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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5화 (15/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5화 >

* * *

한선예는 대기실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검색창에 정신우 이름 석자를 입력했다.

뉴욕 메츠라는 야구팀과 계약을 맺은 뒤.

신우의 기사는 단 한줄도 뜨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들의 이름을 검색했다.

‘응?’

별 다른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검색결과가 평소와 달랐다.

[시라큐스 메츠의 배트 브레이커 정신우]

아들의 이름이다.

한선예는 기사를 클릭했다.

기사가 로딩이 되고 뜬 한 장의 사진.

거기에는 마운드 위에 서있는 아들의 모습이 있었다.

‘신우야...’

불과 한 달.

짧은 시간이지만 오랜만에 보는 아들은 많은 게 변해 있었다.

피부는 갈색으로 그을렸고 몸은 더 다부져보였다.

그녀는 촉촉해진 눈가를 닦아내며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뉴욕 메츠 산하 마이너리그팀인 시라큐스 메츠와 세종 데블스의 경기가 열린 날.

메츠에 처음 보는 한국인 선수가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정신우, 과거 데블스에서 육성선수로 뛰었던 경력이 있었다.

(중략)

정신우 선수는 세 명의 타자를 상대로 최고구속 95마일의 공을 뿌리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결정구로 사용한 컷패스트볼(커터)은 마치 마리아노 리베라의 것을 연상케 했다.

아쉽게도 경기영상은 구단의 요청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만약 정신우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콜업이 된다면 우리는 배트 브레이커 리베라의 커터가 재현되는 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단어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아들이 매우 뛰어난 활약을 했다는 것이다.

꿈을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간 아들이 잘하고 있다니 뿌듯했다.

그리고 이런 기사를 전달해준 기자에게 감사했다.

그 마음을 담아 그녀는 댓글을 남겼다.

[한선예 : 감사합니다.]

* * *

데블스와의 경기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덧 캠프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신우는 이번 캠프를 통해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었다.

그 경험들은 경기에 대한 것도 있었지만 외적인 부분도 있었다.

“오...”

스마트폰을 확인한 신우의 눈이 반짝였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숫자가 또 늘어난 것이다.

예전에 유행이라고 해서 만들어두었던 인스타그램이다.

유령계정이나 다름 없었지만 최근에는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팔로워도 어느덧 1000명을 넘어섰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라큐스 메츠의 배트 브레이커 정신우]

데블스와의 연습경기가 끝나고 한 기자가 찾아왔다.

한국인으로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장태호.

한국에서 매우 유명한 야구기자였다.

야구지식이 풍부하고 정확한 기사를 쓰는 것으로 유명해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았다.

그와 인터뷰를 한다는 것에 많이 설레었다.

인터뷰 자체가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이란 것 역시 떨리는 이유였다.

어떤 질문을 받았고 어떻게 답변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쨌건 그 인터뷰 이후 인스타그램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인들에게 연락도 받았다.

특히 이진철 감독님이 무척 기뻐하며 전화를 걸어오셨다.

메츠와 계약을 맺었을 때보다 더더욱 기뻐하셨다.

[데블스 구단은 아예 발칵 뒤집힌 거 같더라. 걔네들 2군은 프런트가 장악했잖냐. 그래서 너 방출한 거랑 연관된 애들 죄다 감봉에 구단주 호출까지 받았다는 소문이다.]

데블스 프런트와 관련된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프런트는 단순히 징계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기사 댓글 봤냐? 다들 장난 아니더라. 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창의적으로 사람을 돌려서 깔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여러분! 이곳이 150km를 던져도 방출되는 데블스입니다!) 였었다.]

신우도 격하게 동감했다.

[킹정.]

[와우...나 이번에 한국애들 댓글 다는 거 보고 감탄했잖아. 우리가 하는 건 악플이 아니라니까.]

[걔네들이 악플의 메이저리그라면 우리는 마이너리그임.]

[ㄹㅇ 인정하는 부분이고요.]

그들마저 감탄하게 만드는 한국의 악플러들이었다.

“한국 돌아가면 연락드릴게요.”

[아주 늦게 와라! 알았지? 빨리 와서 연락 오면 고기 안 사준다!]

“예, 최대한 늦게 가겠습니다.”

[그래. 좀만 더 고생해라.]

“예.”

전화를 끊은 신우는 미소를 지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미국에서도 통한다.’

이번 캠프는 그러한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었다.

[어머니한테도 전화 한통 드려라.]

매튜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을 통해 가장 기뻐할 분은 어머니였다.

공장의 스케줄은 수시로 바뀌기에 신우는 전화 대신 일단 메시지부터 보냈다.

전송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전화가 울렸다.

“오늘 야간이셨어요?”

[응. 아들은 뭐하고 있었어?]

“오늘은 훈련이 쉬는 날이라서 쉬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 *

피터는 고민에 잠겨 있었다.

마이너캠프가 끝나면 이제 선수들은 각자의 리그로 떠나야 한다.

리그가 결정되어 있는 선수들은 어렵지 않았다.

드래프트를 통해 들어온 선수들 역시 어느 정도 행선지가 결정됐다.

AAAA급 선수들 역시 단장들에게 결정권이 있었다.

대다수의 선수들의 행선지가 결정도니 지금.

피터를 고민스럽게 만드는 건 신우였다.

‘으흠...어디로 보내야 될까?’

트라이아웃을 통해 입단한 오른손 투수.

처음에는 약간의 기대와 호기심 때문에 지켜봤다.

하지만 캠프가 진행될수록 그가 보여준 모습은 놀라웠다.

그렇기에 고민이 깊어졌다.

처음에는 루키리그로 보낼 생각이었다.

그게 정석적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캠프가 진행될수록 그를 루키로 보내야 될 이유가 사라지고 있었다.

‘루키리그는 패스, 싱글A 역시 굳이 보낼 필요가 없어. 그는 이미 프로로서 뛰었던 경험이 있으니까.’

한국에서는 육성선수였지만 피터는 그런 걸 개의치 않았다.

돈을 받고 뛰었으면 프로다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더블A? 아니면 트리플A?’

둘중에 하나를 택해야 될 순간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그만큼 피터가 신우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때.

똑똑-!

“스미스입니다.”

“응, 무슨 일이야?”

“데블스에서 미스터 정에 대한 서류가 도착했습니다.”

“오, 그래?”

트라이아웃 이후 계약할 때.

피터는 신우의 과거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KBO를 통해 계약에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따로 수집하거나 하지 않았다.

관리하는 선수만 백명이 넘어가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캠프가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고민이 깊어갔고 자연스레 과거가 궁금했다.

처음에는 인터넷이나 KBO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 했다.

그러나 얻을 수 있는 건 경기에 대한 성적이 전부였다.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피터는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래서 데블스 구단에 신우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그 서류가 이제 막 도착한 것이다.

“이리 줘봐.”

스미스에게 서류를 받아든 피터가 내용을 읽어갔다.

그리고 곧 인상을 구겼다.

“왜 그러십니까?”

“데블스의 정보수집능력이 매우 형편없군. 그게 아니라면 보는 눈이 없거나 말이야.”

피터가 스미스에게 서류를 건넸다.

서류의 내용을 확인한 스미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우리가 필요한 정보는 오른손인데, 왼손에 관한 내용만 한가득이군요. 왼손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게 우리한테 무슨 필요가 있는지...”

“그러게 말이야. 김 매니저라고 되어 있는거 보면 나름 높은 위치일 텐데. 이런 쓸데없는 서류를 보내다니.”

“이건 어떻게 할까요?”

“파기해. 우리가 원하는 정보는 단 1도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참, 자네라면 시누를 어디로 보낼 거 같나?”

“음...정석대로라면 싱글A정도로 보내겠죠. 하지만...이번 캠프를 통해 보여준 그의 모습을 보면 굳이 정석대로 갈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그래?”

“예. 루키나 싱글A는 프로에 적응이 필요한 이들이 가는 곳이죠. 그는 이미 프로였으니 더블A나 트리플A로 보내더라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음...저라면 트리플A로 보낼 거 같습니다.”

스미스의 대답에 피터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나가서 일 보도록 해.”

“예.”

다시 홀로 남은 피터가 선수명단에 적힌 신우의 이름 옆, 공백에 글자를 써넣었다.

[AAA]

* * *

신우는 자신의 손에 들린 유니폼을 바라봤다.

시라큐스 메츠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유니폼에는 그의 성인 JUNG이 박혀 있었다.

‘이게 실홥니까?’

[ㅇㅇ]

[우리도 믿기지 않음.]

[아니, 근데 진짜임?]

[시작부터 트리플A라고?]

[더블A정도는 예상했는데.]

레전드 플레이어들도 놀라긴 매한가지다.

마이너리그를 세분화시킨 이유는 심심해서가 아니었다.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몸을 만들고 프로에서 통하는 기술을 배우며 자신만의 루틴을 배워가는 과정이 바로 마이너리그의 각 단계들이다.

그런데 신우는 그것을 모두 패스한 것이다.

그 말은 팜매니저가 그를 매우 높게 평가한 것이란 소리였다.

실제로 그의 유니폼을 전달해준 것도 팜매니저인 피터 게일이었다.

“흐흐...”

“시누!”

유니폼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브리토가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어? 너도?”

“나도!!”

그 역시 시라큐스로 배정이 된 것이다.

원래 더블A였으니 이번 캠프를 통해 한단계 높은 리그에서 뛰게 된 셈이었다.

캠프에서 친했던 그와 함께 간다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신우는 그와 함께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곧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축하해요~]

[헐! 트리플A라니! 대박!]

[어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길 바랄게요!]

[메이저리그 콜업까지 얼마 안남았네요!]

[마이너리그 경기는 TV에서 중계해주지 않나요?]

축하해주는 댓글들을 보며 신우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2019년부터 뉴욕 메츠와 계약을 맺고 시라큐스는 시라큐스 메츠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이전에는 워싱턴 내셔널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이었다.

시라큐스는 1934년에 창단한 오래된 명문팀이다.

뉴욕주에 속하나 뉴욕시티에서는 꽤 떨어져 있었다.

그곳으로 한 대의 버스가 도착했다.

“으...꽤 춥네.”

버스에서 내린 신우가 손으로 양팔을 비비며 추위를 온몸으로 체감했다.

“플로리다와는 완전히 다른데?”

“그러게 말이야.”

뒤이어 내린 브리토의 말에 신우가 동감했다.

플로리다는 무척이나 따뜻했는데 시라큐스는 3월임에도 매우 추웠다.

뉴욕보다 오히려 토론토가 거리상 더 가까우니 추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플로리다에서 지내다 온 신우에게는 이곳의 추위는 적응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일단 알려준 곳으로 가자고.”

“그래.”

신우는 벌벌 떨며 시라큐스 메츠의 사무실로 향했다.

* * *

“이곳을 쓰면 됩니다.”

구단 직원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아파트.

구단과 계약을 한 곳으로 저렴한 값에 소속선수가 사용할 수 있었다.

시설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방값이 저렴하다는 것에 감사했다.

화려한 입단식이나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마중나오는 일은 없었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숙소에 도착한 게 전부였다.

‘뭐, 이게 마이너리거라는 거겠지.’

트리플A.

특별하다면 특별한 곳이었지만 이곳 역시 마이너리그였다.

[실망할 건 없다. 이제 계단 하나만 오르면 너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남들은 여기까지 오는데만도 몇 년이 걸림. 그걸 다 패스했으니 실망할 필요는 없음.]

[TV에서 보던 것들을 원해?]

[그럼 네 능력을 보여주면 됨.]

[너는 기회를 얻은 거임.]

연달아 쏟아지는 격려에 신우가 씩 미소를 지었다.

‘그 기회 확실하게 잡겠습니다.’

마지막 한걸음.

그 걸음을 올라가면 메이저리그라는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거면 됐다.]

마이너리그 캠프 종료.

본격적인 시즌을 앞두고 신우는 브리토와 함께 뉴욕메츠 산하 트리플A 팀인 시라큐스 메츠에 합류했다.

그리고 3개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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