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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21화 (42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21화

카일은 자신을 둘러싼 결계를 똑똑히 인식할 수 있었다.

그게 아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판단인 줄 알았다.

그게 그나마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인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나만 괜찮은 게 아냐?’

검황대원들은 여전히 구토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어 보였다.

독 저항이 높은 몇몇은 멀쩡해지기도 했다.

‘저들에게 모두 절대결계를 걸어줬다는 건가?’

그럼 김철수 본인은?

김철수 쪽을 보니 김철수 주변에는 절대결계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본인을 희생하여 검황대를 지켜준 것 같았다.

‘젠장!’

검황대쯤 되는 이들을 연기만으로 이렇게 중독시킬 수 있는 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최소 사왕급 이상.

어쩌면 보물창고에 있다고 전해지는 백사왕의 독일지도.

답은 하나였다.

‘우리까지 모두 죽이려고 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가.

황궁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것들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퇴로를 확보해야 했다.

“퇴로부터 확보한다.”

결계를 부수기 위해 검기를 끌어올렸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이 김철수가 보여준 위대한 희생정신에 대한 예의였다.

어떻게든 퇴로를 만들어 퇴각하는 것.

한 명이라도 더 살려내는 것.

그것이 오히려 김철수의 명예를 지켜주는 것이었다.

‘기필코 살아서……!’

황궁은 정확한 심문도 없이 김철수와 검황대를 말살하려 했다.

그 뒤는 뻔했다.

반역죄 등의 더러운 오명을 뒤집어씌우겠지.

‘네 명예를 위해 싸우겠다!’

카일과 검황대원들은 결국 결계를 뚫어냈다.

‘어?’

마음이 너무 급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결계를 뚫어내자 연기가 정문을 통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 돼!’

밖으로 새어나간 이 독무는 이제 흩어질 것이었다.

농도가 많이 옅어진 독무이기에 검황대원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일반 시민들이었다.

극소량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젠장.”

이따위 독을 사용한 황궁에게 화조차 낼 겨를이 없었다.

“너희들은 반드시 살아라.”

“대장님?”

카일은 정문 앞에서 황궁 안쪽을 바라보며 섰다.

“반드시 살아서 나와 김철수의 명예를 위해 싸워라.”

검을 들고 검압을 일으켰다.

이 독무가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그는 죽을 때까지 검을 휘두를 생각이었다.

“대장님!”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몇몇은 카일 옆에 섰다.

그리고 몇몇은 입술을 깨물었다.

무엇이 카일을 위한 것인지, 무엇이 김철수의 명예를 지키는 것인지, 그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뿌연 독무 안쪽을 향해 경례했다.

그것은 김철수를 향해 경례였다.

그리고 카일을 향해 경례했다.

“대장님을 모실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 *

카일은 조금씩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독에 잡아먹혔을 시간이 지났는데?’

생각보다 멀쩡, 아니, 대놓고 멀쩡했다.

‘내가 독저항력이 예상외로 굉장히 높았나?’

그는 검황대장이지 독왕이 아니었다.

독에 대한 지식이 그리 많지 않았고, 독에 노출될 일도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의 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카일뿐만 아니라 옆에 선 두 명의 부하들도 똑같았다.

“너희들. 괜찮나?”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보호하는 이 절대결계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절대결계가 아직도 작동합니다.”

희뿌연 독무 안쪽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죽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죽어서도 유지되는 방어결계라…….”

“…….”

“……혹시 김철수가 살아 있는 것 아닙니까?”

살아 있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었다.

숨이 붙어 있다면 어떻게든 데려와야 했다.

카일이 걸음을 옮겼다.

“너희는 이 자리를 지켜.”

“하지만 대장님!”

“독무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지켜라. 우리는 검황대다.”

카일은 부하들에게 단단히 명령을 내린 뒤 독무를 헤치고 걷기 시작했다.

죽음을 각오했다지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강한 검객이기에, 오히려 죽음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 또한 죽음이 낯설고 두려웠다.

“엘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말았군.”

딸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이번 출장만 마치고 금방 집에 돌아갈 거라고 했는데.

네가 좋아하는 초콜릿 잔뜩 사서 가겠다고 했는데.

‘음?’

그런데 작게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기침 소리?’

김철수의 소리가 틀림없었다.

그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김철수!!!”

김철수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이…….”

“눈이 보이지 않는 건가?”

“따갑다.”

“?”

“매운 연기가 눈에 들어간 느낌이군.”

차진혁은 제복 소매로 연거푸 눈을 문질렀다.

“괜찮나?”

“목이…….”

“숨이 안 쉬어지는 건가?”

“칼칼하다.”

“…….”

“엘리. 딸 이름이냐?”

“……그래.”

“좋은 이름이군.”

“뭐?”

“귀여운 엘리 나타나라 얍.”

[스킬, ‘귀여운 엘리 나타나라 얍!’ 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자 독무를 불태우며 정령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진혁과 계약한 정령 엘리네스였다.

엘리네스는 등장하자마자 콜록콜록 기침을 하더니, 손을 마구 휘저었다.

그녀의 손에 닿은 독무가 활활 타오르며 검은 연기를 내뿜었다.

이내 그 주변 공간에는 더 이상 독무가 침투하지 못했다.

“미워요.”

엘리네스의 발음은 무척 정확해졌다.

7살 어린아이 같았던 그녀의 모습은 이제 중학생쯤 되어 보였다.

“요즘 정령들은 빨리 크네.”

차진혁은 뿌듯한 눈으로 엘리를 바라보았다.

“조금 더 자주 불러줄 수 있잖아요.”

“미안. 요즘 너무 바빴어.”

“바빠도 밥은 먹잖아요.”

그 말에 카일은 움찔 놀랐다.

저 말은 자신의 딸인 엘리가 자신에게 늘 하는 말 아니었던가.

“엘리. 여기 독무들을 불태울 수 있겠어?”

그 말에 카일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끼어들었다.

“김철수. 그건 지나친 요구다.”

정령들은 기본적으로 계약자의 힘을 끌어와 능력을 사용한다.

큰 능력에는 큰 책임이 뒤따랐다.

“이 독은 백사왕의 독이라 짐작된다. 사왕 중의 사왕. 인간이 구할 수 있는 가장 극악무도한 독이지. 네가 소환한 정령의 격이라면 분명 어느 정도 정화는 가능하겠지. 하지만 양이 너무 많다. 이 독을 정화하기 전에 네가 먼저 쓰러질 거다.”

그러나 차진혁은 카일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엘리를 달래주기 바빴던 것이다.

콜록!

차진혁이 기침하자 엘리는 호들갑을 떨었다.

“괜찮아요?!”

“어, 괜찮아.”

“이 정도 독은 그냥 결계로 막지! 왜 그랬어요!”

소환된 정령 엘리는 차진혁과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차진혁의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차진혁에게는 절대결계를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을 정도의 힘이 남아 있었다.

“이런 건 한 번 맞아봐야지.”

“내가 못 살아!”

엘리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손바닥으로 차진혁의 등을 찰싹! 때렸다.

콜록! 콜록!

차진혁이 연거푸 기침하자 엘리는 안 되겠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이까짓 독 모두 태워 버리겠어!”

“고마워, 엘리.”

“이, 이봐! 김철수! 정령! 내 말을 못 들은…….”

순간, 주변을 엄청나게 거대한 화염구가 떠올랐다.

마치 황궁에 태양이 강림한 것 같았다.

화염구로부터 수십 개의 불꽃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쏘아졌다.

카일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친…….’

하나하나가 정령왕의 불에 맞먹는 파괴력을 지닌 불꽃 소용돌이였다.

마치 인류 종말의 현장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계약자로부터 얼마나 많은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는 거란 말인가.

이대로라면 계약자인 김철수가 위험해질 것이 분명했다.

“김철수! 이 모든 독을 정화하는 건 무리다. 힘을 아껴. 독이 끝이 아닐 거다.”

“아끼고 있다.”

“?”

“아. 그리고 백사왕 말인데. 잘 알고 있으면 설명 좀 부탁한다.”

카일은 백사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하여 정말 황궁에서 우릴 죽이려고 마음먹은 거라면 분명 백사왕의 머리를 어딘가에 배치했을 거다.”

백사왕의 독은 그 자체로도 매우 위험했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게 남아 있었다.

“백사왕의 독에 노출된 자들은 백사왕의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돌이 되어버리지.”

“혹시 붉은 눈을 말하는 건가?”

카일은 저도 모르게 차진혁이 가리킨 쪽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카일은 쿵! 하고 큰 충격을 느꼈다.

거대한 몸집의 무언가가 자신의 몸과 부딪쳐 튕겨 나간 것이다.

‘설마?’

그는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절대결계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주를 튕겨낸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

결계는 종류가 다양했다.

물리력을 튕겨내는 결계, 마법력을 튕겨내는 결계, 공간을 분리하는 결계, 시간을 왜곡하는 결계, 독을 막아주는 결계 등등.

상위 등급의 결계로 갈수록 어느 한 부분에 특화되어 있게 마련이었다.

그건 너무 당연한 상식이었다.

“김철수. 혹시 결계 종류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건가?”

“아니.”

차진혁은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방송 좀 봐라. 내가 가진 결계는 절대결계 하나뿐이잖아.”

“……미, 미안하군.”

카일의 상식이 무너졌다.

한 종류의 결계로 독도 막아내고 저주도 튕겨냈다.

전문 결계술사의 결계도 아니고 엘튜버의 결계가 말이다.

그때, 그는 놀라운 사실을 하나 떠올렸다.

‘나와 내 부하들에게는 절대결계가 걸려 있다. 그런데 김철수 본인에게는?’

걸지 않았다.

아까도 중독되어서 캑캑거리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지금 김철수는 결계 없이 맨몸으로 이 상황을 버텨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김철수!!! 절대 눈을 보면 안ㄷ…….”

차진혁은 성큼성큼 걸어가 작은 제단 위에 올려져 있는 거대한 뱀의 머리를 들고 왔다.

백사왕의 머리였다.

“눈이 엄청 붉네요.”

1인칭 시점.

최대한 자세히 백사왕의 머리를 관찰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최초 공개인 것 같…….”

그런데 정말 문제가 생겨 버렸다.

“잠시 방송 중단하겠습니다.”

* * *

차진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빌어먹을!’

이건 엘튜버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김철수 방송 보던 애들 중독돼서 실려가고 난리 났음

-지금 신전에서도 다들 난리라는데?

-밖에 앰뷸런스 소리 장난 아닌데?

김철수의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 중 상당수가 독에 중독되었다.

생생한 현실감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을 송출했기 때문이었다.

백사왕의 독만큼 위험천만한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일반적인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위험한 독이었다.

누군가는 눈이 보이지 않았고 누군가는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벌어졌다.

-김철수 방송 보던 애들 돌로 변함

-내 오른팔도 돌로 변했다 ㅅㅂ

└흑염룡이 석화흑염룡으로 진화한 거임 ㅊㅋㅊㅋ

└장난 아님 진짜 돌로 변했다고!

└ㅇㅇ 나도 장난 아님 ㅊㅋㅊㅋ

-이거 어떡함?

단순히 독에 중독된 것에 그치지 않고 돌로 변한 시청자들이 나타났다.

-우리 애 좀 살려주세요

-어머니가 돌로 변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차진혁은 입술을 깨물었다.

레벨 500을 달성한 것이 마냥 좋은 게 아니었다.

레벨에 따라 모든 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방송 송출도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어떡하지?’

다른 놈들이야 돌로 변해도 알 바 아니었지만 방송을 봐주는 고마운 시청자들이 돌로 변해 버리는 건 다른 문제였다.

“일단 철수하자.”

황궁의 음모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사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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