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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06화 (406/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06화

상대의 감정에 무척 예민한 가르시아 입장에서는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진지하게 화를 내고 있는데 좋아한다니.

‘이해할 수 없군.’

“무례를 사과한다, 가르시아 훼일러. 나의 방문은 무척 무례하였고 훼일러 가문에 크게 누를 끼쳤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하여 충분히 사죄할 것이고, 보상이 필요다면 충분한 보상을 약속하겠다.”

그때, 가르시아 옆에 서 있던 표범 수인족 게르독이 나섰다.

“그런 몇 마디 말로 감히 훼일러에 대한 무례를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는 나름대로 다급했다.

게르독이 아는 가르시아는 무척 어질고 착한 사람이었다.

상대가 저토록 허리를 굽히고 사과하면 받아줄 확률이 매우 높았다.

‘저 말 몇마디에 용서하고 넘어가면 사람들이 훼일러를 우습게 봅니다, 가주!’

차진혁은 게르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그가 보기에 게르독의 말은 충분히 합당했으니까.

“물론 말로만 용서를 구하겠다는 건 아니다.”

“어떻게 사죄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답해봐라.”

“내가 보니 결계들 대다수는 자연적으로 복구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인위적인 결계들 몇 개도 보이더군. 그 결계 복구에 대한 비용으로…….”

“흥, 잘못했다는 자가 그런 식으로 조율을 하려 든단 말이냐?”

무슨 말을 하려고 봤더니 아주 가관이었다.

자연적으로 복구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로 제멋대로 기준을 세운 것도 모자라, 그에 맞는 돈을 주겠다?

‘그런 제안은 오히려 훼일러를 더욱 모독하는 짓이라는 걸 진정 모르는 건가!’

“감히 그런…….”

“3,000억 다이아를 헌금하겠다.”

“큰 금액을 헌금하겠다니.”

표범 수인족 게르독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그는 가르시아의 부관이면서 훼일러 가무의 재무집행관이기도 했다.

신실한 이 가문에서 가장 속물적인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게르독은 자신이 속물이라는 것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헌금하겠다고 해서 네 무례가 용서ㄷ…….”

“그리고 내 무례에 대한 보석금으로 7,000억 다이아를 헌금하고.”

게르독의 꼬리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저 정도면 사실 어머니 아버지를 모욕해도 어느 정도 용서가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거기에 오염된 사제복을 정화해 주는 것에 대한 감사헌금으로…….”

게르독의 꼬리가 바짝 섰다.

그가 몹시 진지한 표정으로 간언했다.

“가주! 저자들이 무척 무례하기는 했으나 진심으로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입니다. 저 신실하고 겸손한 자세를 보아하니 신앙심이 아주 투철한 성도들인 것 같은데…… 가주께서는 저들의 고귀한 신앙심을 보아 아량을 베풀어주심이 어떨지, 감히 간언드려봅니다.”

* * *

훼일러 가문의 재무집행관 게르독은 자신감 넘치는 모양새로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게르독 님이 드디어 돌아버렸나?’

안 그래도 게르독은 돌아버리겠다는 말을 많이 하곤 했다.

재무집행관인 그는 훼일러 가문 내에서 비속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물이었다.

“게르독 님. 정말 이래도 됩니까?”

“암. 자라나는 애들은 배부르게 먹을 권리가 있다!”

가끔 게르독은 본의와는 달리 악역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때가 있었다.

돈과 관련되면 더욱 그랬다.

게르독은 며칠 전에도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악마와 싸우다가 크게 다친 병사들에 대한 보상’과 ‘보육원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질’을 저울질한 적이 있었다.

예산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법.

그는 결국 악마와 싸우다가 크게 다친 병사들에게 보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만큼 보육원의 어린아이들의 식단에서는 비싼 고기가 빠지게 되었고.

보육원 사제들이 찾아와 더 영양가 있는 음식과 다양한 경험을 위한 놀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시위를 벌였지만 게르독이 그들을 모진 말로 쫓아냈던 것이다.

그딴 식으로 무리한 요구를 할 거면 너네가 돈을 벌어서 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사제들을 쫓아낸 게르독은 삼 일 밤낮 동안 괴로워서 잠을 못 잤었다.

“이것도!”

게르독이 신나서 사인했다.

“이것도! 이것도! 그래! 다 가져와라!”

서류를 살피던 게르독은 한 종이를 북북 찢어버렸다.

“쓰레기 같은 건축길드 녀석들! 길 가다가 똥이나 밟고 미끄러져라!”

보다 못한 부하가 슬쩍 끼어들었다.

“게르독 님. 방금 서류 내용 확인하신 거 맞으시죠?”

“당연히 봤지.”

해당 서류는 꾸준한 헌금을 빌미로 훼일러 가문을 협박하는 한 건축길드에 관한 서류였다.

건축길드는 신성제국 내, 어린이 놀이터 부지를 매입하여 건축물을 올리기 위하여 밑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꺼지라 그래! 거긴 영원히 어린이 놀이터로 남아야 한다!”

사유지가 있는 부잣집 어린이들이야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은 법.

그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어린이 놀이터였다.

놀이터치고 규모가 많이 크기는 했지만 어쨌든 게르독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낄낄 웃었다.

“자비로우신 김철수 경께서 어린이를 수호하신다! 김철수 성도님, 만세!!!”

그는 웃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린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내내 낄낄대며 웃었다.

“김철수…… 최고다. 김철수…… 사랑해. 김철수…… 찬양해. 김철수……!!!”

부하들은 저러다 우상을 숭배하는 미치광이 신도가 되는 거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 * *

가르시아 훼일러가 흰빛이 나는 지휘봉을 흔들며 주문을 외웠다.

“작아져라.”

거대했던 사제복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먼저 착용을 해보겠나?”

“착용을? 이 오염된 걸?”

차진혁이 움찔 놀랐다.

오염된 사제복을 입어보라고 하는 것을 보아하니, 역시 방송을 잘 아는 것이 틀림없었다.

가르시아는 괜스레 변명했다.

“아니, 그런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가르시아는 침착하게 설명을 이었다.

“먼저 입어봐야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그 영향에 따라 정화의 방법이 달라지지.”

“그렇군.”

차진혁은 가르시아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방송을 위해 이런 걸 먼저 제안해 주면서 이렇게 행동해야 할 개연성까지 확보해 주다니.

과연 신성제국의 대가문다웠다.

“그냥 입으면 되나?”

“그렇다. 오염의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수호 기도문을 외워놓았다. 안심해도 된다.”

예전, 두더지우먼이 옷을 훌러덩 벗을 때 어마어마하게 시청자 숫자가 폭증했던 걸 기억하고 있는 차진혁이었다.

‘드디어 기회인가.’

과연 두더지우먼만큼의 파급력을 낼 수 있을 것인가.

차진혁도 상의를 훌러덩 벗었다.

‘옷 위에 입으면 되는데…….’

가르시아는 차진혁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굳이 이해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저렇게 입는 것이 더 편하다면 저게 맞는 거겠지.

사소한 걸 일일이 지적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 입었군.’

가르시아는 지휘봉을 든 채 차진혁을 관찰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고대 암석거인의 오염된 영혼과 마력이 깃든 저 저주받은 아티팩트가,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발현이 조금 늦군.’

하지만 가르시아는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분명 어떤식으로든 오염의 결과가 나타날 테니까.

저 정도 힘을 가진 검객, 아니, 엘튜버가 미쳐서 날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차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

“…….”

수호기도문을 너무 강하게 외웠나.

“수호 효과를 조금 약하게 해보겠다.”

가르시아가 신성언어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 *

“…….”

가르시아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무렇지도 않다?’

사실 그는 저 오염된 사제복이 김철수의 정신에 악영향을 미치리라고 봤다.

암석 거인은 대지의 여신을 향해 삐뚤어진 사랑과 흠모를 품었다.

그 영향을 받아 오염된 사제복이니, 그와 비슷한 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이를테면 어떤 대상에 대한 삐뚤어진 집착을 보이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근데 왜 아무렇지도 않지?’

둘 중 하나였다.

고대 암석거인이 사라지면서 오염의 효과가 굉장히 약해졌거나, 김철수의 정신이 더 이상 오염될 수 없을 만큼 이미 오염되어 있거나.

하지만 김철수의 정신이 그렇게까지 오염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염의 효과가 굉장히 약해졌나 보군.’

“내가 입어봐도 되겠나?”

“물론이지.”

사제복을 입은 가르시아는 지휘봉을 꽉 쥐어야만 했다.

‘큭!’

물밀 듯이 밀려오는 더럽고 불길한 기운이 그의 영혼을 잠식해 왔던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악한 말들과 추잡한 언어가 그의 머릿속에 웅웅대며 들려왔다.

그는 신성 주문을 외우며 오염에 저항한 뒤 황급히 사제복을 벗어 던졌다.

‘정말 강력한 오염이다!’

그러면 결국,

‘더 이상 오염될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졌다는 건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신실한 신앙심을 물질로 증명까지 했는데?

가르시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 * *

차진혁은 가르시아에게 무척 감사하는 중이었다.

가르시아가 일부러 사제복을 빼앗아 간(?) 덕분에 한동안 상반신을 노출한 상태로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다.

자. 제 몸매를 감상하세요, 여러분! 하며 옷을 벗는 건 추태지만, 훼일러의 가주가 오염된 사제복을 알아보느라 피치 못하게 상반신을 노출한 상태로 기다리는 건 괜찮았다.

상황이 그렇게 억지스럽지도 않고 말이다.

‘시청자 숫자가 25억을 돌파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경쟁자는 마시멜로가 아니라 두더지우먼이었다.

‘잘 배웠다. 그리고 내가 이겼다, 두더지 우먼.’

역시 누구에게나 배울점이 있는 법.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출은 조회수를 높이는데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차진혁에게 가르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철수. 이 아티팩트는 네가 직접 착용할 예정인가?”

“겉모양을 좀 손 볼 거긴 한데…… 내가 쓸 예정이다.”

“겉모양을 손본다?”

가르시아의 질문 덕택에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훨씬 수월해진 차진혁은 살짝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사제복 형태는 망치를 휘두르기 불편하니까. 마침 좋은 제안이 있어서 디자인을 새로 해보기로 했다.”

차진혁이 흥미로운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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