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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61화 (36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61화

일리나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담배를 태우며 가까이 다가왔다.

“우연찮게 여기서 마주쳤군요. 아무래도 우리는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나는 방플(*방송 보고 플레이하는 비겁한 행위)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변명하는 것이었으나, 그녀의 여유로운 자태 때문에 딱히 변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차진혁은 별다른 말 없이 일리나의 모습을 방송에 담았다.

-저 언니 왜 이렇게 멋있죠?

-나 담배 피는 여자 좋아했네.

-예쁜 게 아니라 멋있음 ㅠㅠㅠ 개존멋탱구리.

-나 여잔데 여자 좋아하나 봐.

대체적으로 남성 시청자들보다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훨씬 많은 편인 듯했다.

그래서인지 채팅화력이 압도적이었다.

일리나는 자신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해서 ……하고, 따라서 우리는 뇌전술사 산디에므가 갈리아 바위산에 숨었을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아마 김철수 경 또한 똑같은 판단이었겠지요.”

-와 마법수사대 개쩐다

-무서움

-단서 몇 개 조합해서 바로 여기 찾아냈네

차진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들이 정말로 여기를 추리해서 찾아왔든, 아니면 방플을 했든 상관없었다.

재미있는 콘텐츠에는 늘 위기와 긴장감이 존재해야 하는 법이고, 상대가 뛰어난 기량을 가졌을수록 더 재밌는 콘텐츠가 나올 확률이 높았다.

마법수사대장 일리나는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며 말을 이어갔다.

“이곳을 일일이 뒤져 산디에므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래서 그대에게 제안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제안이죠?”

“마법수사대의 마법 폭격으로 이곳을 지도에서 지우고자 합니다. 말하자면 평탄화 작업이지요.”

차진혁은 일리나의 발상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인 것처럼, 최선의 추적은 평탄화일지도?

죽기 싫으면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낼 것이 분명했으니까.

일리나가 계속 말을 이었다.

“위험한 작업이 될 것이니, 김철수 경은 잠시 뒤로 물러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표현은 완곡했으나 뒤에 빠져서 구경하라는 뜻이었다.

-기존쎄 ㄷㄷ

-넌 도움 안 되니까 꺼지라는 말을 저렇게 우아하게해도 되는 거냐?

-근데 좀 재수없긴 함 ㅋㅋ

-지가 뭔데 일해라 절해라야, 얼굴만 이쁘면 다임?

-ㅇㅇ 얼굴만 이쁘면 다임.

일리나는 은근슬쩍 차진혁의 눈치를 살폈다.

‘자. 김철수 경. 그대는 어찌 대응할 것인가?’

* * *

일리나는 차진혁과의 마찰이나 갈등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갈등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녀는 아르비스 전통의 명문 마탑 출신이었고, 근래에 들어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변종(스트리머) 플레이어를 인정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우주 랭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실력만 뛰어나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혈족이 쌓아온 명망. 오랜 시간 가운데 켜켜이 중첩된 수많은 업적들. 그 전통이 전혀 없는 자가. 그것도 정도에서 벗어난 자는 우주랭커로 불릴 자격이 없다.’

일리나 입장에서 차진혁은 졸부였다.

전통적인 부자 입장에서는 가소롭기 짝이 없는 졸부.

‘그대같이 갑자기 힘과 명성을 얻게 된 이들은 가진 바에 비해 떠벌리기를 좋아하고 허세가 강한 편이지.’

그러니 여기서 눈을 부릅뜨고 발끈할 것이 뻔했다.

……라는 것은 차진혁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일리나의 생각이었다.

차진혁이 아리송한 질문을 던졌다.

“그 공격은 화려할 것입니까?”

“마법의 극의는 화려함이 아니라 의지를 구체화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대가 가진 화려하다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대의 기준보다는 화려할 것 같군요.”

이 또한 명백한 도발이었으나 차진혁은 개의치 않았다.

‘그 유명한 마법수사대의 광역폭격 평탄화 작업이라.’

흐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얼마나 화려하고 멋진 광경이 담길까.

“최대한 멋지게 부탁합니다.”

“…….”

일리나 입장에서는 계속 이해할 수 없는 대화의 흐름이었다.

효율적이고 강맹하게라고 말하면 그나마 이해가 되겠는데, 왜 멋지게 해달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비꼬는 건가?’

의아하기는 했지만 상대의 의중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싸움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대로 휘말리면 지는 싸움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뒤로 물러나십시오. 마법을 전개합니다.”

차진혁은 군말 없이 뒤로 물러섰다.

몇몇 시청자들이 김철수를 비웃었다.

-ㅋㅋㅋㅋㅋ김철수도 결국 강약약강임?ㅋㅋㅋㅋ

-일리나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누

-자존심도 없는 철수찡. 쫄아 버렸쥬?

-어쩌면 미인계에 당한 걸지도?

* * *

일리나는 특유의 삐딱한 자세로 서서 담배 연기를 내뿜은 뒤 말했다.

“마법수사대. 마법을 준비한다.”

“마법을 준비합니다.”

차진혁은 약간 고민했다.

‘일리나에 집중할까, 마법수사대에 집중할까?’

일리나는 옆이 완전히 트인 형태의 옷을 입고 있어서 맨다리가 노출되어 있는 상태.

‘어그로 대박일 것 같은데…….’

차진혁은 남몰래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건 그냥 곁다리지!’

아름다운 외모는 훌륭한 어그로의 소재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콘텐츠의 본질이 될 수는 없었다.

쉬운 길만 탐해서는 대성할 수 없다.

2등이나 3등 스트리머 할 거면 저런 각선미 따위에 집중해도 되겠지만 1등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법.

‘은근슬쩍 화면에 담은 다음, 마법수사대의 마법사들에 집중하자.’

어떤 마법이 펼쳐질까.

수십명의 최상위급 마법사들이 호흡을 맞춰 대규모 합동마법을 구현하는 장면은 쉽사리 볼 수 없는 것이기에, 차진혁의 심장도 두근거렸다.

일리나가 다시금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오. 담배연기가 뭉개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네요. 안개가 깔리고 있습니다.”

차진혁은 무척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뇌운입니다.”

일리나가 마법수사대의 마법사들과 함께 준비해온 광역마법은 전격계열인 것 같았다.

마법 수사대원들이 양손을 내밀었다.

그들의 손에 원형 마법진이 생성되어 세차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콰지직- 콰지직-

뇌전이 일렁거림과 동시에 그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일리나가 다시 명령했다.

“마법 중첩.”

“마법을 중첩합니다.”

일리나의 명령에 따라 마법사들은 같은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했다.

그사이, 일리나가 내뿜었던 연기는 어느새 안개처럼 변해 바위산 상공을 뒤덮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뿜어낸 뇌전의 기운이 하늘로 솟구쳤다.

“마치 땅에서 하늘을 향해 쏟아지는 벼락같네요.”

차진혁은 열심히 이 상황을 묘사하기는 했으나 썩 마음에 차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시청자들은 이 정도 자극에는 익숙할 텐데?’

저 정도 퍼포먼스는 뇌룡을 소환할 때에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이었다.

상공을 가득 메운 수퍼셀. 끊임없이 쏟아지는 뇌우.

뇌룡의 퍼포먼스에 비해서는 좀 약한 감이 있었다.

그래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뇌룡이 좀 지나치게 화려한 거기는 했지.’

오죽하면 차진혁조차도,

“왜 그렇게 멋에 목숨을 걸었어? 의도가 뭐야?”

하고 물었을 정도였으니까.

‘멋이 다는 아니긴 해.’

멋이 조금 없어도, 보다 파괴적이고 강맹한 마법폭격을 위엄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마법을 계속하여 중첩하여 한 번에 쏟아붓는 형태입니다. 과연 얼마나 강할지 정말 궁금하군요.”

* * *

하늘로부터 수천 가닥의 뇌우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렸다.

천재 마법사들의 복잡하고 정밀한 계산에 의하여 정교하게 구현된 파괴적인 기운.

커다란 충격파가 휘몰아쳤다.

“바위산의 봉우리들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산산이 조각 난 바위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마치 수백대의 투석기를 사용하여 바위를 던져대는 것 같았다.

콰광! 쾅! 쾅!

차진혁 근방에도 부서진 바위들과 돌조각들이 떨어져 내렸고 주변에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바윗덩이에 얻어맞은 지표면에 구덩이가 생기고, 위험천만한 상황들이 연출되었다.

“마법사들 중 일부가 방어마법을 펼쳐 전격 마법을 사용하는 동료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격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의 마법을 방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네요. 공격과 수비가 굉장히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매지크 제국이 자랑하는 마법수사대다운 실력이군요!”

차진혁은 최대한 호들갑을 떨면서 연출했다.

‘……생각보다 약한데?’

객관적으로 보자면 파괴력이 강한 건 맞았다.

그렇지만 차진혁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마법기사단이 아니라 마법수사대라서 그런가?’

아무래도 주력이 수사 쪽이라서?

한바탕 거대한 마법폭격이 이루어지고 난 후, 마법이 잦아들었다.

상공을 뒤덮었던 뇌운은 사라졌고 사방을 뒤덮었던 먼지가 가라앉았다.

이내 맑고 청명한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게? 생각보다 조금 부쉈네?’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실망한 티를 낼 뻔 했으나 프로방송인다운 절제력으로 겨우 참아냈다.

일리나는 차진혁을 힐끗 바라보았다.

‘놀란 모양이군. 하긴, 지구 출신으로서 이 정도 규모의 대규모 합동마법은 보기 어려웠을 테니.’

일리나가 차진혁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다친 데는 없나요?”

“…….”

차진혁은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다칠 만한 구석이 있었나?’

다칠 만한 일이 하나도 없었는데 왜 굳이 다쳤냐고 묻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방송을 위한 연출?’

억지로나마 위기감을 연출하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파괴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방송에 대한 이해도는 기대 이상인 것 같았다.

차진혁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엄살을 부렸다.

“예. 걱정해 주신 덕분에 겨우 몸을 건사할 수 있었습니다. 어마어마하군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거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었나.

차진혁 스스로도 조금 헷갈릴 지경이었다.

일리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다행입니다.”

차진혁의 엄살을 처음 접한, 그리고 방송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한 일리나는 오해했다.

‘역시 소문이 과장되었군.’

* * *

차진혁은 마법수사대의 캠프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서 야영을 시작했다.

“갈루이 바위산 주변에 거대한 결계를 쳐서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두었다고 합니다. 하늘과 지하까지 철통같이 막았다고 하네요.”

확실히 공격보다는 그쪽으로 더 소질이 있는 사람들 같습니다.

그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마법사들의 효율적인 체력 안배를 위해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 작업한다고 하고, 소요 예정 시간은 일주일 정도라고 합니다.”

거기서 차진혁은 결심했다.

“내일은 제가 해보겠다고 말하려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 비슷한 콘텐츠를 찍는다는 건 시간 낭비였다.

생각보다 화려하지도 않았고.

“그…… 좀 너무 오래 걸리는 거 같아서요. 그게 1주일이나 걸릴 일인가 싶고.”

-???: 너네 약하니까 그냥 빠져라. 내가 할게.

-와 ㅋㅋ 내일 볼만하겠네 ㅋㅋㅋ

-일리나 누나 표정 궁금쓰

* * *

다음 날 아침.

차진혁이 말했다.

“오전 공세 끝난 이후 쉬는 시간에 제가 해봐도 될까요?”

“아뇨. 안 됩니다.”

“어째서죠?”

“이 평탄화 작업은 명문마탑 출신의 마법사들이 정밀한 계산을 통해 세밀한 계획 내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바위산의 모래알 하나까지도 요소로 계산합니다. 김철수 경의 모험심은 이해하지만 평탄화 작업에 방해가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넌 도움 안 되니까 꺼지라는 말을 교양있게 하고 계신 거죠?”

“제 말을 그렇게 해석하셨다니 유감이군요, 김철수 경.”

차진혁은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일리나와 갈등을 좀 더 심화해야 하나?

일리나도 나름대로 방송에 조예가 있는 것 같으니 꽤 맞춰줄 것 같기는 한데.

“제가 이런 말까지는 안 드리려고 했는데…….”

아직도 이게 다큐인지 예능인지 혼란스러웠지만 일단은 진지한 척 말을 이었다.

“마법수사대의 공격이 생각보다 약해서요. 정밀한 계산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그 계산이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거든요.”

일리나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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