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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70화 (370/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70화

헬람은 체포되었고 마법수사대와 특임대원들이 우주선 곳곳에 숨겨진 폭탄들을 제거했다.

일리나는 헬람의 얼굴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 연기가 상당히 독했는지 헬람은 캑캑거렸다.

“사람한테 폭탄을 심어?”

일리나가 헬람의 뺨을 때렸다.

짜악-! 헬람의 목이 꺾일만큼 강한 타격이었다.

빌스마르크가 넌지시 말했다.

“일리나 경. 그만두게. 이미 체포되었으니.”

일리나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헬람을 노려보았고, 헬람은 의연하게 말했다.

“이러한 사달이 벌어진 것은 김철수 때문이다.”

“뭐?”

“김철수는 지옥의 자유를 침해했고 스스로 지옥의 주인이 되고자 하였다. 나는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싸웠을 뿐이다.”

“죄 없는 아이를 희생시키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대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희생이지.”

일리나는 다시 한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나라면 그런 대의는 지키지 않는다.”

일리나는 뒤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이 정도 말을 들었으면 김철수도 크게 분노하…… 지 않는군.’

오히려 차진혁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헬람 덕택에 왕유미 채널에 점점 더 불이 붙고 있었으니까.

-완전 쓰레기새X네 저거

-왘ㅋㅋ ㅅㅂ 존나 당당해

-저런 새끼는 사형이 답이다

-대의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ㅅㅂ럼이

수많은 시청자들이 하나 되어 한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거기에 왕유미가 심어둔 첩자(?)들도 기름을 끼얹었다.

-근데 지옥의 자유연대 입장에서는 맞말 아님?

-솔직히 김철수가 갑자기 점령한 것도 맞고, 지옥의 주인이 된 것도 맞잖아. 지옥좌랑 지옥파이 나눠 먹고 있는 거 맞잖아.

-철수보고 지옥 점령하라고 칼들협한 사람?

그러자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ㅅㅂ 저게 말이 되냐?

-저딴 자유라면 나는 안 지키고 만다

-난 저딴 중립충이 제일 싫음 ㅇㅇ

-김철수는 적어도 저런 인질극 같은 건 안 함.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팩트를 짚었다.

-그래서? 진짜 자유가 빼앗겼다는 지옥민들이 존재하기는 함?

-삶의 만족도 다 높아졌던데?

-김철수가 독재를 했음 뭘 했음?

-오히려 지옥민들의 자유를 억압한 건 자유연대애들 아님?

사실상 차진혁이 지옥의 주인이 되었다고 해서 지옥민들 입장에서 불리해진 건 하나도 없었다.

딱히 세금을 거두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의무를 지우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김철수가 우리 서버 주인 해주면 쌍수 들고 환영할 거임.

-우리 입장에서는 그냥 혜택만 늘어나는 거 아님?

-마즘. 경험치랑 다이아 더 들어옴 ㅇㅇ

왕유미는 흡족한 얼굴로 화면을 살폈다.

‘어그로는 제대로 끌렸…… 응?’

시청자들이 방송에 몰입하여 굉장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는 와중, 방송에 커다란 변곡점이 하나 생기고 말았다.

그녀는 황급히 화면 가리개를 사용하여 화면을 가렸다.

“저희 채널 정책상, 직접적인 사망장면은 중계하지 않습니다. 19금을 걸어야 해서요. 무편집 원본 보시려면 VIP멤버십 가입 부탁드려요!”

* * *

헬람의 목을 벤 사람은 다름 아닌 검황대장 카일이었다.

빌스마르크가 당황해서 외쳤다.

“카일 경!”

“스웨딘 검황대는 테러리스트를 용납하지 않는다.”

카일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천으로 닦아냈다.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는 빌스마르크를 보며 카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책임은 스웨딘 검황대가 진다.”

카일은 인상을 잔뜩 쓰고 있는 빌스마르크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예상하고 있었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돌발행동에 대한 책임은 검황대에게 넘기고, 악덕 테러리스트를 처단했다는 명예는 챙길 수 있었으니까.

피를 모두 닦아낸 카일은 차진혁 앞에 섰다.

“이봐. 네가 김철수냐?”

차진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되물었다.

“네가 카일이냐?”

카일 뒤쪽에 서 있던 검황대원들 중 일부가 발끈했다.

“감히!”

“예의를 지켜라, 김철수!”

“저분은 검황대장이시다!”

그래서 차진혁은 얄밉게 존대를 붙였다.

“요?”

“김철수. 네 욕심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할 뻔했다.”

“내 욕심?”

“이 모든 일은 네가 지옥의 주인이 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된 것이니까.”

-억지 아님?

-나 지옥민인데 오히려 다 좋아졌는데 뭔 솔?

-비약 개오지누 ㅋㅋㅋ

-누가 칼에 찔려 죽었으면 칼 만든 장인 탓이겠네?

시청자들은 대체적으로 카일의 말에 동의하지는 못했으나 어쩐 일인지 차진혁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있었다.

“지나친 욕심이 때로는 예상치 못한 참사를 부르는 법이다, 김철수.”

차진혁은 카일의 말에 딱히 논리적으로 반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카일에게서 느껴지는 저 강렬한 호승심에 설렐 뿐이었다.

[#강한가 #강한가 #강한가 #강한가 #강한가]

[#자웅을_겨뤄보자 #싸워보자 #누가 더 강한가]

마치 오류라도 난 것처럼 쉴 새 없이 카일의 상태가 업데이트되었다.

[강한가. 강한가. 강한가. 강한가.]

‘지금 쟤 머릿속에는 나랑 싸워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는데…… 용케 잘 참아내고 있네?’

톡 건드리면 끊어질 고무줄 같았지만 겉으로는 평정심을 꽤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극도로 훈련된 검객다운 모양새였다.

‘내가 진짜 강해지긴 했나 보다.’

무려 검황대의 대장이 한낱 엘튜버(?)인 자신에게 호승심을 느끼고 있다니.

전직 지구의 검왕이었던 차진혁에게는 무척 신나는 일이었다.

차진혁은 카일을 슬쩍 도발해 보기로 했다.

“너, 뭐 되냐?”

이성의 끈이 끊어지길 기도하면서.

그때, 빌스마르크가 두 사람 사이에 섰다.

“지금 우리끼리 이럴 때가 아니네.”

차진혁은 못내 아쉬웠다.

‘예전의 나한테는 우상이나 다름없었는데.’

차진혁에게 있어서 카일은 조금 특별한 사람이었다.

검의 길을 걷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존경해마지않는 인물.

호탕하고 제멋대로인 성격탓에 호불호가 갈리기는 했으나 검술 실력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도 이견이 없는 인물이었다.

카일이 퉁명스레 말했다.

“영감은 빠져.”

“총책임자는 나일세, 카일.”

빌스마르크는 품 속에서 작은 모형칼을 꺼내 들었다.

그것을 본 카일은 오른손을 가슴팍에 올리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스웨딘 제국의 성유물.

이는 성검 엑스칼리온을 본떠 만든 모형으로 황제에게 이를 수여받은 자는 황제와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

“내 명령을 들어주어야겠네.”

“칫, 어쩔 수 없지.”

카일은 차진혁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서 말을 이었다.

“내 말에 기분이 나빴다면 검황대를 찾아와라. 언제든 네놈과 결투를 치러줄 테니.”

* * *

지옥 자유연대가 일으킨 일련의 상황들은 삽시간에 정리가 되었다.

머리였던 헬람. 중추였던 산디에므는 사망했고, 그 외 잔당들은 삼대세력의 주도 아래 소탕되었다.

-따지고 보면 김철수의 활약이 삼대세력 못지 않았던 거 같은데?

-김철수>>>스웨딘+헬렌+매지크 ㅇㅈ?

-ㄴㄴ 김철수>>>넘사벽>>>>>>>>>스헬매

지지율 나라 속, ‘김철수 우호도’는 무려 80퍼센트에 달했다.

-정의의 치열좌에 치여벌임.

-ㅋ ㅑ 지구뽕에 취한다.

-이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테러에 직접적으로 가담했던 연대원들은 대다수 사살되었고, 몇몇은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테러에 동원되었던 소년 솜피아드에게는 막대한 보상금이 주어졌다.

지옥좌는 ‘신문고 제도’를 만들어, 지옥주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차진혁은 이제 460레벨을 달성했다.

차진혁에게 있어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 정도 되니까 레벨업 속도가 느려지네.”

“……그게 보통인 거 알지?”

차진혁과 차진솔은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 저녁밥을 먹었다.

큰 스케일의 방송을 연거푸 진행했으니 이번에는 쉬어가는 느낌의 일상 콘텐츠였다.

브이로그 컨셉으로 나름 잔잔하게 촬영을 이어갔다.

“알긴 알지.”

원래 하루에 1 혹은 2레벨업씩 하는 것이 비정상이라는 것쯤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레벨 300의 벽조차 뚫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차진혁의 레벨업 속도는 가히 사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남매의 대화를 듣던 시청자들은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도 보통 아니야 ㅠㅠㅠ

-쟤들 보통의 기준이 왜저래 ㅠㅠㅠ

-레벨 260 나레기는 웁니다 ㅠㅠ

다만 차진혁은 다른 의미로 마음이 복잡했다.

‘이런 잔잔한 일상물이 진짜 어려운 거네.’

자극적인 콘텐츠는 소재만으로도 사람들이 열광하기 마련.

그런데 이런 소소한 일상 콘텐츠로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것 같았다.

‘시청자 숫자도 고작 8억 명밖에 안 되고.’

사실 8억 명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최근 20억, 30억을 돌파했었던지라 8억은 눈에 차질 않았다.

‘차라리 차진솔 대신 3대장을 앉힐 걸 그랬나? 그러면 10억은 넘었을 거 같은데.’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 콘텐츠를 진행하는 것에 꽤 큰 어려움을 느낀 차진혁은 결심했다.

아무래도 자극을 좀 더 끌어올려야 할 것 같았다.

마침, 차진솔이 적절한 화제를 꺼내주었다.

“오빠, 근데 피사트 검황전 알지?”

“알아.”

피사트 검황전.

검의 명가 피사트가 4년에 한 번 주최하는 검전(劍戰)으로, 전 우주의 내로라하는 검객들이 출전하는 검투경기였다.

참고로 지난 검전의 우승자는 스웨딘 검황대의 대장, 카일이었다.

“내가 아는 엘튜버들은 거기 다 간다던데. 오빤 안 가?”

“고민 중이기는 한데…….”

피사트 검황전을 중계하려는 엘튜버들은 아주 많았다.

엘튜버뿐만 아니라 전 우주 각지의 취재진들이 몰려드는 거대한 축제였다.

“차별화가 좀 어렵지 않나 싶어서.”

“차별화가 왜 어려워? 오빠 정도 능력이면 진짜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 텐데?”

“생생하게 전달이 되긴 하냐?”

“당연하지. 오빠 방송 보다가 다른 사람 거 보면 너무 밋밋해서 못 보겠더라.”

“너무 편들어주지 마라. 진짜인 줄 안다.”

차진혁은 차진솔이 자신을 위로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차진솔의 평가보다는 한세린의 평가가 훨씬 더 정확할 테니까.

‘3대장의 아름다움도 제대로 못 담는데 무슨.’

게다가 중계 쪽으로는 이미 전문가들이 따로 있었다.

입담도 뛰어나고 순간마다 임기응변도 좋아서 같은 경기를 중계하더라도 훨씬 재미있게 진행하는 엘튜버들이 꽤 있었다.

“차별화를 하려면 말이야.”

차진혁은 힐끗 눈치를 살폈다.

아무래도 이건 차별화의 범주를 조금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차진혁은 ‘보통사람의 상식이라면 이렇게 생각하겠지?’에 관한 생각을 늘 하는 중이었다.

“내가 직접 검황전에 참여하면 차별화가 되지 않을까?”

과연 차진솔같이 평범한(?) 사람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으려나?

원래 검황전은 전 우주의 검술가들이 참여하는 축제이고, 검술가 계열이 아닌 플레이어가 검황전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있다고 해도 예선에서 대부분 다 탈락했고.

“역시 엘튜버가 검황전에 참여하는 건 좀 이상하지?”

차진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내 말이 그렇게 이상했나? 싶어 잠깐 지켜보았는데 차진솔이 핸드폰을 들고 나왔다.

차진솔이 고개를 갸웃했다.

“신청서류 내가 미리 넣어놨는데?”

“응?”

차진혁은 차진솔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빤 안 가?”

‘안 가냐고 묻는 게 아니라, 왜 출발 안 하냐는 질문이었구나!’

자신이 너무 꼬아서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사람들은 이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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