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92화
아르비서 서버 전체에 알림이 떴다.
-아르비스 서버 알림 봄?
-서버 알림이 떴어?
-헐 ㄹㅇ? 서버 알림 뜸?
서버 알림은 서버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사건을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선별하여 전달하는 알림.
서버 알림이 울렸다는 것은 그만큼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의미였다.
-무슨 알림?
-검이 노래하는 절벽 삭제됨ㅋㅋㅋㅋ
-엥? 그게 어떻게 사라짐?
-나도 모르지. 근데 김철수랑 관련있을 확률 5,000퍼센트.
사람들은 정확한 전후사정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으나 이번 일이 차진혁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것 정도는 유추해 냈다.
-거기 피사트 가문의 성지 아님?
-ㅇㅇ 마즘. 피사트 가문에서 특별히 뽑은 검객이거나 검황전 우승자만 겨우 들어가서 수련할 수 있음. 들어가기 전보다 몇 배는 강해져서 나온다던데.
-헐? 그럼 김철수 ㅈ된 거 아님?
성유물 파괴야 이미 소유권이 넘어갔으니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건 상황이 많이 달랐다.
-억지로 우겨서 성지에 들어가놓고는 거길 폭파시켰다고?
-엘튜브각 잡은 건가?
-엘튜브각 클라스 오져벌임
-일부러 했다면 진짜 미친놈이고, 실수로 했다고 해도 개미친놈임 ㅇㅇ
사람들은 피사트 가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뮈엔느는 서둘러 창을 챙겨 차진혁을 돕기 위해 달려나갔을 정도였다.
‘김철수 경!’
황급히 창을 들고 피사트 가문에 도착했고 문지기를 향해 소리쳤다.
“비켜라. 김철수 경과 급한 약속이 있다.”
“아무리 뮈엔느 경이라도 방문증 없이는 출입이 불가합니다.”
문지기는 당혹스러웠다.
그는 잠깐이지만 뮈엔느의 부하로 생활한 적이 있었다.
뮈엔느의 성정을 익히 알고 있었고 그녀가 지독한 원리원칙 주의자라는 것을 아주 잘 알았다.
“방문증을 가져오십시오, 뮈엔느 경!”
“옛정이 있어 찌르지 않았다. 좋은 말로 할 때 비키거라.”
“뮈엔느 경. 침착하십시오. 뮈엔느 경답지 않습니다!”
“셋 주겠다.”
뮈엔느가 정문에서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있을 무렵, 피사트 가문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다.
- “피사트 가문은 김철수 경에게 그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을 것입니다.”
그 순간. 뮈엔느의 핸드폰에서 요란한 알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무음모드를 해도 울리도록 설정된 재난알림이었다.
그 알림을 들은 문지기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뮈엔느 경쯤 되는 랭커에게 저렇게나 요란한 긴급알림이 울린다는 건…….’
어쩌면 자신은 상상하지도 못할 거대한 스케일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핸드폰을 확인한 뮈엔느는 창을 쥔 팔에 힘을 풀었다.
[피사트 가문이랑 화해했습니다]
긴급 재난 알림이 아니라 김철수의 실시간 방송 알람이었다.
김철수의 방송은 1초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뮈엔느는 창을 갈무리하고서 벽에 등을 기대고 선 뒤 핸드폰에 집중했다.
‘그리들 경이 철수 님을 비호하고 있잖아?’
의외로 피사트 가문이 차진혁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엥?
-김철수가 수백조 다이아 뿌려서 막았다는 소문이 있음
-수백조? ㅋㅋ ㅅㅂ 성지를 말아먹어도 돈으로 막으면 된다 이거임?
-피사트 가문 개 ㅈ밥이었누 ㅋㅋㅋㅋ
-성지를 박살 냈는데 돈으로 그걸 용서한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하가문 그 잡채
막상 차진혁도 어안이 벙벙했다.
“정말로 배상청구 안 합니까?”
앞에서는 좋은 소리 하다가 뒤에서는 뒤통수치려나?
‘잠깐만. 그러면 더 좋을지도?’
확실히 어그로가 끌릴 텐데.
어쩌면 방송각이 제대로 잡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차진혁의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김철수 경이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검들이 모두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을 내가 어찌 김철수 경에게 배상을 하라 요구한단 말인가?”
차진혁은 그리들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한바탕 드잡이를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인성이 훌륭한 분인가?’
뒤통수를 칠 생각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쯤 되니 차진혁은 그리들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내가 너무 방송각만 잰 건가?’
나이 많으신 분을 상대로 지나치게 방송만 탐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자신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며 미치지 않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차진혁은 약간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들이 말을 이었다.
“나. 그리고 우리 피사트는 미래를 김철수 경에게 맡기기로 했네.”
“미래…… 까지요?”
그리들의 눈에는 강한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절벽에 꽂혀 있던 검들은 하나같이 성스러운 보구들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신력을 머금은 것들이라 하였지. 그 검들이 김철수에게 그렇게 반응했다는 것은……. 김철수가 틀림없이 신의 강림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들은 신에게 미래를 걸기로 했다.
그리고 차진혁은 그리들의 속마음을 읽어냈다.
워낙 강렬한 마음이었기에 명확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미래를 내어 맡긴다]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차진혁은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 둘러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상황에 맞게 연출하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제게 숨겨진 무언가를 보신 모양이군요.”
“그, 그렇네!”
그리들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차진혁이 어떤 단서를 준다고 확신했다.
‘직접 신의 강림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을 거의 들은 거나 다름없어!’
감격에 빠진 그리들을 바라보며 차진혁이 말을 이었다.
“위대한 영령이 잠든 곳으로 가려 합니다.”
“위대한 영령이라면 설마…….”
“절벽에 꽂혀 있던 검들이 내게 말해주었습니다. 위대한 영령을 만나야 한다고.”
물론 그랬던 적은 없지만 그리들은 완벽하게 속아넘어갔다.
차진혁이 알고 있는 사실은 시나리오 정보뿐이었다.
────
(7)검의 노랫소리를 잠재운 자, 위대한 영령을 만나리
‘???’ 하여 검의 노랫소리를 잠재운 자여. 그대의 노고와 위업이 영원토록 남아 영원히 빛나리라. 검의 노랫소리가 기어이 한 곳으로 흘러들어 장송곡을 부르니 그곳은 위대한 영령이 잠든 곳이리라.
────
“위대한 영령이 어딘가에 잠들어 있습니다. 검의 현인 그리들 경이시라면…… 알 것 같기도 하군요.”
그리들의 몸이 움찔 떨렸다.
자, 정말로 네가 나에게 미래를 내어 맡길 것이냐? 나를 신뢰할 수 있느냐?
그렇다면 보여다오, 너의 믿음과 신뢰를.
환청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김철수, 아니, 김철수 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김철수가 자신에게 굳이 질문을 던진다?
이건 단순히 그리들 자신을 시험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 이 시험을 훌륭하게 통과해보자!’
응시자 그리들은 성실하게 답안을 제출했다.
“김철수 경. 그대가 아주 잘 알고 익숙한 곳에 위대한 영령이 잠들어 있네…… 만.”
그리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신의 강림체이자 신의 의지인 김철수에게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통해 김철수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선의 결과이리라!
“먼저 자네가 일으킨 기적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군.”
“기적이라면…….”
“그래. 자네는 절벽에 꽂힌 723자루의 검 중에서 722자루의 검을 부쉈지.”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하나 남은 것은 항문검 이현성의 것으로 남겨놓은 것이었다.
“부숴야 할 722자루의 검. 그리고 부수지 말아야 할 한 자루의 검. 피사트의 가주인 나조차도 부수지 말아야 할 한 자루의 검이 무엇인지 분간하지 못하네. 그 한 자루의 검을 정확히 선별하여 남겨둔 것은 역시 자네의 실력이라 할 수 있겠지.”
차진혁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우, 운이 좋았다.’
이래서 스킵이 위험한 것이었다.
중요한 단서들을 놓치고 말 테니까.
(5)와 (6)을 차근차근 진행하여 ‘부수지 말아야 할 최후의 검’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야 했던 것 같았다.
이번에는 정말 행운이었다.
“이를 어찌 운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운이라 할 수 없죠.”
그리들은 확신에 가득 찬 눈을 하고 있었다.
“자네는 행운의 신비를 전혀 사용하지도 않았어. 그런 신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확신이 있었다는 뜻이겠지. 역시 자네의 능력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군.”
“…….”
이것은 ‘내가 당신에 대해 이만큼 알고 있습니다, 신이시여!’를 완곡히 돌려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낌없이 주는 영감님이었어.’
이런 순수한(?) 호의에 차진혁은 조금 감동받았다.
뒤늦게나마 철수랜드에 가입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피사트랑은 잘 지내야겠다.’
어느덧 그리들에게 큰 호감을 갖게 된 차진혁이 물었다.
“그래서, 위대한 영령이 잠든 곳이 어디입니까?”
마지막 시험이로군!
이 대답만 잘한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신의 계획에 동참할 수 있으리라!
“자네가 아주 잘 알고 있다시피 그곳은 지옥이네.”
거기까지 말한 그리들은 속으로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김철수가 굳이 지옥을 통합하고 수호수를 뿌리내리게 한 것은 아마도 오늘을 위함이었겠지.
‘김철수 경. 그대는 다 계획이 있었군!’
어쩐지. 무력 말고는 뽑아먹을 것도 없는 그 척박한 서버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감행하며 주인이 되더라니.
이제야 김철수의 행보가 다 이해되었다.
* * *
검황대장 카일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제발 좀 잡아달라고 부탁 드리지 않았습니까!”
“내가 감히 어찌 그분을 붙잡을 수 있단 말인가? 그분은 위대한 영령을 깨우러 지옥으로 출발하셨네.”
카일은 한동안 씩씩거리며 분을 삼켰다.
‘검이 노래하는 절벽에서 수련한 김철수……!’
그의 눈에는 욕망이 가득했다.
김철수와 하루빨리 검을 섞고 싶었던 그는 검황대에 휴가계를 냈지만 거절당했다.
“흥, X까.”
나는 김철수랑 싸우고 만다.
그는 무단으로 결근하여 곧장 4지옥으로 향했다.
* * *
워프포탈에 몸을 맡긴 차진혁은 흐흐 웃었다.
‘제4지옥의 판게아 신전이라.’
4지옥의 대표적인 미공략 던전이었다.
우주급 시나리오 겸 미공략 던전 공략이라니.
벌써부터 시청자들이 밀려드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왕유미에게 ‘판게아 신전’에 대한 정보를 좀 모아달라고 했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공략실패 영상들을 보며 예습도 끝냈다.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네.’
원정대를 꾸려야 하나.
아니면 솔플로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정을 내렸다.
“엘튜버라면 당연히 솔플이죠.”
그간 수많은 영상들을 업로드하며 깨달은 진리였다.
원정대를 꾸려서 팀플을 하는 것보다는 솔플로 플레이하는 것이 훨씬 화제성이 좋았다.
조회수는 물론이거니와 좋아요와 댓글 숫자도 압도적으로 차이가 났다.
-엘튜버랑 솔플이라니. 조낸 안어울리는 조합이다 ㅋㅋㅋㅋㅋㅋㅋ
-어…… 난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어 ㅠㅠ 미쳐가나 보다 ㅋㅋㅋ
-생태계파괴잨ㅋㅋㅋㅋ 김철수 때문에 다른 엘튜버들 돌아버리려고 하더라 ㅋㅋㅋ
-님들아 ㅠㅠ 솔플은 김철수만 되는 거임. 다른 채널 가서 왜 여긴 솔플 안 하냐고 따지지 좀 마세요 ㅠㅠㅠ
-엘튜버는 원래 솔플 못함 ㅠㅠ 김철수라서 가능한겅미 ㅠㅠ
아무리 솔플이어도 길잡이는 필요한 법.
길잡이를 끼워넣는 것까지는 솔플로 쳐주었다.
“후후. 역시 내가 선택되었군, 두지.”
두더지우먼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좋아요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와 개이쁘다 진짜
-두더지우먼 미모 실화냐?
-두우 미모에 말잇못 ㅠㅠ
-미모에 치여벌임
이제 그녀가 된 그는 팔짱을 꼈다.
몸에 밀착되는 가죽옷을 입고 있었던지라 신체의 특정 부위가 강조되었는데, 그 시점이 ‘☆가장 많이 다시 본 장면☆’으로 등록되었다.
‘어라. 얘가 나보다 재밌다고?’
차진혁이 두더지우먼에게 강력한 호승심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