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60화
차진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언니가 뇌룡이야?”
뇌룡이 평소와 달리 사람의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탈 것으로 나를 부른 것이 아닌 것 같군, 주인.”
“와 어떻게 목소리도 예쁘지?”
차진솔이 헤헤 웃었다.
“나 예쁜 사람 좋아하는데.”
며칠 전 만났던 몽마 렐핌도 무척 예쁘기는 했지만 차진솔의 취향은 아니었다.
렐핌은 굉장히 도발적이고 뇌새적인 타입이었다.
왠지 모르게 위험한 냄새를 폴폴 풍기는 여자.
그런데 뇌룡은 그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여신강림인 줄.”
허리까지 늘어진 금발머리는 마치 물결처럼 찰랑거렸다.
인간 너머의 무언가를 간직한 것 같은 분위기에 차진솔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라든가, 오똑 솟은 코나 날렵한 턱선과 같은 진부한 표현들이 이처럼 색다를 수 있구나!”
차진솔이 쉴 새 없이 오디오를 채워준 덕택에 차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동생의 성장이 무척 기꺼웠다.
‘너도 방송이 많이 늘었구나.’
“눈부셔. 우아해서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아.”
차진솔의 주접은 약과였다.
-개쌉미인에 분위기아우라 개존예
-이게 예술이지…….
-비쥬얼 충격적. 너무 예쁨. 전통적이면서 트렌디하고 약간 중성적이어서 신비로움. 아무튼 개존예라고.
-진짜 숨막히게 아름답다. 같은 여자이지만 존나 이상형임.
뇌룡에 대한 찬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찬사는 그만하면 되었다.”
뇌룡은 차진솔의 주접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차진혁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더해줘 #더 #더]
주종관계로 이어져 있다 보니, 속마음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겉으로는 저렇게 품위 있어 보이는데, 저것도 재주다.’
역시 그 엘튜버에 그 뇌룡이다 싶었다.
저런 표정 하나하나까지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여러모로 마음이 좋았다.
“용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종족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미학의 종족이지.”
“여지껏 왜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않았지?”
차진솔이 ‘나 예쁜 사람 좋아해’라며 눈을 반짝이는 것 이상으로 차진혁의 눈빛도 초롱초롱했다.
뇌룡이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대 또한 외적인 것에 매력을 느끼는 철부지였나?”
“……응?”
“그대와 이성적으로 교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알다시피 나는 육아에 무척 바쁜 몸이라.”
-육아 안 하면요?
-눈나 육아는 내가 할게 ㅠㅠ 나랑 살자♡
-예쁘다 ㅅㅂ 존나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 예쁘따 에쁘다 예뿌다 에ㅃ다 에 ㅖㅃ
“어 나도 그럴 생각 전혀 없어.”
전 우주의 철수랜드들을 배반하는 행위를 할 수는 없었다.
“……뭐?”
차진혁의 반응이 의외였던지 뇌룡은 움찔 놀랐다.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더욱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나의 아름다운 용모를 보고도 저렇게 무덤덤할 수가 있는 것인가? 처음에 내 용모를 보고 기뻐했던 것은…….’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다.
‘그저 내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엘튜브에 이용하기 좋아서였던 건가?’
뇌룡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살짝 쥐었다.
차진혁과 이성적 교류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이건 자존심이 상하는 영역의 사건이었다.
차진혁이 흐흐 웃고 있었다.
“엘튜브 각이다.”
* * *
차진혁은 아름다운 게스트들이 좋았다.
미모가 뛰어난 게스트들이 나오면 시청자들 반응이 무척 좋았으니까.
좋아요도 평소보다 많이 눌리고, 실시간 시청자들 숫자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편이었다.
“예. 제 레벨이 증가하고 수호수의 권능까지 사용할 수 있다 보니, 뇌룡의 제약도 상당히 많이 풀리는 편입니다. 덕분에 용의 고유 권한인 폴리모프를 사용해서 저와 이렇게 함께하고 있는 것이고요.”
뇌룡은 이제 단순 탈 것의 역할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뇌전의 기운을 찾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뇌전을 내가 직접 경험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건 내게 맡겨.”
[스킬, ‘전능의 연출가’를 사용합니다.]
세상이 잿빛으로 물들었다.
이곳에서 차진혁은 ‘불러오기’ 스킬을 사용해 영상을 하나 재생했다.
불러오기 스킬은 스트리머라면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스킬이지만 ‘전능의 연출가’와 함께 사용된 ‘불러오기’는 차원이 달랐다.
뇌룡마저 약간 감탄했다.
“당시의 상황을 완전히 재현하여 보여주는군.”
워프포탈에서 습격당하던 그때 그 장면.
연출가의 공간 안에서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그때의 분위기와 온도, 습도 등, 시각적 정보 외에도 모든 것이 똑같았다.
뇌룡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눈을 뜬 뇌룡의 눈에 푸른빛이 일렁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추적할 수 있을 것 같군.”
* * *
차진혁은 다시 용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뇌룡을 타고서 하늘을 날았다.
-이렇게 보니 용의 모습도 섹시한듯 ㅋㅋ
-비늘 유려한 거 보소 ㅋㅋ
-나 파충류 취향이었나 보다
-용눈나 ㅠㅜㅠ♡
-언니 나를 가져요 엉엉
단순히 인간 형상의 모습을 공개했을 뿐인데, 뇌룡을 언급하는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이동 중에 콘텐츠 뽑는 게 좀 어려웠는데.’
그래서 이동 과정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뇌룡의 폴리모프 덕택에 지금은 방송 진행이 한결 쉬워졌다.
딱히 오디오를 채우지 않아도 시청자들끼리 알아서 소통하며 각종 드립을 난사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예쁜 게 최고지.’
차진혁은 간만에 방송에 대한 부담을 약간 내려놓고 이동할 수 있었다.
얼마나 하늘을 날았을까. 이내 뇌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 어딘가에서 느껴진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니 거대한 바위산이 하나 보였다.
-저기 갈루이 바위산 아님?
-와 저기는 좀 빡센데.
-갈루이 바위산이 뭐임?
갈루이 바위산은 제4지옥에 위치하고 있는 천혜의 미궁이었다.
-저기에 최소 수십만 개 이상의 크고 작은 동굴들이 있어서 예로부터 테러분자들의 은신처로 많이 쓰여왔음.
-100년 전까지만 해도 알킨이라고 엄청 유명한 테러집단의 은신처였음.
-알킨? 엄청 악랄한 놈들로 유명했잖아.
수많은 선진서버의 랭커들을 상대로 활동했던 테러집단.
랭커들의 가족들을 인질삼아 막대한 몸값을 요구했던 집단이 바로 알킨이었다.
그 알킨의 은신처가 바로 이 갈루이 바위산이었고.
수많은 랭커들이 알킨을 토벌하기 위해 갈루이 바위산으로 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랭커들의 무덤이라 부르기도 했다.
-아 저기선 못 찾지.
-맘 먹고 숨으면 절대 못 찾는 곳임.
-김철수라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
-김철수가 아니라 김철수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됨. 역사가 증명해 줌.
차진혁이 과연 갈루이 바위산에 숨은 산디에므를 찾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로 의견이 분분할 무렵.
누군가가 꽤 통찰력 있는 얘기를 꺼냈다.
-근데 우리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음.
-중요한 사실?
-3대제국 연합보다 더 빨리 찾아낸 거임. 그것도 길잡이의 도움 하나도 없이.
-어…… 맞네?
-와 ㅋㅋㅋㅋㅋㅋㅋ 나 철수 유니버스에 너무 익숙해졌나 봐 ㅋㅋㅋㅋㅋ
-생각해 보니 이거 말 안 되는 거네?
시청자들도 이제야 이상함을 깨달았다.
-이게 되는 거였네?
* * *
헬렌 제국의 특임대. 매지크 제국의 마법수사대. 스웨딘 제국의 검황대.
얼핏 듣기로도 무시무시한 세 세력을 임시로 이끌게 된 수장은 다름 아닌 특임대장 빌스마르크였다.
그는 지난 60년간 수많은 공로를 세운 위대한 영웅이었다.
그는 수많은 난제와 미제 사건들을 해결해 왔으며, 그가 나선 사건들 중 해결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마법수사대장과 검황대장 또한 빌스마르크를 존중하여 지휘권을 넘긴 것이었고.
빌스마르크가 회의를 주도했다.
“일단 놈들의 은신처를 찾아야 합니다. 놈들은 시간을 끌기 위해 혈사제의 진화 조건을 언급하며 한 노인을 교란작전 카드로 썼습니다. 아마 4지옥 내에 숨어있을 확률이 높아요.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이곳, 갈루이 바위산, 호멜 동굴, 샤맘비 제도. 이 세 곳 중…….”
세 명이 회의하는 막사 가운데, 누군가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대장님. 김철수가 뇌전술사 산디에므의 위치를 특정했다고 합니다!”
“뭐?”
“바, 방송 확인해 보십시오.”
특임대장 빌스마르크는 황당해했다.
‘길잡이 없이? 여길 찾았어?’
지옥의 지리에 통달한 것도 아니고, 군주로서의 식견도 아니고, 그저 뇌룡을 소환하여 뇌전의 기운을 쫓아갔다니.
그 또한 시청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비슷하게 느꼈다.
‘이게 된다니.’
빌스마르크는 딱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서 말을 이었다.
“이것은 우리 3대 세력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전 우주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
반드시 3대 세력이 해결해야 했다.
마법수사대장 일리나가 기다란 담뱃대를 툭툭 턴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담배연기를 후욱- 내뱉고서는 말했다.
“움직이죠. 김철수보다 빠르게 산디에므를 체포해야 합니다.”
그러나 빌스마르크가 고개를 저었다.
“산디에므에만 집중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지옥 자유연대의 연대장인 헬람입니다. 그 자라면 산디에므를 내주고 본인은 도주하는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김철수가 산디에므를 잡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일리나 경. 그대가 마법수사대를 이끌고 갈루이 바위산으로 향하십시오. 김철수와 협력할 수 있다면 협력하는 것도 좋습니다. 특임대와 검황대는 헬람을 추적하겠습니다.”
“왜요? 잔챙이는 내게 넘기고 그쪽이 큰 걸 잡으시게?”
빌스마르크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마법수사대만이 지금 당장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특임대와 검황대에는 그런 능력이 없지요. 김철수에게 졌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됩니다. 오직, 그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일리나 경. 부탁합니다.”
* * *
허공에 마법진 수십개가 생겨났다.
녹색의 원형 마법진.
뇌룡을 돌려보내고 땅에 내려선 차진혁이 마법진들을 살펴보았다.
“엄청난 수준의 마법사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다름 아닌 매지크 제국의 황실 마법수사대.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웠으나, 가슴팍에 모두 태양 형상의 배지를 달고 있었다.
마법사들 무리 가운데 강렬한 붉은 머리를 가진 여인이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황실 마법수사대장 일리나입니다.”
그녀는 은비녀로 머리를 쪽졌는데, 새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기다란 담뱃대에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옆으로 주욱 찢어져 맨다리를 드러낸 복장이 인상적이었다.
‘일리나가 여기서 나와준다고?’
운이 좋군!
하마터면 소리칠 뻔했다.
렐핌, 뇌룡에 이어 일리나까지.
3연타로 미인들이 등장하니 차진혁으로서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화면을 3분할해서 세 명의 얼굴을 섬네일로 써도 조회수는 보장될 테니까.
영상 제목도 생각해놨다.
[미녀 삼대장.]
유치하고 진부하지만 온갖 종류의 어그로가 다 끌릴 수 있는 제목이었다.
단순히 외모에 이끌리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요즘 시대에 외모를 부각하여 어그로를 끄는 저급한 짓을 누가 하느냐고 따지는 사람들까지.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훌륭한 제목이었다.
‘좀 약한가?’
조금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났다.
[SSS 역대급 미녀 삼대장]
좋아, 훌륭한 네이밍 센스다.
스스로에게 만족한 차진혁은 흐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