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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13화 (413/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13화

“전직하면 뭐가 좋지?”

“자유로운 기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사제로서 사람들을 위해 얼마든지 봉사할 수 있지. 또한 40일 금식기도를 쉬지 않고 내리하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

차진혁은 가르시아의 사회성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걸 지금 좋은 거라고 내세우는 건가?

“혹시 듀얼 클래스도 가능한 건가?”

“왜 굳이 듀얼 클래스를 하려는 거지?”

가르시아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차진혁을 쳐다보았다.

사제가 훨씬 좋은데 왜 굳이 엘튜버랑 겸직하느냐는 의미였다.

차진혁은 가르시아의 놀라운 사회성에 감탄하며 대답했다.

“거절한다.”

거절을 생각지도 못했는지 가르시아는 눈을 크게 떴다.

꽤 충격을 받은 모양새였다.

“……어째서?”

“나의 부족한 신앙심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직업을 갖는 건 내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러운 일이니까.”

“……과연.”

가르시아는 그제야 납득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차진혁이 비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찬란한 은혜를 받을 수 없어서 가슴이 미어지는군.”

가르시아의 부관. 게르독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어, 저러면 가주가 죄책감을 느낄 텐데?

죄책감을 느낀 가주는 위험했다.

자신의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온갖 선행을 베풀 인간이니까.

“자, 잠ㄲ……!”

게르독이 끼어들기 전, 가르시아가 먼저 말했다.

“미안하군.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몹시 실망스럽겠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사과의 의미로 그대가 받을 만한 선물을 주고 싶은데…….”

이를테면 25시간 기도이용권 같은 걸 줄까 싶어서 차진혁이 얼른 끼어들었다.

“네가 제시하는 것은 내게 너무 과분한 것들이 분명하다. 나는 또 그 아름다운 은혜를 거부해야 하는 슬픈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차라리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말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하긴.”

하긴은 뭐가 하긴입니까!

놀아나지 마십시오, 가주!

게르독은 소리치고 싶었으나 이미 대화가 저만큼 진행된 와중에 부관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원하는 게 뭐지?”

가르시아는 은은하게 웃었고 게르독의 낯빛은 어두워졌다.

* * *

차진혁은 무척 아쉬워했다.

“성물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차진혁은 가르시아에게 가문의 성물을 요구했다.

안타깝게도 훼일러 가문에 성물 같은 것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우주급 시나리오 진행이 너무 느린 거 아닌가?’

현재 차진혁의 우주급 시나리오는 (10)에 멈춰 있는 상황.

───

(10)연자여, 오랜 시간이 흘렀도다. 검의 파편에 잠들어 있던 진실을 마주한 소감이 어떠한가. 아아 오염된 신도여. 네가 자랑하던 신성모독의 무구가 오히려 네 심장을 찔렀구나. 거짓된 평화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이제는 진실을 향해 나아가리라.

────

요 며칠 사이 자잘한 에피소드들과 비교적 잔잔한 콘텐츠들을 채워넣기는 했지만 이제 슬슬 메인 콘텐츠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최근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며 차진혁의 최측근으로 성장한 두더지우먼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빠른 거 아닌가?’

우주급 시나리오정도 되는 규모의 시나리오는 짧게 잡아도 수년, 길게는 수백년까지 대를 이어서 이어진다고 하던데.

“그…….”

두더지우먼이 조심스레 운을 뗐다.

이제 그녀는 차진혁이 뭘 싫어하는지 대충 알고 있었으니까.

“네가 진짜로 악마들의 차원과 차원값이 맞을 수도 있지 않아?”

“그럴 리는 없지. 악마들은 모두 미친놈들이라던데.”

역사에 기록된 악마들은 대다수가 미친놈들이었다.

학살에 미친 악마.

쾌락에 미친 악마.

피에 미친 악마.

탐욕에 미친 악마.

뭐가 됐든 악마들에게는 ‘OO에 미친’이라는 수식어가 꼭 따라붙었다.

“무, 물론 김철수 너는 아주 정상이지. 하지만 잘 생각해 봐. 네가 정말로 악마의 차원값을 가지고 있는 게 맞다면, 악마들의 차원에서도 콘텐츠를 찍을 수 있지 않겠어?”

“!”

차진혁의 동공이 커졌다.

‘나는 미친놈이 아니다. 오염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악마들의 차원값과 내 영혼값이 같을 리가 없다’라는 사실에만 매몰되어 있던 차진혁은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또 너무 꽉 막힌 사고만 하고 있었나?’

악마들의 차원값과 같을 리는 없지만, 진정한 엘튜버라면 같게라도 만들어야 했다.

‘차원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 * *

악마계와의 차원문을 여는 방법은 생각보다 널리 알려져 있었다.

욜린은 별거 아니라는 듯 설명했다.

“악마 계약자들은 악마를 소환해 낼 수 있어요, 대표님. 그때 차원문이 열리곤 하죠.”

“아르비스에 열린 거랑 같은 건가?”

“본질은 같아요. 다만, 아르비에 열리는 건 차원들이 중첩되면서 거대 규모로 열리는 거고…… 이건 개인이 소환하는 거라 엄청 작은 규모라고 할 수 있죠.”

“흐음.”

그들을 불러서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연구를 좀 해보려고 했으나 욜린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조금 어려울 거예요.”

“뭐가?”

“악마 계약자들은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거든요.”

욜린도 나름대로 악마 계약자들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그들은 제국 역사의 그림자에 숨어있다가, 커다란 사건 등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역사를 뒤바꾸곤 했으니까.

“제가 여러 번 악마계약자들과 접촉해 보려고 시도했는데 다 실패했어요.”

그걸 생각하면 조금 우울해졌다.

그녀는 딱히 악마계약자들에게 악감정이 없었다.

그냥 학술적으로 궁금했을 뿐인데, 사례금을 무려 500만 원 다이아나 걸어도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들은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가?”

“네. 악마 계약자들과 접촉할 수 있는 다른 루트들을 저도 한 번 알아볼게요.”

……라고 말했으나 자신은 없었다.

여지껏 노력해 와도 안 됐던 것이 갑자기 될 리는 없으니까.

“찾았다, 악마 계약자.”

“……네?”

차진혁이 히죽 웃었다.

철수랜드 전용 앱, 철수피아에 악마 계약자에 있었다.

-[777호: 저요! 저요! 나요! 나나나! 악마 계약자!]

* * *

철수랜드 777번.

그녀는 아주 유명한 철수랜드 중 한 명이었다.

지난 회차 검황전의 준우승자.

본래는 이사엘 빅토르(아르비스 7대가문 중 하나)였으나 김철수에게 미쳐서 김이사엘로 개명한 그 김이사엘이었다.

빅토르 가문에서 쫓겨났으나 아무런 후회도 없었다.

그녀에게는 빅토르보다 김이 더 소중했으니까.

그녀의 방에는 온통 홈마 강은우가 찍은 차진혁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나와 계약하겠는가?

처음 악마를 마주했을 때에는 조금 긴장했다.

계약에는 끔찍한 제물 등이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런 무식한 말을?

그러나 카메라 모양의 악마는 사람의 심장이나 뇌 혹은 피 같은 걸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한 장의 계약서를 내밀었을 뿐이다.

계약서다. 계약 기간은 1년. 서로 합의하에 연장할 수 있다.

“계약하면 뭐가 좋지?”

나는 절벽 위 그림성의 백작. 피클루다. 네가 가진 사진과 그림들을 분석해 주지. 피사체의 생각과 감정 등을 읽어낼 수 있다.

피클루는 이 계약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를 향한 순수한 광기.

그것이 피클루 백작을 풍요롭게 만들었으니까.

저런 광기는 영혼을 오염시키기 마련이었고, 그 오염이야말로 악마들이 가장 좋아하는 양식이었다.

‘메리트를 더 줘야 하는데…….’

피클루도 갑작스레 소환이 된지라 당장 준비할 만한 것이 없었다.

눈앞의 저 계약자가 더 혹할 수 있을 만한 당근을 제시해야 할 것 같았는데…….

내가 요구하는 조건은 겨우 하나 ㅃ…….

“계약하지.”

피클루는 왠지 모르게 사기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약을 제안한 건 자신이었는데, 상대가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것이다.

계약 조건도 듣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한 달 정도 흘렀을 때 피클루는 울고 싶어졌다.

그만…… 제발 그만……!

김이사엘의 광기는 피클루 백작조차 진절머리나게 만들었다.

맛 좋은 디저트도 하루이틀 먹어야 맛있는 거지, 그걸 한 달 내내 먹으면 물리기 마련이었다.

“이 사진을 분석해 줘.”

계약에 따라 피클루 백작은 악마의 계약을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진은…… 판게아라 불리는 던전이다.

판게아 던전이 어딘지는 그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그저 사진 속 정보를 읽어내는 것뿐이니까.

그 사진은 차진혁이 두더지우먼이 만들어낸 좁은 땅굴을 따라 기어가는 장면이었다.

두더지우먼의 엉덩이가 차진혁의 얼굴에 거의 맞닿은 사진.

두더지우먼이라는 자에게 굉장한 경쟁심을 느끼고 있군. 크흑…… 이제 그만……! 그만……!

* * *

“오랜만.”

차진혁의 초대를 받은 김이사엘은 쭈뼛거리며 현관에 들어섰다.

‘계…… 계 탔다!’

차진혁의 집에 초대를 받을 줄이야.

이런 건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처, 철수님!”

김 이사엘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차진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혹시 암살인가?

싶었지만 불행히(?) 그런 건 아니었다.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고 꽉 껴안은 것에 불과했다.

‘또 우네?’

차진혁과 만난 김이사엘은 또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차진혁은 또 뭉클함을 느끼고 말았다.

‘이게 팬한테 사랑받는 기분이라는 건가.’

살짝 기분이 좋아진 차진혁이 말했다.

“그럼 악마를 소환해 줄 수 있겠어? 차원문을 좀 보고 싶은데.”

“물론이죠!”

김이사엘은 손목 안쪽을 보여주었다.

검은색 선으로 이루어진 마법문양 같은 것이 보였다.

“이게 악마와의 계약을 증명하는 표식이고요.”

김이사엘은 최대한 자세하게 모든 것을 설명했다.

그래야 차진혁과 1초라도 더 있을 수 있을 테니까.

“이제 악마를 불러볼게요. 신성한 계약에 따라, 김이사엘이 피클루를 부른다. 피클루는 김이사엘의 부름에 응하여라.”

그와 동시에 허공에 아주 작은 차원문이 하나 열렸다.

차원문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카메라형상의 악마 피클루는 히익! 비명을 지르며 딸꾹질을 했다.

아…… 악마!

사진으로만 접했던 그 괴물이 여기 있었다.

순수한 오염 덩어리.

지나치게 맑은 물을 마시면 배탈이 나는 법.

김철수의 영혼이 피클루에게 그랬다.

대…… 대악마시여! 악마들의 군주시여!

차진혁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드, 드디어 인간들을 정복하시려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까! 저, 저는 절벽 위 그림성의 백작, 피클루입니다. 대악마시여! 대악마께서 깨어나셨으니 물감으로 그린 뿔나팔을 불며 기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차진혁은 미리를 휘두를까 조금 고민했지만 김 이사엘의 계약 악마라서 잠깐 참았다.

그리고 그때, 오래 멈춰 있던(?) 우주급 시나리오가 다시 진행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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