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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15화 (41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15화

포식의 드라건은 스스로를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제 포식의 권능을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낸 김철수가 괴물이라고 판단을 내린 뒤, 김철수에게 붙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이 자는 나를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충성을 맹세하여 그 곁에 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스스로를 봉인하여 마석에 갇혀 있는 가르비누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원래 악마계는 힘이 우선인 곳이었으니까.

그렇게 마음을 결정하자 더이상 자존심도 상하지 않았다.

강자에 대해서는 존경의 예를 표하는 것이 당연.

강자가 넌 재능이 없다라고 말하면 재능이 없는 것이었다.

제가 아는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차진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또 훼일러 가문이 그리워졌다.

‘이렇게 순순히 말을 한다고?’

방송각 잡으려고 무리 안 해도 된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다 퍼주기를 바란 건 아니었다.

이러면 방송이 너무 스무스해지고 밋밋해지는데…….

위대한 악마왕 가르비누는 현재 스스로를 봉인한 마석에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

포식의 드라건은 수많은 악마들을 먹어치운 악마군주.

많은 영혼들을 섭렵한 탓에 상대의 기분이나 마음을 읽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왜 언짢아하시지?’

순간,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아차 내가 디테일에서 실수가 있었구나.

예, 맞습니다. 마석이 아니라 원령석이죠.

“?”

이미 눈 앞의 저 강자는 모든 것을 알고 찾아온 것 같았다.

그제야 차진혁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원령석이라.”

원령석은 마석에 원통한 영혼을 집어넣어 강화한 마석을 뜻한다.

억울하고 비통한 사연을 가진 사람의 목숨을 제물로 넣어야 했다.

원령석을 만드는 과정이 악랄하고 끔찍하여 이미 수백년 전에 사용이 금지된 것이었다.

차진혁의 얼굴이 밝아지는 걸 본 드라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확한 걸 좋아하시는 분이시군.’

아는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확하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차진혁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서 말했다.

“가르비누쯤 되는 강자의 영혼을 봉인하기 위해서는 정말 강력한 원령석이 필요했겠군.”

예. 당시 친우였던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7명의 동료들 중 무려 둘을 배신하기까지 했습죠.

차진혁은 그의 이야기에 점점 더 빠져들기 시작했다.

왕유미에게 메시지를 보내 확인해 보니 욜린도 이와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역사 뒤편에 숨겨진 이야기 같았다.

아마도 보석을 다루는 녀석과 연금술을 다루는 녀석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 카르빙턴과 골디믐?”

오……! 오……! 맞습니다!!! 여, 역시 모든 것을 알고 계셨군요!

드라건의 몸체가 크게 떨렸다.

그는 전율스러운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악마왕이 틀림없다!’

“가르비누가 왜 동료들을 배신하면서까지 원령석을 만들고, 그 안에 자신을 봉인했는지 알고 있겠지?”

차진혁은 무척 신난 상태.

생각지도 못한 월척을 건진 느낌이었다.

이 영상을 공개하면 조회수가 수백억 이상 나올 것 같다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태도는 드라건을 착각하게 만들었다.

‘저 자신만만하고 흥미로운 태도.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다!’

이건 새로운 악마왕의 시험이 틀림없었다.

충성을 증명해야만 했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전대 악마왕 가르비누는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고 했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저 새로운 악마왕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을 테니까.

가르비누는 새로운 서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 * *

차진혁은 새로 얻게 된 정보들에 전율했다.

‘가르비누가 사실은 성군이 아니었어?’

가르비누는 우주에서 가장 섹시한 마왕임과 동시에 위대한 영웅으로 추대받고 있다.

그렇지만 그 속내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았다.

‘악마계는 다른 차원들과 차원값이 지나치게 달랐다라…….’

차원들은 곧 서버를 의미했다.

악마계는 다른 서버들과의 연결을 원했다.

사실 서버 간의 연결이 그리 유별난 일은 아니었다.

당장 신서버인 지구만 하더라도 지옥, 스칸노르비아 등과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그를 통하여 다른 서버들로의 이동도 그리 어렵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악마계는 달랐다.

‘차원값이 너무 달라서 다른 서버들과의 연결이 어려웠다라.’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듯, 다른 서버들과 악마계가 그랬다.

그런데 문제가 또 있었다.

‘심지어는 같은 악마계들끼리도 다 뿔뿔이 흩어져 있고.’

이곳.

‘절벽 위 그림성’ 자체가 하나의 서버라고 할 수 있었다.

서버치고는 그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을 뿐.

악마들이 살고 있으니 뭉뚱그려 ‘악마계’라 표현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각자 독립된 서버라는 의미였다.

“마치 섬나라들 같은 구조군요.”

그것도 아주 작은 섬.

그 섬에 뿌리를 내린 악마들은 대륙으로의 진출을 원했다.

“악마들을 통합하여 대륙, 아니, 타서버로 진출을 시도한 것이 가르비누였습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엄청난 어그로가 될 것은 틀림없었다.

이건 어찌 보면 위대한 마왕이라 불리는 가르비누를 모욕하는 영상이었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싶었지만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녹방으로 진행했다.

“가르비누는 오랜 시간을 들여 악마들의 차원과 아르비스의 차원값을 동기화시키는 작업을 하려고 했던 것 같군요.”

그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수호수’였다.

차진혁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수호수는 마물들을 몰아내고 안전지대를 만들어내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차원문도 비슷했죠.”

말하자면 차원문 또한 일종의 안전지대였다.

일반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 특별한 공간.

그렇습니다. 악마왕이시여. 결국 이 악마계와 타 차원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호수라는 장치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드라건은 새로운 악마왕의 탄생에 전율하면서도 이 악마왕의 한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고 있었다.

보아하니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 악마.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강해진 것이 어마어마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물리적 시간에서 오는 한계도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저 대단한 능력과는 별개로 수호수을 키워낼 방법은 알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놀라운 사실?”

제 배 속에 수호수의 씨앗을 하나 품고 있습니다!

“…….”

드라건은 다가올 시대에 새로운 흐름을 빠르게 탔다고 자부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단순히 수호수를 심는다고 하여 차원값을 조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별한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바로 파ㅈ…….

“파종꾼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드라건은 당황하지 않았다.

파종꾼 정보는 알아내려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부터 말할 것들은 대단히 고급정보였다.

이제부터 저 새로운 악마왕의 오른팔이 될 수 있으리라!

앞으로 제가 가르쳐드릴 여러 방법들을 통하여 수호수와 대화를 나누는 특별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실 겁니다.

“……대화 하고 있는데?”

무, 물론 그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건 그 다음입니다. 그 수호수를 통하여 수많은 서버에 수호수를 키워내야만 합니다. 그 방법은 가르비누의 심복이었던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차원조정값을 증폭시킬 것이고 결국 점점 동기화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당신의 오른팔로서 부족하지 않은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 아닙니까?

드라건은 기대 가득한 눈으로 차진혁을 바라보았다.

꽤 흥분한 드라건의 몸체에서 뜨거운 스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별 거 아닌 걸 자꾸 되게 거창한 것처럼 포장해서 말하는데…….”

차진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저 친구는 방송에 재능이 없는 게 틀림없었다.

나 혼자만 알고있는 무슨 특별한 방식을 얘기하는 것처럼 해놓고서는 이미 다 할 줄 아는 걸 얘기해 버리면 그야말로 용두사미 아닌가.

어그로도 한두 번 끌어야 효과가 있는 거지 계속 저런 식이면 욕 먹기 딱 좋았다.

“안 그래도 된다. 넌 방송에 재능이 별로 없다니까.”

주,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자신 있습니다.

차진혁은 약간 의심스러운 눈으로 드라건을 쳐다보았다.

제가 아는 아주 특별한 방식을 사용하면 수호수를 아주 거…….

“거대하게 키울 수 있다고? 상서로운 황금빛 기운을 뿜어내는 거대 수호수 말이야.”

?!

드라건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이 어린 악마왕이 저런 사실을 어떻게 다 알고 있단 말인가.

“그럼 그 다음에 더 성장하면 오히려 작아져서 평범한 나무가 되는 걸 말하려고 하는 거겠지?”

예?

드라건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로서도 알지 못하는 얘기였다.

‘농담 같은 건가?’

그 반응을 본 차진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별 볼 일 없는 악마 같았다.

* * *

불러만 주십시오. 당신의 종이 당신께 달려가겠나이다!

차진혁은 드라건과 계약하려 했으나 드라건이 한사코 거부했다.

감히 악마왕과 계약할 수 없다나 뭐라나.

대신 김 이사엘과 재계약을 하게 만들었다.

“당분간 한국맵에서 지내도 괜찮겠어?”

“안 그래도 한국을 좋아했어요!”

김 이사엘은 거처를 옮기는 것에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

차진혁은 김 이사엘에게 고마운 한편,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저래도 되나……?’

아무튼 김 이사엘은 한국맵, 청담동에 위치한 최갑수의 공방에 머물기로 했다.

“영감님이 좀 꼬장꼬장한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거기 철수랜드 1호 있거든요.”

“아, 맞네. 거기 민지 있지?”

“민지 아세요?”

“당연하지.”

“역시 1호……!”

김 이사에른 부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철수와 1호를 꽤 친근하게 부른 것이 부러웠다.

“1호가 와서 편히 쉬다 가라고 했어요.”

“걔는 거기 주인이 아닌데?”

“자기가 주인이나 다름없다고…….”

차진혁은 거기서 확신 아닌 확신을 할 수 있었다.

김민지는 최갑수 영감님의 증손녀쯤 되는 직계 혈육일 거라고.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트리니티의 공방을 자기 것처럼 저리 마음대로 쓸 수 있단 말인가.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데려다줄게.”

“안 그러셔도 되는데…….”

차진혁은 아차 싶었다.

김 이사엘은 무려 검황전의 준우승자.

지구에서 그녀는 거의 일인자에 가까운 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정도 되는 검객을 데려다준다고 말하는 건 혹시 실례이거나 모욕일까 싶어서 조심스러워졌다.

“아. 미안. 그냥 갈게.”

“……!!!”

김 이사엘은 멀어지는 차진혁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휘잉-

쓸쓸한 바람이 불어왔고 그녀의 눈에서 큼지막한 눈물이 뚝뚝 흘러나왔다.

‘그냥 데려다 달라고 할걸! 김 이사엘 멍청이! 못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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