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352화
“가, 가주! 이거 괜찮은 것입니까?”
“……괜찮을 것이다. 걱정 마라.”
크게 놀란 그리들은 심호흡을 하며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래. 초대가주께서는 이런 미친놈이 언젠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하셨다.”
“그, 그렇습니까?”
“초대가주께서는 그들의 동료들을 모두 미친놈이라고 표현했었지.”
빛나는 보석상 골디믐.
창조의 연금술사 카르빙턴.
그 둘은 기회만 되면 그 쌍검을 부숴서 새로운 아티팩트를 제작해 보자고 졸랐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런 미친 자가 현재에 재림할 것을 대비한 대비책도 마련해놓았다.
“이러한 사태를 대비한 최후의 안배가 있으니.”
그리들은 초대가주의 혜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그 오래전, 오늘날의 이 일을 내다볼 수 있었단 말인가.
‘최후의 순간 벼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파괴되는 것은 저 망치일 것이다.’
피사트 가문의 가주만이 알고 있는 사실.
오랜 시간 구전으로만 전해진 비밀이었다.
‘저곳은 반얀트리 던전. 합성의 순간에 벼락이 내리칠 확률은 0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저곳이 던전 안이 아니라 바깥이었다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저곳은 아니었다.
갑자기 뇌운이 일어 벼락이 쏟아질 일은 전무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성유물은 온전할 것이다.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겠지.”
* * *
서울 수호수의 버프. 올 클리어 버프. 카트리나와 르세핌. 그리고 넬슨의 도움.
‘여기에.’
[신비, ‘행운의 신’을 사용합니다.]
행운의 신을 사용하여 행운을 극대화했다.
‘행운의 신, 중첩!’
[신비, ‘행운의 신’을 사용합니다.]
레벨도 많이 오른 덕택에 ‘행운의 신’을 연달아 사용할 수 있었다.
‘한 번 더 쓸 수 있겠다.’
[신비, ‘행운의 신’을 사용합니다.]
행운의 신을 연달아 세 번 사용하니 시야가 어질어질해졌다.
눈이 붉게 충혈되었고, 코피가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 번 더 쓸 수 있나?’
한 번 더 써도 죽지는 않을 거 같은데.
‘날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성장시킬 뿐이다.’
차진혁과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수호수도 차진혁의 고통을 일부 체감 중이었다.
-으아아아악! 머리가 빠개지실 것 같도다! 이거 싫으시도다! 아아아아아악!
일부의 고통이 전이되었을 뿐인데 수호수는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다.
수호수 목생 처음 겪는 강도의 고통이었다.
‘그 정도 아닌데 엄살은.’
-그 정도 맞으시도다! 기절, 기절, 기절을 다오!
[신비, ‘행운의 신’을 사용합니다]
‘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저도 모르게 뇌룡을 소환했다.
‘뇌룡이 왜?’
쿠르르르-!
우렛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반얀트리 던전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구름이 소용돌이 형상으로 모여드는가 싶더니 던전 안에 뇌운이 가득 들어찼다.
수천 가닥의 뇌전이 번쩍였다.
“그대의 의지가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이지?”
뇌전의 기운이 미리와 피사트의 보구들에 닿았다.
그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뇌룡의 뇌전은 완전히 자연의 뇌전이라 보기 어렵다.’
뇌룡이라는 존재에서 파생된 뇌전.
그러므로 괜찮았다.
‘또 다른 성격의 인위적인 뇌전이 중첩된다면 모를까…….’
이제 성유물은 안전해질 것이었다.
* * *
지옥은 유례없는 태평성대를 맞이하는 중이었지만, 모든 사람이 그 태평성대에 만족하는 건 아니었다.
각 지옥의 군주들을 따르는 자들.
그리고 차진혁이 지옥의 주인이 되는 것에 반대하는 자들.
지옥좌가 지옥을 통합하여 다스리는 것에 반발하는 자들.
그러한 자들이 힘을 모아 하나의 세력을 이루었다.
“결국 지옥좌를 끌어내리려면 김철수부터 없애야 합니다.”
“김철수의 영향력이 너무 강합니다. 김철수가 사라진다면 지옥좌도 도태될 겁니다.”
“우리의 자주권과 자유를 다시 찾아와야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지옥 자유 연대’라고 불렀고, 호시탐탐 지옥좌와 차진혁을 암살할 틈을 노렸다.
“반얀트리 던전에서 일을 꾸민다고 하는군요.”
“그곳에서 기회를 노립시다.”
그들 입장에서 차진혁은 꽤 먹음직스런 먹잇감이었다.
방송을 통해 위치와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주니, 사냥하기가 아무래도 수월할 수밖에.
다만 김철수의 전력이 너무 강해서 섣부르게 움직이지는 못하고 기회만 노렸다.
‘행운의 신을 중첩해서 사용해?’
지옥 자유연대의 투사들은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다.
‘김철수가 약해졌다!’
약화된 타이밍.
만약 김철수가 아카시아를 꺾기 전이었더라면 여기서 기습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김철수는 무려 아카시아를 넘어선 강자.
‘조금만 더.’
그러자 하늘이 돕기 시작했다.
‘김철수가 또 행운의 신을 사용했다!’
김철수는 더없이 약화되었다.
거기에 더해 갑자기 뇌룡까지 소환되었다.
‘우리의 은신을 알아차렸나?’
‘뇌룡으로 우릴 공격하려는 건가?’
그러나 아니었다.
김철수는 지금 뇌룡을 움직여 호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간신히 두 발만 붙이고 서 있는 게 다였다.
‘뇌전술사 산디에므 경. 그대의 차례다.’
지옥 자유연대의 투사들은 김철수의 전력을 과소평가하지 않았다.
단 한 순간. 최적의 순간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 김철수를 죽일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놓았다.
‘마침 뇌전이 가득해졌다.’
너무 좋은 환경이 주어졌다.
김철수는 지쳤고, 뇌전으로 공략하기 더없이 좋은 타이밍.
‘산디에므 경. 그대의 힘을 보여다오!’
산디에므가 작게 읊조렸다.
“지옥의 자유를 위하여.”
뇌운으로 가득 찬 던전 속.
지옥의 뇌전술사 산디에므가 뇌전을 뿜어냈다.
뇌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으나, 그가 뿜어낸 뇌전 줄기가 성유물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 * *
차진혁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제가 뇌룡을 소환한 것 같기는 한데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굉장히 무리를 한 것 같습니다.”
그는 직감할 수 있었다.
운이 조금만 나빴으면 죽었을 수도 있겠다.
“온갖 버프를 받아도 행운의 신 연속 네 번 사용은 위험하네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딱 네 번까지만 사용하겠습니다.”
-보통 세 번까지만 한다고 하지 않음?
-치열 유니버스 미쳤네 ㅋㅋㅋㅋ
-아니 근데 뇌운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성공한 거임?
차진혁의 몸 상태가 만신창이가 되면서 뇌룡은 자연스레 역소환되었고, 던전 안을 가득 채웠던 운무는 사라져갔다.
-어?
-저게 뭐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친ㅋㅋㅋㅋ
-성유물 파괴된 거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
피사트 가문의 보구 두 개가 처참하게 망가진 형태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리는 비교적 멀쩡했다는 것.
차진혁은 천천히 걸어가 미리를 주워들었다.
‘억. 이걸 줍기도 힘드네.’
빨리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온몸의 뼈가 박살 난 것 같았다.
순간, 수호수와의 정신적 연결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고통을 이기지 못한 수호수가 기절한 것이었다.
‘아무튼 엄살이 심하다니까.’
죽을 만큼 아프긴 하지만 죽지는 않는데 말이다.
-아 근데 나 몸이 너무 쑤시는데.
-나도.
-나 디스크 터진 거 같다.
-우리한테 전달되는 게 이 정도면 김철수는?
-김철수는 왜 멀쩡함?
차진혁도 괴롭기는 했으나, 그의 기준에서 이 정도로 방종을 한다면 일류 스트리머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방송 마무리까진 해야지.’
그는 미리를 주워 든 뒤 침울하게 말했다.
“강화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순가 시청자숫자는 30억 명을 돌파했다.
침울한 목소리로 말하는 차진혁은 사실 웃고 있었다.
방송을 마무리한 차진혁은 뒤쪽을 힐끗 쳐다봤다.
‘쟤네는 언제 공격하지?’
암살자들 몇이 숨어 있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적당한 타이밍에 암습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암습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지옥 출신 같기는 한데…….’
출신은 그렇다 치고,
‘지금 덤비면 내가 못 이길 거 같은데.’
체력적으로 너무 지쳐서 동료들을 소환하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차진혁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지나치게 침착한 놈들인가? 안 덤비네.’
암살자들이 암습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거의 처음이었다.
* * *
뇌전술사 산디에므는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김철수는 아직도 힘을 숨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는 분명 모든 힘을 쏟아냈다.
이 한 번의 공격에 전 재산을 털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무리 회피신비가 있고 방어신비가 있고 몸이 튼튼해도…… 저렇게 멀쩡할 수는 없어.”
물론 차진혁은 멀쩡하지 않았다.
다만 산디에므의 눈으로 보았을 때 멀쩡해 보일 뿐.
지옥 자유연대의 투사들의 의견이 갈렸다.
“지금 공격하면 승산이 있다.”
“산디에므 경. 그대의 생각은 어떻지?”
아무래도 직접 김철수를 공격해 본 산디에므의 직감이 가장 정확하리라 생각한 투사들의 시선이 산디에므에게로 향했다.
산디에므가 고개를 저었다.
“아카시아의 경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산디에므는 김철수에게 질려버린 상태.
“김철수는 지친 척 상대를 끌어들이며 전투를 이어 가는 놈이다. 저자는…… 어쩌면 아직 지치지 않았을지도 몰라.”
* * *
그리들은 특사를 급파해서 차진혁의 방송이 조작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게 했다.
특사들은 산산조각이 난 성유물의 잔해를 챙겨왔다.
“조작방송이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성유물로 강화를 진행했습니다.”
그리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 초대 가주시여.’
보구를 내줄 때부터, 이미 회수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카시아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 탓입니다, 가주.”
“아니다. 내가 그 자를 정상인으로 보았다. 철두철미하게 계산하여 이득을 뽑아내는 전략가인 줄 알았더니, 그저 미친놈이었구나.”
“…….”
이후 그리들은 한참동안 침묵했다.
초대가주의 검이 이렇게 훼손되었으니, 피사트 가문의 정통성이 자체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이를 어찌할꼬…….’
마침 피사트 가문에 방문한 광란의 마도사 퓌렐은 낄낄대며 웃고는 굳이 그리들을 찾아왔다.
“영감탱이. 잔머리 열심히 굴리더라니. 꼴이 우습게 됐네.”
여전히 무릎을 꿇은 상태인 아카시아가 퓌렐을 노려보았다.
“퓌렐 경. 말씀을 가려 하십시오.”
“뭐야? 너 아직도 살아 있었어? 따지고 보면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나 같으면 접시에 코박고 죽었다.”
퓌렐은 또 한참이나 낄낄대며 그리들과 아카시아의 심기를 박박 긁었다.
“그래서? 어쩌려고?”
“…….”
“혹시 김철수를 죽인다거나 그럴 건 아니지?”
아카시아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것도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아니, 안 될걸.”
“예?”
“나는 김철수의 미인계에 당하고 있는 상태거든. 좀 더 당해볼 거야. 애가 워낙 섹시해서.”
“…….”
그때 즈음, 차진혁이 피사트 가문을 찾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퓌렐이 깔깔대며 웃었다.
“명심해. 언젠가 김철수를 죽여야 한다면 내가 죽일 거야. 너희는 털 끝 하나 건드리지 마. 알겠어?”
퓌렐의 몸이 불꽃에 휩싸여 사라졌고, 얼마 후 차진혁이 그리들의 방에 들어왔다.