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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402화 (402/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402화

두더지우먼은 조금 어지러웠다.

‘잊혀진’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저렇게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건가?

엘튜버라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데 유리한 건가?

‘대, 대단하긴 하지만 질 수 없지!’

신물을 찾아야겠군, 두지!

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신물을 찾아야겠군.”

“?!”

두더지우먼은 타이밍을 빼앗긴 것 같았다.

그리고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상하게 나를 견제하는 거 같은데, 두지?’

착각이겠지?

길잡이인 나를 견제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두더지우먼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위대한 검의 영령이 잠들어 있던 그 검이 수상하지 않나, 두지?”

잊혀진 마법학교의 교장.

그 교장의 바로 밑에 뉘어져 있던, 검령이 잠들어 있던 검.

‘하지만 그건 이미 부서져서 가루가 되었을 텐데, 두지?’

“너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한테 방법이 있다, 두더지 우먼.”

차진혁이 잽싸게 말을 이었다.

두더지우먼은 차진혁이 자신과 자꾸 경쟁하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신성한 고대의 암석 거인이시여! 기아스 여신을 섬기는 이 나약한 몸종이 당신에게 당신의 무구를 돌려드리고자 합니다!”

[특성, ‘시간 역행’이 발현되었습니다.]

시간 역행은 미리가 부숴버렸던 아티팩트를 복제하는 특성.

미리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빛무리가 하나 생성되기 시작했다.

거기서 두더지우먼은 세상이 잠시 잿빛으로 물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만?’

어떻게 이렇게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

우리 지금 격렬한 전투 중 아니었나?

‘설마…… 전능자의 연출가를 써서 던전의 시간을 멈췄나, 두지?’

검사의 스킬은 검사에게 어울리는 능력이다.

당연히 검을 휘두를 때 궁합이 제일 좋다.

도끼를 들고서 검술 스킬을 사용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 되더라도 그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엘튜버의 스킬 또한 엘튜버로서 사용할 때 시너지가 가장 좋았다.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을 멈춘 거구나!’

공격을 위해 사용할 때에는 끽해야 찰나의 시간을 멈출 수 있었지만, 대화를 위해서는 달랐다.

거기에 4지옥은 수호수의 권능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공간.

‘그래. 저런 괴물이 나랑 경쟁할 리가 없지, 두지.’

저런 능력을 가지고 겨우 한국맵 랭킹 1위인 자기랑 경쟁한다고하면 그건 너무 양심없는 짓이었다.

* * *

훼일러 가문의 가주. 가르시아는 신성제국 헬렌의 2인자였다.

교황 다음가는 위세를 떨치는 그는 신성제국 중추이자 정신적 지주이기도 했다.

가르시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진혁의 방송을 살펴보았다.

“암석거인이군.”

“예. 기록에만 존재하던 저 타락사제가 모습을 드러내다니 놀랍군요.”

가르시아의 부관인 표범계 수인족 게르독이 조심스레 물었다.

“설마 암석 거인의 메이스를 구현해 내지는 않겠죠?”

“불가하다.”

암석 거인은 대지의 여신 기아스를 섬기는 고대의 사제들 중 한 명이었다.

기아스에게 집착한 나머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기아스의 처소를 침범했고, 그 벌로 지옥 어딘가에 봉인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메이스를 쥔 암석 거인은 그 누구도 막지 못하여 광신이 직접 나섰다 하지 않았습니까?”

고대의 위대한 영웅들도 악마에게 영혼을 판 타락사제를 막지 못했다고 했다.

“그저 전설일 뿐.”

전설치고는 꽤 상세한 기록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저 상황에서 김철수가 메이스를 구현해 낼 리는 없었다.

게다가 ‘시간 역행’은 미리가 부순 무구의 복제품을 내놓는 능력 아닌가.

기껏해야 아까 부숴버린 검을 복사하는데 그치겠지.

“시간 낭비군.”

암석거인이 비록 강하다고는 하나, 김철수/퓌렐/카일의 조합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두더지우먼과 르세핌과 같은 훌륭한 협력자들까지 있으니 결국 파훼법을 찾아내겠지.

그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다가 몸이 굳었다.

‘뭐지?’

[혼탁한 암석 거인의 메이스]

검의 형상과는 사뭇 다른 것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받아주십시오, 위대한 암석 거인이시여! 제 신앙심을 증명하겠나이다!”

“어리석은!”

가르시아의 몸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순간, 신전 전체에 태양이 하나 솟아 수많은 사제들이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암석 거인에게 메이스를 바치다니.

저걸 어떻게 해냈는지는 둘째 문제였다.

저 메이스를 손에 쥔 암석거인은 광신이 직접 나서야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로 변한다.

“기어이 해서는 안 될 ㅈ……!”

-“는 훼이크였다.”

[특성, ‘집요하고 끈적한 욕망’을 사용합니다.]

미리로부터 길게 뻗어 나온 황금빛 기운이 암석거인의 가슴을 관통했다.

미리가 극도로 흥분해서 외쳤다.

-가자, 극락으로!!!

가르시아의 분노는 가라앉았으나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옳지 않군.’

지금이라도 성기사단을 꾸려서 지원을 나가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암석거인은 외피만 단단한 게 아니었다.

핵조차도 특별한 마법과 결계를 통해 수 겹으로 보호받는다.

‘첫 일격에 끝내야만 하는 상대였다.’

한 번 공격받은 핵은 더욱 단단해진다.

암석거인이 공격력을 포기하는 대신 오히려 방어력을 더 높여 버릴 테니까.

결국 시간이 많이 흐르게 되면 체력적으로 불리해지는 건 김철수 일행이리라.

암석거인은 지치지 않는 존재니까.

“구출대를 조직한다.”

“예? 퓌렐 경과 르세핌 경 때문입니까?”

“저자 또한…… 아르비스의 명예시민 아니던가.”

좋으나 싫으나, 그는 성기사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했다.

그것이 성기사의 명예였다.

“이미 늦지 않았겠습니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법.”

“지금 당장 출발ㅎ……!”

충격적인 일이 벌어져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가르시아는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 * *

뜨거운 불꽃을 피워올리며 암석 거인의 시선을 빼앗던 퓌렐이 흐흐흐 웃었다.

“아주버님, 정말 대단한데?”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야?”

퓌렐에게 쉽게 질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인 강은우.

퓌렐은 강은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쟈기는 참 귀여워. 이런 걸 모르는 게 순수하고 맑아서 사랑스럽지.”

콧소리를 가득 담아 말을 이었다.

“저 거인 놈은 더럽게 단단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었어. 마법력과 물리력에 말도 안 되는 저항력을 가졌더라고. 그런 껍데기로 보호받는 핵을 부수는 건 정말 쉽지 않거든. 그런데 저 거인 놈이 눈 돌아갈 만한 아티팩트를 꺼내서 보여줬단 말이야?”

퓌렐은 거인이 흥분할 때마다 가슴팍의 틈이 조금씩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단 퓌렐뿐만 아니라 카일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 틈이 너무 좁아서 비집고 들어가 공격하기에 불가능에 가까웠을 뿐.

“그래서 메이스를 바치는 척하면서 틈을 벌리고 아주 얇은 형태의 검기…… 아니, 검기가 아니라 망치기? 아무튼 그 기술을 틈 사이에 찔러 넣은 것 같아.”

차진혁이 쏘아낸 망치기는 예삿기운이 아니었다.

타점이 좁아지면 그 충격량도 커지는 법.

거미줄보다 얇아진 망치기가 가슴팍 사이의 틈을 뚫고 들어가 핵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카일이 검을 들어 올린 채 전방을 주시하며 말했다.

“퓌렐 경. 전투에 집중해 주면 좋겠군.”

“닥쳐. 우리 쟈기랑 대화가 더 중요하거든?”

카일은 더이상의 대화를 포기하기로 했다.

퓌렐이 제정신이 아닌 건 진작에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김철수. 네 능력은 분명 뛰어났다.”

명예로운 공격이라 보기에는 애매했지만 아무튼 효과적이기는 했다.

저 무시무시한 암석거인이 지금은 멈춰버렸으니까.

“하지만 기술과 무구의 구조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물리적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어.”

방금 김철수가 보여준 능력은 망치가 아니라 검으로 사용했어야 했다.

망치는 본래 때려서 부수는 용도.

검은 찌르거나 베는 용도.

그게 물리적으로 자연스런 구조였다.

조금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심검을 일으켜 얇은 검의 형태로 저 기술을 사용했더라면 훨씬 큰 타격을 주었을 것이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겠지.’

시간적 여유가 많았던 것도 아니었고 암석거인처럼 강자와 싸우면서 한 단계를 더 거쳐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무척 고난이도의 기술이었으니까.

하지만 괜찮았다.

“이제부터 망치의 능력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지금처럼 상대가 그로기 상태에 빠졌을 때.

이때 망치의 진가가 빛을 발하리라.

“당장 붙어서 저 틈을 공략해라. 틈을 조금만 만들어주면 내가 마무리하지.”

그쯤 되었을 때 카일을 제외한 다른 일행들은 이미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 잠잠한데?’

‘시간이 꽤 지나지 않았나?’

‘죽은 것 같기도 하고, 두지?’

“조금이면 된다. 나의 검기가 핵을 완전히 ㄲ…….”

[숨겨진 던전 보스, ‘고대 암석 거인’을 처치하였습니다.]

쿵!

소리와 함께 거대한 몸집이 고꾸라졌다.

결국 핵을 복구하지 못한 고대 암석 거인이 그대로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

차진혁이 방송 멘트를 날렸다.

“역시 뭔가를 부수는 건 망치가 제격이죠.”

* * *

상황이 이쯤 되자 차진혁은 아쉬워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쪽에 마물들도 모조리 잡는 거였는데!’

숨겨진 던전 보스까지 사냥했으니 올 클리어를 기대할 법도 했지만 올 클리어 알림은 들려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다음 우주급 시나리오가 연계되었으니 다행이기는 했으나 방송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콘텐츠에도 완급조절이 필요했으니까.

-아아아아아악! 이 더러운 절단마공!!!

-보상까지는 공개해 주고 끝내주세요 제발 ㅠㅠ

-김철수 이 악마!!!

클리어와 동시에 차진혁 일행은 던전 밖으로 자연스레 이동하게 되었다.

안전이 확보되자마자 두더지우먼이 차진혁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물었다.

“근데 왜 암석거인을 못 부순다고 한 거야, 두지?”

두더지우먼이 보기에 차진혁은 여유가 꽤 있었다.

그런데도 ‘너라면 부술 수 있지 않아?’라는 질문에 ‘안 된다’라고 대답해서 의아하던 참이었다.

사실 ‘전능의 연출가’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건 상당히 여유로운 상황이었다는 뜻이니까.

“내가 언제?”

“분명 안 된다고…… 아!”

두더지우먼은 깨달았다.

차진혁은 못한다고 한 게 아니라 안 된다고 했다.

더 다채로운 연출을 위해서 안 된다고 한 것이 틀림없었다.

‘근데 왜 자꾸 묘하게 나를 상대로 승리감을 만끽하는 거 같지, 두지?’

두더지우먼은 고개를 휙휙 저었다.

저런 괴물 같은 능력을 지닌 김철수가 자기를 경쟁자로 생각할 리 없었으니까.

‘자의식 과잉 그만! 멈춰! 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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