬들의 일방적인 야유였다.
팬들의 야유에 브루어스 선수들도 호응해 야유를 보내거나 팬들을 부추기고 있었다.
[이게 바로 포스트시즌에서의 원정경기지.]
‘디비전시리즈와는 또 다르네요.’
[여기서 이기면 월드시리즈니까.]
[리그 챔피언이 되는 것만 해도 대단한 업적이거든.]
[홈팀이 이기고 있으니 팬들 역시 기세가 오른 거지.]
[마치 악당이 된 거 같지?]
악당이란 말에 웃음이 나왔다.
[왜 웃음?]
‘재밌어서요.’
[?]
‘히어로 영화나 특촬물을 보면 언제나 영웅이 이기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어벤저스 인피니티워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왔거든요. 영웅이 진 거죠. 저도 극장에서 봤는데, 와-! 말이 안나오더라고요.’
신우가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저들이 생각하는 영웅이 졌을 때.’
사인을 교환한 그가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과연 어떤 분위기가 연출될지 궁금하네요.’
미소를 지운 신우가 킥킹과 함께 투구에 들어갔다.
‘밀워키가 저들의 영웅이라면...!’
역동적인 폼으로 공을 뿌렸다.
‘전 타노스가 될 겁니다!!’
쐐애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순간 조용해진 관중석을 보며 신우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엔드게임은 나오지 않겠지만 말이죠.’
그때 한줄의 채팅이 올라왔다.
[아-! 님! 스포 자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