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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355화 (35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55화

피에나 가문은 피사트 가문과는 입구의 분위기부터가 다른 곳이었다.

피사트 가문은 마치 검의 요새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라면, 피에나는 화려한 고급 대저택에 가까웠다.

입구에는 화려한 대리석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대문을 통해 왕래하고 있었고, 그 뒤쪽으로 대기라인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어? 퓌렐 경 아닌가?”

“정말 퓌렐 경이군!”

퓌렐이 누군가와 팔짱을 끼고 걸어왔다.

“그새 새 장난감을 들이신 모양이야.”

“이번 장난감은 퀄리티가 제법인데?”

쑥덕거리던 남자의 몸을 불길이 뒤덮었다.

“크어어어억!”

“크아아악!”

퓌렐은 하품하면서 바닥을 뒹굴고 있는 그들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내 집 앞에서 꺼져.”

눈앞에서 사람이 불타오르고 있었으나 강은우는 그다지 당황하지 않았다.

차진혁과 함께 다니면서 이런 헤프닝은 아주 사소한 축에 속하게 되었으니까.

“쟈기. 저 새끼들이 하는 말 못 들었지?”

“들었습니다.”

“쟈기 청력이 그렇게 좋아?”

“예. 홈마하려면 시력도 청력도 다 좋아야 하거든요.”

퓌렐의 얼굴이 붉어졌다.

“쟤들이 하는 말은 다 헛소리야. 알지?”

“헛소리가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응?”

“검색 조금만 해봐도 화려하던데요, 퓌렐 경.”

퓌렐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서?”

퓌렐의 몸 위로 붉은색 마나가 슬슬 피어올랐다.

사람들은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저 미친년이 또!’

‘또 지X발광을 하겠군.’

‘저택의 결계가 잘 버텨줘야 할 텐데.’

퓌렐은 제멋대로 구는 경향이 컸고 한 번 화나면 물불 가리지 않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다들 커다란 사고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

“상관없습니다. 그 모든 것들을 알고도 퓌렐 경을 좋아하는 거니까.”

“…….”

퓌렐의 몸 위로 피어오르던 마나가 갑자기 장미꽃 형상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폭죽처럼 가볍게 팡! 팡! 하고 터졌다.

마나의 적색 빛 때문인지 퓌렐의 얼굴이 무척 빨갛게 보였다.

퓌렐은 강은우와 다시금 팔짱을 꼈다.

“쟈기는 참 로맨틱해.”

‘……라는 내용을 방송으로 공개해도 되는 게 맞는 건가?’

아주 먼 곳에서 둘을 촬영하고 있는 차진혁은 약간 고민했다.

퓌렐의 콧소리가 영 거북했다.

시청자들의 커다란 반발이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라방은 안 되겠고 일단 녹화나 따놓자.’

* * *

차진혁은 감탄했다.

“피에나 가문은 거대한 결계로 보호받고 있는데…….”

강력하고 단단한 결계가 느껴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마치 아무런 결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울 수호수와 비슷한 원리인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군요.”

그토록 거대하고 위풍당당했던 수호수가 이제는 평범한 나무로 보이게 된 것처럼, 피에나 가문의 결계도 특별하지 않아 보였다.

“가문의 부지가 워낙 거대해서 이 안에서도 워프 포탈을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가문 내 주요 건물로 이동할 때에는 무조건 워프 포탈을 타야 하고요.”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가문의 주요 건물로 향하는 루트는 모두 워프 포탈을 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정말 엄청난 기술이네요. 워프포탈의 목적지 등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고 합니다.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워프포탈 관리자들의 도움이 필수군요.”

차진혁은 피에나 가문의 워프포탈을 경험하며 신세계를 느꼈다.

목적지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워프포탈.

관리자들의 도움 없이는 가문 심층부에 도달할 수 없는 구조.

이를 통해 저택의 보안을 지키는 진일보된 기술이었다.

‘나중에 우리 집에도 이런 거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

퓌렐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김철수. 너는 여전히 늘 말이 많군.”

“그렇게 말하니 조금 서럽네. 며칠 전까지는 나 좋다며.”

“그건 내가 우리 쟈기한테 반하기 전까지의 얘기지.”

“그렇군.”

차진혁은 강은우의 미인계(?)가 완벽하게 먹혀들어 갔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팬을 한 명 잃은 것 같아 섭섭해졌다.

전 우주에 팬이 수십억이나 된다고 해도, 한 명 이탈하는 게 마음이 꽤 아팠다.

괜스레 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헤이나 가문의 심층부라. 최초 공개 아닌가요?”

실제로 최초 공개가 맞았다.

“보안상의 이유로 이곳에서는 녹화가 어렵다고 합니다.”

차진혁은 녹화를 중지하고서 워프포탈에 몸을 맡겼다.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워프포탈을 타는 건 처음이네.’

만약 레벨을 이렇게까지 올리지 않았더라면 멀미가 났을 것 같기도 했다.

워프포탈도 계속 타다 보니 요령과 여유가 좀 생겼다.

그러자 좋은 생각이 들었다.

‘워프포탈로 이동하는 시간을 천천히 느껴보면 어떨까?’

보통 워프포탈을 타고 이동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눈을 깜빡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0.3초가량.

‘이 0.3초를 한 3분 정도로 느껴본다면?’

워프포탈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다 자세히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진혁은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스킬 하나를 사용했다.

[스킬, ‘시크릿 모드’를 사용합니다.]

먼치킨 스트리머의 직업 스킬.

레벨 400에 획득하는 스킬이었는데, 몰래 촬영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겉으로는 촬영 중인지 아닌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말을 하더라도 겉으로는 보이지 않고 영상에만 목소리가 덧입혀지는 신기술이었다.

“제가 한번 직접 해보겠습니다.”

퓌렐조차도 차진혁이 영상을 녹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워프포탈로 이동 중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요즘은 이런 사소한(?) 질문이나 호기심을 해결해 주는 채널들도 인기를 얻고 있는 중.

차진혁은 그런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스킬, ‘시간 배율 촬영’을 사용합니다.]

여유가 많이 생긴 그는 최대한 천천히 워프의 과정을 느껴보았다.

이 공간에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명상을 하면 생기는 소우주에 잠시 갇히는 기분이 듭니다. 누군가는 이걸 차원의 틈새라고 표현하는데, 일종의 아공간 개념인 것 같네요. 소우주에 유영하는 기분을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소소하게나마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찍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 * *

수없이 워프포탈을 타고 내려온 가문 심층부.

“아마도 여기는 지하겠죠?”

지하 깊은 곳에 마련되어 있는 곳 같았다.

그러나 이곳이 지하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곳곳에서 밝은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심층부까지 빛이 새어 들어올 수 있도록 마법적 설계를 해놓은 듯했다.

“마치 신전이 하나 세워져 있는 것 같네요.”

말하자면 이곳은 새로운 공간이었다.

번쩍이는 대리석 바닥 저편에 거대한 신전 형상의 건축물이 보였다.

퓌렐과 강은우의 뒤를 따라 신전 안에 들어서자, 화악-! 하고 눈앞이 밝아왔다.

“던전에 입장한 기분입니다. 또 배경이 달라졌네요.”

신전 안은 무척 더웠다.

저만치 앞, 커다란 그릇에 붉은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눈폭풍이 불고 있네요.”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굉장히 더운 공간인데 눈폭풍이 몰아치고 있다니.

이내,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맹한 눈폭풍이 불어닥쳤다.

“놋그릇으로 향하는 길 좌우로 가문의 원로들이 서 있습니다. 기세가 아주 살벌하군요.”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하면 곧장 공격하겠다는 것이 뻔히 보였다.

가문의 원로 중 하나가 눈폭풍을 헤치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혹한의 불꽃은 우리 가문의 정체성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돌려보내십시오.”

“그러면 우리 쟈기가 실망하잖아.”

“…….”

원로들은 이미 반쯤 포기한 듯했다.

그저 차진혁이 사고를 치지 않아 주기를 바라는 듯했다.

“퓌렐의 권세가 막강한가 봅니다. 생각보다 저항이 약하네요.”

말을 하는 차진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한 명쯤은 내가 녹화하고 있다는 거 알아챌 법하지 않나?’

그러면 크게 문제 삼을 거고, 위기가 하나쯤은 닥쳐줄 텐데.

그러나 원로들 또한 차진혁이 녹화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생각보다 [시크릿 모드]의 성능이 뛰어나네.’

차진혁은 결국 ‘혹한의 불꽃’ 앞에 섰다.

가까이서 보니 멀리서 볼 때보다 훨씬 거대했다.

눈앞이 온통 붉은 불꽃이었다.

불꽃에 잡아먹히는 느낌이었다.

“참 요상한 기분입니다. 이렇게 환하고 뜨거운 불길인데, 또 추운 기분이 듭니다. 저 불꽃에 손을 대면 화상과 동상을 동시에 입을 것 같네요. 여러모로 신기한 곳입니다.”

강은우가 물었다.

“형. 뭐 특별한 게 있을까요?”

“글쎄.”

차진혁은 딱히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진실 어쩌고 하더니…….’

혹한의 불꽃을 마주하면 우주급 시나리오에 뭔가 진전이 있을까 싶었으나 그렇지도 않았다.

별다른 단서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래. 그렇게 쉬우면 우주급 시나리오가 아니지.’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으나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바로 직전만 해도, (3)을 스킵하고 곧장 (4)로 넘어가지 않았던가.

사실 그게 운이 좋았던 거긴 한데 그는 뼛속까지 한국인이었다.

‘바로 스킵하고 넘어가고 싶은데. 버그나 핵 같은 거 없나?’

……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아니지.’

또 결과만 생각하는 몹쓸 버릇이 튀어나와 버렸다.

잠깐 방심하면 이렇게 되니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나는 스트리머다. 과정을 재미있게 연출하는 것도 엄청 중요해.’

마음을 다잡고 혹한의 불꽃을 여러 차례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 * *

지옥의 자유를 위하여!

그 기치 아래 모인 지옥 자유연대는 회의를 이어갔다.

“김철수는 머지않아 지옥으로 돌아올 겁니다. 다음 행선지는…….”

“아, 다음 행선지는 4지옥입니다. 지옥좌의 왕성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하는군요.”

“거짓 정보일 가능성은?”

“김철수 채널에서 직접 올린 공지입니다.”

그들에게는 다행이었다.

김철수가 직접 자신의 이동 루트를 다 알려주었으니까.

실시간 방송의 시간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바람에, 보다 정확하게 위치나 루트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역산해 보면…… 푸리티온 워프포탈을 타고 이동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뇌룡을 타고 이동한 뒤 그 다음 제이미 워프포탈을 타고 왕성으로 향하겠죠.”

“이동경로와 시간은 알겠는데 급습한다고 해서 김철수가 당해주겠습니까?”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뇌전술사 산디에므 쪽을 바라보았다.

이들 중 가장 강력한 급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뇌전술사 산디에므였으니까.

산디에므는 고개를 저었다.

“평범한 공격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산디에므 경의 공격은 평범하지 않지 않소!”

“제 공격 또한 김철수의 입장에서는 평범할 뿐입니다.”

“허…… 그러면…….”

“특히나 수호수의 입김이 닿는 곳들에서는 김철수를 공략하기 어렵습니다.”

남자 하나가 테이블을 쾅! 내려쳤다.

“그러면 어쩌자는 겁니까! 이대로 포기하고 우리의 자유를 김철수와 지옥좌에게 넘기자는 겁니까!”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산디에므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우리는 그의 이동경로를 다 알고 있습니다. 워프포탈 내의 아공간. 제3세계인 그곳이야말로 김철수를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일 것입니다. 김철수도 그곳에서 공격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테고.”

“거, 거기서 공격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어렵지만 가능은 합니다. 0.3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내에 해내야겠지만.”

“저, 정말 그게 된단 말입니까?”

“저는 뇌전을 다루는 뇌전술사입니다. 뇌전의 속도에 비하면 0.3초는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죠.”

“과연!”

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다만 제가 직접 들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높은 확률로 함께 죽을 테니까요. 오해 마십시오. 우리의 자유를 위하여 목숨을 내던지는 것은 아깝지 않습니다. 나는 이후의 일을 생각해야만 합니다. 혹시 김철수가 탈출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만일의 사태들에 대비하기 위하여 저는 아직 죽을 수 없습니다.”

산디에므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회의실 문이 열리고, 겁에 질린 표정의 어린아이 하나가 벌벌 떨며 걸어왔다.

그의 양손과 발목은 두꺼운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저 애를 이용할 겁니다. 지옥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한 훌륭한 전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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