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84화
강화 콘텐츠가 다시 시작되었다.
-또 한다고?ㅋㅋㅋㅋ
-진짜 제정신인가? 성유물 박살 내고 아르테달 파편도 없어질 뻔한지 얼마나 됐다곸ㅋㅋㅋㅋㅋㅋㅋ
-강화는 원래 깨지는 게 국룰 ㅋㅋㅋ
눈썰미가 좋은 몇몇 시청자들은 재료가 늘어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 재료 늘었다 ㅋㅋㅋ
-저게 뭐임?
-쉘비랑 김 이사엘이 선물해 준 걸 합성재료로 추가한다는데?
차진혁은 그간 있었던 일을 대략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아 그 아르테달을 박살 내던 그 검들?
-그것도 신화급이니 뭐니 말 많았잖아 ㅋㅋ
-그러니까 이제 신화급 아이템까지 부숴서 쓴다는 거네?
-강화에 근본 존나없음 ㅋㅋ
-강화의 역사는 김철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 새로운 강화의 패러다임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강화를 전문으로 하는 강화꾼들도 이런 식의 강화는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근데 저러다 미리까지 터지면 어떡함?
-미리: 몸이 부서져도 좋아 흐흥♡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에 차진혁의 텐션도 높아졌다.
“저번에는 운이 좋았었고요.”
-운이 좋았다고?ㅋㅋ
-강화 실패했는데 아이템 안박살 나서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듯?
-성유물 파괴된 건 운에 치지도 않음ㅋㅋㅋㅋ 저세상 개념에 어질어질하다
“이번에는 운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최갑수의 공방에서 차진혁의 방송을 살피던 김민지는 만족스럽다는 듯 헤헤 웃었다.
“영감의 무구가 재료로 사용되겠어.”
“……제 무구요?”
김민지는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 영감의 무구. 트리니티의 위대한 무구. 천사소녀 송하영이 훔쳐낸 그 특별한 무구들 말이야.”
“그……. 알겠습니다. 제 무구가 사라질 예정이군요.”
“언제 저렇게 좋은 무구를 모아놨대? 영감은 정말 대단해!”
“근데 저게 왜 다 사라지지 않죠? 본래는 다 사라져야 할 텐데 말입니다.”
“아르테달을 부수면서 아르테달의 의지가 옮겨붙었나 봐. 단단해져서 그런 거 아닐까?”
최갑수는 직감했다.
김민지가 어떤 꼼수를 부려놨겠구나.
저걸 김철수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다 했겠구나.
‘어쩐지…… 저 아티팩트들을 쉘비와 김 이사엘에게 전해주는 걸로 만족할 리 없지.’
편애광신이 괜히 편애‘광’신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 또 깨달았다.
쉘비와 김 이사엘에게 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김철수를 위한 선물이었던 모양이었다.
김철수한테 직접 주면 너무 티 날까 봐 한 다리 건넜다고나 할까.
최갑수가 은근슬쩍 물었다.
“그 욜린이 획득한 양피지 말입니다. 미리가 강화된 이유가 유독 자세히 쓰여 있는 그 양피지요. 그런 비밀이 담긴 고서가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을까요?”
“그, 그, 글쎄?”
김민지의 딴청에 최갑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양피지도 김민지가 훔침당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잃어버렸다는 것을.
어쨌든 미리의 강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와라! 이 검고, 크고, 단단한 것! 나와 한 몸이 되어보자!
* * *
차진혁은 의도적으로 방송 송출을 잠시 멈췄다.
-됐나?
-터졌나?
-성공?
-실패?
약 60초 뒤.
차진혁이 다시 방송을 열었다.
-버퍼링 무엇?
-답답해 죽겠네
차진혁은 의도적으로 천천히, 위에서부터 아래로 화면을 조금씩 공개했다.
-성공했나?
-뭐지?
-성공하면 개대박인데
-이렇게 시간 끄는 거 보니까 실패한듯
-제발 실패 제발 제발 젭알
차진혁이 미리를 들어올렸다.
망치 형상의 미리가 평소보다 세배 가량 거대해져 있었고 손잡이 부근이 짙은 검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마치 묵검 아르테달처럼 매끄러운 표면.
“강화에는 성공했습니다.”
차진혁은 강화 장면을 재차 송출하면서, 카트리나에게 약간의 설명을 부탁하려다가 말았다.
카트리나가 지금 설명을 해줄 만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강화에 성공한 직후, 카트리나는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이번 강화 과정에서 무언가 깊은 영감을 얻은 모양이었다.
“저는 강화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제가 느낀바대로 설명을 해보자면, 아르테달과 미리는 본래 한 몸으로 섞일 수 없는 무구들이었습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죠.”
시청자들에게 이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애를 많이 썼다.
“그런데 쉘비와 김 이사엘에 전해준 손잡이가 녹아내리면서…….”
그것이 일종의 용해제 역할을 한 느낌이었다.
그를 통해 물과 기름이었던 미리와 아르테달이 천천히 섞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붙지 않는 것을 억지로 붙여주는 역할.
그 역할을 쉘비와 김 이사엘이 전해준 검 손잡이들이 해주었다.
“정확한 설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느낀 바는 그렇습니다. 카트리나가 명상에서 깨어나면 보다 정확하게 정리하여 게시판에 등록하겠습니다.”
……라는 설명을 듣고 있는 사람은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명상에 빠져든 카트리나의 내우주 속에 강렬하게 타오르는 태양이 떠올랐다.
‘그래! 저거다! 저거였어!’
차진혁의 방송이 그녀에게도 커다란 깨달음을 가져다준 것이었다.
K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차진혁에게 벽을 느끼며 좌절했지만, 카트리나는 자극을 받았다.
지금은 깨달음에 집중한 나머지, 현타를 느낄 새가 없었다.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항성을 향해 손을 뻗었다.
* * *
차진혁은 미리의 강화 결과를 곧장 공개했다.
“미리의 특성이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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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시간 역행]
시간 역행의 권능을 사용하여 해당 무구에 의하여 파괴된 무구들을 복구/재현해 내는 권능.
사용제한 조건 : 검고 크고 단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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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무구들을 복구할 수 있다고?
-그럼 묵검이나 성유물같은 것도 복구 가능한 건가?
왕유미가 곧장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그 능력 바로 사용해 주실 수 있나여?]
차진혁이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지금 여기서 이 능력을 보여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콘텐츠를 아끼려는 게 아니라…… 사용 제한 조건이 까다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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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제한 조건: 검고 크고 단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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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혁은 미리를 확대하여 보여주었다.
“이 조건이 뭘 의미하는 건지 지금으로서 잘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 중계자의 통찰로 살펴보겠습니다.”
-중계자의 통찰이 무슨 만능인 줄 아나 ㅋㅋㅋ
-ㄴ응 만능 맞음
-그래도 저 정도면 감정 전문가한테 맡겨야 할 거 같은데
차진혁이 말을 이었다.
“통찰력 있게 살펴본 결과, 미리가 극도로 흥분하여 검고 크고 단단한 형상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차진혁은 미리를 극도로 흥분시키는 방법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극한의 전투 상황에 돌입하여 상대의 뒤통수나 관자놀이를 부술 수 있도록(혹은 찌를 수 있도록) 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도 아니면 아르테달처럼 대단한 무구를 깨부수게 해주거나.
“아마 이 검은 손잡이 부분이 커지는 것 같은데요.”
-그거…… 발X아님?
-미리한테 사과해라 미리는 여성체라고
-무구한테 성별이 어딨음 ㅅㅂ
-아무리 봐도 X기 인데?
-그만 좀 해라 이러다 노딱 붙는다
“극한의 전투 상황에 돌입해야만 새로 생긴 특성을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
지옥왕성에서 차진혁을 유혹해 보려다가 실패했던 몽마 렐핌이 차진혁을 찾아왔다.
달큰한 복숭아 향기에 일반 사람들은 정신이 아찔해졌지만 차진혁은 아니었다.
예쁜 여자를 보면 일단 경계부터 하는 것이 그의 습관이었으니까.
“오히려 유혹당한 것은 내 쪽인 거 같네요.”
렐핌은 차진혁에게 홀린 듯 다가가 차진혁의 뺨에 손을 댔다.
그녀가 의도했다기보다는 본능적인 움직임에 가까웠다.
‘입술.’
차진혁의 입술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입을 맞추고 열꽃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어 올랐다.
렐핌은 가까스로 차진혁에게서 손을 뗐다.
“안 사귀어도 되니까 나랑 잘래요?”
“오!”
차진혁은 좋은 생각이라는 듯 방문을 열어 침대로 안내했다.
렐핌의 귓불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방송 중이 아닐 때는 정상인인가?’
혹시 내가 고자에게 유혹을 당한 건가 싶어 씁쓸했었던 렐핌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서렸다.
“이쪽에 카메라 설치할 테니까 이왕이면 이쪽 보면서 자.”
“……?”
검황전에 이어 강화 콘텐츠까지.
심력을 모조리 쏟아부은 차진혁은 약간의 휴식을 취하는 중.
이럴 때 3대장 중 한 명이 알아서 잠방을 제공해준다면 차진혁 입장에서는 아주 남는 장사였다.
“잠방도 수요가 꽤 있더라고.”
차진혁 입장에서는 저런 방송을 왜 보나 싶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방송을 보는 시청자층이 있었다.
그는 엘튜버였고 시청자들의 취향과 기호에 맞출 준비가 얼마든지 되어 있었다.
“진짜 미친놈이네.”
“진짜라니까? 생각보다 수요가 꽤 있어. 메인 콘텐츠도 아니고 휴식시간에 송출하는 거니까 시청자들도 좋아할걸?”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내가 미쳤을 리 없지’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한 차진혁의 눈빛에 렐핌을 더이상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나는 아무래도 고자이자 미친놈에게 유혹을 당한 것 같다라는 자괴감이 조금 느껴졌다.
“나는 잠방을 하려고 온 게 아냐.”
“그러면?”
“당신이 미리의 특성 발현 조건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훨씬 쉬운 길을 가르쳐주려고. 잠깐 미리 좀 내게 줘보겠어?”
렐핌은 미리를 건네받았다.
그때 차진혁의 손가락 끝과 렐핌의 손가락이 맞닿았고 렐핌은 저도 모르게 야릇한 교성을 내고 말았다.
겨우 손가락이 닿았을 뿐이었는데 온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끓어오르는 충동을 억제하며 미리의 손잡이에 입을 맞췄다.
“잘 봐.”
그러고서 섬세한 손놀림으로 미리를 쓰다듬었다.
-가, 간지러워! 이, 이히히히힛!
평상시 회색이던 미리의 손잡이가 약간 검은색으로 변했다.
길이도 조금 늘어났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렐핌은 길다란 손가락으로, 아주 소중한 것을 다루듯 아주 조심스레 미리를 재차 쓰다듬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렐핌이 미리를 다시 건넸다.
“내가 하면 이 정도밖에 안 되지만 당신이 하면 다를 거야.”
“내가 보기에는 네가 미친놈 같기는 한데…….”
차진혁이 보기에는 영 이상했다.
교태로운 시선으로 무구를 바라보며 촉촉한 입술을 맞추는 모습.
거기에 망치를 향한 저 섬세하고 깃털 같은 손놀림이 굉장한 변태처럼 보였던 것이다.
“어려울 것 없어. 그냥 손에 쥐고 가볍게 키스만 해봐.”
“흐음.”
겨우 그런 게 되겠어?
미리의 특성을 발현시키려면 극한의 전투상황에 돌입해야 하는데 말이야.
차진혁은 미심쩍은 눈으로 렐핌을 바라보았지만 렐핌의 말을 듣는다고 딱히 손해 볼 것은 없었다.
‘혹시 미리 손잡이에 극독을 묻혔나?’
그렇게 나를 암살하려는 건가?
그렇다면 렐핌의 저 괴이한 행동들이 이해되는 것 같기도 하고.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기로 했다.
-자, 잠깐.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미리가 커졌다.
차진혁의 입술이 닿은 순간, 미리가 순식간에 거대해져서 천장을 뚫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중계자의 통찰에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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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제한 조건: 검고 크고 단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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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창이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와장창! 부서지며 미리의 절규가 들려왔다.
-나는 여성체란 말이야!
-나는 크고 검고 단단한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크고 검고 단단한 것이 되고 싶지는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