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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09화 (40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09화

차진혁은 사러가 던전에 입장한 초보자들에게 신성포션을 나눠주었다.

자잘한 상처는 그 즉시 나았고, 팔다리가 부러진 것 정도도 바로 붙었다.

“효과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자잘한 부상을 낫게 하는 것 정도로는 성능을 검증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초보자들에게 큰 부상을 입힐 수도 없었다.

“저를 좀 찔러주시겠어요?”

“……네?”

차진혁은 들뜬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자. 빨리요. 깊이 찔러주면 좋아요.”

“노, 농담이죠?”

“초보자때는 사람을 이렇게 찔러볼 기회는 없을 겁니다. 자. 어서 찌르세요!”

“으아아아악!”

차진혁이 팔을 벌리며 다가가자, 초보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차진혁은 조금 시무룩해졌다.

신성력 포션을 제 몸에 사용해 보려고 했는데 자신을 공격해 주려는 사람이 이렇게 없다니.

‘뭐, 다들 방송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니까…….’

머리로는 다 이해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훼일러 가문의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하루였다.

어쨌든 차진혁 남매가 만든 신성력 포션은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물론 논란이 남기는 했으나, 훼일러 가문의 가르시아가 신성력 포션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포션에는…… 이름을 붙여도 될 정도인 것 같군.”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거나, 기존의 것을 탁월한 수준으로 개량하여 신문물이라 불릴 만한 것에 발명자가 직접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명예가 주어졌다.

무려 훼일러 가문의 가주가 공증하는 것이니, 사실상 연금술사 및 사제들에게는 굉장한 영예라고 할 수 있었다.

차진솔은 조금 고민하다가 이 포션에 ‘김철수 포션’이라고 이름 붙였다.

“왜 네 이름을 안 붙이고?”

“그야…….”

차진솔은 K군단의 리더 중 한 명.

혼자일 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경영을 배워가는 중이었다.

“엄청 비싸게 팔 수 있을 거 같아서?”

이미 홍보 전략도 다 세워놓았다.

“김철수의 피 한 방울 들어간 포션 팝니다 하면 철수랜드들이 엄청 비싸게 사지 않을까?”

“철수랜드한테는 덤터기 씌우지 마. 피 안 준다.”

“피로 협박하는 건 너무 치사하지 않아?”

“애초에 내 피인데 뭐가 치사해?”

“그게 왜 오빠 피냐, 우리 피지!”

“너 방금 되게 상식적이지 않았어.”

차진혁의 약간의 위기감을 느꼈다.

자신이 정상이 된 만큼, 동생이 미쳐가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나처럼 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익혀. 오염되지 않도록 말이야.”

……와 같은 얘기가 오갈 무렵, 차진혁의 눈이 번뜩였다.

‘드디어…… 왔군.’

신성력 포션을 만드는 건 그 나름대로 꽤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차진혁이 정말 노리는 건 아니었다.

‘와라!’

* * *

훼일러의 가주 가르시아가 신신당부했었다.

“반드시 그대가 착용해야 한다. 혹시 다른 이들이 그걸 탐내 잘못 건드리기라도 했다가는…… 사제복의 영향을 받아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 말라고 하면 꼭 하는 자가 나타나는 법.

이런 걸 탐내지 않으면 프로 도둑이라고 할 수 없었다.

차진혁의 사제복을 훔치기로 마음 먹은 사람은 다름 아닌 송하영이었다.

사실 그 사제복이 비싸든 말든 그런 건 상관없었다.

훔치는 데 성공하더라도 다시 돌려줄 거니까.

그녀에게는 사제복을 팔아서 어떤 이득을 챙기는 것보다는, 김철수의 물건을 훔칠 수 있느냐 없느냐 그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그리고 차진혁은 그런 송하영의 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왔다!’

송하영 혼자인가?

방안의 불이 꺼졌다.

차진솔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어떤 겁대가리 없는 녀석이 여길 쳐들어왔어?”

수호수의 권능이 최대로 작동하는 연희동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차진솔도 범인을 쉽게 특정할 수 있었다.

“천사소녀!”

차진혁이 중계용 조명을 사용하여 주변을 밝히자, 선반 위에 고이 접어놓았던 사제복이 사라져 있었다.

차진혁이 씨익 웃었다.

“훼이크였다.”

일부러 선반 위에 사제복을 놓아두었다.

훔쳐 가기 좋으라고 말이다.

물론 가짜였다.

차진혁의 눈앞에 작은 종이 한 장이 넘실거리며 떨어졌다.

-나도 훼이크.

송하영은 분신을 만들어 선반 위의 사제복을 훔쳐 가는 척하면서 차진혁에게 몰래 접근했다.

목표는 차진혁의 인벤토리.

분신으로 찰나의 틈을 벌고, 그 안에 차진혁의 인벤토리를 털겠다는 생각이었다.

‘없어?’

하지만 차진혁의 인벤토리 안에는 사제복이 없었다.

“천사소녀. 그래서야 프로 도둑이라 할 수 있나?”

차진혁이 망설이지 않고 미리를 휘둘렀다.

프로 도둑이라면 이 정도 공격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피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혹여 맞더라도 유능한 사제가 옆에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후웅!

미리가 허공을 갈랐다.

가까스로 미리를 피해낸 송하영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인벤토리 안에 없는 것처럼 연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인벤토리 안에 있을 거다.’

그녀는 도둑으로서의 직감과 관찰을 믿었다.

도둑질에는 수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법.

이미 오랫동안 차진혁을 미행하면서 엄청난 정보를 획득했다.

사제복은 바깥으로 반출된 적이 없었다.

‘분명 인벤토리에 있어!’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송하영의 분신이 차진솔을 향해 단검을 던졌고, 차진혁이 차진솔을 보호하는 틈을 타 ‘그림자의 손놀림’을 사용했다.

[스킬, ‘그림자의 손놀림’을 사용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송하영의 눈에는 확실히 보이는 검은색 그림자가 주욱 늘어나 차진혁의 몸을 덮었다.

‘그럴 줄 알았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프로 도둑의 눈썰미를 속이기는 어려운 법.

‘훔쳤다!’

차진혁의 인벤토리 안에는 ‘메롱’ 쪽지를 넣어두었다.

* * *

“……하여 도둑질에 성공하면 방심할 거라고 하더군.”

송하영은 분한 듯 무릎 꿇었다.

그녀의 어깨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천사소녀. 네 패배다.”

“치사하게…… 암살자를 고용했어?”

도망치는 송하영을 공격한 사람은 브릭.

키 약 40㎝의 생쥐계 수인족이자 유능한 암살자인 브릭이 송하영을 공격한 것이었다.

“암살자를 파악하는 것도 실력.”

“이 배신자!”

“도망치는 진짜 도둑을 찾아내는 것도 암살자의 실력!”

“도망치는 도둑을 찾아내는 거랑 암살자의 실력이랑 무슨 상관인데!”

“……그런가?”

사실 별로 상관없는 얘기긴 했지만 어쨌든 브릭은 자신의 활약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송하영은 뛰어난 도둑답게, 도망칠 때도 환영 여럿을 사용하여 추적자들을 능숙하게 따돌렸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도둑놈을 잡은 것은 기사의 명예라고 할 수 있지.”

“최측근이라고 널 믿는 게 아니었는데, 크흑!”

“울지 마라, 천사소녀. 네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본인이 탁월했던 것이다. 후후후.”

송하영의 눈에 억울한 눈물이 서렸다.

이 도둑질이 실패할 줄이야! 브릭이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

브릭은 검은가시 연합의 암살자들을 훈련시키며 송하영/곽도형과의 관계를 다져왔다.

그 가운데 브릭은 송하영의 최측근이나 다름없었고 송하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었다.

“……이 작전은 누가 짰어?”

“누가 짜긴?”

“하긴. 당연히 한세린이 짰겠지.”

군주로 활약하는 한세린 아니면 자신을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을 사람은 없었다.

“무슨 소리지? 김철수가 주도했다.”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완벽하게 제압된 줄 알았던 천사소녀의 몸이 사라졌다.

* * *

“……정도 되면 솔직히 천사소녀도 방심할 것 같습니다.”

최측근 브릭의 배신으로부터 탈출했으니까.

아주 사소한 방심, 그것이 완벽히 다른 결과를 낳는 법.

“하지만 또 다른 최측근에게 또 배신을 당하면 어떨까요?”

차진혁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호수 앞으로 걸어왔다.

수호수 앞에는 밧줄로 꽁꽁 묶인 송하영이 이를 바드득 갈고 있었다.

“브릭! 곽도형! 이 쓰레기들아!”

송하영은 결국 고개를 떨구었다.

차진혁은 송하영으로부터 사제복을 빼앗은 뒤, 일부러 상반신을 노출하며 환복했다.

“얼른 밧줄이나 풀어줘.”

“그래.”

송하영은 몸을 탁탁 털며 일어섰다.

“도대체 내가 수호수로 올 거라는 건 어떻게 안 거야?”

“내 물건을 제대로 훔쳤다는 걸 과시하려면 역시 수호수로 와야 할 것 같아서? 수호수 가지에 걸어놓으려던 거 아니냐?”

“……한세린이 가르쳐 줬어?”

차진혁이 고개를 갸웃하자 송하영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

군주에게 행동을 예측 당하는 건 그렇다 칠 수 있지만 엘튜버에게 예측 당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 한세린이 가르쳐 준 거지? 작전을 세워준 거지?”

“…….”

예전 같았으면 ‘아니? 겨우 이런 일에 무슨 한세린까지 필요해?’라고 답했겠지만 차진혁도 이제 사회성을 조금 배운 상태.

뭐라고 대답해야 송하영이 상처를 덜 받을까를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침 한세린에게 조언을 구하려던 참이었다.”

조언을 안 구했다는 거잖아…….

송하영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 * *

세 자매 예언가에 대한 여론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예언 완전히 틀린 거 아님?

-김철수 사제복 성능 개쩌는 거 같던데 ㅋㅋㅋㅋ

판게아 던전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을 거라 예언했건만, 김철수가 그곳에서 엄청난 성능의 방어구를 획득한 것이었다.

-우주급 시나리오도 진행됨 ㅋㅋ 개꿀

-세 자매 예언가 x 세 자매 사기꾼 o

세 자매 예언가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

“오염된 사제복은 착용자의 정신을 파괴시켜.”

“정화는 일시적일 뿐.”

“아무리 정화해도 끊임없이 퍼져 나가는 오염이 정신을 좀먹지.”

가르시아쯤 되는 인물이 정화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완전히 정화를 하려면 최소 1년 이상 시간을 두고 정화를 해야 할 정도였다.

먼지 한 톨만큼의 오염이 남으면, 그 오염은 결국 다시금 사제복 전체로 퍼져 나갈 것이었다.

오염된 사제복의 오염은 그만큼 지독하고 끈질긴 종류의 오염이었다.

그러니까 예언이 아주 틀렸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응 아니죠. 김철수는 잘만 입고 다님

-오히려 그거 입고 조회수 떡상함 ㅋㅋㅋ

-틀린 거 인정해라 추하게 굴지 말고 ㅋㅋㅋㅋ

수많은 사람들이 세 자매 예언가와 인터뷰를 하고 싶어 했다.

정말로 예언이 틀린 것인지.

예언을 억지로라도 맞추기 위하여 암살자를 고용한 것이 사실인지.

-세 자매 쪽이 먼저 암살자 고용했으니 김철수가 암살자 고용해도 무죄 아님?

-김철수는 먼저 건드리는 놈들 절대 용서 안 해줌

-정의구현 가즈아ㅏㅏ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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