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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82화 (382/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82화

김철수의 K아카데미 방문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한국의 영웅, 우주 단위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철수의…….

-The great Earth's hero, Kim is showing up…….

한국어로는 한국의 영웅이라 소개했고, 외국어들은 지구의 영웅이라 소개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뽕 오지고요 지리고요.

-시대가 어느 시댄데 한국뽕거리냐? 지구뽕이지

-응 그래봤자 김철수 한국인

-어디 듣보잡 맵이 김철수한테 묻어가려고 큭큭. 똑똑히 선.언. 한다. 김철수는 한.쿡.인.이다.

아카데미 교문 앞에는 수많은 국적의 기자들이 진을 치고서 제발 들여보내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교정에 입장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최근 차진혁을 독점적으로 중계하여 시청자 숫자 100억을 돌파한 전설적인 엘튜버 마시멜로.

민하TV를 운영하고 있는 강미나를 비롯하여, 미셸장과 차진혁의 허락을 득한 몇몇만 입장이 가능했다.

“우리에게도 중계권을 주십시오.”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기자들과 엘튜버들이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 차진혁도 연설을 시작했다.

“저마다 각자의 꿈을 안고 미래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미셸장이 차진혁에게 부탁한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엘튜버나 스트리머만을 지향하지는 말라고 말을 하는 것.

10대들에게 있어서 김철수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었고, 그의 말이라면 된장을 똥이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라고 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 타고난 재능과 자질이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 우리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연설문은 왕유미가 써준 것이었다.

참고로 이 강단에 서기까지, 왕유미가 수많은 것들을 신경 써주었다.

-헤메코! 당연히 신경 써야죠!

-헤메코? 그게 뭔데?

-헤어, 메이크업, 코디, 몰라요?

왕유미는 동글뱅이 안경을 고쳐 쓰며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때문에 차진혁은 찔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모습은 왕유미가 잔뜩 화가 났을 때 나오는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 말은 몰라도 왕유미의 말만큼은 무척이나 신뢰하는 차진혁이었기에, 왕유미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방송하는 사람이 헤메코를 모를 수가 있어요?

거기까지 말한 왕유미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긴. 그 얼굴에 그 몸에 그 기럭지에 그 분위기면 모를 수 있죠. 이해해요. 하지만 이제는 안 돼요.

이처럼 일상에 가까운 콘텐츠일 때에는 ‘헤메코’를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차진혁은 약간의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머리랑 코디는 그렇다 치고, 메이크업을 받아야 한다고?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고 말았다.

화장을 해야 한다니.

카메라에 잘 나오려면 생각보다 훨씬 진한 화장을 받아야 한다나 뭐라나.

-화장 전문가를 이미 섭외해놨으니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돼요!

차진혁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색깔이 들어간 화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뭐랄까, 남성성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설마 그 김철수 님이 이렇게 치열하지 못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이번에 템빨의 중요성을 그렇게 뼈저리게 깨달으셨으면서 아직도 이러고 있단 말이에요?

차진혁은 왕유미의 일갈에 또 찔끔 놀라고 말았다.

-화장하는 게 창피하면 왜 엘튜버했어요! 방송 나오려면 뭐라도 찍어 발라야죠!

그 단호한 태도에 차진혁은 약간 반성하고 말았다.

‘이건 마치…….’

약간의 데자뷔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미인계를 처음 접할 때 이런 느낌이었지, 아마?’

미인계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면서 차진혁은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했었다.

‘사람이 왜 이렇게 발전이 없냐, 발전이.’

생각해 보니 왕유미의 말이 다 맞는 것 같았다.

“부탁한다, 왕유미.”

왕유미가 섭외한 전문가들에 의하여 차진혁은 약 4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 * *

수많은 학생들이 입을 틀어막았다.

“미친. 개존잘.”

차진혁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사람이 저렇게 빛이 날 수 있다고?”

“나 제복 좋아했네.”

차진혁은 금장 장식이 달린 남색 제복을 입은 상태.

그를 보며 몇몇 학생들이 소리를 질렀다.

“오빠아아아아!”

차진혁을 보고 울면서 혼절하는 학생까지 있을 정도였다.

“김철수 잘생겼다 잘생겼다 말만 들었지 저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반응들 개오바떤다고 생각했는데…….”

“저 반응이 실화였네.”

학생들은 주변을 둘러보고서, 저 반응들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 쟤 기절한 거 아냐?”

“마, 맞네! 기, 기절했어!”

왕유미는 이런 사태를 예견했듯 이미 힐러를 비롯한 응급 의료진까지 배치해놓은 상태.

마시멜로와 민하TV의 시청자들도 꽤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나 게이였을지도?

-내 나이 122세, 연하 얼굴 보고 설렌 건 처음이다.

-잘생기고 귀엽고 멋있고 섹시하고 우리 철수 그냥 다하자 ㅠㅠㅠ 미쳤다 ㅠㅠㅠ

차진혁은 이런 반응이 조금 낯설었다.

‘이런 건 원래 강은우한테나 쏟아질 반응인데…….’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차진혁은 말을 이었다.

말의 요지는 하나였다.

각자에게 맞는 재능과 영역이 있으니 굳이 엘튜버만을 꿈꾸지는 말라는 내용.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재능을 꽃피우라는 그런 얘기였다.

“……하여, 여러분들의 길을 찾아가시기를 응원합니다.”

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온라인상에서도 명연설이라는 칭찬이 자자했다.

[근데 그 정도는 아니지 않음? 꽤 평범한 내용이었는데]

└얼굴이 안 평범하잖아

└연설이 존잘

└저 얼굴로 훈화하면 100시간도 들을 수 있음.

-연설 개쩔었다 ㅇㅈ

-내 생에 최고의 명강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넋놓고 들었네(봤네)

왕유미로부터 실시간 반응을 전해 듣고 있는 차진혁은 약간 뿌듯했다.

‘사실 내 연설이 엄청 특출나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과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것은 연설을 ‘김철수가 했기 때문’이었다.

엘튜버 김철수로서는 꽤 반가운 일이었다.

김철수 그 자체가 콘텐츠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저는 검술에 아주 특출난 재능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

순간 모든 이목이 차진혁에게 집중되었다.

그게 확 느껴져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내가 이렇게 연설을 잘했어?

새로운 재능을 찾아가는 건 몹시 즐거운 일이었다.

조금 부족한 검술 재능 때문에 자신감을 살짝 잃었었는데, 자신감은 물론이거니와 자존감까지 급상승하는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2주면 완성할 것을 저는 4주씩이나 걸렸거든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학생 하나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게 무엇입니까?”

“심검의 경지입니다.”

* * *

본의 아니게 전 우주의 검술가들을 심각하게 기만한 차진혁은 기분 좋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질문 받도록 하겠습니다.”

미셸장의 당부를 떠올렸다.

미셸장은 신규 플레이어들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햄최몇인가요?”

누군가가 장난스레 물었고 주변 학생들이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학생을 노려보았다.

결국 학생은 마이크를 다른 학생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혹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검술가가 아니라 스트리머를 선택하실 건가요?”

“저라면 그렇습니다. 저한테는 이쪽이 훨씬 잘 맞거든요.”

처음, 차진혁은 그럴듯한 대답을 해주었다.

표현은 다 달랐지만 내용은 ‘타고난 재능이 각자 다르므로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세요’였다.

“그럼 검술가 김철수와 스트리머 김철수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스트리머 김철수가 이깁니다.”

거기까지는 당연했는데,

“그럼 검술가랑 스트리머랑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여기서부터 조금씩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보통은 검술가가…….”

보편적으로 검술가가 더 강한 것이 맞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건 어쩌면 이 시대가 만들어온 편견 같은 게 아닐까?

정말로 검술가가 스트리머보다 더 강한 게 맞는 걸까?

차진혁은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더 강하다고 알려져있긴 하지만…….”

“……오!”

차진혁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수습했다.

“강함의 영역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리머는 스트리머의 영역에서 강하고, 검술가는 검술가의 영역에서 강하겠지요.”

“그러니까 스트리머랑 검술가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질문이 계속 쏟아졌다.

이것은 사나이 김철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질문들이었다.

“사실 실전에서는 스트리머가 최강 아닌가요?”

“검술가라는 직업에 거품이 많이 껴있다던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차진혁은 비교적 이성을 잘 유지하며 상식선에서 대답을 해주었다.

“그럼 최상위 검술가들은 철수 님을 이길 수도 있겠네요?”

“아뇨.”

“아니라고요?”

사나이 김철수는 결국 대답하고 말았다.

“제가 더 세죠.”

수많은 학생들의 진로가 엘튜버로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 * *

본의 아니게 우주의 검술가들을 기만하고, 학생들의 꿈을 엘튜버로 확정시켜버린 차진혁은 대표로 뽑힌 학생들과 대련을 치르게 되었다.

‘학생들이 이렇게 약했나?’

이 정도면 아무것도 안 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였다.

딱히 공격하지 않고 방어만 해도, 저쪽이 먼저 지쳐서 나가떨어질 정도.

“헥……헥…… 와 존나 세. 무슨 벽이랑 싸우는 거 같아. 답이 없어.”

“나는 물이랑 싸우는 거 같던데. 형체가 없어.”

차진혁과 직접 겨뤄본 대표 학생들은 거대한 벽을 느꼈다.

개중에는 초점이 나간 학생들도 있었다.

미셸장은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적당한 자극은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만…….’

지나친 자극은 누군가를 파괴할 수도 있는 법이었다.

지나치게 거대한 벽을 마주한 학생들은 좌절하고 말았다.

그때, 차진혁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아카데미 문단속 같은 거 해보면 재밌겠다.’

[김철수의 문단속]

차진혁은 미리를 검의 형태로 변환하여 바닥에 금을 지익- 그었다.

단단한 화강암 지반이 두부 썰리듯 썰렸다.

“여기 금을 문으로 치고, 여길 넘는 학생들은 장학금 1억 다이아 지급하겠습니다.”

1억이라는 말에 전교생의 눈이 반짝거렸다.

“전교생이 다 덤벼보세요.”

반짝거리던 눈이 생기를 잃기까지는 7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흐흐, 흐흐흐흣!

-아흥, 좋아!

-잘 먹었습니다!

아르테달을 박살낸 이후, 무언가를 부수는 것에 더 재미를 느낀 미리는 학생들의 무기를 모조리 부숴버렸다.

수많은 병장기가 부러져서 바닥을 나뒹굴었고, 학생들은 꿈과 희망을 잃었다.

차진혁이 싱긋 웃었다.

“문단속 성공.”

이곳에서 웃는 사람은 차진혁이 유일했다.

다른 이들은 마치 썩은 나무 같았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제게 덤빈 모든 학생들에게, 제 사비로 장학금으로 1억 다이아씩 지급하겠습니다. 무기가 파괴된 학생들에게는 2억 다이아 지급하겠습니다.”

“오오!!”

“와아아아아!!!”

“김철수! 김철수! 김철수!”

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꿈과 희망을 잃었던 학생들의 눈빛에 다시금 생기가 돌았다.

마치 막 돋아난 새싹처럼 싱그러웠다.

그 누구보다 총기 넘치는 그 모습에 차진혁은 흡족해졌다.

‘내가 연설을 진짜 잘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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