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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85화 (38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85화

‘나는 틀림없이 여성체야!’

무구에게 성별이 있을 리는 만무했지만 미리는 스스로를 여성체라고 생각했다.

누가 가르쳐준 적 없어도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을 여성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검고 크고 단단한 것이 되고 싶지 않아!’

미리의 의지는 강렬했다.

그 강력한 의지가 기적을 만들어냈다.

사용제한 조건 창이 박살 났고, 대신 새로운 사용제한 조건이 생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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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제한 조건: 주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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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이 치직- 거리며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하, 하지만……!’

사용제한 조건을 바꿔버리고 싶다는 의지도 강력했지만, 그와는 별개로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수치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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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제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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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제한 조건 :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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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는 사투를 벌였다.

어떻게든 홀로그램을 지우고 싶어했다.

속마음을 보여준다면, 근사하고 낭만적인 곳에서 그렇게 하고 싶었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반강제적으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아아아안 돼!

그러나 결국 본능을 숨기지는 못했다.

본능이 이성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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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제한 조건 : 주인과의 스킨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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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 스스로가 사용제한 조건을 능동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게 얼마나 충격적인 일인지, 장인이 아닌 차진혁은 잘 몰랐다.

그저 사용제한 조건이 더 쉽게 바뀌었다는 것이 흡족할 뿐이었다.

“렐핌. 잠방은 다음에 부탁하지. 내 메인 콘텐츠 진행해야겠다.”

차진혁은 곧장 이 강화의 성과를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기로 했다.

* * *

차진혁은 수호수에 등을 기대고 앉은 뒤, 수호수의 권능을 빌려 주변에는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차진혁은 한동안 미리를 바라보았다.

-왜, 왜요?

“나랑 눈 좀 마주쳐봐.”

무구에게는 눈이 없지만 차진혁은 미리의 시선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미리는 지금 시선을 피하고 있는 중이었다.

-쳐다보고 있는데…….

미리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작았다.

“얼른.”

-쳐, 쳐다보고 있다고요.

차진혁은 미리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최대한 그윽한 눈빛을 만들어 보려고 애썼다.

‘렐핌이 했던 건 분명 미인계였지?’

무구에게 미인계를 사용할 줄이야.

그 신선한 발상의 전환에 차진혁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유혹에 얼마나 치열하면 아티팩트를 유혹한단 말인가.

그런 치열함은 좀 배워야 할 것 같았다.

-나, 나를 유혹하려고?

차진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유혹의 달인들은 상대가 유혹당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할 만큼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유혹을 하겠지만…… 미리랑 난 그게 불가능하니까.’

정신적으로 강하게 결속되어 있는 바람에 은밀한 유혹은 어려웠다.

대신 대놓고 미인계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진작 이렇게 할걸!’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성장을 하려면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하는 것 같았다.

사람에게 미인계를 사용하는 것에는 본능적인 거부감이 따랐으나 미리를 상대로 할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말하자면 인형을 앞에 두고 대본 연습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

렐핌이 어떻게 했더라.

“미리.”

내가 사람을 유혹하는 중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일단 이렇게 이름을 부르고.’

최대한 다정하고 섬세한 손놀림으로 미리의 손잡이를 감싸쥐고.

‘그 다음은 어떻게 하지?’

미인계는 참 어렵단 말이야.

그때 알림이 들려왔다.

[특성, ‘시간 역행’이 발현되었습니다.]

미인계가 성공했다.

* * *

사실 차진혁이 미인계를 사용해야겠다고 다짐하기 전부터 미리는 이미 극도의 흥분상태였다.

주인인 차진혁이 자신을 유혹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미리는 이미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수호수로 걸어가는 그 와중, 그러니까 차진혁이 아무 유혹도 하지 않고 있을 때부터 미리는 유혹을 당하고 있었다.

‘조, 좀 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냥 손이 닿았을 뿐인데.

‘조, 조금만 더 만져줘요!’

정신적으로 강하게 결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진혁은 미리의 욕구를 느끼지 못했다.

미리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감추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었다.

차진혁이 수호수에 등을 대고 앉았을 때, 미리는 차진혁의 시선을 절감했다.

‘아, 안 돼……!’

시선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어딘가로 가버릴 것 같았다.

이럴 때 인간들은 홍콩에 간다고 표현하던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미리는 홍콩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랑 눈 좀 마주쳐봐.”

오늘따라 저 목소리가 왜 저렇게 나른하게 들리는지.

차진혁은 그저 일상적인 목소리로 평범하게 말했을 뿐이었지만 미리의 귀에는 굉장히 나른하고 유혹적으로 들렸다.

그리고 눈을 마주쳤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때.

미리는 온몸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제약이 ‘크고 검고 단단한’이었을 때에는 괴상망측하게 커져서 천장을 뚫어버렸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작아지는 느낌.

누군가 온몸을 꽉 쥐어짜는 것만 같았다.

-으오오오오옷!

미리의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하늘을 둥둥 날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가 하면 천사의 나팔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리는 것 같기도 했고, 우레소리가 펑펑! 터지는 것 같기도 했다.

-세, 세상이 알록달록해.

미리는 온몸이 축 늘어졌다.

그녀(?)는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모습을 인간처럼 구체화하여 상상했다.

내우주 속 그녀는 대자로 뻗어서 달뜬 숨을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차진혁은 깜짝 놀랐다.

‘이게 진짜 되네?’

미리가 절정의 흥분상태에 도달했을때, 미리는 몸을 바르르 떨며 무언가를 토해냈는데.

그것은 미리가 집어삼켜버렸던 피사트 가문의 성유물과 굉장히 닮아 있었다.

“허공에 무엇인가가 둥둥 떠 있습니다.”

차진혁은 손을 뻗어 성유물처럼 생긴 것을 집어 들었다.

한편, 수호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몸도 조금 부러우실지도……!

수호수의 나뭇잎이 분홍빛으로 변해 있었다.

-나도 가고 싶으시도다.

* * *

차진혁이 방송이 공개되면서 수많은 감정사들 사이에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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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트의 보구(레플리카)]

가르비누의 동료 중 한 명, 정의의 검객 피사트가 남긴 성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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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내가 보기엔 아무리 봐도 진품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데.”

“저 손잡이의 음각 디테일을 보게. 절대 복제품 따위가 흉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저게 레플리카라니. 저걸 감정해 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군.”

미리가 만들어낸(토해낸) 피사트의 보구를 직접 만져보고 싶다는 열망을 감추지 못한 수많은 감정사들이 지구를 찾았다.

“한 번만 보여주면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라며 뜬구름 잡는 약속을 남발하는 감정사들도 있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세 번 무료로 감정을 진행해드리겠습니다.”

“피사트의 보구를 보여주신다면 저희 감정 연합의 VIP로 모시겠습니다, 김철수 님.”

그리고 그들은 모두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것은 완벽한 복제품이다.”

“복제품이 진품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은 내 신념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신념이 깨졌다.”

수많은 감정사들이 ‘저 복제품이 진품과 다를 바가 없다’라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결국 피사트 가문에서도 감정사들을 파견하기에 이르렀다.

“저, 정말입니다.”

“성유물이 완벽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에따라 검의 현인 그리들이 지구를 찾았지만 차진혁과는 길이 엇갈렸다.

“오빠는 지금 최갑수 영감님 공방에 갔는데요.”

“최갑수 영감님?”

“아. 구독 안 하셨구나. 그, 트리티니 가입자시고요. 진짜 이름은 돈벼락인가 봐요.”

“……돈벼락이 지구에서 공방을 하고 있다고?”

우주 상위 99명.

SSP의 VIP 중에서도 특급 VIP인 트리니티 클럽의 가입자가 지구에 있다는 사실에 그리들은 깜짝 놀랐다.

‘지구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건가!’

차진솔은 고개를 갸웃했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그대야말로 이상하군. 트리니티 클럽의 가입자가 지구 같이 척박한 서버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별로 놀라워하지 않는 것 같은데.”

“트리니티 클럽 멤버 또 있는데요?”

“또?”

“네. 미셸 장이요. 그러니까, 돈쭐이요.”

“돈쭐?”

그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비슷한 장르의 두 명이 여기에 둥지를 틀었다고?”

얘기를 들어보니 잠깐의 유희도 아닌 것 같았다.

최갑수는 공방을 열심히 운영 중이었고, 미셸 장은 MK재단을 최선을 다해 꾸려가는 것 같았다.

차진솔은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에요?”

“대단한 일이고 말고. 평범한 이들은 평생 살면서 트리니티를 마주치기도 어렵다. 전 우주에 단 99명만 존재하니까. 그런 이들이 무려 두 명이나 이 좁은 곳에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지.”

그리들의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그럼 김철수는…… 트리니티 둘이 작심하여 만들어가는 작품인 건가?’

그렇다면 이 기이할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도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했다.

트리니티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의 지원을 받고 있다면 그럴 수 있을지도.

한편, 차진솔은 다시금 고개를 갸웃한 뒤 그리들을 가리켰다.

“그…… 그쪽도 엄청 네임드 랭커 아니에요? 검의 현인 그리들이잖아요. 피사트 가문의 가주도 여기 있는데 그게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

“…….”

어, 그러고 보니.

검의 현인 그리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약간의 문화충격마저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다른 서버를 방문했을 때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기는 했다.

‘내가 요구한 건 아니었으나…… 나를 극진히 대접하며 국빈대우를 했었지.’

그게 너무나 당연했다.

그런데 지구에서는 그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았던 것 같다.

‘꽤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내게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보통은 검의 현인을 만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우주에서도 내로라하는 랭커의 등장은, 일반인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이벤트였으니까.

‘지구서버는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특별한 것을 특별하게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트리니티 두 명이 있다는 이 기이한 사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왔는데 김철수는 나를 맞이해 주지도 않고.’

심지어 저 소녀(차진솔)는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을 일컬어 ‘그쪽’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 호칭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으나 그리들로서는 무척이나 낯선 것이기도 했다.

보통은 자신을 몹시 어려워하며 ‘그리들 경’이라고 정중하게 표현했으니까.

‘지구. 뭔가 이상하다.’

그는 지구.

특히 한국맵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최갑수 영감의 공방이라…….’

트리니티를 만나는 것은 오랜만이라 약간 설레기도 했다.

잘만 하면 후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뭐지?’

청담동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는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트리니티가 먼지처럼 느껴질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이 느껴지는데?’

그럴 리가?

그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역시. 지구에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 * *

최갑수의 공방.

그 또한 차진혁이 성유물 복제 방송을 시청했다.

그리고 넌지시 물었다.

“편…… 아니, 민지 님.”

“응? 왜?”

김민지는 소파에 앉아 막대사탕을 빨아 먹으며 차진혁의 얼굴이 나온 방송들을 차례차례 정주행 중이었다.

“저래도 되는 겁니까?”

“뭐가?”

“그 이번 강화 말인…….”

김민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귀를 막고서,

“에베베베베베!”

크게 외쳤다.

“스포 사절. 나 아직 최근 방송 안 봤단 말이야! 스포하면 죽여 버릴 거야, 영감탱이!”

워낙 진지하게 외치는 바람에 그녀의 존재감이 주변에 흩뿌려졌다.

최갑수는 움찔 놀랐다.

‘뭐…… 괜찮겠지. 지구에는 김민지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플레이어가 거의 없으니까.’

최갑수가 말했다.

“민지 님. 이거 밸런스 붕괴 얘기가 나올 수도 있어서요. 제 얘기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귀찮아.”

김민지는 사춘기 소녀처럼 반항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벌렁 드러누웠다.

“김철수와 관련된 일입니다.”

“밸런스 붕괴라니.”

김민지의 표정은 무척 진지했다.

“그것 참 심각한 일이네. 얼른 얘기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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