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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27화 (427/437)

427화

검을 뽑을 수 없다면 검을 머금고 있는 바위를 부수면 되는 거 아닌가?

가볍게 생각한 차진혁은 미리를 들어 올렸다.

그 짧은 사이에 미리에 엄청난 마력을 깃들었다.

“자, 잠ㄲ……!”

카일은 차진혁을 말리지 못했다.

차진혁의 동작이 워낙 빨라서 만류할 시간조차 없었던 것이다.

사실 카일이 하고 싶은 말은 굉장히 많았다.

-황궁 비고는 살아 있는 마법생물과도 같아서 그런 식으로 힘을 방출하면 그 어떤 기괴한 변화가 벌어질지 모른다.

라든가.

-아무리 황궁비고를 보호하는 장치들을 꺼놓았다고는 해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그대를 침입자로 규정하여 온갖 공격이 쏟아질 수도 있다.

와 같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경고들.

그 경고들이 ‘잠ㄲ’이라는 한마디에 녹아들었다.

콰과과과광!

폭탄을 터뜨린 것처럼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바위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오히려 좋아.’

한 번에 부서지면 그게 두부지 바위이겠는가.

콰과과과광!

차진혁은 연거푸 바위를 내려쳤다.

그때마다 쩌적- 소리를 내며 검 주변에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카일은 경고하지 못하고 기운을 끌어올리며 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끝마쳤다.

‘김철수는 나의 손님이다.’

제가 초대한 손님이 비고에서 크게 다치거나 실종된다면 황제로서의 면이 서질 않았다.

그는 반드시 김철수를 지켜야 했다.

콰과과과광!

‘어떤 반작용이 일어날 것인가?’

카일은 긴장했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차진혁은 검을 쥐고 좌우로 흔들어보았다.

유치가 흔들리듯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몇 대 더 쳐보겠습니다.”

콰과과광!

콰과광!

콰과과과광!

- 잘먹었습니다, 꺼억-

미리는 바위를 부수는 게 무척 행복한 듯했다.

“힘을 줘보겠습니다.”

혹시 이래도 안 뽑히나?

약간 기대를 해봤지만 의미없는 일이었다.

“뽑혔습니다.”

그때, 검을 뽑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카일이 보였다.

‘여기서 덤벼주나? 혹시 카일의 모습을 한 자객?’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건 아니었다.

비고 내에서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자 카일은 한층 긴장을 풀고 검을 갈무리했다.

“……놀랍게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군.”

“그러니까 말이야.”

위험한 함정이 발동한 것도 아니고 카일이 급습한 것도 아니고.

우주급 시나리오의 주요 아티팩트를 손쉽게 손에 넣어버리고 말았다.

‘그럼 이게 내가 찾던 [옛 시대의 검]이 아니길 바라야 하는 건가.’

이게 정말 [옛 시대의 검]이면 콘텐츠 소모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데.

그나마 다행인 건 뽑혀 나온 검에서 붉은색 요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검 안에 어마어마한 마력이 요동치고 있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폭발할 것 같습니다.”

엄청난 폭발이 일어날 거다.

검명이 들려왔다.

-피를 다오.

피를 갈망하는 강력한 욕구가 느껴졌다.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 쥐었다면 스스로의 심장을 찔렀으리라.

‘피라…….’

‘자기 몸을 찌르면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지만 답은 ‘아니오’였다.

그런 가학적인 콘텐츠의 수요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차진혁이 추구하는 방향은 아니었다.

전직 검황대장. 뛰어난 검객인 카일도 검 안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김철수. 검을 잠재워야 한다. 어쩌면 입구에서 획득했던 검집이 그 검의 마력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 말고 당장은 방법이 없어 보였다.

“김철수!!!”

카일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지금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수천만 조각으로 쪼개진, 저 요사스러운 기운을 가진 검이 파편화되어 폭발할 것이다.

김철수조차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기운이었다.

차진혁도 그걸 느끼고 있었다.

‘터지게 내버려 둘까?’

말하자면 [황궁비고 폭발] 콘텐츠.

확실히 이슈가 될 만한 요소이기는 했지만 차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카일은 황궁비고를 열어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나는 콘텐츠 한 번이지만…….’

이것 때문에 황궁비고가 통째로 날아가 버리면 혜택을 받을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겠지.

“일단 [김철수 포션]을 부어보겠습니다.”

카일이 순간 ‘그게 되겠나? 싶다가도, ‘어쩌면 될지도?’ 하고 현실과 타협하고 말았다.

설마설마 싶었는데, 차진혁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잇고 있었다.

“진정이 되었습니다.”

* * *

김철수 포션은 차진혁의 피를 재료로 혈사제인 차진솔이 다듬어 만들어낸 포션.

검은 차진혁 포션이 무척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더 줘!

-더 내놓으라고!

수많은 검과 공명해 온 카일은 느낄 수 있었다.

저 검이 얼마나 망나니 같은 성정을 가진 검인지.

차진혁이 일단 ‘진정이 되었다’고 표현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일 터.

결국은 저 검을 억누를 만한 보구가 있어야 했다.

“김철수. 검집을 꺼내야 할 것 같다.”

“검집 말입니까?”

“그래. 그 검은 요사스럽고 망나니 같은 검이다. 이제 와서 느끼게 된 거지만 자네가 얻은 검집은 그 검의 자아를 봉인하는 힘을 가진 것 같다.”

-피를 달란 말이다 이 하등한 인간아!!!

그런데 그때 미리가 나섰다.

-이걸 그냥 콱 부숴 버릴까 보다.

-뭐? 감히 날 부수겠다고?

-못 부술 것 같아?

-흥, 어디 한번 부숴보시지.

미리의 전신이 진동했다.

차진혁의 급격한 성장과 더불어 동반 성장을 이룬 미리는 에고가 무척 강해진 상태.

미리의 몸이 저절로 황금빛으로 물들더니 파괴적인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것은 미리의 특성 ‘집요하고 끈적한 욕망’의 기운이었다.

-대갈통을 부숴주마!

미리의 몸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한 가닥 빛이 검을 강타하기 직전.

그제야 위기감을 느낀 검이 ‘사, 살려줘!’를 외치던 그 시점.

차진혁이 손바닥으로 미리의 기운을 막아냈다.

‘진정해, 진정.’

기껏 얻은 아티팩트를 지금 당장 부수는 건 좀 아쉬운 일이었다.

차진혁과 정신적으로 연결된 검은 약간 이상함을 느꼈다.

-‘지금 당장’ 부수는 건 아쉬워?

그 마음이 느껴졌다.

지금 당장은 아쉽지만 언젠가는 부숴서 미리의 먹이로 주겠다는 그 마음이 느껴지고 만 것이다.

피를 더 내놓으라며 소리치던 검은 조신해졌다.

-말 잘 들을게. 피 달라고 안 보챌게. 나는 유용해. 쓸모가 있을 거야.

-흥, 딱히 쓸모없어 보이는데.

-나, 나는 둔기와는 쓰임새가 달라.

미리의 몸이 검의 형태로 변했다.

-이래도?

-…….

검은 시무룩해졌다.

‘자자. 얘들아. 싸우지 마라.’

미리가 나서서 검의 기강을 확실히 잡아주니 차진혁 입장에서는 좀 편했다.

검이 더이상 천둥벌거숭이마냥 나대질 않았던 것이다.

검은 약간 겁먹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쟤 무서워.

-쟤라고 했냐?

차진혁은 미리에게 시간을 조금 더 주었다.

기강을 확실히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 그럼 뭐라고 해?

-선배라고 해라.

-네가 왜 선배인데!

-뒤통수 깨지고 싶어?

검한테 뒤통수가 어디 있어? 검은 까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저 흉흉한 기세를 보고서도 대들 수 있는 검은 세상에 몇 자루 없을 것이었다.

-흐, 흥! 나를 부술 수는 없을걸.

-내가 못할 것 같아?

-사, 사실 나는 검이 아니야. 나는 아주 중요한 열쇠라고!

잠자코 보고 있던 차진혁이 그제야 나섰다.

“아무래도 [옛 시대의 검]을 획득한 것 같습니다. 검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특별한 쓰임새가 있는 것 같군요.”

차진혁은 그제야 카일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 죄송합니다, 폐하. 에고를 가진 두 개의 아티팩트 사이에서 중재를 하다보니 제대로 못 들었습니다. 뭐라고 하셨죠?”

“……그럴 수도 있지. 아무것도 아니네.”

* * *

‘옛 시대의 검’은 스스로를 열쇠라고 표현했다.

-옛 주인이 나를 찾으러 온다고 했어.

-야, 내가 존댓말 쓰라고 했지.

-……요.

차진혁은 검에게 ‘고검’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나를 검집에 넣으려는 녀석은 진짜 주인이 아니라고 했거든.

-뒤질래?

-……요.

황궁 비고에 검집을 배치한 것은 ‘옛 주인’의 속임수라고 했다.

혹시라도 고검을 도난당할 것을 우려한 안배.

-나를 그 빌어먹을 검집에 집어넣으면 진정이 되기는 하겠지, 아니, 하겠지요!

검집에 봉인된 검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고 했다.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게되는데, 그의 ‘옛 주인’만이 고검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혹시 그 옛 주인이라는 게 가르비누인가?”

-어? 내 옛 주인을 알아?

차진혁은 고검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가르비누는 세상에 알려진 것과 달리, 악마들의 차원을 현실과 연결하여 지배하려는 욕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리고 언젠가의 부활을 꿈꾸며 새로운 육체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획대로였다면 내 몸을 빼앗은 다음…… 고검을 찾아낼 생각이었겠구나.’

고검은 어딘가로 향하는 열쇠였다.

실제로 우주급 시나리오가 몇 단계나 또 건너뛰어 버리고 말았다.

(24) 천 년을 준비한 대계가 목전에 있다. 이제야 보구의 봉인을 풀고서 ‘옛 시대의 검’을 찾아냈구나. 이제 마지막 준비가 남았다. 불로(不老)의 풀을 삼키고 영원의 제국을 건설하리라.

원래는 어떻게든 검이 검집에 의해 봉인을 당하게 되고, 몇 단계를 거쳐서 봉인을 풀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어딘가로 사라진 ‘옛 시대의 검’을 찾아내야 했고.

아마도 꽤 장기적인 프로젝트이자 콘텐츠였을 텐데 ‘김철수 포션’ 때문에 진행이 엄청나게 빨라졌다.

‘최소 1년 치 콘텐츠는 고갈시켜 버린 것 같은데?’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검집에 넣어버릴 걸 그랬다.

온갖 모험 콘텐츠가 도사리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은 남아 있었다.

“그럼 이다음은 불로의 풀을 찾아야 하는 건가?”

불로의 풀.

말하자면 불로초.

아마도 가르비누는 이 몸을 차지한 뒤 불로초를 섭취하여 영생을 꿈꿨던 것 같다.

‘불로초가 실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그런 게 진짜 있을 리는 없겠지만 아무튼 좋은 콘텐츠인 것은 틀림없었다.

불로초라니, 굉장한 어그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진혁은 약간 들뜬 모양새로 중얼거렸다.

“난처하군. 불로의 풀이라는 이름 말고는 아무런 단서가 없어.”

-으하하! 그래서 내가 있는…….

고검은 순간 멈칫했다.

새로 만나게 된 이 주인은 저 무시무시한 ‘미리’보다는 훨씬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끝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고 어두운 심연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설마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는 건가?”

고검은 눈치가 빨랐다.

존재하지도 않는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하, 한 가지 사실만 더 알고 있어요!

“그렇게 중요한 단서인가?”

-주, 중요하다고나 할까…….

“말해봐.”

지나치게 유용한 단서면 미리의 먹이로 줘버리겠다.

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사실 불로의 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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