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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11화 (41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11화

뮈엔느의 부관 토마스는 늘 뮈엔느를 존경하고 흠모해 왔다.

그런데 요즘 그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숭고한 기사로서의 정신을 버리고 정치계에 입문해 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수많은 제국의 시민들을 위하여, 조금 더 옳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하여, 누님께서 이러한 용단을 내리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어째서 명예 시민과 시민 사이에 차별이 있는 거지?

-명예시민은 아르비스에 큰 공헌을 세운 자들에게 주어지는 신분. 그에 따른 적절한 대우를 해야 하는 법.

-명예시민은 아르비스 출신이 아닌 바, 필요시 고향에서 인원들을 데려올 수 있도록 허가하겠습니다.

-머렌의 시장으로서, 머렌에서는 명예 시민에게 세금을 걷지 않겠다.

사실 명예 시민제도는 거의 사장된 제도나 다름없었다.

최근 10년간 명예시민의 자격을 얻은 사람이 100명이 채 안 되었으니까.

그는 깨달았다.

‘김철수를 위한 정책을 펴는 거구나!’

뮈엔느의 모든 행보가 김철수를 위한 것이었다.

토마스는 커다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항상 원리원칙을 중시하며 진정한 성기사의 길을 걸어갔던 뮈엔느가 타락해 버린 느낌이었다.

그는 뮈엔느에게 무척 실망했지만 그것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는 뮈엔느를 여전히 존경했으니까.

몇몇 안건들에 있어서 지나치게 김철수에게 특혜를 베풀어주고 싶어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뮈엔느는 꽤 유능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김철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저 모습만큼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누님은 최근에 한 번도 웃지 않으셨습니다!’

한평생을 기사로 살아온 뮈엔느이기에, 정치생활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뼛속까지 기사인 뮈엔느를 은근히 무시했고 말이다.

그런 뮈엔느가 김철수를 보자마자 세상을 다 얻은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누님께서는 왜 저렇게 보잘것 없는 자에게 마음을 다 빼앗겨버린 겁니까?’

김철수는 오염된 사제복을 입고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말인즉슨, 김철수가 바로 오염 그 자체라는 뜻이었다.

‘김철수가 누님을 오염시킨 것이 틀림없다!’

지고지순한 성기사는 사라지고, 김철수라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시장만 남게 되었다.

토마스는 주먹을 불끈 쥔 채 김철수를 향한 악의를 감추었다.

* * *

뮈엔느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성마봉인전에 참여한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훼일러 가문의 가주께서 좋은 기회를 줬어.”

“김철수 경과 함께한다니 저 또한 몹시 기쁘고 설렙니다.”

그간의 피로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즈음, 귀를 울리는 천둥 소리가 치는가 싶더니 허공에 기이한 일렁거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차원문 개방이 임박했다는 징조였다.

“머지않아 차원문이 열리고 악마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 같군요.”

“긴장돼?”

“물론입니다.”

뮈엔느도 약간 긴장한 모양새였다.

차진혁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근데 왜 지금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거지?”

차원문이 열릴락 말락 하는 이때.

먼저 나서서 차원문을 봉인한다거나, 차원 너머의 악마들을 향해 선공을 취한다거나.

그러한 방법들도 동원할 수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뒤에 조용히 서 있던 토마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성마봉인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다니.

“김철수 경. 현재 시점의 차원문은 거대한 외력에 의해 보호받습니다.”

“거대한 외력?”

“예. 그 근원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나오는데요.”

어딘지 모르게 약간 삐딱한 태도였지만 차진혁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내가 지금 공격해 봐도 되나?”

“의미 없을 겁니다.”

“의미 없어도 상관없지 않나?”

어차피 성마봉인전을 진짜로 진행하는 건 이곳에 모인 성기사와 사제들의 일.

차진혁은 그들보다 봉인작업을 잘할 자신은 없었다.

사람마다 각자의 영역이 있는 법.

“성마봉인전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경솔한 발언인 것 같습니다, 김철수 경.”

“어차피 내가 차원문을 봉인하리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을걸?”

차진혁은 가르시아가 왜 자신을 이 자리에 초대해 주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가르시아가 자신을 초대한 것은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라는 배려였지, 직접 나서서 차원문을 봉인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었을 것이었다.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만…… 체력만 소진될 뿐입니다.”

“그것도 상관없지.”

차진혁은 영상을 뽑는 게 목표였으니까.

그는 녹화를 시작했다.

“제가 먼저 공격을 시작해 보려고 하는데요.”

차진혁이 시선을 돌려 토마스의 표정을 잡아냈다.

얼른 표정관리를 하기는 했지만 토마스는 한심하다는 듯 김철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차진혁은 도발을 시전했다.

“토마스 부관, 내가 마음에 안 들지?”

“마음에 들고 말고 할 것이 없습니다.”

“나랑 내기할까?”

“어떤 내기를 말씀하시는지?”

“내 공격이 통할지 안 통할지 말이야.”

“안 통합니다. 이미 역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럼 토마스 부관에게 유리한 거 아닌가?”

차진혁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쫄은 건가?”

“내기 합시다!”

참 쉬운 성격이네.

차진혁은 히죽 웃고서 말했다.

“내가 차원문에 흠집이라도 낸다면 어떡할래?”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네 발로 기며 멍멍 짖겠습니다. 김철수 경은 무엇을 걸겠습니까?”

차진혁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 그렇게까지?

“나는…….”

“명예시민권을 거시죠.”

“좋아.”

이거, 어그로의 냄새가 나는데?

* * *

왕유미는 깜짝 놀라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 내기를 받아들이셔도 돼여?]

[어그로가 잘 끌릴 거 같아서]

[혹시라도 지면여?]

[어차피 이걸로 명예시민 자격 박탈 안 될걸?]

영상의 제목과 내용이 살짝 다른 것 정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그런 어그로 너무 자주 끄시면 안 좋아여. 아시져?]

[어차피 말도 안 되는 내기라는 거 다 알아서 괜찮아. 영상 퍼지면 쟤만 욕 대차게 먹을걸?]

순간, 왕유미는 흠칫 놀랐다.

그저 어그로에 미쳐서 저 내기를 수락했나 싶었는데,

‘그냥 토마스 부관을 엿먹이고 싶은 건가?’

저 엘튜브 괴물이 설마 그런건가 싶었지만 왕유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가 아는 김철수는 하루 24시간 중 25시간을 엘튜브를 위해 살아가는 조회수에 미친 자 아닌가.

사사로운 감정으로 사적인 복수를 할 사람은 아니었다.

차진혁은 미리를 들어 올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흠집도 못 내긴 하겠지.’

그건 너무 당연한 미래였다.

지나가는 한낱 엘튜버가 할 수 있었으면, 고대로부터 수많은 성기사와 사제들도 할 수 있었어야 했으니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가장 강력한 한 방을 쏟아보자.’

이런 경우는 흔치 않았다.

보통의 전투는 촌각을 다투며 우발적인 변수들이 끊임없이 벌어지니까.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판단과 선택을 해내며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투였다.

적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법.

그러나 지금 표적은 가만히 있고, 지금 차진혁이 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을 꺼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강의 패를 곧장 꺼내 들었다.

[스킬, ‘전능의 연출가’를 사용합니다.]

잿빛으로 물들어버린 공간.

이 공간을 온전히 본인의 영역으로 만들면서 차진혁은 기묘한 뒤틀림을 느낄 수 있었다.

‘어?’

원래는 차원문을 타격하려고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차원문은 하나의 현상일 뿐.

차원문과 이어진 여러 갈래의 마력선들이 보였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연출가의 눈에는 보이는 마력선들.

그 마력선들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차원문에 전달하여, 차원문으로부터 악마를 불러내는 구조였다.

‘다 끊어내는 건 힘들 거 같고.’

일단 가장 굵은 마력선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저거 하나 정도는…….’

삭제하려고 했으나 삭제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외력이 차원문과 마력선을 보호하고 있었다.

[신비, ‘해금술’을 사용합니다.]

보호하는 힘을 해금하고,

[특성, ‘집요하고 끈적한 욕망’을 사용합니다.]

룰 브레이커인 미리가 파괴력을 토해냈다.

황금색 빛줄기가 기묘한 곡선을 그리며 마력선을 향해 쏘아졌다.

그 안에는 신유리의 바빌론 캐논을 모방한 힘이 녹아들어 있었다.

툭!

차진혁에게만 들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굵은 선 하나가 끊어졌다.

* * *

토마스는 기쁨을 감추고 말했다.

“명예시민권, 부디 스스로 반납하시길.”

그리고 얼마 후.

차원문이 열렸다.

“차원문이 열린다!”

“일선 사제들에게 알린다! 신성마법을 준비하라!”

“신성마법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성가대는 신성한 음율을 노래하라!”

성가대의 합창이 이어지고 사제들은 기도하기 시작했으며, 성기사들은 쏟아질 악마들을 상대하기 위해 힘을 끌어 올렸다.

그 순간, 첫 번째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삑?

병아리 형상의 정령이었다.

“저, 정령?”

“정령이다!”

본래라면 악마를 괴롭혀야 했을 성가대의 성가가 병아리 정령을 춤추게 했다.

삑? 삐빅!

병아리 정령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친구들을 불렀다.

차원문으로부터 수많은 병아리 정령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소, 속지 마라!”

“겉모습만 정령일 뿐 위험천만한 악…….”

병아리 정령들은 성가대의 노래에 맞추어 춤(이라기보다는 율동에 가까운)을 췄다.

삑! 삑삑!

한바탕 춤을 끝낸 병아리 정령들은 땅에 착지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하나하나 역소환되기 시작했다.

* * *

희미한 웃음을 보이는 가르시아.

차진혁이 그에게 물었다.

“가르시아 경.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신실한 기도가 통한 것 같군.”

가르시아의 부관, 표범계수인족 게르독은 말하고 싶었다.

그럼 지난 성마봉인전의 사제들의 기도는 불경했습니까?

가르시아처럼 신앙에 대한 광기를 보여주는 이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변화가 차진혁 때문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성마봉인전이 진행되는 이 급박한 와중에도 차진혁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본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토마스는 그것도 불만이었다.

‘어떤 미친놈들이 굳이 핸드폰을 켜서 영상을 봐?’

김철수가 앞에 있는데 왜 굳이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그러나 눈으로 보는 것과 영상으로 보는 건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전능의 연출가가 펼쳐진 그 절대의 공간.

그 속에서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으니까.

방송을 통해 봐야만 김철수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읽어낼 수 있었다.

토마스의 불만과는 별개로, 김철수의 영상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수많은 이들이 이 변화를 차진혁이 불러왔다고 판단했다.

정확한 원인이나 근거는 모르겠지만 차진혁도 그렇게 생각했다.

“제가 뭔가를 바꾼 게 맞는 것 같기는 ㅎ…….”

“멍멍!”

토마스가 네 발로 기며 멍멍! 짖고 있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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