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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16화 (416/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16화

김민지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역시 우리 오빠는 모르는 게 없다니까!”

100년은커녕 아직 50년도 안 살았는데 포식의 드라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방송에 푹 빠져 있던 최갑수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가르비누가 정말 원령석에 자기 자신을 봉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까?”

“글쎄?”

“우주에서 가르비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편애, 아니, 김민지 님이지 않습니까?”

“내가 탈덕한게 언젠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좋아하는 동안에는 광적인 집착을 보이다가도 이른바 ‘탈덕’을 하고나면 관심조차 주지 않는 변덕스러운 신.

편애광신은 그런 신이었다.

“그런데 민지 님. 하나만 여쭤봐도 됩니까?”

어지간한 것들은 스스로 해결하는 최갑수이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뭔데? 철수 님한테 해가 되는 거 아니면 알려줄게.”

“포식의 드라건. 놈은 고대로부터 존재해 온 악마군주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음, 그런 건 모르고 4대천왕 중 한 명인 건 알아.”

“……예?”

김민지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뒤 팔짱을 끼고 철푸덕 주저앉았다.

옛 생각이 나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다.

“그땐 그런 작명이 유행했거든. 4대천왕이라든가. F4라든가. 아무튼 우리는 가르비누한테 미쳐가지고…… 그 주변 악마들을 4대천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숭배했어.”

“……그랬습니까?”

“으, 진짜 흑역사다. 그땐 걔네가 잘생겨 보였거든.”

최갑수는 움찔 놀랐다.

저 꿈틀거리는 거대 슬라임의 형상이 잘 생겨보이기는 쉽지 않을 텐데?

그때는 다른 모습이었나?

“저딴 게 몰캉왕자였다니.”

4대천왕 중 한 명인 몰캉왕자 드라건.

“그때도 저 모습이었습니까?”

“어.”

“저게 잘생겼다고요?”

“옛날에는 미의 기준이 좀 이상했어. 나도 이상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면 죽여 버리겠어.”

최갑수는 확신했다.

미의 기준이 이상했던 게 아니라, 김민지를 비롯하여 김민지가 말하는 ‘우리’들.

그러니까 덕질하는 그 세력들이 단체로 미쳤었던 거겠지.

최갑수는 크흠, 헛기침을 하고서 다시 물었다.

“몰캉왕자의 저 능력이 김철수에게는 왜 통하지 않았을까요?”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잡아먹혔는데…….”

추측가는 거라곤 하나밖에 없었다.

“정말로 김철수의 영혼이 순수하기 짝이 없는 오염덩어리라서 그런 겁니까?”

“한 번만 더 그따위로 말하면 입술을 꼬매버린다.”

“…….”

다른 건 다 욕해도 철수 오빠 욕하는 건 못 참지.

김민지는 단호한 표정으로 최갑수를 노려보았다.

“……죄송합니다. 실수했습니다.”

“그래. 조심해.”

“예. 그렇다면 좀 가르쳐주십시오. 김철수가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던 겁니까?”

“기분 나빠서 안 가르쳐줄래.”

최갑수의 궁금증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마침 철수랜드777번 김 이사엘도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이사엘이 같은 것을 질문하자 김민지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 김 이사엘. 너도 몰라?”

“응, 미안해.”

김 이사엘은 진심으로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야 어디가서 철수랜드라고 말하기 창피했으니까.

김민지는 미간을 좁히고서 김 이사엘을 시험했다.

철수랜드 777번의 지엄한 무게를 감당할 자격이 있는지 알아야 했다.

“지금 철수 님 레벨은?”

“499.”

“경험치 추산은?”

“98.224퍼센트?”

최갑수는 조금 황당했다.

레벨을 아는 건 그렇다치고 경험치 추산을 계산하다니?

저건 시스템적으로 공개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민지의 엄격한 공개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500레벨 달성까지는?”

“철수 님이 방송을 켜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42분 39초.”

“철수 님이 켤까 켜지 않을까?”

“킬 것 같아.”

그와 동시에 세 사람의 핸드폰이 울렸다.

차진혁이 방송을 켰다는 알림이었다.

[500레벨]

“방송을 켰으면 레벨업까지 얼마나 걸리지?”

“4분 33초?”

“정확해.”

그제야 김민지는 표정을 풀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드라건의 능력이 통하지 않느냐고 물어봤지?”

“응.”

“레벨이 높아서 그런 거야.”

어느 수준부터는 레벨이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온다.

그게 보통 300대 중후반에서 400 초중반 정도.

거기서부터는 레벨보다는 미세한 컨트롤 능력, 개인적인 센스, 가진 능력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능력 등, 레벨 외 다른 요소가 훨씬 더 중요해지는 시점.

그렇지만 그것을 넘어서면 또다른 영역이 존재했다.

바로 400후반대.

현 최상위 랭커들도 아직 도달하지 못한 그 영역이었다.

“극도로 발달한 레벨은 기술을 압도하니까.”

* * *

차진혁은 크게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최초의 500레벨인가.’

5개 서버의 주인이 된 덕택에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경험치가 쌓이고 있었다.

수백억이 넘어가는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경험치를 모아주고 있었으니까.

‘내가 엘튜버라서 다행이다.’

다른 직업같은 경우는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큰 제약이 걸리기 마련이었는데 엘튜버는 그렇지 않았다.

괜히 레벨업에 가장 유리한 직업이 아니었다.

그저 요구하는 경험치량이 많아졌을 뿐, 특별한 금제가 걸려 있다거나 특별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한다거나, 별도의 업적을 달성해야 한다거나 하는 제약이 없었던 것이다.

“곧 500레벨이 될 것 같습니다.”

두근두근.

500레벨이 되면 또 굉장히 유용한 스킬을 주는 건 아닐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현재레벨: 500]

“레벨 500을 달성했습니다!”

-ㅊㅋㅊㅋㅊㅋㅊㅋ

-와 내 인생에 레벨 500을 본닼ㅋㅋㅋㅋㅋ

-레벨 500 미쳤냨ㅋㅋㅋㅋㅋ

실시간 시청자 숫자는 무려 25억을 넘어섰다.

-개쩐다 레벨 500이라니 ㅋㅋ

-아르비스 최상위 랭커들도 400초반대로 알고 있는데

그런데 차진혁은 약간 시무룩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이 좀 날로 먹는 느낌인데.’

우주급 시나리오도 그렇고, 레벨 500달성도 그렇고.

특별한 무언가가 주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전능의 연출가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생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아니지.’

차진혁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시청자 숫자가 무려 25억을 넘었어.’

마침 26억도 돌파했고 27억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시청자 숫자야말로 엘튜버의 진정한 업적이자 트로피아니겠는가.

좋은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도 괜찮았다.

저 숫자가 곧 보상이었으니까.

‘좋아요 숫자도 24억 돌파했어!’

방송을 켠지 30분이 채 안 돼서 좋아요 24억 돌파.

우주 신기록이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 철수랜드들 덕분입니다.”

* * *

김 이사엘은 김철수의 얼굴에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간 실망의 빛을 놓치지 않았다.

“철수 님이 좀 실망한 것 같아.”

“그래 보여.”

김민지는 세상 진지한 얼굴로 엄지 손톱을 깨물었다.

마치 우주전쟁이라도 일어난 것 같은 표정이었다.

김민지는 초조한 듯 중얼거렸다.

“실망하실 필요 없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레벨 500이잖아.”

레벨 500 달성.

시스템이 아무런 스킬이나 추가 보상을 주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줄 필요가 없어서였다.

김민지는 마음이 무척 급했다.

“영감. 철수 님한테 크게 후원할 수 있지? 메시지 보내면서 말이야.”

“할 수는…… 있습니다만…….”

지금 같은 경우는 묻힐 것이 분명했다.

전 우주의 수십억 명이 크고 작은 액수로 끊임없이 후원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서울 관리자들은 지금 비상이었다.

트래픽 과부하로 인하여 시스템이 터지게 생겼으니까.

“철수 님한테 알려줘야 해. 실망할 필요 없다고. 레벨 500 그 자체가 보상이라고 말이야.”

“……정말 그런 거라면 그냥 둬도 어차피 저절로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실망하셨잖아!!!”

“제가 그럼 전화를 걸어보겠습니다. 직접 말씀을 전하시면…….”

편애광신 김민지는 퍽! 소리와 함께 녹아내렸다.

액체가 된 김민지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난 철수 님이랑 통화 못해. 부끄럽단 말이야.”

* * *

원령석 속에 수백 년 이상 갇혀 있던 악마왕.

가르비누는 드디어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순수한 그릇이 나타났다.’

악마왕의 자질을 타고난 순수한 오염덩어리.

그자가 악마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도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이다.

‘그자의 오염이 바로 도화선이 될 것이다.’

그 순수한 오염이 악마계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었다.

지금은 유리 조각처럼 깨져 있는 악마계가 하나로 모여들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것이 수백년 전 가르비누의 안배였다.

저 순수한 오염덩어리에 반응한 세계가 하나가 되는 것.

‘녀석들도 오겠지.’

포식의 드라건.

탐욕의 메이첼.

색욕의 세르비엘.

나태의 카디바.

악마왕이 이끄는 4군주도 원령석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 틀림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첼, 세르비엘, 카디바가 원령석 앞에 무릎을 꿇었다.

드라건이 늦는군.

예상범위였다.

포식의 드라건은 욕심이 가장 많은 군주.

악마계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는 걸 느꼈을 테니, 다른 악마들을 잡아먹으며 배를 불리고 있겠지.

때가 왔다.

“이 날을 기다려왔습니다.”

“악마왕이시여.”

“이제 세계는 악마왕의 발 아래에 있을 것입니다.”

수백 년 전 심어놓았던 수호수는 이제 크게 자라났을 것이다.

수호수의 주인이었던 그는 알 수 있었다.

차원 밖에서 전해지는 이 강렬한 수호수의 기운.

나 또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느껴지는구나. 차원 밖, 강렬한 수호수의 기운이.

“악마왕께 영광을.”

“악마왕께 영광을.”

“악마왕께 영광을.”

곧 나의 새로운 그릇이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이 세계가 그를 부르고 있으므로.

새로운 그릇.

그야말로 깨끗하고 순수한 오염은 이 이변을 스스로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나비가 꽃을 향해 날아드는 것처럼.

새로운 악마왕의 그릇은 이곳을 향해, 이 원령석을 향한 문을 열 것이었다.

이윽고 어두운 하늘 위 새로운 차원문이 열렸다.

“포식의 드라건?”

“늦었잖나?”

“게으른 놈.”

포식의 드라건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로 순수한 오염이 나타났다.

늦었구나. 그러나 잘했다.

가르비누는 순수한 오염덩어리를 발견했다.

크크큭. 드라건. 너의 계략이 참으로 훌륭하다.

전투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드라건이 저 오염을 잘 구슬린 모양이었다.

심지어 저 오염에게는 어떤 저항의 의지도 엿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잘 속인 것이 틀림없었다.

드라건이 버럭! 소리 질렀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흐흐, 괜찮다 드라건. 이미 준비는 끝났다. 네 계략을 칭찬해 주지. 이쪽으로 오거라. 저 그릇을 차지한 뒤, 네게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지.

“이 노망난 미친 늙은이 같으니라고! 헛소리 좀 작작 지껄여라!”

차진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런 거냐? 날 속인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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