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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76화 (376/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76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이슈가 되었고, 수많은 우주인들이 관심을 갖게 된 이번 회차 검황전.

그 최후의 4인이 선정되었다.

-네임드 검술가가 아닌데 4강 안에 두 명이나 들어간 건 처음 아님?

-내 시대에 이런 이변을 보게 될 줄이야 ㅋㅋ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ㅋㅋ

-마이도나: 검술보다 정직한 분야는 없다. 신인은 결코 기성을 뛰어넘지 못한다(???)

신성이 검황전 4강 안에 들어갈 수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전문가들은 망신을 당하는 중이었다.

아무튼 최후의 4인은 결정되었고 준결승 상대가 정해지기 직전.

카일은 책상을 쾅!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게 말입니까, 방구입니까?”

카일과 마주 보고 앉은 검의 현인 그리들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의를 좀 지켜주게, 카일.”

“지금 예의 지키게 생겼습니까? 나보고 기권을 하라니요!”

아직 대외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준결승 대진은 이미 결정되었다.

김철수vs카일.

무명vs김 이사엘.

카일은 드디어 김철수와 전력으로 검술을 나눠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하던 중.

그러나 그리들이 나서서 기권을 제안했다.

“나는 기권 안 합니다.”

내가 김철수를 어떻게 키웠는데.

오늘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려 왔는데.

매일 밤 김철수와 검을 맞대는 상상을 하며 잠들었다.

김철수가 이렇게 싸우면 나는 저렇게 싸워야지.

김철수가 이런 기술을 쓰면 나는 이렇게 대처해야지.

머릿속으로 수천 번 이상 싸우며 즐거운 상상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난데없이 기권을 하라니.

“기권을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을 걸세. 스웨딘이 그대를 부를 테니.”

“제국이 나를 왜 부릅니까? 지금 난 휴가 중입니다.”

“제국 남부에 반역의 징조가 포착되었다더군. 알고 있겠지만 4년 전 유배 된…….”

카일은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는 정치적인 얘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반역의 징조가 없어도 있도록 만들 작정이군요.”

반역의 징조가 포착되었다면 검황대장인 카일은 제국의 소환에 무조건 응해야 하는 입장.

만약 카일 자신이 기권을 거절한다면, 제국은 억지로라도 카일을 소환할 예정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카일은 조금 궁금해졌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요?”

“스웨딘은 김철수와 무명이 싸우길 바라는 것 같더군.”

“피사트 가문도 그래요?”

그리들은 약간 민망한 듯 카일의 눈을 피하며 작게 대답했다.

“……어쩔 수 없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피사트도 재정적으로 넉넉한 건 아니지 않은가?”

늘 그렇듯 재정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법.

“우리 재정부에서도 김철수와 무명의 결승이 더 큰 화제가 될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네.”

“…….”

“대신 자네가 이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내가 반드시 자네와 김철수의 일대일 결투의 자리를 만들어주지.”

카일은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약속할 수는 있고?”

“그게 무슨 말인가?”

“제국은 지금 김철수를 죽이고 싶은 것 같은데요.”

카일은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등을 돌렸다.

“빌어먹을.”

그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훨씬 무거웠다.

* * *

카일이 말했다.

“김철수. 나는 아무래도 기권 당할 것 같다. 너 또한 무척 아쉽고 실망스럽겠…….”

카일은 고개를 갸웃했다.

김철수가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 것 같은 모양새였기 때문이었다.

“이봐, 김철수.”

“어?”

“나와의 결투가 불가능해졌다. 너는 이게 아쉽지 않은가?”

“어? 그게…… 어, 아쉽지.”

그러나 차진혁의 입꼬리는 꿈틀거리고 있었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차진혁을 조금 파악하는 데 성공한 카일은 어이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설마 너도 나와의 결투보다는 무명과의 결투가 더 끌리는 거냐?”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내가 무명 따위보다 훨씬 더 강하다.”

“물론 그렇겠지만…….”

검술가라면 더 강한게 당연히 좋지만, 차진혁은 엘튜버였다.

“그쪽이 더 어그로가 잘 끌릴 거 같기는 해서.”

“…….”

차진혁은 약간 민망해지고 말았다.

검객으로서의 마음이 남아 있기에 조금은 부끄러웠던 것이다.

‘아니. 나는 이런 걸로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 나는 엘튜버다! 정신 차리자, 차진혁!’

차진혁은 재무장한 정신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너와의 결투도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기는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서사와 관계성이 좀 약하다. 정확히 말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지.”

심검의 경지. 검의 서약에 대해 알려준 스승. 그리고 전대 검황전 우승자 카일과의 결투 또한 아주 매력적인 콘텐츠 재료이기는 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것만으로도 아주 훌륭했다.

그러나 화제성이라는 것은 늘 상대적인 것.

결국 사람들은 무명과 김철수의 결투를 더 궁금해했고, 차진혁은 대중의 니즈를 맞출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너와 싸우고 나면 무명과 전력으로 싸우기가 좀 어려울 것 같기는 해서. 아무래도 너랑 싸우고 나면 많이 지칠 것 같거든.”

“……이봐, 김철수.”

카일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번 일에 스웨딘 황궁이 개입되어 있는 것 같다.”

아르비스를 다스리는 3대 세력 중 하나.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 중 하나인 ‘스웨딘’은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지닌 단어였다.

스웨딘이 개입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일반 사람들에게 있어서 엄청난 압박이자 두려움 그 자체.

“너를…….”

“혹시 또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건가?”

차진혁의 눈빛이 평소보다 훨씬 더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런 것 같다.”

“매지크처럼?”

차진혁의 목소리에는 묘한 떨림과 설렘이 깃들어 있었다.

* * *

카일은 헬람을 추적하는 입장이었다.

매지크의 마법수사대가 차진혁 쪽에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회의 때는 다른 생각하느라 얘기를 제대로 듣지도 않고서 그냥 대충 맞장구만 쳤었다.

그런 그에게 차진혁은 지난 영상을 보여주었다.

‘용암이 흘러내리는 방향과 돌무더기가 쏟아지는 방향이…….’

묘하게 김철수를 노리고 있었다.

“마법수사대가 널 죽이려고……?”

“증거는 없는데 아마 그런 것 같아.”

카일은 떨떠름한 눈으로 차진혁을 바라보았다.

‘이 자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매지크 또한 스웨딘만큼이나 무거운 이름이었다.

그 압박감이 어마어마할 텐데.

‘김철수는 오히려 즐기고 있는 것 같구나.’

“어째서 공식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지?”

“조회수 안 보여?”

조회수가 무려 1,000억이 넘었다.

이 영상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을 정도였다.

“제국들의 능력이 비범해.”

“…….”

당연한 소리를.

그 비범한 능력으로 네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김철수.

그 말을 하기도 전에 차진혁은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그만큼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화려한 연출과 위기감을 조성해 주거든.”

“…….”

“황금 조회수를 낳는 거위라는 뜻이지.”

세상에.

조회수에 얼마나 미치면 그런 식의 사고가 가능한 거지?”

“미친놈.”

그 예리한 말에 싱글벙글 웃던 차진혁이 정색했다.

“미친 게 아니다. 치열한 거지.”

그걸 보통은 미쳤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김철수.

카일은 말하지 못했다.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저 표정을 보아하니, 말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아무튼 죽지 마라. 네놈과 결판을 내는 것은 이 몸이니까.”

김철수의 숙소에서 빠져나오는 카일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도대체 왜 김철수 하나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단순히 신성 하나를 견제한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과한 감이 있었다.

아니, 지나치게 과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 * *

김 이사엘과 무명의 검전.

-근데 김 이사엘이 누구임?

-이사엘 모름?

-그 이사엘이 이 김 이사엘임?

-저번 회차 준우승자 이사엘?

이사엘은 본래부터 유명한 검객이었다.

-작년인가? 개명했다고 함.

-이사엘 아르비스 출신 아님? 김으로 성을 쓰는 가문이 있음?

-저거 김철수 때문이라고 함

이사엘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퍼져 나갔다.

[이사엘 김철수]

[이사엘 철수랜드]

[이사엘 개명]

이사엘이 김 이사엘로 이름을 바꾼 것에 관한 인터뷰가 하나 있었다.

-“제가 바로 철수랜드 777번이거든요.”

김철수를 사랑한 이사엘이 김 이사엘로 이름을 바꿨다나 뭐라나.

-그렇다고 이름을 바꿈?

-저건 찐이다 ㅋㅋㅋㅋㅋㅋㅋ

김철수를 사랑한 나머지 김 이사엘로 개명한 그녀는 이미 호흡일 거칠었다.

“감히 철수 님을 향해 그 몹쓸 날붙이를 휘두르겠다고 말했겠다.”

마침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그녀의 단발머리가 세차게 흔들렸다.

“공식 철수랜드 777번으로서 네가 철수 님에게 닿지 않도록 하겠다.”

“조잘조잘 시끄럽군.”

무명은 김 이사엘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김철수.

결승에서 김철수를 만나 죽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김 이사엘이 깊은숨을 토해냈다.

“네가 단시간에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지. 서약을 맺었나?”

심판은 일부러 검전 시작을 늦췄다.

이 모든 것들 또한 흥행의 요소였으니까.

검황전의 주최 측인 피사트가문 입장에서는 너무나 환영할 만한 대화들이었다.

“이번 검황전에서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약을 맺었겠지. 범위가 워낙 한정적이니 강력한 권능을 발휘했을 거고.”

-에이 말도 안 돼.

-세상에 어느 미친놈이 겨우 검황전 한 번에 그 모든 걸 걸겠음?

-검황전 끝나고 나면 ㅂㅅ되는 건데

-검의 서약으로 저 ㅈㄹ 한 거면 약쟁이보다 더 나쁜 건데

-약쟁이XXX 서약쟁이OOO

-서약을 풀로 빨았누 ㅋㅋㅋㅋ

“하지만 네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무명.”

“…….”

“서약은 너만 맺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그녀의 주황색 눈동자가 이글이글 거렸다.

작은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너보다 훨씬 더 협소한 범위의 서약을 맺을 수 있다.”

-어, 설마?

-생각해보니 그렇네?

-‘이번 검황전에서만’ 존나 세짐 vs 이번 검황전 ‘4강에서만’ 존나 세짐. 닥후 아님?

-육갑 ㄴㄴ 이사엘이 미쳤냨ㅋㅋㅋㅋ 그런 짓을 하게

그런데 이사엘에 대한 심상치 않은 정보들이 계속 풀렸다.

-이사엘 사실 빅토르 가문 출신임 ㅋㅋㅋ

-7대 가문 출신이라고? 구라 ㄴㄴ

-ㄹㅇ임 그것도 적통임

-빅토르 성을 버리고 김을 선택했다고?

놀라운 소식이 알려졌다.

-이사엘 재산 1조 다이아 포기하고 김 이사엘로 개명했음

-와 ㅅㅂ 이게 말이 되냐?

이사엘은 평소 즐겨 쓰는 쌍검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각오는 평소보다 훨씬 치열했다.

“우주의 철수랜드들아. 너희들의 염원을 내게 모아줘.”

공식 철수랜드 777번.

그 위치와 명성과 무게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내가 숭고한 검의 서약으로 정의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

그 순간, 차진혁이 검투장에 난입했다.

스토리가 흥미진진했는지, 심판도 차진혁의 난입을 막지 않았다.

차진혁이 말했다.

“철수랜드 777번. 김 이사엘.”

그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차진혁 또한 왕유미를 통해 이사엘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전해 들었다.

“부탁이니 그러지 마.”

“나 때문에 네 인생을 걸지 마.”

그는 이사엘에게 가까이 다가가 이사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부탁이야, 김 이사엘. 너를 소중히 여겨. 그게 나를 위한 거야.”

“처, 철수 님!”

김 이사엘은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렸다.

김철수와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의 바다에 빠진 그녀는 난데없이 차진혁을 와락 끌어안고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차진혁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했다.’

무명과의 결투 콘텐츠를 겨우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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