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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22화 (422/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22화

황궁에 대한 비난 여론이 심상치 않았다.

혐의가 뚜렷하지 않은 김철수를 살해하려고 시도한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스웨딘 제국의 자랑이자 자부심인 검황대를 몰살하려고 했다.

백사왕의 독을 사용하여 자칫 수도의 수많은 시민들이 심각한 위험에 몰아넣을 뻔했다.

백과사전은 책장을 촤르륵- 펼치며 말했다.

“……저 정도 심각한 짓을 저질렀는데 오히려 화제성이 이번 방송보다 떨어진다는 게 충격적이긴 하군.”

황궁에게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이번 사건에서 좀 더 집중된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김철수의 영향력이었다.

-무분별한 방송송출, 이대로 괜찮은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현 상황은 그야말로 대재앙 수준.

실시간 시청자 숫자가 20억에 육박하는 김철수의 방송이니만큼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다.

김철수의 방송을 보고 미약한 석화저주나 약한 복통과 구토 등 증상이 생긴 사람은 셀 수도 없었다.

그보다 중증 환자들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무려 5% 수준.

어림잡아도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극심한 부작용에 고통받고 있었다.

“멍청이들은 왜 그런 사소한 결과 따위에 온통 관심을 쏟는 건지 모르겠어.”

백과사전 입장에서는 영 이상한 일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정말 중요한 부분은 ‘어떻게 방송으로 이런 일까지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김철수의 방송 능력이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해 버린 것인가’였다.

어떻게 방송을 통해 독을 봤다고 독에 중독되고, 백사왕의 눈을 봤다고 석화저주에 걸린단 말인가.

절친한 친구이자 우주에서 제일가는 엘튜버인 마시멜로의 방송에도 그런 힘은 없었다.

‘방송송출 능력만 놓고 보면 이미 마시멜로를 추월한 거지.’

백과사전은 김철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김철수의 행보에 주목했다.

“그냥 방송에 미친 놈인 줄 알았는데.”

김철수는 자신의 영향력이 닿는 각 서버에 지부를 만들고 즉시 ‘김철수 포션’을 대량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몇몇 중증의 환자들을 직접 만나 눈물겨운 감동의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김철수는 그러지 않았다.

그들을 방송에 담거나 그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지 않은 것이다.

백과사전이 파악한 김철수는 ‘오! 오히려 좋아, 콘텐츠 각이다.’의 의인형이었지만 막상 직접 만나본 김철수는 달랐던 것이다.

방송 제작에 열을 올리기는커녕 피해자 구제에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이번 사건은 결과적으로 ‘김철수 포션’의 가치를 드높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김철수. 그런데 꾀병을 부리는 놈들도 나타날 수 있지 않나?”

“당연히 있겠지.”

철수랜드가 아닌데도 철수랜드인 척.

방송 때문에 저주에 걸린 게 아닌데도 저주에 걸린 척.

김철수 포션을 노리는 얌체족들이 실시간으로 급증하는 상황.

“하지만 그런 걸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어. 철수랜드들이 다쳤으니까.”

“근데…… 그 포션은 네 피로 만드는 것 아니었던가?”

아무리 희석을 한다고 해도 저 피로 저렇게까지 만들면 사람이 쓰러지지 않나?

백과사전이 합리적인 의심을 하자 차진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게?”

놀랍게도 차진혁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백과사전이 ‘레벨 500을 기점으로 하여 인류에게는 특이점이 발생한다’라는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

* * *

방송이 불러왔던 재앙이 조금씩 잠잠해지면서 황궁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사실 이 일의 원흉은 황궁이다.

-백사왕의 독을 푼 것도 황궁이다.

황궁은 ‘황제 스스로도 백사왕의 독에 중독되어 사망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동정표라도 좀 받아볼까 했으나 황궁에 대한 여론은 좀처럼 우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차진혁은 그와 관련하여 백과사전과 대화를 나눴다.

“황궁은 왜 이렇게 허술하게 준비했을까?”

“백사왕의 독 정도면 충분히 잘 준비한 거 아닌가…….”

스웨딘 제국의 역사가 마냥 평화로운 건 아니었다.

수많은 풍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백사왕의 독이 등장했다는 건 황궁이 꽤 단단히 준비를 했다는 뜻이었다.

“김철수. 잘 들어봐라. 황궁은 일단 네 방송송출을 막으려고 했다. 아마 너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겠지. 황제를 살해한 것도 너라고 발표되었을 거다.”

“그 정도는 나도 알아. 그러니까 왜 이렇게 치밀하지 못했냐는 거지.”

이건 수많은 사람들도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뻔히 들통날 짓을 왜 꾸몄지?

-혹시 우리가 모르는 음모가 있는 건 아닌가?

이번 사건으로 차진혁은 큰 이득을 보게 되었다.

철수랜드를 위하는 김철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미지 메이킹에도 성공했고, 김철수 포션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에도 성공했다.

-김철수의 큰 그림이었을지도.

-황궁은 오히려 이용당한 거 아님?

하지만 백과사전의 생각은 많이 달랐다.

“확실한 건 아닌데 그 방송송출을 막기 위해서 반년 치 예산을 쏟아부었다는 썰이 있어.”

“에이 설마.”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제국 중 하나인 스웨딘 제국의 반년 치 예산이라니.

과장이 너무 심한 것 같았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나중에 황궁에서 발표하는 1년 예산을 보면 알 수 있겠지. 황궁의 비고를 털었다는 가정하에 분석하면 얼추 금액이 나올 거다.”

백과사전은 황궁의 준비가 치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황궁은 충분히 치밀했다.

충분한 돈과 자원을 사용하여 김철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다.

“내 생각에는 네가 비상식적으로 강해진 것 같다.”

“…….”

차진혁은 순간 위기감을 느꼈다.

‘어라…….’

여태껏 애써 외면해 왔던 사실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너무 세졌나……?’

“치밀하게 준비했는데, 그 치밀함이 네 레벨을 쫓아가지 못한 모양이다.”

이러면 좀 곤란한데.

차진혁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웠다.

“안 기쁘냐? 어쩌면 네가 우주에서 가장 강한 엘튜버일지도 모른다! 아니, 플레이어일지도 모른다!”

백과사전은 책장을 펼치며 차진혁 주위를 요정처럼 날아다녔다.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 그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너도 강해지고 싶어 했잖나!”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차진혁의 표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

차진혁은 말하지 않았다.

‘이러면 콘텐츠에 긴장감이 안 생기는데…….’

한때, 우주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비교적 최근까지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건 절대 옳은 생각이 아니었다.

‘여기서 더 강해지면 안 될 것 같은데…….’

더 강해지면 콘텐츠 제작이 어려워질 것 같았다.

내가 너무 강해지면 적이 사라져 버리니까.

차진혁은 수많은 콘텐츠를 다루는 엘튜버이지만, 그래도 근본은 ‘1인칭 시점을 토대로 한 긴장감 넘치는 플레이’였다.

너무 강해지면 정체성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진짜로 그만 강해져야 할 것 같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LV 504를 달성하였습니다.]

* * *

스웨딘 제국의 황궁 앞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

수많은 시민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뻔한 황가는 황가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하야를 요구했다.

광장에 모인 수백만의 인파가 제국기를 들고 행진하며 제국가를 불렀다.

황자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나 시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는 상황.

이러한 상황이 며칠씩 지속되자 온 우주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황궁 내 첨탑 꼭대기에서 광장의 상황을 지켜보던 델리악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젠장.”

지금쯤 황제를 시해한 김철수를 처단하고 눈물의 황좌에 오른 비극의 황제로 추앙 받아야 할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탑 그 개자식들……! 마시멜로가 와도 방송송출이 안 될 거라더니.”

속은 것이 틀림없었다.

황궁의 1년 치 예산을 김철수를 죽이기 위해 쏟아부었다.

황가의 개인 재산까지 모조리 탕진하면서 말이다.

1년 치 예산을 쏟아부어서라도 없애고 싶은 존재.

그에게 김철수는 그런 존재였다.

‘상황은 최악이다.’

도무지 나아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황제의 자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지나치게 장수하신 탓에 이제야 겨우 거머쥔 황제의 자리.

황제가 아닌 삶을 생각해 보지 못한 황제에게, 황제가 아닌 삶은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었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잘못된 거지?’

근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도,

‘김철수. 그 새끼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김철수만 없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거리에 나가면 온통 김철수 얘기가 가득하던 나날이 떠올랐다.

누군가 재미 삼아 ‘델리악크vs김철수’를 소재로 인기투표를 진행했는데 2:98로 김철수가 완승했던 것도 떠올랐다.

‘그 새끼를 죽여야 해.’

머릿속에 그 생각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지금도 그렇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괴물을 어떻게?

바깥에서는 ‘김철수! 김철수! 김철수!’하고 김철수를 외치는 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있었다.

-복수가 하고 싶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델리악크는 목소리의 정체가 누군지 깨달았다.

“위대한 선조이시여……!”

현대 3국의 기초를 다지고 아르비스에 번영과 평화를 가져온 위대한 영웅, 가르비누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 * *

한때 김철수, 강미나와 함께 한국맵 3대장이라 불렸던 엘튜버(혹은 스트리머) 봉킹은 일찌감치 자신의 재능과 한계를 잘 파악했다.

‘어차피 철수느님을 따라 할 수는 없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해.’

원래부터 강점이 있었던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위주로 한 소통 방송.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강미나와 함께 ‘봉미나TV’채널을 만든 뒤 봉킹은, 한국맵 2위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승승장구하는 중이었다.

‘나는 말을 잘하는 편이지.’

최근에는 연설에도 재미를 붙였다.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 언어가 마치 마술처럼 군중을 움직이는 것.

그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기적처럼 느껴졌다.

‘이것만큼은 내가 철수 님보다 잘할 거야.’

김철수는 콘텐츠의 질이 압도적이다뿐이지, 사실 시청자들과 직접적인 소통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언어적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김철수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 연설에서 증명해야지.’

비록 1위와 2위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있다지만 그래도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만년 2위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1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오늘일 것 같았다.

누군가의 혀는 군인의 총검보다 더 날카롭고 무서운 무기인 법.

그는 황실의 잘못을 규탄하며 시위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

수많은 이들이 그의 연설에 감격했다.

봉킹은 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연설에 감동 받는 모습을 보며 크나큰 희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역시 나다!’

연설을 마치고 내려온 봉킹은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이 바로 뒤 타임이 철수 형님이시죠?”

“그래.”

봉킹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자신이 김철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자신이 무대에서 내려온 지 30초가 넘게 지났는데 여전히 끊이지 않는 저 박수 소리와 함성은 그에게 큰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가끔은 2위도 1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형님.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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