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23화 (23/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23화 >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메이저리그 데뷔무대에서 단 1개의 공으로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진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무사 1, 2루의 위기상황에서 등판한 정신우 선수는 첫 타자를 유격수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낸 뒤, 1루 주자를 견제사 시키며 공식적으로 단 1구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이후 뉴욕 메츠는 연속안타를 때려내며 승리, 정신우 선수는 메이저리그 데뷔등판에서 구원승을 올리게 됐습니다.

한편, MLB.COM은 이날의 하이라이트로 정신우 선수의 투구장면을 올리며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뉴욕 포스트 역시 정신우 선수의 기사를 올리며 ‘공 1개면 충분했다.’라는 감상을 남기며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사를 보는 한선예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많은 언론들이 아들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불과 몇 달전만 하더라도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신우엄마, 뭐가 그리 좋아서 싱글벙글이야?”

“아, 우리 아들이 이번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거든.”

“메져...뭐? 그게 뭔데?”

“미국에서 야구 한다구.”

동료에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러고보니 신우가 야구를 한다고 했었지? 그런데 한국에서 하는 거 아니었어?”

“미국에 갔어.”

“그래? 먼 곳에서 잘하니 기분 좋겠네.”

“응.”

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듯 반응은 미지근했다.

하지만 한선예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아들이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운 그녀였다.

‘고생해, 아들.’

* * *

신우의 활약으로 메츠는 필리스와의 게임차를 2경기로 다시 좁혔다.

시즌 막바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게임차가 벌어졌다면 메츠의 1위 쟁탈은 어려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필리스와의 시리즈를 2승 1패로 마무리하며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라이벌 관계인 필리스와의 일전을 승리로 이끈 그의 활약상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 1경기였지만 신우는 메츠 팬들의 높은 환호를 받았다.

그리고 신우는 그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시누! 사인 해줘요!”

구단에 들어서는 신우에게 소년이 야구공을 내밀었다.

“나?”

“네! 팬이에요!”

“아, 고마워.”

신우는 다소 어리둥절한 얼굴로 소년에게서 공을 받아 사인을 해주었다.

“여기.”

“고마워요! 앞으로도 응원할게요!”

“응, 고마워.”

소년이 환한 미소와 함께 돌아갔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시누! 저도 사인 좀 해줘요!”

“저도요!”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신우는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사인을 해줄 기회는 그의 인생에 없었다.

하지만 신우는 모든 사람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사인을 해준 뒤에야 신우는 구장으로 들어갔다.

그런 신우에게 에이든이 다가왔다.

“팬서비스가 좋네요. 마지막까지 사인을 해주다니.”

“응원해주는 사람들이잖아요.”

“좋은 마인드에요.”

에이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제 경기는 인상적이었어요. 공 1개로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다니. 트리플플레이나 다를바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하신 건가요?”

“뭐가요?”

“주자를 견제한 거요. 토마스도 별 다른 사인을 내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토마스 에드윈.

뉴욕메츠의 주전포수였다.

어제 신우와 호흡을 맞춘 그는 별 다른 견제사인을 내지 않았었다.

“음...주자가 도발을 하지 않았거든요.”

“도발을 하지 않았다고요?”

“네. 1구를 던질 때는 주자들이 도발했어요. 특히 1루 주자가 더 심한 편이었죠. 그런데 아웃카운트가 두 개 올라간 뒤에는 도발을 하지 않더라고요.”

에이든의 눈이 커졌다.

“그래서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던져봤는데, 그게 견제사가 됐네요.”

신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에이든은 알고 있었다.

저건 결코 대수롭지 않은 게 아니었다.

‘갓 빅리그에 콜업이 된 투수들은 시야가 좁기 마련인데...’

신우는 주자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다.

마치 베테랑 투수처럼 말이다.

“그거 물어보려고 기다렸던 거예요?”

“예, 뭐. 호텔은 어때요?”

“좋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좋은 호텔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호텔이 정말 공짜에요?”

“미스터 정이 빅리그에 있는 동안은요.”

“이거 한참동안 붙어 있어야겠는데요.”

“그럴 거 같습니다.”

에이든의 말에 신우가 미소를 지었다.

* * *

신우를 환영해주는 건 팬들만이 아니었다.

“시누!!”

라커룸에 들어서자 한 선수가 그에게 다가왔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하나 같이 덩치가 크다.

신우 역시 한국에서는 피지컬로는 꿀려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은 정말 남다른 세계였다.

“토마스.”

신우를 부르며 다가온 이는 토마스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호흡을 맞춘 그는 신우보다 머리 하나는 클 정도로 남다른 피지컬을 자랑했다.

“어제는 정말 멋졌어!”

“고마워요.”

“오늘도 호흡을 맞추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잘 부탁한다고!”

“예.”

다른 선수들도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을 남겼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애송이가 데뷔전에서 조금 잘했다고 호들갑은.”

시비를 걸어오는 이도 있었다.

바로 레이먼드 브리슨이었다.

그는 뭐가 그리 뿔이 났는지 신우를 지나가면서 한마디를 툭 던졌다.

기분이 상했지만 신우는 애써 무시했다.

그런 신우에게 한 선수가 다가왔다.

“크게 신경쓰지마. 레이먼드가 최근에 좀 부진해서 그런 거니까.”

“아...”

옆에 선 남자를 본 신우는 그의 이름을 떠올리려 애썼다.

분명 어제 불펜에서 봤는데...

“대니얼 피셔야. 대니얼이라고 불러.”

“예.”

대니얼 피셔.

메츠의 불펜투수 중 한 명이었다.

“오랜만에 불펜에 좋은 유망주가 들어와서 반가워. 앞으로 잘 부탁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참, 어제 리올이 그러더군. 자네 덕분에 패배를 면해서 고맙다고 말이야.”

리올은 어제 등판을 했기에 오늘 구장에는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아직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오늘도 잘 해보자고.”

“예.”

* * *

뉴욕 메츠는 홈에서 다시 3연전이 열렸다.

이번 상대는 워싱턴 내셔널스였다.

동부지구 3위를 달리고 있는 워싱턴은 메츠와 4경기차로 벌어진 상태.

이번 3연전을 스윕하게 된다면 단숨에 1경기차로 줄일 수 있는 기회였다.

반대로 메츠는 3연전을 모두 잡아낼 경우 2위를 확정지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필리스의 경기결과에 따라 1위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

두 팀 모두 질 수 없는 경기였다.

[뉴욕 메츠와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3연전 첫 경기가 시작됩니다.]

국내에도 이 경기가 중계됐다.

사실 불펜투수인 신우가 언제 경기에 나설지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은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았다.

그만큼 그가 첫 경기에서 보여준 임팩트는 대단했다.

[어제 경기와 달리 오늘 경기는 난타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벌써 홈런 4개가 나오면서 스코어는 7 대 5가 됐어요.]

양팀의 경기는 난타전이 펼쳐졌다.

메츠가 홈런 2개를 포함, 11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7점을 냈다.

내셔널스 역시 홈런 2개와 함께 9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5점을 기록했다.

선발투수들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모두 강판당한 상황.

양팀의 불펜은 일찌감치 가동되어 후반까지 경기가 이어졌다.

[신우 왜 안나오누.]

[아나, 벌써 8회인데.]

[신우 볼려고 관심도 없는 메츠 경기 보는데. 신우 안나오네.]

[이러다가 클로저 나오고 게임 끝 아님?]

방송을 보는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대다수의 이들이 메츠 경기를 보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신우를 보기 위함이다.

하지만 8회가 될 때까지 신우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한국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딱-!]

[아-! 안타입니다. 대니얼 등판하자마자 2루타를 허용합니다!]

[아쉽네요. 대니얼 선수도 시즌 초반까지는 잘해주었지만 역시 후반기에 접어들자 체력이 떨어지고 있어요.]

[이제 홈런 한 방이면 역전이 될 수 있는 상황인데요, 메츠의 불펜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마무리투수인 레이먼드가 몸을 풀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또 한 선수!]

TV화면에 메츠의 불펜이 비추었다.

거기에는 두 선수가 몸을 풀고 있었다.

[왔다아아아아아아!!]

[떴다아아아아아아!!]

[신우 가즈아!!!]

동시에 댓글창이 난리나기 시작했다.

[정신우 선수가 몸을 풀고 있습니다!]

신우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가볍게 캐치볼을 하던 신우가 본격적으로 자세를 잡았다.

“후우-!”

심호흡을 뱉고 초구를 뿌렸다.

뻐억-!

“나이스! 볼!!”

몸상태는 좋았다.

당연했다.

어제 단 1구만 던졌으니 몸상태가 나쁘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괜찮네.’

신우는 침착하게 몸을 풀었다.

반면 레이먼드는 그런 신우를 아니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팀의 클로저인 내가 있는데.’

레이먼드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은 세이브 상황이었다.

즉, 팀의 클로저인 자신이 등판해야 된다는 소리였다.

비록 8회지만 그가 등판해서 불을 꺼야 했다.

그런데 감독은 자신과 함께 이제 갓 빅리그에 데뷔한 애송이를 함께 준비시키고 있었다.

‘날 믿지 못한다는 거겠지.’

언론에서도 그랬다.

자신의 체력이 떨어졌다느니, 다른 클로저를 영입해야 된다느니.

말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이 짜증났다.

‘내가 한시즌 내내 얼마나 잘해왔는데!’

올 시즌 성적은 레이먼드에게 커리어하이였다.

그런 성적을 올렸음에도 잠깐의 부진으로 자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올라온 신우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뻐억-!

“나이스!!”

무엇보다 저 녀석의 공이 좋다는 게 더욱 그의 심기를 뒤틀리게 했다.

“시누!”

“예.”

“올라가.”

불펜코치의 말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펜을 나가는 그를 보며 레이먼드가 인상을 구겼다.

* * *

[정신우 선수 마운드에 오릅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위험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네요. 무사에 주자는 1, 2루입니다.]

[상황만 놓고보면 어제보다 더 나쁩니다. 어제는 팀의 하위타선이었다면 오늘은 팀의 중심타선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첫 타자는 오늘 1홈런 포함 3안타를 때려낸 후안 소토입니다.]

대니얼은 2루타를 맞은 뒤,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까지 내주며 승계주자 2명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타석에는 후안 소토였다.

워싱턴의 간판타자로 타격천재라는 별명이 있었다.

19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천재형 타자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4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내셔널리그 홈런부문 3위에 올라있는 그를 상대하는 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열, 피지컬 보소.]

[얘가 그 타격천재지?]

[캬하-! 서있는 것만 봐도 포스가 뿜뿜하누.]

신우는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위험한 타자란 느낌이 확 들었다.

[좋은 타자다. 주의하는 게 좋아.]

‘예.’

매튜슨의 조언을 들으며 상체를 숙였다.

‘아웃, 로우.’

코스가 정해지고.

‘커터.’

구종도 결정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자세를 바로했다.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뒤, 주자들을 확인했다.

뛰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주자들의 모습에 신우는 타자에만 집중했다.

“후우...”

깊게 심호흡을 뱉고.

세트포지션에서 스트라이드를 시작했다.

[초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갔다.

‘볼.’

후안 소토는 존을 벗어나는 초구에 무리하게 배트를 돌리지 않았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존에 들어오지 않는 공을 괜히 칠 필요는 없었다.

‘응?’

홈플레이트에 공이 근접했을 때.

갑자기 공이 휘었다.

그리고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미트에 꽂혔다.

뻐억!

“스트라이크!!”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그것을 본 후안 소토의 얼굴이 굳어졌다.

“방금 커터야?”

“글쎄?”

토마스가 능글맞게 웃으며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후안 소토는 그것이 커터라고 판단을 내렸다.

‘마지막에 공이 휘어서 존으로 들어왔어.’

분명 자신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다른 선수들의 커터와는 궤적이 달랐다.

“으흠.”

재밌는 투수였다.

후안 소토가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그 모습을 토마스가 힐끔 바라봤다.

‘생각지도 못했나 보지?’

방금 질문을 한 이유는 하나다.

확신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번 더.’

토마스가 사인을 냈다.

‘몸쪽, 로우. 커터.’

신우의 커터라면 센터에서 몸쪽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다.

내야 땅볼을 유도하기에 딱인 공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상체를 일으켰다.

[포수 신났누.]

포수가 신났다?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신우는 크게 개의치 않고 2구를 던졌다.

쐐애애애액-!

토마스의 의도대로 공이 존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동시에 후안 소토의 스윙이 시작됐다.

그 순간, 공이 휘면서 후안 소토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걸렸어!’

배트의 궤적과 공의 궤적이 어긋났다.

이대로라면 빗맞으며 내야땅볼이 나올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츠츳-!

모래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배트의 궤적이 변했다.

배트가 순식간에 공의 궤적을 따라간 것이다.

‘어?’

토마스가 아차하는 순간.

후웅-!

따악-!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아-! 맞았습니다! 큽니다!]

타구는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담장 밖으로 사라졌다.

“파울!!”

하지만 파울라인을 벗어나는 공이었다.

[다행입니다! 파울입니다!]

[파울이 되긴 했지만 정말 위험했습니다. 후안 소토, 정말 대단한 타자입니다. 왜 그가 내셔널리그 홈런왕 후보인지 말해주는 타격이었습니다.]

해설자들이 감탄했다.

댓글 역시 폭발했다.

[까비!]

[홈런 아깝네.]

[여윽시 후안 소토에게는 안 되죠?]

[어제는 운빨이었고 오늘 경기가 레알이지.]

[메이저리그 톱클래스 만나니까, 바로 바닥 드러나죠?]

댓글은 대부분 악평이었다.

높은 관심을 받는 사람은 자연스레 반감을 가지게 된다.

현실이라면 그 반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이란 공간에서는 그러한 내면을 여과없이 드러낼 수 있었다.

물론 신우는 그런 걸 볼 수 없으니 큰 문제가 없었다.

아니, 사실 보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으흠...’

[엌ㅋㅋㅋㅋ 홈런 맞을 뻔 했누.]

[우리 신우 간담이 서늘하쥬?]

[캬하-! 타이밍 조금만 늦었어도 그대로 넘어가는 건데, 까비.]

‘아니, 선배님들은 제가 홈런 맞는 게 좋습니까?’

[ㅇㅇ]

[한 방은 맞아야지.]

[홈런 안 맞고 투수하려고 했누?]

[빨리빨리 맞고 시작하는 게 좋음.]

저런 양반들과 언제나 함께 하는데, 악플들에 맨탈이 흔들릴 신우가 아니었다.

“에혀...”

한숨을 푹 내쉰 신우가 로진을 손에 묻혔다.

‘그나저나 대단하네. 딱 한 번 보고 바로 타이밍을 맞추다니.’

[네가 있는 곳이 메이저리그라는 걸 잊지마라.]

매튜슨이 말했다.

[너도 재능이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있는 자들은 모두 너와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명심하겠습니다.’

[같은 재능인 사람들끼리 붙어서 이기려면 어케 해야겠음?]

오랜만에 월터 존슨의 채팅이 올라왔다.

‘더 강한 재능으로 눌러버린다?’

[그것도 정답.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하잖음?]

‘그렇긴 하죠.’

[그렇다면 약간의 꼼수를 쓰는 거지.]

‘꼼수요?’

[상대의 허를 찌르는 거다.]

‘허를 찌른다...’

신우가 그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한 가지 답을 내렸다.

홈플레이트를 밟은 신우가 토마스의 사인을 확인했다.

‘바깥쪽, 낮게. 커터.’

다시 한 번 커터였다.

하지만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응?’

토마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사인을 냈다.

이번에는 코스만 바꾸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신우가 고개를 저었다.

뭐지? 하는 순간.

신우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자신의 팔에 올렸다.

직접 구종을 정한 것이다.

‘정말?’

토마스가 사인을 내서 의도를 확인했다.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알겠다는 듯 토마스가 코스를 결정했다.

[3구는 사인교환이 제법 길었네요.]

[아무래도 2구에서 좋은 타구가 나왔으니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정신우 선수가 직접 사인을 낸 거 같지 않습니까?]

[그런 것으로 보였습니다만...이제 갓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선수가 어떤 사인을 냈을지 의문입니다.]

[그 의문이 지금 곧 풀릴 거 같습니다. 정신우 선수 3구 던집니다!]

신우가 세트포지션에서 3구를 뿌렸다.

쐐애애애액-!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이었다.

‘이번에도 몸쪽이냐?!’

후안 소토는 공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스윙을 시작했다.

2구는 타이밍이 조금 빠르면서 공을 너무 당겨버렸다.

그래서 파울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처음부터 커터임을 염두에 두고 스윙을 시작했다.

이미 두 번이나 변화를 봤기에 이번에는 정확한 타이밍을 맞출 자신이 있었다.

후웅-!

그의 스윙이 시작됐다.

그런데.

‘어?’

공이 변하지 않았다.

‘포심?!’

급히 궤적을 바꾸려 했지만 늦었다.

공의 스피드가 예상보다 더 빨랐기 때문이다.

뻐억!

후웅!

“스트라이크! 아웃!!”

[헛스윙 삼진입니다! 삼구삼진! 메이저리그 톱클래스 타자인 후안 소토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이번에도 당연히 커터를 던질 줄 알았는데, 허를 찌르는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완전히 이겼습니다.]

[구속도 대단하네요. 95마일이 찍혔습니다!]

[커터의 구속이 90마일이었으니 5마일이나 차이가 나는군요. 앞서 두 개의 공 모두 낮은 코스에 들어갔으니 이번 3구는 타자 입장에선 더 빠르게 느껴졌을 겁니다!]

눈에 가까울수록 타자는 구속을 빠르게 느낀다.

이를 체감속도라 한다.

이번 하이패스트볼은 그 원리를 정확히 찌르는 공이었다.

실제 95마일의 스피드가 찍혔지만 후안 소토에게는.

‘100마일은 찍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더욱 빠르게 느껴졌다.

타석에서 벗어나는 그는 마운드 위의 신우를 노려봤다.

‘젠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이 또 나타났군.’

매년 나타나는 괴물들.

그중에 하나가 또 마운드에 나타난 것이다.

‘다음에는 내가 이기겠어.’

복수를 다짐하며 후안 소토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까다로운 후안 소토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정신우 선수!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2개입니다!]

[남은 두 명의 타자도 조심해야 됩니다. 후안 소토만큼이나 장타력이 있는 선수들이에요.]

[맞습니다.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정신우 선수, 초구 뿌립니다!]

[딱-!]

[초구부터 배트 돌아갑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 2루수 정면으로 향합니다! 2루수 잡아 유격수에게!]

[아웃!]

[그리고 공은 1루로!]

[아웃!!]

[더블플레이입니다! 정신우 선수 오늘도 단 공 4개로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올립니다!!]

[이...이건 정말 대단합니다! 정신우 선수! 이틀동안 6개의 아웃카운트를 단 5개로 잡아냈어요!!]

[아웃카운트보다 적은 투구수! 믿을 수 없는 피칭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신우를 카메라가 따라가며 클로즈업했다.

그 모습을 보는 댓글창이 폭발했다.

[운빨이라고 한 쉑들 어디갔냐?ㅋㅋㅋㅋㅋ]

[이거 실화냐?ㅋㅋㅋㅋㅋㅋ]

[이틀동안 5개의 공으로 아웃 6개를 잡아내누.]

[와...얘는 진짜다.]

[간만에 메이저리그 보는 맛 나네.]

[후안 소토 빠는 애들 전부 아닥했죠?]

[야알못들이 하여간 나대요.]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된 댓글창.

그리고.

[데블스가즈아 : ...]

[추천 : 1032 비추천 : 3]

가볍게 추천수를 갱신하며 하나의 글이 베스트 댓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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