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59화
차진혁이 방송을 끄자 한마갤이 불타올랐다.
[와 내가 그동안 김철수를 오해하고 있었네]
└나도…….
└저기서 방송을 끈다고?
[방송을 위해서라면 부모님도 팔아버릴 거라고 확신했는데.]
└222
└333
[우리가 이렇게 오해했던 건 솔직히 김철수 탓도 있는 거다.]
└ㅇㅈ
└방송 못 보는건 짱나는데 그래도 좀 멋있지 않았음?
이것은 차진혁에게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솔직히 쫌 감동]
└이번에 결국 김철수 구독 눌렀음 ㅇㅇ
└애 눈물 팔아서 방송하는 건 ㅆㄹㄱ들이나 하는 짓이지
[누구보다 미친놈처럼 보이지만 사실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됨.]
└ㅇㄱㄹㅇ
└진짜 미쳤으면 저기서 저런 생각 못함.
전 우주의 스노우들도 김철수의 뜻에 감동했다.
그중에서도 마시멜로는 뿌듯한 모양새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그렇지, 이거지.”
선배된 입장에서 봤을 때 김철수를 보면 아슬아슬한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래서 가슴 한편에 늘 김철수에 대한 걱정을 지니고 있었는데, 오늘 그 걱정이 깔끔하게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청량한 음료를 한껏 들이켠 것 같기도 했고 맑은 공기를 가득 마신 것 같기도 했다.
“어?”
실시간 지지율 사이트인 ‘지지율 나라’에 드디어 ‘김철수’가 등재되었다.
“언제되나 했는데! 이제 올라왔네.”
‘지지율 나라’는 전 우주의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우주의 여론이 어떤지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유명인들의 우호도를 조사하는 플랫폼이었다.
처음에는 정치인들만 등재되었다가, 최근에는 유명 랭커들도 그 대상이 되었다.
단순히 레벨만 높다고 해서 ‘지지율 나라’에 등록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전 우주적인 인지도가 존재해야 했는데. 지지율 나라에 등록 여부가 곧 우주랭커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이제야 김철수가 우주랭커급으로 인정받았구나.”
그는 창문 쪽으로 달려가 암막커튼을 쳤다.
그는 주변에 백과사전이 없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문을 철저히 단속한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기쁨을 표출했다.
“김철수가 드디어 우주랭커로 인정받았다!!!”
그는 즉시 지지율 나라에 로그인하여 김철수와 관련한 모든 질문에 ‘매우 우호적이다’ 혹은 ‘매우 잘하고 있다’ 혹은 ‘매우 지지한다’를 체크하여 제출했다.
그리고 그때, 화장실 변기뚜껑이 열렸다.
“숨어 있길 잘했군.”
백과사전의 오른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영상을 찍고 있었다.
“이제야 철수랜드로서의 네 정체성을 인정했구나.”
“……변기에 숨어 있었다고?”
“가장 친한 친구의 사상을 검증하기 위해서 이 정도 치열함은 당연히 있어야지.”
“……그게 당연해?”
백과사전은 별 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 별 거 아냐. 예전에 로날드인가 하는 애 있었잖아. 김철수 저격하던. 이명이 슈퍼닥터였던가? 암살자들이 걔를 공격할 때 변기에 숨어 있다가 찌르더라고. 거기서 영감을 얻었지.”
백과사전은 가까이 다가와 마시멜로의 액정을 살폈다.
“와. 우호도가 78퍼센트네. 초반부라는 걸 감안해도 역대급인데?”
팬이 많으면 안티도 많은 법.
그리고 팬의 방어보다는, 안티의 공격이 더 세찬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우호도 50프로만 넘어도 대중적으로는 상당히 우호적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철수의 경우는 무려 80퍼센트에 육박하고 있었다.
마시멜로의 마시멜로 형상의 머리에서 펄펄 스팀이 피어나고 있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그 또한 실시간 영상을 켜고 말았다.
“김철수가 지지율나라에 등록됐습니다.”
백과사전이 손가락을 현란하게 놀려 랭킹탭에 들어갔다.
랭킹 카테고리 중, ‘지지율 나라에 등록되기까지 집계된 플레이 시간’ 항목이 있었다.
[1위. 김철수(지구)
[2위. 가르비누(마계)]
그걸 확인한 마시멜로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역대 최단 기간 등록이네요!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마왕 가르비누의 기록을 깼습니다!”
김철수가 가르비누를 상대로 처음으로 승리란 쟁취한 순간이었다.
* * *
‘이게 정말 잘하는 게 맞나? 엘튜버로서 이래도 되는 건가?’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무렵, 지옥좌가 말했다.
“그대가 쫓아낸 몽마들의 도움을 받으면 어떤가?”
“몽마들의 도움?”
“그들 중에는 잠든 사람의 기억을 읽어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이가 있다.”
“아! 근데 그거 불법 아닌가?”
“본인이 요청한 경우에는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몽마 일족은 부작용을 거의 남기지 않기에 일선 수사기관에서도 종종 쓰는 방법이지. 본인이 열린 마음으로 몽마를 받아들이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소년의 간절하고 억울한 표정을 보아하니 그리 어렵지 않겠군.”
“그런 방법이 있다면 써보자.”
지옥좌가 명령했다.
“렐핌을 불러오도록.”
지옥좌의 호출에 렐핌이라는 몽마가 이곳을 찾아왔다.
“저 자존심 무지 상한 상태인데, 왜 부르셨나요?”
렐핌은 하얀색 실크 소재의 잠옷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쇄골과 어깨라인. 그리고 몸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홑겹의 원피스였다.
“철수 님을 유혹하려고 좀 더 야시시하게 입어봤는데…… 어린애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렐핌은 인벤토리에서 니트 소재의 가디건을 꺼내 입었다.
노출이 대부분 사라진 탓에 차진혁은 꽤 기뻐했다.
‘휴, 노딱 아슬아슬한 수준이었는데.’
안도하는 차진혁을 보고서 렐핌은 어이없다는 듯 웃은 뒤 물었다.
“철수 님 시중을 들라고 부른 건 아닌 것 같고. 뭘 하면 되나요?”
“아 그게…… 해서…… 하고…… 그러니까 기억을 읽어주면 될 것 같아.”
“그래요. 기억을 읽어보죠. 영상으로 기록해서 드릴게요.”
렐핌은 반무릎을 꿇고 앉아 소년과 눈을 마주쳤다.
“졸립지 않니?”
“……졸려요.”
“자. 여기로.”
렐핌은 소년을 침대로 데려가 눕히고서 이불을 덮어준 뒤 가슴을 토닥여주었다.
작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주니, 안 그래도 지쳐 있던 소년은 금방 잠들었다.
혹시라도 몽마가 또 본능적으로 소년을 유혹하면 어쩌나 걱정하던 차진혁은 또 안도할 수 있었다.
‘렐핌은 정신력이 무척 강한 몽마구나.’
몽마는 유혹하는 것이 본성인 종족이고 그것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저에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유혹부터하고 보는 습성을 지녔다.
성체가 되면 그것을 이성으로 억누르기는 하지만 그것에 실패하는 경우도 태반.
렐핌 정도면 본능을 굉장히 잘 제어하는 편이었다.
‘저 정도면 가끔 게스트로 불러도 되겠어. 얼굴도 예쁘고.’
외모가 아름다우면 무조건 좋았다.
섬네일을 만들기도 좋고, 시청자도 많이 몰리니까.
훌륭한 게스트를 만났다는 생각에 흡족해졌을 무렵, 렐핌이 몸을 일으켰다.
“잠시, 다녀올게요.”
렐핌이 연기처럼 사라짐과 동시에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이 스르르 떨어져 덩그러니 놓였다.
그녀가 사라진 공간에는 달큰한 복숭아 향이 남아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그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렐핌이 차진혁에게 밀착하여 달뜬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요. 소년의 기억이 저장되어 있어요.”
그녀가 건넨 것은 영상 기록석이었다.
차진혁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척 봐도 대박의 냄새가 물씬 났기 때문이었다.
렐핌은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이런 나한테 눈길 한 번을 안 줄 수가 있지?’
온갖 기교와 연출을 사용하여 김철수를 유혹하려 해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 기분이었다.
이쯤 되니 오기가 생겼다.
‘반드시 유혹해 주겠어!’
* * *
차진혁은 영상 기록석에 기록된 영상들을 곧바로 공개했다.
“지, 집에 보내주세요.”
“지옥의 자유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나선, 위대한 소년입니다.”
“이 아이의 몸을 매개체로 하여 작은 폭발을 일으킬 겁니다. 그 공간에서는 작은 폭발마저도 커다란 위협이 되니까요.”
영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미친새기들 아니냐?]
[와 ㅅㅂ 300년 전에나 할 짓을 지금 하고 앉아 있네.]
[저 미개한 새기들 다 잡아죽여야 됨]
차진혁이 말했다.
“이들의 신상을 아시는 분 있으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전 우주에서 제보가 쏟아졌다.
그들의 신상을 아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뇌전술사 산디에므. 그리고 5지옥 출신으로 아르비스에 귀화한 군주 플레이어 헬람을 비롯하여…….”
지옥좌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들은 본인들의 신상이 들킬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은 모양이군. 소년의 죽음을 확신했기에 가면도 쓰지 않았겠지.”
이번 일은 단순히 스트리머를 공격한 사건에 그치지 않았다.
[헬렌 제국, 특임대 파견.]
[매지크 제국, 제국 마법수사대 파견. 지옥좌에 협조 공문.]
[스웨딘 제국, 검황대 파견.]
아르비스 서버를 다스리는 3대 제국 모두에서 정예 병력을 차출하여 지옥에 파견하겠다고 나섰다.
헬렌 제국의 특임대장 빌스마르크가 선언했다.
“저들은 아르비스의 명예시민인 김철수 경을 상대로 극악무도한 테러를 저질렀다. 인류가 평화롭기로 약속한 워프포탈 내에서 끔찍한 반인륜적인 짓을 저질렀으므로 헬렌, 매지크, 스웨딘은 결코 그들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워프포탈에서의 테러.
이번 사건이 전우주적인 집중을 받고 있는 만큼, 아르비스의 세 제국들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지옥 자유 연대원들을 우주의 공적으로 선포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옥 자유 연대를 비난하며 3대 제국의 행보에 열광했으나 김철수는 조금 달랐다.
“모기 붙었네.”
차진솔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세상의 어떤 모기가 오빠에게 붙는단 말인가.
“모기?”
“어. 주변에 붙어서 조회수 쪽쪽 빠는 애들.”
“아. 그 모기 말하는 거구나. 그래도 걔네들 있으면 꽁꽁 숨은 애들 찾기 좋지 않아?”
“걔네가 나 좋으라고 저렇게 움직이겠냐? 지네들 슈퍼맨 놀이하려고 저러는 거지.”
기껏 판을 다 깔아놨더니 3대 제국 놈들이 집중과 시선을 날름 빼앗아간 느낌이었다.
“지금 봐봐. 김철수 아니고 특임대니 마법수사대니 하는 것들로 실시간 인기 검색어 도배되고 있잖아.”
“그러니까 오히려 잘 된 거 아닌가?”
“뭐?”
깨달음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었다.
“3대 제국의 정예병력들이랑 경쟁할 수 있잖아? 지금 지옥 자유 연대 애들 꼭꼭 숨었다며. 제국 애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을 거고. 근데 오빠가 먼저 찾으면 이슈 되지 않겠어?”
“……오.”
“뛰는 3대 제국 위에 나는 김철수. 뭐 이런 컨셉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
차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혈육과의 스킨십을 극도로 자제하는 그였지만 오늘 만큼은 고마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서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었다.
차진솔은 치명적인 공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으악!’ 하고 비명을 질렀으나 차진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바로 찾는다.”
지금 쉴 때가 아니었다.
“그러면 르세핌 언니 불러올까?”
“아니.”
깨달음은 쉬이 찾아오지 않지만, 한 번 찾아온 깨달음은 크게 휘몰아치는 법.
“추적 전문가 없이 찾아내는 편이 훨씬 이슈가 되겠지.”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해?”
“가능할 것 같다.”
차진솔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소년한테서 뇌전의 기운이 느껴졌었거든. 근데 그거 내가 전에 이미 경험했었던 기운이란 말이야.”
“……근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경험한 기운을 못 찾아낸다면 그건 뇌룡의 주인이라 할 수 없지.”
뇌룡을 활용하면 뇌전술사 산디에므를 추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뇌룡을 소환한 직후,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움찔 놀랐다.
‘이건…… 생각 못한 부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